윌리엄 포크너 -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 외 11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
윌리엄 포크너 지음, 하창수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윌리엄 포크너의 장편 소설인 '소리와 분노' 를 너무나 힘들게 읽어 걱정스레 단편집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잘 읽혔다. '의식의 흐름'의 기법으로 쓰여진 '소리와 분노' 와는 달리 단편집은 간결한 문체의 직설적인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 소설집에는 12편의 글이 실려있고, 그 편 수 만큼 다양한 에피소드가 서술되어 있다. 잘 알려진 '곰'은 중편 소설에 가까운 데, 문학동네판에서는  한 권의 단행본으로 나와 있다. 단편집을 읽어 가며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의 미국 남부인의 삶을 자세히 알게 되었고, 먼저 읽었던 '소리와 분노' 에 나오는 콤슨 일가와 그 당시 흑인 노예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노예해방이 시행되고 북부의 자본이 서서히 침투해 들어오는 남부에는 예전의 명성과는 달리 서서히 몰락해가는 귀족들과 지주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그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처럼 남부인 특유의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꼿꼿하고 강하게 견딘다.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여왕이 있었네),(브로치)의 에밀리와 버지니아같은 여인들은 평생 권위와 인습에 갇혀 살며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사고방식을 젊은 여인들에게 강요한다. 사랑을 거부당하고 남자의 시체와 함께 평생 갇혀사는 삶을 선택한 에밀리는 측은하지만, 사람들은 쓰러진 기념비에 대한 존경 가득한 애정을 품고서 그 시대의 마지막 세대에 대한 존경을 표한다.  흑인 노예-소설에서는 '깜뚱이'라고 표현된다- 가 없으면 그들은 생활을 영위할 수도 없다.

 

막상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났지만 흑인 노예들은 갈 곳이 마땅치 않다. 그들은 마을의 빈민촌에 모여 살며 노동을 하거나 백인의 집으로 출퇴근 하며 허드렛 일을 해주며 살아간다. 오죽하면 '소리와 분노'에서 제이슨이 내가 저 깜둥이들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고 푸념할 정도로 그들은 지긋지긋한 백인의 곁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또한 극심한 인종 차별로 인해 항상 두려움에 싸여 있고 억울하게 희생양이 된다. (메마른 9월)에서 흑인은 백인들의 분노의 대상이 되어 억울하게 강간범으로 지목받고 그를 도우려는 백인은 공동체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국 도움을 포기한다.  (붉은 나뭇잎)에서는 인디언 족장의 노예였다는 이유로 그들의 풍습에 의해 그 족장이 죽은 후 같이 순장되어져야만 한다. 말이 안되지만 그들은 힘이 없어 어쩔수 없이 그렇게 죽어 간다.

 

살기가 어려운 쪽은 백인 하층민들도 마찬가지이다. 계속해서 내몰리는 그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불을 지른다. (헛간 타오르다),(신전의 지붕널)이 그렇다. (와시)에서의 서트펜은 자기 집에 불을 질러 놓고 자신을 멸시한 사람들에게 돌진한다. 성경이 신의 저주로 태어난 짐승이자 노예라고 가르쳤던 깜둥이들이 자신보다 더 좋은 집에 살며 더 좋은 옷을 입고 있는 현실 또한 그들을 분노하게 하고 좌절하게 만든다. 그 어떤 종류라도 폭력이라는 것은 두렵지만 뭔가에 '불을 지른다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서늘하고 섬뜩하다. 그냥 어쩔 수 없이 당하고 죽어야만 하는 흑인과 다르게 백인들은 그래도 분노는 표출한다.

