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적 글쓰기 아우름 37
박민영 지음 / 샘터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많이 좋아하는 작가는 그렇게 말했었다.

'한동안 절필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마치 무병(巫病)이 든 무당처럼 몸이 아팠다. 그래서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을 잘 쓰는 것은 부러운 재능이지만 한편으로는 천형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열정이 있다면 써야한다.

하지만 쓰고 싶은 열정만 있고 재능이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 갈증을 풀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 책을 읽다보니 글을 쓰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몇 백권은 될 것'이라는 구구절절한 인생살이를 글로 쓰던 머리속을

맴도는 간질간질한 스토리를 글로 쓰든 어떻게든 쓰고는 싶은데 지지부진 몇 십년이 지나고 있다.

 

 

분명 좁쌀 씨앗같은 불씨만 있다면 확 타오르게 바람을 넣어줄 방법이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에

이 책을 만났다. 뭐가 문제인지 안개속같은 마음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내가 주저했던 일들에 대해, 쓰지 못하고 망설이는 원인에 대해 놀랄만큼 짚어내는 것

같아 무서운 선생님 앞에 쭈글하게 서있는 열등생같은 모습이 절로 떠올려졌다.

 

 

 

 

일단 글쓰기의 안내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잘 쓰려면 읽어라'

단지 재미있는 글을 읽는 것이 즐거운 일로서만이 아니라 글쓰기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말에

공감이 되면서 행복해졌다. 혹시라도 그동안 나의 책읽기가 도움이 될까하는 기대로 말이다.

쓰는 것이야 못했지만 읽는 일은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리고 엄마폭에 푹 휩싸여 곱게 자란

사람은 작가가 되기 힘들다는 말에 또 공감. 고통없는 성장은 의미가 없단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익히 아는 수많은 대가들은 고통이 극심했을 때 좋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올커니 이런 전제라면 나는 톨스토이까지는 아니더라도 꼬마작가정도는 익히 되야할만큼 고통과

함께 한 삶이었다. 다만 내가 그 고통을 발판으로 정신적으로 성장했는지는 의문이다.

 

 

 

글을 쓰면 지적 성장에 도움이 되고 혹시라도 고여있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까.

물론 가능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그 글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은다면 큰 의미가

없다는 말에 갑자기 책임감이 밀려온다. 그럴만큼 내 글이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읽어야 하고 그리고 책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잠시 주춤.

난 책을 몹시도 아껴서 읽을 때도 무척이나 주의를 하고 소장할 때에도 조심을 하는 편이다.

그러니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한다는 것에 주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밑줄과 메모가

나의 생각이고 그 책과 '공저'하는 일이라니 지금부터 열심히 밑줄 긋고 메모할 밖에.

 

 

 

읽다가 보니 내 마음을 확 끄는 글이 나온다. 작가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것.

내가 아는 작가 하나가 딱 그랬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던 내가 글 잘쓰는 작가에 대한 호감을 넘어 환상까지 가지게 되었지만 막상 곁에 살면서 그의 참모습을 보니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그냥 책에서나 만날걸.

최근 방영된 드라마속 글귀가 머리를 스친다. '책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의 마음에 다정한 자국정도는 남길 수 있지 않겠니.'

모든 작가들이 이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자신의 글이, 책이 담요처럼 되기도 하고

창처럼 되기도 한다는 걸 말이다.

좋은 책을 쓰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 이 책 책상위에 두고 하나하나 실천하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을 팔아라
김해룡.안광호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기가 악화일로에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상가에는 '임대'푯말을 붙인 상가가 여럿이다.

