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6개월 만에 결혼하다 - 한 여자의 단기 속성 결혼 성공기
이진영 지음 / 슬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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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같은 사랑이 있다고 한다. 첫눈에 '아 이 사람이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하지만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런 일은 정말 드문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6개월이 아니라 한 달만에라도 결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강렬한 끌림이 없이 시작된 관계라면 6개월만에 결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뭐 정략결혼이나 위장결혼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조선시대처럼 부모가 정해주는 사람과 첫날밤에 조우하는 그런 시대도 아니고 그저 느긋하게 즐길 걸 즐기면서 살던 서른 여덟의 여자가 쫓기듯이 나간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와 초스피드로 결혼을 했단다.

'이 사람이다'라는 강렬함은 없었다는데 아니 어찌보면 만사 어정쩡한 남자여서 도무지 진전이 없어보이던 만남이었는데 너무 신기하다. 그것도 똑순이처럼 야무진 여자는 왜 적극성도 부족했던 남자에게 끌렸던 것일까. 그게 바로 운명이 아닌가싶다. 6개월간의 연애기를 보면 거의 여자의 고군분투기였다.

어쩔 줄 모르는 남자를 요렇게 조렇게 밀고 당기면서 어렵게 결혼에 골인을 했다. 하긴 뭐 꼭 남자만 그러라는 법은 없다. 더구나 여자가 두 살 많으니까 인생 선배로서 당연할지도 모른다.

어리고 부족하면 가르치면서 연애하고 키우면서 살면 되지 뭐.

 

 

 

서른 여덟해를 살면서 연애 한번 못한 고자가 아닌 한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시기정도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남자가 너무 눈치가 없었다는 것. 그래도 여자는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가르치고 다독이고 때론 삐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본인은 몰랐는지 모르지만 이미 그녀는 그에게 푹 빠졌던거다.

첫 키스, 첫 날밤의 그 짜릿한 과정으로 향하는 길은 고단했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니 첫 날밤에 케미를 맞춰보는 커플들은 100%없다. 아니 난 미리미리 꼭 체크해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쩝.

 

 

어정쩡하긴 하지만 착하고 착실한 남자는 여자가 이끄는 대로 몇 번의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사당역근처에

닻을 내렸다. 뭐 고무장갑낀 애인에게 프로포즈하는 장면은 아쉬움이 남지만.

만나고 연애하고 결혼준비하는 모든 이야기가 간결하면서도 솔직하다. 그래서 참 많이 웃었다.

 

 

 

인터넷에 연재를 시작하고 왜 독자들이 빨리 다음회를 올려달라고 안달을 했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섬에서 도시로 나오는 배안에서 나혼자 희죽희죽 웃으니 곁에 있는 남편이 이상하다는 듯 자꾸 쳐다본다.

우리도 이런 시간들이 있었던가.

우리 집에도 묵혀가고 있는 처자가 있다. 나는 꼭 결혼을 하라는 주의는 아니어서 절대 독촉하지 않는다.

하지만 운명의 사람을 알아보려면 일단 만나는게 우선인데 그럴 기회조차 가지려하지 않아 좀 그렇긴하다.

그래도 평생 혼자 잘 살 자신이 있으면 그러고 살던지. 하지만 혹시 이 처자처럼 6개월 후에 결혼을 할 상대가 어딘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넌즈시 묵혀가고 있는 딸의 가방에 넣어주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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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부부의 히말라야 여행 - 우리는 히말라야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이수지 지음 / 위즈플래닛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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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이 산에 올랐나요?" 히말라야 등반을 마치고 이 책을 쓴 수지가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설문을 하고 싶다던 말이다. 그러게. 왜 당신 부부는 히말라야를 올랐죠?

내가 묻는다. 산이라야 도봉산이나 북한산 정도를 올랐던 나로서는 5300m라는 높이가

와닿지 않는다. 아마 한라산이 2000m가 안될텐데. 그 한라산도 올라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저 이렇게 누군가 산에 올라갔다는 글이나 사진으로 등산을 대신하련다.

 

 

 

한동안 등산멤버들을 따라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산들을 돌아봤지만 결국 무릎만 고장나고 등산을

접었었다. 이제는 산과는 한참이나 떨어진 섬, 그러니까 바다에 닻을 내려 살게 되면서 가끔 산이

그립기도 하지만 하산하고 걸쳤던 막걸리에 도토리묵이 더 애틋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암튼 여기 이제 결혼 1주년을 맞은 부부가 히말라야 여행을 떠났단다.

미국남자 더스틴과 한국여자 수지가 어떻게 만나 결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생계는 어쩌고

몇 달이나 히말라야를 빙빙 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부부임을 분명하다.

여행이라면 깃발부대를 따라 다니는 단체여행이나 부부 몇 쌍이 어울려 가이드따라 다니는 여행이

고작이었던 내가 더 나이 먹기 전에 배낭여행 한번 떠나볼까 고민이긴 하지만 히말라야는 어림도 없다.

나이가 들면 그나마 고산병에 강하다는 장점 하나로 그 높은 곳에 오르려다가는 더 높은 곳에 먼저

도착할 것만 같아서다.