 

그 드넓은 광활한 대지에,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던 그 땅에 어느 날 부터 말뚝이 박히기 시작하고 주인이 생긴다. 인가받지 못했지만 서류가 생기고 그 곳은 팔고 팔리고 대대로 상속된다. 본래 살던 인디언들과 팔려 온 노예들은 백인 농장주들에게 노동을 제공한다. 알다시피 그 노동의 댓가는 너무나 열악했다. 상속자인 소년은 인디언인 샘 파더스에게 사냥을 배우고 오래된 크고 울창한 숲에는 난공불락의 커다란 곰 올드벤이 살고 있다. 해마다 여러 사람들이 이 소년을 데리고 곰사냥을 나서지만 계속 실패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드디어 많이 늙은 올드벤의 사냥에 성공한다. 황야와 숲을 사랑하고 자연의 이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소년과 샘 파더스는 올드벤의 바로 앞에서 총을 겨눌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용감한 사냥개 라이언에게 맡긴다. 여기까지가 (곰)의 1부에 해당되는 얘기라면 그 다음 이야기는 21살이 된 소년의 상속 거부에 대한 것이다. 먼 옛날을 거슬러 올라가 그때부터도 그 누군가의 것이 아니었던 땅에 대해 소년은 상속을 포기한다.

 

난 이 땅을 거부하는 게 아니야. 내 것이 아닌데 거부하고 말고가 어딨어.-p227

 

하느님이 인간에게 허락하신 그 권리는, 땅을 쪼개서 각자 대대손손 영원히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라는 소유권이 아니야. 형제애로 땅을 공동으로 가지고 보존하라는 권리야. 그 대가로 하느님이 요구하신건 연민과 겸손, 관용과 인내, 그리고 빵을 얻기 위해 흘리는 땀이 전부였어.-p228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 땅의 불우하고 미천한 사람들은 성경을 가슴으로 읽을 수밖에 없어. 하느님을 위해 성경을 쓴 사람들은 진리만을 썼을 뿐이고, 진리는 하나이며, 그것은 가슴을 울리는 것이야-p231

 

연민과 겸손과 용서와 인내를 실천하라고....

이 말들은 숭고하다. 그 어떤 설명도 필요없이 숙연해진다.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집엔 너무나 많은 내용과 의미가 담겨 있어 내가 이 책에 대한 글을 쓴다는게 역부족이다. 링컨에 의한 노예 해방과 그에 대한 남부인들의 반대, 흑인 노예에 대해 가해진 그들의 비인간적인 행동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단지 그러한 사실로만 남부를 알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포크너의 소설로 깨달았다. 남부인에 처해진 환경과 그들의 기질, 경제 활동의 영역등 다채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직접적인 수치와 사실적인 사건으로 읽는 책보다 소설로 읽는 미국 남부인들의 삶이 흥미롭고 격정적이고 재미있었다. 내가 자세히 모르던 세계를 다녀와 기쁘다.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표지가 예쁘다. 이 전집의 수집에 욕심이 나는 이유이다.

 

저는 인간은 인내하는 존재이기에 불멸의 존재라고, 주저 없이 말합니다. 최후의 격전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붉게 물든 마지막 저녁, 쓸모없는 최후의 바윗덩어리가 내던져진 바다 위로 썰물이 빠져나갈 때, 그때에도 그곳에는 여전히 하나의 음향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작가의 목소리, 여전히 뭔가를 끊임없이 읊조리고 있는, 왜소하지만 지칠줄 모르는 목소리입니다.-노벨문학상 수락 연설에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0-05-16 14: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좋은 주말이예요. 즐거운 토요일 오후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페넬로페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0-05-16 16:51   좋아요 2 | URL
네 한적한 주말을 편하게 보내고 있어요^^
서니데이님!
안부 물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오랑시에 죽은 쥐가 발견되기 시작하고 그 후 사람들에게 이상한 징후가 생기며 죽어간다. 전문가들이 페스트라고 짐작하고, 나중엔 확신하지만 그것을 공표하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 따른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복잡한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더 많이 죽어나가고서야 페스트라고 인정하고, 그때부터 오랑시는 폐쇄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락조차 힘든 상황이 되고 죽음에 대한 애도조차 하지 못하며  단지 살아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행정이 이루어진다.

 

재앙이란 인간의 척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앙이 비현실적인 것이고 지나가는 악몽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재앙이 항상 지나가 버리는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을 거듭하는 가운데 지나가 버리는 쪽은 사람들, 그것도 첫째로 휴머니스트들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믿고 있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p55

 

작년 겨울 중국 우한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감염과 죽음의 소식이 순식간에 전세계적인 불행으로 연결되고 있다. 불안과 공포와 함께 일상이 파괴되고 경제적으로 힘들며 미국의 로버트 라이시교수의 '코로나 시대의 4 계급' 이라는 말도 나온다. 매일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를 언론으로 접하지만 나뿐만이 아니라 나의 주변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았기에 사실 나는 '추상의 상태'에 더 많이 머무르고 있다. 단절되고 막혀진 상태에서 숫자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이 사태의 무거움과 벗어남을 알 수 있기에 오히려 추상적이다.

