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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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죽지 않는 도깨비 공유의 드라마가 나를 홀렸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막
마지막 장을 덮은 이 소설은 대략 1500년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쪽이 더 행복한지, 혹은 더 불행한지 모르겠다. 영원한 삶과 너무 오래 살아야 하는 삶.
일단 지금의 세상에서는 톰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마흔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있다.
정확히 그는 447년을 살아왔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노화의 정도는 마흔정도다.
오래전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로 여겨 허친슨박사에게 고백했지만 정신병자로 몰렸다.
결국 삼십 년이 더 흐른후에야 외모가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서야 믿어줬지만.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앨버라는 이름을 붙이고 며칠 후 살해당한다.


앨버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은 헨드릭은 평범한 인간속에 섞여 살아가는 앨버들을 모아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를 만들어 앨버들을 보호해준다. 아니 그렇게 말해왔다.
톰은 선택의 여지없이 소사이어티에 가입해야만 했다. 보호냐 종말중 종말은 엄마와의
약속을 깨는 것이니까. 그리고 유일한 핏줄인 딸 매리언을 찾아야 하니까.
톰은 젊은 시절 단 한번 사랑에 빠졌었다. 로즈라는 여인에게.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 매리언은 어느 날 사라지고 말았고 로즈는 병에 걸려 죽었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톰은 고통스런 시간들을 보내지만 살아남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없었다.

 


톰은 오래 사는 일이 축복이 아니고 고통인 사람이었다.
인간은 오랜시간을 진화해오면서 수명이 연장되어왔다. 지금도 노화와 수명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백세 정도의 수명이 언젠가는 그 배가 될 미래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늙지 않는 비밀을 지키기위해 숨어 살아가야 하는 앨버들은 과연
행복할까. 소설에서는 왜 앨버들이 탄생되는지 적혀있지 않았다.
수명이나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 못한 모든 인간들과 같은 이유라고만 짐작된다.
그렇게 숨어다니던 톰은 오래전 로즈와 사랑에 빠졌던 런던에 돌아와 역사교사가 된다.

남들에게 '에너제리아'라는게 밝혀지면 위험해진다고 경고한 헨드릭은 톰에게
앨버들을 찾아가 소사이어티에 가입시키는 임무를 부여한다.
8년 마다 신분을 세탁해주고 안전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톰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 시간들과 교차되면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익스피어도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찰리 체플린도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자신을 사랑스런 느낌으로 바라봐주는 카미유라는 여인도 만났다.
로즈 이외의 사랑이 없었던 톰은 카미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몇 세기만에 사랑이었다.

사백 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봤고 외로움과 싸워온 톰은
죽음을 간전히 원한다. 하지만 딸인 매리언을 찾기 전까지 불가능하다.
카미유라는 여인을 통해 다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즐거운 인생이 다가오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그토록 찾던 매리언에 관한 소식을 들은 것은 과거에 갑자기 사라진 한 여인에 의해서였다.
과연 매리언을 찾을 수 있을까.



아주 독특한 소재의 소설이다.
어쩌면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가는 '에너제리아'가 실제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인간들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을지도.
천형인지 축복인지는 시간을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는지에 달린 것은 아닐까.
백 년도 채 살지 못하는 삶의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오래전 축축했던 런던의 풍경을 살아있는 듯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다.
결국 누구라도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오로지 죽음에 의해 정지될 뿐.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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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레폴레 아프리카
김수진 지음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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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생명의 원천인 땅이지만 기아와 전쟁으로 피폐된 곳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그닥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곳이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고통은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그리고 문명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아프리카 특파원으로 선발된 저자의 글에 그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국전 참전국으로 알고 있는 에티오피아로부터 시작하여 남수단, 케냐, 탄자니아, 짐바브웨,
남아공화국에 이르는 여정이 젊은이의 눈답게 발랄하게 그려져있다.
전기도 부족하고 환경도 열약하지만 그래서 더 순박한 풍경은 우리나라의 60~70년 대쯤의
모습인 듯하다. 과거 우리가 그랬듯이 살기는 어렵지만 인정스럽고 급격한 자본의 유입으로
'돈맛'을 알아가는 모습까지도.