불과 몇 달 전 문을 연 가게도 오늘 보니 이 푯말이 붙어있다. 그 가게를 열기위해 들어갔던

인테리어 비용이며 초기투자금까지 아마 제법 돈을 날렸을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극심한 불황이 계속되면서 기존의 판매방식이 아닌 새로운 마케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며칠 전 영국 런던의 거리 모습이 비춰지면서 도심의 유명 레스토랑을 비롯해 심지어 백화점

까지도 문을 닫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역시 영국도 불황이 극심하기도 하지만 판매방식의

변화가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이제 사람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소비하고 소통하는 '포노 사피엔스'에 의해 결정된다고 단언한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하면 제대로 팔고 사고 소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호황일 때는 마케팅이 완벽하지 않아도 물건이 팔릴 수 있다. 제대로 된 마케팅이란 바로 요즘처럼 어려울 때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소비자의 감정을 읽고 '감정'을 파는 마케팅이라...궁금하다.

 

 

 

혁신이란 '감정혁신'이다. 무슨 소리일까.

하긴 요즘 이렇게 불황이 계속 될 수록 '추억마케팅'이 대세라고들 한다.

힘든 시기를 '추억'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 어린시절 즐겨 먹었던 과자나 음식점들에 호감을 느낀다. 말하자면 자신의 기억에서 '좋은 감정'으로 남아있는 것이

마케팅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늘같이 우중충한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가 떠오르지만 화창한 봄날이 이어지면 어디 꽃놀이라도 나가고 싶고 가벼운 옷이라도 사고 싶어진다. 확실히 날씨가 소비자들의 마음에 영향을 끼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날씨, 기분같은 것이 소비의 자극제가 된다는 뜻일 것이다.

 

 

 

얼마 전 먹고 싶었던 고기를 온라인으로 주문한 적이 있다. 이 온라인 업체는 최근 하루만에 배송이라는 파격을 걸고 혹은 50% 세일이라는 슬로건을 건 온라인업체들의 등장에 자극받았는지 나름 열심히 광고를 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지나가는 버스에도 광고판이 등장할 정도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사랑받는 업체였는데 그동안 쌓은 포인트도 있고 해서 별 부담없이

주문한 고기가 이틀, 삼일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거기다 도착한 고기는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니고 동일회사의 다른 고기제품이었다.

너무 황당한 일을 당하고 업체 고객센터에 문의를 올렸더니 죄송하다며 다시 보내주겠단다. 이미

보내준 제품은 반품을 받고. 하지만 여행일정이 있어 이 제품이 꼭 필요했었던 난 주문취소를 했고 이미 배송된 제품은 내가 여행을 다녀온 후 가져가라고 했다.

문제는 그 사이 이 제품을 보관하는 것과 돌아올 시점에 맞춰 다시 연락을 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었다.

 

잘못은 저쪽에서 했는데 애먼 소비자만 번거로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짜증을 넘어 화가 나기도 했었는데 바로 이점을 이 책에서 족집게처럼 집어내어 놀라웠다.

쌓아둔 포인트가 아깝긴 하지만 다시는 그 업체에 주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감정의 소모를 하찮게 여기는 업체의 허술한 대응에 소비자인 나는 결국 그 업체와의 관계를

단절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감정마케팅'의 중요성일 것이다.

 

좋은 제품을 아무리 싸게 판다고 해도 소비자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확산되고 급박한 요즘 시대에 소비자의 감정을 무시하는 이런 형태의 대응은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제대로 된 소비자의 감정을 읽기 위해 이 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기업은 소비자의 눈을 가지고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을 담고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적 수다를 위한 상식 퍼즐
기명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펴는 순간 내 두눈이 번쩍 떠지는 것 같은 떨림이 전해졌다.

신문이며 잡지에 등장하는 퍼즐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풀어보는 나로서는

알차게 한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이 어찌 반갑지 않으랴.

그러나 이를 어쩌랴. 자만심으로 달려든 도전은 페이지가 넘어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

그래도 한 상식한다고 생각했는데 퍼즐 전체를 맞춘 것이 한 페이지도 없다니...분하다.

 

 

 

시사, 문화, 영화, 음악, 과학, 기술, 정치, 사회, 경제, 역사, 철학등으로 나뉘어 펼쳐진

퍼즐은 내 승부욕을 자극하건만 상식의 끝은 너무 짧아서 도저히 다 풀수가 없다.

