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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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보면 '돈'이 생기기전에는 물품을 서로 교환하는 단계가 있었고 조개껍데기가 돈의 역할이 한적이 있으며 후에 동전이 나오고 가장 나중에 지폐가 나왔다고 알고 있다.

이런 화폐가 탄생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문명은 꽃피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전은 구리나 주석, 은이나 금등을 배합하여 만든 화폐로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부여받았겠지만 지폐는 겨우 종이 한장에 백원이나 만원등의 가치를 새겨넣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종이위에 새겨진 숫자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하고 통용하고 있다.

이 것은 '완전한 신뢰'라는 심리적 기초위에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즉 우리는 지폐위에 새겨진 숫자가 우리에게 재물이나 행복을 지불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지폐는 무거운 철전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에서 처음 발행된 어음 형태의 '대명통행보초'라고 알려져 있다. 유통의 편이성이 결국 지폐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폐를 쫒아 전 세계를 누빈 남자가 있다.

 

 

 

 

어린 시절 우연히 수집품으로 손에 쥐게 된 외국의 지폐 한장이 그를 지폐 수집가의 꿈으로 인도한다.

1961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행된 100코루나. 아직 민주주의의 봄이 오기전 공산주의 국가였던

체코의 공장과 노동자들이 새겨진 그 지폐가 시작이었고 많은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지폐 뒷면에

새겨진 카렐교와 프라하성을 방문하여 지폐의 그림과 정확한 경치를 확인하게 된다.

사실 지폐 그 자체가 자산이므로 지폐를 수집한다는 것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또 다른 자산투자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것을 넘어서 지폐에 깃든 역사와 스토리를 찾아 긴 여정을 시작했다.

 

 

 

독특한 지폐의 디자인들을 보면서 지폐 디자인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하고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꽃의 나라 네덜란드답게 아름다운 해바라기가 인상적이고 네덜란드의 유명 인물들인 렘브란트, 에라스무스등이 등장한다. 유럽의 많은 지폐들은 그 자체가 예술이고 역사책인 셈이다.

아프리카의 부룬디와 르완다의 지폐에서는 오랜 내전의 흔적마저 보인다.

후투족과 투치족의 오랜 전쟁으로 결국 나라가 피폐해졌고 2004년 부룬디는 액면가 10,000부룬디프랑을 발행했는데 투치족의 왕자와 후투족의 대통령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화폐에 평화를 디자인 한 것이다.  이처럼 지폐는 숫자 이상의 가치가 새겨져 있다.

 

 

 

콜롬부스는 스페인의 여왕 이사벨라의 요청으로 새로운 대륙을 찾아 세계를 탐험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세계 화폐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라는 것이 놀랍다.

심지어 프랑스 지폐에도 등장했단다. 프랑스의 일부 학자들이 콜롬부스가 프랑스 사람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란다. 당시에 콜롬부스가 유럽에서 추앙받았던 인물임을 알 수 있는 일화이다.

 

우리나라 역시 건국이래 가장 명망있었던 인물들이 새겨져있다.

이이, 이황, 세종대왕, 신사임당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환획을 그었던 인물들이 대한민국 대표 모델이 되었다. 이렇게 인물들이 새겨진 지폐외에도 국가를 상징하는 새나 도시, 유적지들이 새겨진 경우도 있다.

 

 

 

특히 일본이 2000년에 발행한 2000엔 기념 지폐는 한편의 역사책을 읽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자국민들은 이 지폐에 새겨진 히스토리를 알아볼 것이다.

이렇듯 지폐에 새겨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지폐에 깃든 시간, 문화, 애환까지를 돌아보는 저자의 여정이 참 대단하다.