 

잠시 후, 의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 신문기자의 행복에 대한 조바심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리유에 대한 그의 비난은 정당했던가? '선생님은 추상적입니다.' 페스트가 더욱 성해져서 일주일에 사망 환자 수가 평균 오백 명에 달하고 있는 병원에서 보낸 그날들이 정말로 추상적이었을까? 그렇다. 불행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일면이 있다. 그러나 추상이 우리를 죽이기 시작할 때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추상과 대결해야 한다.-p120

 

그런 추상의 상황에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의 연대기는 나를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으로 인도한다. 페스트의 시작부터 길고도 힘든 투쟁과 함께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작가의 위대함은 단지 이 감염병을 연대적으로 서술하는 것만이 아닌 각 인물의 상황과 고뇌를 나타내고 인간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있다. 리유, 타루, 랑베르, 그랑, 코타르,리샤르등 각자의 인물들이 대처하는 페스트는 지금 우리와 다를바 없다. 파눌루 신부의 두차례의 강론이 이해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가 신부이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

 

감염의 징후로부터 그것을 인정하고 대처하기까지 194X년 오랑시와  2020년, 이 세계는 큰 차이가 없다. 과학의 급속한 발달로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어야함에도 오히려 그때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더 들며 부조리한 인간의 삶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한다는 걸 절실하게 알 수 있다. 부조리함에 놓여져 있는 인간의 삶을 얘기하면서도 결국 인간들의 고뇌와 희생, 견딤으로 페스트를 이겨냄을 이 연대기에는 나타내고 있다.

 

페스트가 물러간 오랑시는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이지만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우리들에게 남겨진 것은 분명 축제가 아닐거라는 것은 확실하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힘든 사람은 더 힘들어지고 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이 감염병이 확산될거라는 우려만이 남는다. 실존의 댓가는 날로 커지며 죽음까지 가는 여정이 더 힘들어지는 이 부조리함에 몸서리치지만 살아간다는 것에 조그만 희망을 가지고 우리 모두 축제의 장으로 뛰어나갈 수 있을 그날을 기대해본다.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좋은 이유에서건 나쁜 이유에서건 사람을 죽게 만들거나 또는 죽게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모든 걸 거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지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외의 것들, 즉 건강, 청렴, 순결성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p3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유명한 소설을 이제서야 읽었다. 왠지 선뜻 다가서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잘 읽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을 가게 된 이 소설의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그 전 며칠 동안 자신의 행적을 얘기해주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명문 고등학교 펜시에서 퇴학당한 홀든은 반항아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홀든은 사실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이다. 영어나 글쓰기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여겨지고 엉뚱한 생각과 질문으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그게 서러워 펑펑 우는 순수한 아이이다. 담배를 많이 피우고 허세를 부리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거짓말을 늘어놓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솔직함이 드러나 미움을 받는다.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익명의 삶을 살고자 서부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홀든은 마지막으로 동생 피비를 찾아간다. 그런 그에게 피비는 묻는다. 앞으로 뭐가 되고 싶냐고?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 이 되고 싶다고 한다.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원작엔 욕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아퍘다. 홀든이 너무 안되보였기 때문이다. 홀든이 공부를 못하고 좀 엉뚱한건 맞지만 아무도 홀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기에 많이 안타까웠다. 홀든은 센트럴 파크의 연못이 얼면 거기에 살던 오리들이 어디로 갈까를 궁금해한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대답을 못해도 '글쎄, 어디로 갈까요?' 라고 같이 고민이라도 했으면 그 아이가 그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엉뚱하고 순수하며 나와 생각이 다른것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쁘다는 판단을 많이 한다. 그런 것을 인정해버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내 삶이 불편하고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편해지고 고통받지 않기 위해 애써 그런 것을 외면하고 보편타당성이 있는 규범을 내세우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홀든을 이해하지 않으려하고 그를 반항아로만 치부하는지도 모른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주기 보다  허구의 얘기로 더 진실되고 이해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소설이기에-J.D.샐린저의 - 난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더 넓은 곳으로 독서의 지평을 넓히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홀든은 동생 피비를 통해 아마 일상으로 돌아올 것 같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다. 홀든이 지키려는 호밀밭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호밀밭을 지키며 어른이 되고 더 단단해 질거라 믿는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 읽기 2