바로 뒤편에 있는 정답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유혹하지만 애써 참아본다.

 

 

 

시사며, 과학, 기술은 출사표를 던졌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었고 그나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부문은 고작 이정도의 정답만 적을 수 있었다. 분하다.

그나마 맨 밑에 문제는 해답을 보니 틀렸단다.

문제: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페인 전역의 게릴라에게 허를 찔린 이후 '게릴라'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 말.

생각끝에 적은 답은 '파시스트'였는데-첫 글자가 '파'인 관계로-정답이 아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한번 맞춰보시길.

 

 

국가의 멸망을 예언하는 '이 것'이 떠돌았다라는 문제의 답이 도참설이란다. 듣느니

처음이다. 내 상식의 한계다. 그래도 한 80점은 건진 것 같아 다행이긴 한데 이 점수가

이 책에 나온 문제중 가장 잘 맞춘 답안지라니 정말 부끄럽다.

특히 최근의 문화에 대한 상식이 너무 없다는 것을 알고 나이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좀 더 공부하자, 열독하자 마음먹어본다.

 

 

 

저자도 이건 좀 어렵겠다 여겼거나 중요한 문제는 해설을 붙여놓았다. '정언명령'?

이게 뭐시여. 역시 칸트는 쉬운 사람이 아니다. 시계보다 더 정확하게 산책을 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너무 고지식하고 막무가내인 철학자가 맞아!

 

이 책을 여행중에 가방에 넣고 배에 올라 목적지에 닿을 동안 얼마나 끙끙대며 풀었는지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역시 퍼즐의 힘은 위대하다.

심심할 겨를도 없고 딴짓할 겨를도 없다. 다만 검색하고픈 유혹과 싸우느라 좀 피곤하다.

물론 정말 죽어도 모를 몇 몇 문제는 검색도 했다. 그중 안나오는 것도 있다.

그래도 한 번 붙어보고 싶다면 도전하시라!

다른 분야의 퍼즐은 차마 해답지를 공개하지 못하겠다. 창피하다.

어느 분야든 자신있는 분야에 도전해서 100점에 이른다면 정말 상식인이다.

봄바람에 전신이 노곤하고 나른한 요즘 도전해보시라.

쉽지 않으실텐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나이가 어때서 - 젊음을 찾아주는 슬기로운 두뇌 생활
안드레 알레만 지음, 신동숙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인생의 가장 빛나던 20대 초반이었을 때 50이나 60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 시간들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새 그 50을 지나 이제 60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오래전 어르신들이 '니들도 살아봐라, 잠깐이다'가 정말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최근에 치매걸린 노인들의 문제가 드라마로 등장하고 90세의 노인이 교통사고를 내서 젊은 여성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후 노년의 운전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되고 면허를 반납하는 문제는 지금 논의중이라고 한다. 나도 운전을 하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숫자상의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고 나는 아직 건재하다고 자신하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흰머리는 이미 오래전 돋아나기 시작했었고 노안이 오고 치아도 말썽이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늙어가고 있다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나.

 

 

 

나와는 먼 일인줄 알았던 '노인'-이 책의 정의를 보면 대략 65세 즈음-이란 정의가 바로 코앞이라니.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치매가 아닐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다움이 사라지고 곁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의탁해야하고 피해를 줘야하는 현실은 정말 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뭔가 지금부터 해야할 일들이 있지 않을까.

 

 

 

운동과 적절할 영양섭취가 예방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운동이 큰 도움이 되랴 싶지만 운동을 하게 되면 뇌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고 뇌의 위축을 막아준다는 연구가 있단다.