                


한류의 바람은 동남아를 넘어서 남미로 향하더니 이제 아프리카까지 도달한 모양이다.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따라부르기 위해 한국어까지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돈들여가며
외교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한류덕분에 한국은 그들이 가장 가고픈 국가가 되었단다.
그런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지 되묻고 싶다.

                


아프리카 대륙은 곳곳헤 상흔이 가득하다. 내전으로 인해 살육의 무대가 되었고 여전히 위험한
곳이 많다고 한다. 해골 상태의 시신이 그대로 전시된 곳을 보니 그 아픔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왜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고 증오하는 것인지...인간 내면의 본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아프리카의 모습을 보니 인간의 본모습은 무엇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초보 아프리카 여행객 저자를 돕는 귀인들이 도처에 즐비했다.
여행지 어디에서나 만나게 되는 사기꾼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인정스럽고 순진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여정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어디에나 선과 악은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붙기 마련이니까.

                


기아로 허덕이는 곳이 즐비할 거란 예상은 사실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가뭄과 내전으로 그런 위기를 겪는 곳이 다수이긴 하지만 다양한 요리와 패션까지 예상치
못한 풍요로움이 좀 놀랍기도 하다.

별 어려움 없이 컸을 저자가 모든 것이 불편한 아프리카 대륙을 탐험했으니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미래를 보고 아픔을 공유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검은 대륙을 희망적으로 잘 그렸다.
아마 이 여정이 남은 인생의 디딤돌이 될 것임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덕분에 우리도 평생 닿을 가능성이 없는 아프리카 땅을 잘 밟았다.
그 가능성의 땅에 우리도 뭔가 기여할 부분은 없는지 고민할 시간이 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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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 - 단 한 번뿐인 오늘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
아오야마 슌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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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천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 연꽃 씨앗이 발아하여 꽃을 피웠다니 믿어지시나요?
유적지에서 발견된 세 개의 씨앗은 죽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을겁니다.
하지만 씨앗중 하나가 꽃을 피워 살아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흔히 땅에 떨어져 죽으면
생명으로 부활한다고 하는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혹시 지금의 우리도 세 개의 씨앗일지 모릅니다. 그 중 몇 개가 살아나 꽃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그런데 연꽃은 맑은 물에서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긴 연꽃이 화려하게 피어난 곳을 가보면 주변의 물들이 잔뜩 흐려있던게 떠오릅니다.
식물학자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연꽃이 발아하고 꽃을 피우는 최적의 조건은 바로
진흙인 모양입니다. 물고기도 마찬가지라고 하죠.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
그건 아마도 천적에게 눈에 잘 띄어 잡혀먹을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일겁니다.
아무튼 이 책의 제목속에는 병이나 슬픔 고통을 겪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내가 8년 전 이 섬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섬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10월의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닷빛이 서로 어우러져 도시에 찌든 눈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낮은 돌담들의 모습이며 그리 높지 않지만 아늑한 산길을 걸어 등대에 이르면 멀리 제주도까지
보이는 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이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 마주친 풍경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풍경에 혹해서 섬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지금은 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풍경이 되고 보니 섬의 아름다움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늦은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습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되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주변에 사는 분들의 나이를 평균해보면 거의 60은 족히 되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섬은 나이가 제대로 들었습니다.
도시 역시 70정도 나이로는 경로당에 가기도 살짝 미안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나이도 묵직해졌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할일도 갈곳도 너무 없어서 쓸쓸함을 넘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아마도 스물 셋 무렵이지 싶습니다-지금의 이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쭈글쭈글한 주름과 늘어진 뱃살은 내 생전에 없을 듯 했습니다.
늙음이란게 좋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선택의 여지없이 부득불 닥칠 일임에도 젊은 시절에는 짐작도 하지 못합니다. 평생 그렇게 젊은 것이란 호기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접혀지는 허리처럼 기도 꺾입니다.
때로 늙어갈 수록 멋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흰머리조차 고고해보이고 부드러운 주름에는 편안함이 깃든 그런 사람. 나는 그럴 자신이 없어 내 늙음이 더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스님의 말씀대로 인생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어봅니다.
백세시대라니 나는 고작 반 정도 온 셈이거든요.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십 년후, 이십 년후에 내모습이 또 달라지겠지요.
지금부터는 어려서 반복했던 실수를 피해 잘해보자고 다짐해봅니다.
그래도 아마 또 비슷한 실수가 기다리고 있기도 하겠지만 실패는 하지 않겠다고 노력하겠습니다.
진흙속에서 피는 연꽃의 고고한 아름다움이 인생에는 없겠습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다가올 시간을 겸허하게 기다려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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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Zero - 나의 모든 것이 감시 당하고 있다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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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조지 오웰이 '1984년'을 썼을 때 대중들은 빅 브라더가 세상을 감시하고
휘두르는 그런 시대가 오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1984년이 오기도
전에 그런 시도들이 있었고 조금씩 색만 다른 빅 브라더들이 출몰했었다.
미래를 그린 과거의 작품들 중 어떤 것은 예견보다 너무 일찍 혹은 더 파격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증명했다. 이 소설은 다큐멘타리도 아니고 말 그대로 소설이지만 소설속에서만 머물지 않는
리얼 팩트,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저널리스트인 신시아는 이혼 후 열 여덟살인 딸 비올라를 키우면서 언론사인 '데일리'에서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소형드론이 대통령의 휴가지를 급습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국, 아니 전세계에 중계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제로라고 칭한 한 인물이 수시로 안면을 바꾸는 화면속에서 이 사건을 생중계한다.
데일리사의 대표 안토니는 신시아에게 이 사건을 추적해보라고 지시하고 최신 스마트안경을
건넨다. 겨우 스마트폰이나 메일정도나 체크하면서 살아온 신시아에게 스마트안경은 새로운
세상이었고 호기심이 강한 비올라는 신시아를 졸라 스마트안경을 하룻동안 빌리게 된다.
비올라는 친구들에게 스마트안경을 자랑하게 되고 그중 한 친구인 애덤은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을 스캔하다가 절도 강도혐의로 수배중인 한 인물을
발견하게 된다.  소심하기 짝이 없었던 애덤은 몇 달전부터 매력적인 남자로 변해 인기몰이
중이었는데 평소에 그였다면 수상한 그 남자를 쫓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아이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수배중인 남자를 뒤쫓기 시작했고 남자의 총격으로 애덤은 사망하고만다.