그저 어느 시대 어느 지폐가 만들어졌다는 보고서가 아니라 지폐에 새겨진 코드를 따라 전 세계를 여행한 저자의 열정적인 여정을 함께하다보니 나도 세계 각국의 지폐를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젠가는 동전도 지폐도 필요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수집에 열을 올려야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지갑에 있는 지폐가 한정판 골동품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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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잘못됐습니다 - 예일대 수면 의학 박사가 전하는 꿀잠 꿀팁
메이어 크리거 지음, 이은주 옮김 / 생각정거장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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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젊어서는 이 말이 그닥 와닿지 않았는데 갱년기무렵부터 가슴에 콕콕 박히기 시작했다.

불면의 밤이 깊어질수록 '잠'이 그리워졌다. 잠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많이 자지 않아도

푹자고 일어났던 시기가 있었는데 불면도 문제지만 숙면도 어려워지는 시간이 길어지자

건강도 나빠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잠이란게 돈의 많고 적음도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생체리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수면이란 존재는 나이의 많고 적음, 성별, 환경적인 요인들로 인해 상당히 까다로운 것임을 알게된다.

정말 어느 날 눕자마자 죽은 듯이 자고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 보는 것이 소원이 되었다.

 

 

 

수면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신체기능의 회복, 손상된 조직의 복구, 호르몬 분비, 수면의 질이 좋지 않거나 불면이 지속되면 생명이 위험해질 정도로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하긴 오래전 사람들을 고문할 때 잠을 재우지 않는 방법이 동원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노년에 들어서면 불면이 늘어나고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주기나 임신에 따라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특히 시차를 극복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생체리듬이 맞지 않아 고생을 많이 한다는데 가끔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에는 이륙전부터 비행전, 착륙후까지 수면리듬을 깨지 않는 팁이 있어 유용하다.

 

 

 

연령별 적정한 수면의 양이 있고 너무 짧은 수면이나 너무 과도한 수면도 좋지 않다고 하니 어린시절부터 부모가 이 리듬을 이해하고 도와준다면 평생 도움이 될 것 같다.

너무 못자는 것 못지 않고 너무 자거나 조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니 혹시라도 자신의 수면의 질이 궁금하다면 책에 실려있는 판단표를 이용하여 체크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자신의 수면도 문제지만 곁에 있는 배우자의 수면의 질이 내 건강에도 위협이 된다는 말에 관심이 간다.

코골이나 이갈이, 잠꼬대 같은 것들로 수면에 방해를 받으면 배우자 역시 환자가 된다니 정말 각방을 쓰는 것이 훨씬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푹 잘 수 있는 노하우가 과학적으로 경험적으로 꼼꼼하게 적혀있는 이 책으로 꿀잠을 청해보자.

집나갔던 건강이 다시 찾아오는 기쁨을 맛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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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 실제로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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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이 시간에 오기까지 가장 오랫동안 왕조를 유지한 것은 조선이었다.

막연하게 조선이란 나라를 생각하면 '당쟁'이 먼저 떠오를만큼 지긋지긋한 당파싸움이 떠오르는데 그런 조선의 광풍같은 시간들이 인류의 역사에서 제법 오래 유지되었던 왕조라 해서 놀랐었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신병주교수의 책이라 더욱 애정을 가지고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다.

고려 말 조선이 태동되던 시기부터 정조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국운에 깊이 관여되었던 참모들의

이야기가 소상하게 기술되어 있었는데 처음 듣는 이름도 있어서 나의 역사지식이 이정도인가

싶었다.

 

 

 

참모였던 정도전이 없었다면 조선은 과연 탄생될 수 있었을까. 고려 말 이미 국운이 쇠하여 새로운 국가에 대한 열망이 피어나고 있었고 그 중심에 정도전이 있었다. 결국 무신중 가장 싹이 보였던 이성계를 선택한 것도 그였다. 이씨 조선이 과연 이씨 만의 조선이었던가 늘 나는 정도전이 없는 조선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도읍을 정하는 것 부터 궁궐을 짓고 법전을 편찬하는 그 모든것이 정도전의 작품이었다. 조선이 그의 나라라고 말한다면 너무 극단적인 표현일까.