 

 

 

 

때때로 이런 것들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처음 말했을 때 인정했는데도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는 것 말이다. 그걸로도 모자라는지 선생은 같은 말을 세 번이나 했다.-p22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p32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p229-230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0-04-04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지인이 참 좋아하는 소설
이라고 해서 읽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언제고 다시 읽어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0-04-04 10:45   좋아요 0 | URL
저도 되새기며 다시한번 읽고 싶어서 다른 출판사책을 구입했습니다^^
호밀밭이 의미하는게 무엇인지 더 생각해보고 싶기도 하구요^^

후애(厚愛) 2020-04-10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행복한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0-04-10 20: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후애님!
후애님께서도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을 다루는 책들은 거의 모두 우리에게 '당신이 옳다'라고 말한다. 정혜신의 이 책은 제목부터 그러하니 나에게 계속 '당신이 옳다'라고 말해주는 책이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공감'에 대한 얘기가 많았고 그 '공감' 의 내용에 많이 공감했다.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교류할 일이 많고 그럴때마다 우리는 공감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공감이란 좋은것이고, 필요한 것이고 사랑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공감을 강요당하며 살고도 있다. '나' 드러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요즘의 사회에서 공감해주지 않으면 당신이 못났고 그러한 것을 가지지 못해서 그런거라는 손가락질로 되돌아오기가 쉽다.

 

공감은 내 등골을 빼가며 누군가를 부축하는 일이 아니다.

공감은 너를 공감하기 위해 나를 소홀히 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건 자신까지 무겁고 복잡해지다가 마침내 둘 다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지는 일이다.-p121

 

감정적 반응 그 자체가 공감은 아니다. 한 존재가 또다른 존재가 처한 상황과 상처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존재자체에 대해 갖게 되는 톻합적 정서와 사려 깊은 이해의 어울림이 공감이다. 그러므로 공감은 타고난 감각이나 능력이 아니다. 학습이 필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공감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순정한 무엇으로 여긴다. 진짜 그런가.-p124

 

나는 공감능력이 좋은 편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한다.나 스스로....

공감이라는 것과 뭔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소신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상황은 많다. 나는 공감능력은 많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주는 능력은 많지 않다. 그래서 좋은게 좋은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런 나의 성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행동에 대한 복기도 많이 해봤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공감에 대한 정확한 맥을 짚어주고 나를 위로해주었다.

 

구석구석 비춰주는 거울처럼,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나를 담고 있는 누드 사진처럼 '거부감 들지 않고 다정하게, 그러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공감 유발자다. 자세히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습관이다.-p128 

 

공감자는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니다. 너도 마음이 있지만 나도 마음이 있다는 점, 너와 나는 동시에 존중받고 공감받아야 마땅한 개별적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면 관계를 끊을 수 있는 힘도 공감적 관계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관계를 끊는 것이 너와 나를 동시에 보호하는 불가피란 선택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p170

 

부모가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과하고 제대로 공감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허무할 만큼 어렵지 않게 갈등이 풀린다. 그러나 성인 간의 관계는 다르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지만 나만 잘한다고 되지 않는다. 상대가 감당해야 할 몫도 있다. 그것까지 내가 짊어질 이유는 없다.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 어떤 관계에서든 납득할 수 없는 심리적 갑을 관계가 일방적이고 극단적으로 계속된다면 이런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것이 더 건강하다. 우선 내 건강성을 지켜야만 나중을 기약할 수도 있다.-p171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 에는 '공감'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많이 다루어져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것만 나열했다. 그 부분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 위로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겨레신문에서 정혜신작가와 그의 남편 이명수씨의 충조평판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그때 그 기사의 댓글에서 이 두사람에 대해 나쁜 얘기가 많이 있었다. 나는 이 두분의 결혼얘기에 대해 잘 모르고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국가가 잘못해서 일어난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트라우마의 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을 좋아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부간의 신뢰하는 모습도 좋아보였다.