                


애덤의 친구인 비올라와 애디는 물론 스마트안경을 빌려주었던 신시아까지 충격에 빠지고
아이들이 프로미라는 프로그램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정보를 건네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프로미는 회원들의 모든 정보에 접근하여 가장 최선치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로 아이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최상의 결과치에 도달하도록 조언해주는 회사였다.
프로미의 조언대로 미션을 수행하면 등급이 올라가게 되고 돈으로 보상해주는 당근까지 갖춘
회사.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이 세상에 자리를 잡은 마당에
이런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열광시키기에 딱인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왜 소심했던 애덤이 몇 달 사이에 성격이 변하고 갑자기 수배자를 쫓다가 죽어간 것일까.
애덤의 사망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신시아는 안토니의 해고압박으로 할 수 없이 제로의 뒤를
쫓는 프로젝트에 투입되게 된다.

                


인도출신의 IT 전문가 찬데르와 합류한 신시아는 제로의 행적을 쫓아 비엔나로 향하고 그 곳에서
죽을 고비를 맞지만 의문의 남자에 의해 구조된다. 바로 그가 '제로'였다.
제로는 데일리가 프로미에 속한 인물들이 막대한 자금을 이용하여 안토니를 회유해서 신시아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미남형의 찬데르는 신시아와는 12년이나 어렸지만 신시아는 이 남자에게 끌리는 것을 느낀다.
이 즈음에서 나는 제로가 혹시 '빅 브라더'는 아닐까 했던 의심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의도치 않게 이 시대를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정보는 어떻게든 유출되고 있고 누군가는
이 정보로 수많은 이익을 얻어가고 심지어 개인의 미래가 어떨지까지 유추해내고 있다.
그들이 쓰는 정보망, 먹는 음식, 약들을 통해 어떤 병에 걸릴지까지 예견해내는 세상이 온 것이다.