물론 오메가3같은 영양소도 필요하다. 이제 먹고 싶은 것만 먹을 것이 아니라 챙겨먹어야 할 것들을 많이 먹는 식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만으로 발병을 줄일 수 있다면 기꺼이 해야지.  걱정만 하면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정말 미련하고 한심한 일일테니 말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있었던가. 어느 나라나 노인세대가 늘어가는 것을 반가워하는 곳은 없다. 그만큼 젊은세대의 부담이 늘어가고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없이 닥쳐온 일이라면 당사자인 '노인'들이 아랫세대나 나라의 도움만 기댈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예방하고 즐거운 노년을 보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늙어가면서 좋은 점도 없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느긋해지고 남에 대한 배려심도 늘어가고 시간에 대한 소중함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기 이 책에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노년을 살 수 있는 비법들이 소개되어있다.

'요것들아 너희는 안 늙을 줄 아니? 멀지 않았다.'라고 말할 시간이 나에게는 오지 않을 줄 알았듯이 지금 젊은이들도 언젠가 이 말을 하는 날들이 올 것이다.

가장 공평한 '늙음'과 '죽음'에 대해 현명한 해답이 필요하다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아, 안 죽어 -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김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의사들과 오랫동안 일하다보니 의사란 직업이 얼마나 '극한직업'인지를 알게 되었고 내 아들만큼은

의사가 되지 않았으면 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을 것이며 수련기간중에

온갖 환자나 사체를 만져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사들을 나이와 상관없이

'선생님'이란 존칭으로 예우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보답하려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불친절한 경우도 많고 이기적이거나 권위적으로 대해 나는

직업인으로서 의사를 싫어하는 편이다.

아주 오래전 '시골이사 박경철'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그런 선입견을 조금 버리긴 했지만 지금도

나는 환자를 고쳐주는 고마운 의사들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여기 어머니의 수양아버님이었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가장 힘들다는

응급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있다.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최전선에서 긴장이 감도는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저자는 할아버지 의사가 돌아가시고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

 

 

 

응급의학전공의가 시골병원에서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시달리는 할매들에게 처방전을 써주고

수다까지 들어줘야 하는 시골의사가 되기까지 갈등이 왜 없었을까.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2층을 올라와야 하는 늙은 환자들에게 '계단 없는 딴 병원으로 가세요'라고 말하던 싸가지 의사가 이제 철이 들어서 고마운 마음으로 대한다니 저자의 말마따나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치유받고 제대로 거듭난 것 같아 흐믓하다.

적어도 내가 싫어하는 '싸가지 없는 의사'에서는 벗어나서 다행이란 소리다.

 

 

 

어렵게 공부하고 나름 인정받은 의사였던 저자가 귀도 어둡고 수다스러운 할매들을 상대로 그저그런 처방전이나 쓰면서 한참은 심란했을 것 같다. 붕어빵을 놓고가는 할머니, 부침개를 부쳐오는 할매들.

진료보다 하소연 듣는 시간이 더 길어 이제는 같이 수다꾼이 된 의사의 사람냄새 물씬나는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고 감동스러운지 자꾸 키득거리게 된다.

곁에서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남편에게 읽으면서 키득거렸던 이야기를 줄줄 해주니 남편도 깔깔 웃는다. 병원이 아니라 어디 사랑방 얘기처럼 다정하기도 하지.

 

 

 

꼬마였던 환자가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 꽃 한송이를 선물하자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되살아났다는 얘기는 많은 의사들이 봤으면 싶었다.

자신이 건강을, 생명을 맡기고 '선생님'으로 불러주는 그 무한한 존경에 대해 감사함과 겸손함을

담아 다정하게 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몸만 치료해주는 이등 의사가 아닌 마음도 어루만져주는

일등의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칫 이런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를 놓치고 살아갔을지도 모를 시골의사의 수다가 참 정겹다.

자신이 선생님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의 선생님들이라며 감사해하는 모습에서 감동이 절로 솟는다.

그 마음을 알기에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곳에서까지 진료를 받겠다고 오는 환자가 있다지 않는가.

선택받은 사람으로 앞으로 더 많이 수다스럽고 감동스런 일상들이 죽 이어졌으면 한다.

책을 아주 많이 읽은 독자로서 그의 글을 평하자면 글에 진심이 가득 담긴 아주 괜찮은 에세이였다.  이 솜씨라면 다음 에세이도 기대해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