 

'당신이 옳다' 는 현실적 수준이 아닌 근원적 수준의 확인이라는 자저의 말에 수긍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0-03-08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오후 참 따뜻하더라고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0-03-08 22:09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으로 도움많이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0-03-11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과 관련한 책은 흥미로워서 저도 이 책의 구매자입니다. 잘 읽혀지는 책이죠.ㅋ

페넬로페 2020-03-11 11:28   좋아요 0 | URL
네, 잘 읽었어요^^
공감에 대한 부분도 좋았는데 정신과 상담과 약복용에 대해서도 수긍이 가더라구요**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 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느릿하게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p13

 

습지에 사는 소녀, 카야는 모든 가족에게 차례차례 버림받고 혼자서 습지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곳의 모든 것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학교에 딱 하루 가고 평생 다니지 않았지만 나중에 습지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내는 작가가 된다. 이 책의  내용이 단지 그것뿐이라면 이 소설은 아름답다. 또한 역경을 딛고 결국 자아를 실현하며, 사랑을 쟁취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시작은 체이스 앤드루스라는 마을에서 소문난 바람둥이가 늪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카야라는 한 소녀의 성장과정과 체이스 앤드루스의 죽음을 파헤치는 수사과정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상상력은 깊디깊은 외로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p46

 

하지만 수집품이 커질수록 외로움은 깊어졌다. 심장 크기만 한 아픔이 카야의 가슴속에 살았다.

그 무엇도 아픔을 덮어주지 못했다.-p184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무시로 카야는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살아가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외로움과 혼자 살아가는 것의 한계로 인한 도움의 필요성때문에 카야의 주변엔 그래도 사람이 필요했다.  그 사람들은 카야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피해를 주고 미워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시절엔 아직까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는데도 카야를 도와준 사람은 흑인인 점핑과 메이블부부였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은 습지를 배경으로 했기에 자연에 대한 묘사가 많다. 카야가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며 나타내는 표현들이 아름답다. 또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도 있으며 소설의 마지막에 법정에서의 재판과정이 있어 끝가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형식만을 중요시하는 체이스 앤드루스의 부모와 소박하고 다정하며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테이트의 아버지를 대조시키며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나타내준다. 다양한 배경과 사건들로 이 소설은 흥미롭고 끝에 반전도 있다.

 

다만 이 소설은 서사에 비해 문장이 조금 아쉽다. 문장이나 단어를 다르게 표현했다면 소설의 내용들이 더 아름답고 진하게 가슴에 와 닿았을 것 같다. 어쩌면 내 생각과 다르게  담담히 표현해서 카야의 삶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생각해보라는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혼자 살기 어렵다. 상상할 수 없이 불행하고 외로운 소녀 카야에게도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내 앞에 이런 소녀가 나타난다면 난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에서의 문장에서처럼 위태롭지만 다음 한 발을 내디딜 정도의 말과 따뜻한 눈빛과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 끊임없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연습을 해야겠다. 조디 오빠의 말처럼.

 

사실, 사랑이라는 게 잘 안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실패한 사랑도 타인과 이어주지. 결국은 우리한테 남는 건 그것뿐이야. 타인과의 연결 말이야.-p300

 

 

 

 

 

 

 

소년의 차분함. 그렇게 찬찬히 말하고 움직이는 사람을 카야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너무나 확고하면서도 편안한 행동거지였다. 그냥 근처에만 있었는데, 그렇게 가까이 간 것도 아닌데, 딱딱하게 뭉쳐 있던 카야의 응어리가 한결 느슨해졌다. 엄마와 조디가 떠나고 처음으로 숨 쉴 때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상처말고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시의 존재 의미는 말이야. 사람한테 뭔가 느끼게 만드는 거지.

테이트의 아버지는 진짜 남자란 부끄러움없이 울고 심장으로 시를 읽고 영혼으로 오페라를 느끼며,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살아오면서 가장 무너지기 쉬운 자리에 서서 카야는 그녀가 아는 유일한 안전망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그녀 자신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2-14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4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닭채 2020-02-14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2020-02-21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2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2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