                


피트니스, 영양관리, 건강검사의 결과치들이 동의없이 누군가들에 의해 수집되고 통계치로
저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시아의 딸 비올라처럼 자신들의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일을 하고 있다.  결국 애덤과 애덤의 죽음을 쫒아 비밀을 파헤치려던 애디까지 죽음에
이르는 끔직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의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CCTV가 많다는 영국 런던이다. 그만큼 감시해야 할 대상이
많은 나라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아님 의심이 많던지.
사실 '제로'는 프로미같은 새로운 빅 브라더를 제지 시키려는 세력이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누가 악이고 선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제로조차 완전한 선이라고
정의하긴 힘들다. 그저 우리의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가고 누군가는 그 것으로 무기를 만들어
우리를 향해 되돌려 쏘고 있다는 사실만이 끔찍하게 다가온다.
조금쯤은 아날로그틱한 신시아-바로 그녀가 우리의 모습이다-만이 보이지 않는 적을 피해
도망다니지만 그물망같은 감시망을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겨우 땅밑에 수로졍도가 피난처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IT전문용어같은 것이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않았지만 본인도 모르게 수집되는 정보들이
흘러다니기 좋은 무서운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게된다.
얼마전 타계한 스티븐 호킹은 지구 멸망의 원인이 '인공지능'일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할 수록 서서히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싹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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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어떻게든 됩니다
박금선 지음 / 꼼지락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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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는 기준중에는 저자가 나와 같은 연대에 태어나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왔다는 것도
한몫하게 된다. 우선 공감대가 비슷할 거란 기대감도 있고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나 느끼는
희노애락도 비슷해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짚어내듯 그렸을 것이란 점도 분명 있다.
글을 쓴다는 일은 저자의 말처럼 쉽게 되면 좋으련만 사실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가의 면목을 지닌 작가들중에는 무병을 앓듯 글을 쓴다는 이가 적지 않고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여야만 좋은 글이 나오더라는 고충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이렇게 맛깔나는 글이 나오는 것은 노력보다는 재능이 아닐까 싶다.
오래전부터 늘 즐겨듣던-지금은 거의 듣지 못하지만-'여성시대'의 작가라는 타이틀도 마음에 든다.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웃, 혹은 내 얘기가 눈물 찔끔거리게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의
작가라면 감성하나는 끝내주겠다 싶었다.

                

6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약수역은 내가 거의 매일 지나치는 역이고 분명 저자가 말하는
악세사리를 파는 아주머니를 본 것도 같았다. 그리고 길위에 서있는 것이 싫어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나와 닮았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단 남의 인생을 잘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누구의 삶이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것이다.
많은 책을 읽고 스스로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글을 쓰는 작가임에도 엄연한 현실은 있는 법이어서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아이들 챙겨 학교에도 보내고 심지어 오랫동안 시부모를 봉양했던 이야기들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  그녀 자신이 바로 인도여신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인도여신의 여덟개의 팔도 모자랄만큼 고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지들-는 쉽게 지치지 않는다. 그렇게 길러졌고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에 그렇게 우리는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진창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요리조리 피하는 법을 가르쳤고 대충 공부해도 제자리는 찾아들어가던
시대는 이미 저만큼 가버린 시대에 이른 우리 아이들에게 늙어가는 우리는 어떤 걸 남겨야 하는지.

                


누군가 다시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어떤 삶을 살아도 치열한 시간을
결코 지나쳐 올 수 없으므로...결국 겪어야 할 모든 것들은 되돌아가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므로.
한가로운 지금이 참 좋다고. 난 이른바 베이비붐세대라고 일컷는 시대에 태어나 지금에 이른
시간들이 많이 아팠다. 가난했었고 인내를 배워야했고 제것을 미처 다 챙겨 갔지 못했던 그 시간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며 길러주신 부모님을 책임져야하고 아직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자식을 기약도 없이 밀어줘야 한다.
그렇지만 노후에 절대 자식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과연 노후를 빵빵하게 준비
해두었을까. 그래서 난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온 동지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지금이라는 참 좋은 시절'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토닥거림이 날 행복하게 해주었다.
잘 살아왔다고 나는 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노인도 아니고 중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간것 같은 이 나이에 그저 눈빛 하나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동무가 있어 무척 위안이 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언젠가 이 세상을 등지는 시간은 올 것이고 그 시간까지
우리는 그럭저럭, 하지만 유전자 속에 새겨진 성실의 힘은 어쩌지 못하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 인생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내 아들을 이웃의 아들로 바라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에 공감 백표 던지고 편안하게 나이들어
성가신 노인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곰곰히 고민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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