하지만 '왕은 하늘이 낸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아들을 죽이기 위해 함흥에서 내려온 이성계가 태종의 참모였던 하륜의 기지로 목숨을 구하자 '하늘의 뜻이로다'하고 했던 말에 동의한다. 한 국가의 왕이 되는 것이 순전히 왕의 능력만이 아니었음은 후에 반정들에 의해 추대된 왕들을 보면 증명이 된 것이 아닐까.

 

 

 

 

조선의 왕들 중 가장 성공한 왕을 꼽으라면 나는 세종과 정조를 꼽는다. 세종역시 형이 물려받아야 할 왕위를 물려받아 조선 초 나라의 기틀을 다잡았다. 그의 곁에 있었던 수많은 참모들을 보면 세종은 참 행복한 왕이었던 것 같다. 물론 사람됨을 알아본 리더쉽도 대단했지만 그가 머물던 시대에 수많은 능력자들이 같이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었고 '한글'의 창제는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 강국으로 등극되는 기틀이 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정조 역시 정약용을 만나 그나마 외롭고 처절했던 시간들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유독 내 눈을 끈 것은 외국에서 귀화한 충신들의 이야기였다. 임진왜란때 왜국에서 귀화한 사야가는 오랑캐 문화를 가진 일본에 태어난 것을 원통하게 여기다가 조선을 징벌하러 떠나는 기요마사의 군대를 따라와 바로 귀화를 청하였다고 한다. 참 대단한 안목을 지닌 왜인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말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장터에서 공을 세우고 후손들에게도 충과효를 지킬것을 훈계하였다니 조선의 어지간한 충신보다 못할 것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조선의 왕 '선조'가 의외로 주변에 능력있는 인물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백성들에게 비웃음을 살 정도로 망신을 당하고 역사에 치욕을 남긴 것은 그가 아무리 주변에 인물들을 두었어도 자신이 됨됨이가 변변치 않으면 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저자가 주로 거명한 참모들은 난세에 빛을 발한 영웅들이었다.

하지만 역사서에는 이들의 기록들이 정확하게 기록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워낙 당파싸움이 치열해서 사관이 어느 당파에 속하였는지에 따라 왜곡된 글을 실었다고 하니 참 비통하기 이를데 없다. 몇 번에 걸쳐 영의정에 오른 인물들도 유배를 밥먹듯 하고 심지어 부관참시를 당하는 수모를 당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조선에서 관료로 평생 아무 탈없이 참모로 대접받은 인물은 거의 없다고 본다.

왕이든 대통령이든 자신의 곁에 누구를 두어야 백성들의 삶이 편안할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진정한 리더쉽이 아닐까. 조식처럼 자신이 모시는 왕에게 할말은 좀 할 줄 아는 충신이 필요한 시대이다.

지금은 모두 역사속에 사라진 인물들이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오기까지 흔적을 남긴 참모들에게 다시 지혜를 구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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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으니까 귀여워 - 어른을 위한 칭찬책
조제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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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좀 여유가 생겨 주변을 돌아다보니 의외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갑자기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다기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유심히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에 몰랐던 것 같다.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병들이 생명을 위협한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살다보니 얼마든지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도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는 것을 우리 집안을 보면서 알게되었다. 오랫동안 술로 뭔가를

달래시다가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도 돌이켜보니 우울증을 앓았던 것 같다.

당신은 돌아가실 때까지 그 병이 뭔지 몰랐을 것이다. 그후 남동생이나 여동생도 노력을 했지만

우울증을 앓으면서 고생을 참 많이 했었다. 이런 나 역시도 잠시만 마음을 놓으면 힘들어지곤

하는데 아무래도 유전적으로 우리 가족은 우울증에 잘 걸리는게 아닐까.

 

 

정신과 치료까지 받지만 자신이 갇힌 방의 문을 여는게 너무 힘든 저자는 어느 날 부터

자신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기가 막힌 처방법이었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도 없고 자신도 자신에게 기대가 없는 것 같은 삶에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는 순간이었으리라.

 

 

 

 

어릴 적부터 사는게 몹시도 힘들었던 저자가 어른이 되어서도 살아남으려 애썼을 모습이

떠올라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막내 여동생의 모습이 자꾸 겹쳐졌다.

'너도 그렇게 힘들었니?'

마음이 쓰러지고 몸이 쓰러지고 그렇게 세상을 떠난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었던 일들이

분명 있었을텐데.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날들이 지나고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K언니가 건넨 키티자석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는 장면에서 나도 코끝이 찡해졌다.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주지 못하는 지인의 마음이 전해졌다. 그렇게 자신이 사랑하는 후배가

좋아하는 키티자석이라도 모아서 전해주고 싶었던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사라지고 싶어도 다시 살아지고 싶었을 그 장면을 보니 절대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으면 한다.

분명 누군가는 그대들을 지켜보며 어서 힘내고 세상에 나오라고 응원을 보내고 있음을.

 

짧지만 깊숙이 박히는 문장들을 보노라니 떠나간 사람들이 떠오른다.

사라졌지만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귀여웠을까.

혹시라도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그림책이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별이고 꽃이다. 분명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음을 기억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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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몽환도
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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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끝에 비가 내린다. 텃밭에 마늘은 끝이 노랗게 말라가다가 후두둑 빗소리에 일제히

흔들거리며 춤을 추는 것만 같다. 하늘은 낮고 바람은 비를 부르듯 때죽숲을 흔드는데..

이런 날 밤은 유독 무섬증이 돋는다. 아마 오래전 저 때죽숲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숨을 거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알수없는 궁금증이 몰려오면서 얼른 불켜진 방의 문을 열고 도망치듯 숨어버리게 된다.

이렇듯 비가 오는 날은 과거와 미래의 시간들이 교차되고 숨죽였던 기억들이 서로 알아달라는 듯

달려들기도 한다.

 

 

16편의 아주 짧은 글들을 보노라면 잠시 다른세상에 머물다 온것 같은 착각이 밀려온다.

SF영화속에 들어갔다 나온듯도 하고 조선시대 안평대군이 거닐었다는 도원을 거닐다가 온듯도 하다.  전편에 으스스한 미스터리가 녹아있는 듯한 스토리에 잠시 상상의 세계에 빠지기도 한다.

 

 

옥탑방에서 소설을 쓰면서 살아가는 공상호의 집에 어느 날 자신이 이 집에 새로 들어온 세입자라며 여자하나가 문을 두드린다. 하긴 월세를 밀릴만큼 밀렸으니 언제라도 세입자가 바뀌어도 할말은 없지만 이렇게 늦은 밤 주인의 언질도 없었는데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말릴틈도 없이 쳐들어온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공상호와 함께 밤을 보내게 되는데...사랑했던

남자의 폭력을 피해 도망쳤다는 여자는 자궁에 아이가 들었다고 했다.

사실 이 여자는 공상호가 조금전까지 쓰던 소설의 여자와 너무 닮았다.

혹시 공상호가 꿈을 꾸면서 소설 속 여자를 불러낸 것이 아닐까.

 

 

 

오래전 우리곁을 떠난 백남준을 추모하는 글도 보인다. 천재적인 아티스트였던 그가 죽었을 때 뉴욕의 고양이들이 모두 울었다는 귀절에 잠시 우리는 그를 어떻게 추모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와 그것도 먹고 살기 힘든 나라에 태어난 죄로 늦게서야 인정받았던 예술가.

이렇게 저자의 글속에서라도 되살아난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했다는 저자의 그림솜씨는 곳곳에 추상적으로 펼쳐져있다.

그녀의 난해한 그림 못지않게 조금쯤은 어려운 글속에서 잠시 이 세상이 아닌 시간에 머문듯한

착각이 든다. 그래도 그녀의 작품성이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는지 대학로에서는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단다. 비내리는 오늘 같은 날 잠시 책속에 내리는 비를 맞아보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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