 

 

 

그런데 이 부부처럼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를 여행한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누군가는 얼마동안 돈을 벌어 몇 달 동안 산을 오르고 누군가는 다니던 직장에 휴가를 내고

어렵게 왔다고 한다. 도대체 히말라야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다에 살다보니 인생은 바다위에 떠있는 배같다는 생각을 한다. 잔잔하기도 하고 엄청난

파고가 덮치기도 하는 바다가 인생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일도

인생을 닮은 것 같다.

 

 

 

재작년이던가 네팔로 떠난 원정대를 지휘하던 단장이 고산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명한 등반인들도 산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굳이 올라야만 하는지 아직 의문이긴

하다. 신혼의 수지 역시 산장주인이 전한 한국인 사망소식에 등골이 오싹했을 것 같다.

전문 산악인이 오르는 그런 등반은 아니겠지만 어디에나 위험은 도사리고 있을텐데 확실히 젊다는건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수지가 만난 여행가중에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있다니 정말 놀랄일이다.

숫자는 정말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아직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옆에서 도와주는 이가 있어야 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낮은 고도로 내려올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빨리

가서도, 너무 느리게 가서도 안된다.'-본문중에서

역시 인생과 닮은 여정이다. 그 타이밍을 잘 알면 인생 고수가 될테지만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거라

늘 허둥거리는게 인생아닌가. 그래도 여행은 가이드라도 있지.

 

 

 

절벽같은 아슬아슬한 길을 엉금엉금 기어서 가는 장면에서는 내 맘도 졸아드는 것만 같았다.

정작 남편인 더스틴은 웃으면서 사진을 찍느라고 난리였다는데 정말 내 남편이었다면 내려오는 즉시

이혼이다. 잘 걷는 더스틴과는 달리 느린 걸음으로 늘 티격태격 싸움을 하면서도 역시 신혼부부답게

잘 극복하는 장면은 기특하다. 미리 인생살이 예습한 걸로 치면 A학점이다.

아무리 물가가 싸다고 해도 생계를 작파하고 떠날 수 있으니 부럽고 느긋하게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부럽고 고산병에 허덕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산을 넘는 용기가 부럽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히말라야 고봉만큼이나 어려운 여정일텐데 이 정도 연습했으니 앞으로 씩씩하게

잘 살아갈 것만 같아 다행스럽다. 한편으로 무모해보이는 이런 여행이 또 이어질 것 같아 걱정반, 기대반이다.

인생은 어차피 한 번뿐이다. 할 수 있다면 뭐든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니 떠나라.

떠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그대들의 여정을 이렇게라도 따라붙을테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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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5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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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정시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중고등학교시절 가정시간에는 재봉을 배우기도 하고

자수를 놓기도 했습니다. 예쁜 색실을 바늘에 꿰어 한 땀 한 땀 수놓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표지가 정겨운 5월의 샘터를 받아보니 어느새 2019년도 3분의 1일 흘렀구나 싶습니다.

 

 

 

늘 알차고 늘 넘쳐서 큰 기쁨을 주는 샘터를 보노라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온갖 시끄러운 뉴스들이 잠시 잊혀지곤 합니다. 말 그대로 맑은 샘이 잠시 어수선한 마음을 흘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기다려지는 샘터상 수상작들이 드디어 발표가 되었습니다. 짝짝짝!

마음으로야 벌써 수 십번 도전하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다른 분들이 수상하신 작품을

보노라면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합니다. 샘터상 수상작을 읽어보는 기쁨으로 잠시

설레기도 합니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돼지콜레라가 유행이라 돼지고기값이 고공행진중이라고 해서 저처럼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걱정이 많으실 것 같네요. 흔하게 김치찌개며 두루치기를 올리곤 했는데 요렇게 돼지고기냉이짜글이라는 요리 한번 도전해볼까요? 텃밭에 한동안 올라오던 냉이도 어느새 쇠어져서 요리에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없으면 그냥 다른 야채라도넣어서 끓여볼랍니다.

짜글짜글 끓여서 오늘 저녁 남편과 소주 한 잔 기울여야 겠네요. 아참 소주값도 오른답니다. 이런.

 

 

 

만화 좋아하는 제가 아끼고 아끼면서 보는 '박여사의 인생내공'을 보노라니 우리집 강아지 토리가 생각나네요. 유기견이었다가 가족이 된 이 녀석 너무 귀엽긴 한데 사실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데려가지도 못하고 놔두기도 그렇게 고민이 많이 되는데요.

이모집에 맡겨진 반려견 보리를 잠시 돌보게된 박여사집,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납니다.

녀석 패드만 피해서 응아를 하다니...예의가 좀 없긴 하네요.

암튼 그래도 많이 사랑해주시고 돌봐주시는 박여사님 우리 토리도 좀 부탁드려볼까요?ㅎㅎ

 

특집 '이렇게 어른이 된다'는 단순히 만 20세, 성인의 의미가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참 감동스럽게 펼쳐집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숨을 이해하고서야

어른이 된 딸의 이야기에 친구엄마의 병문안을 갔다가 문득 아침에 싸우고 나온 엄마의 소중함을

느끼고 효자가 된 이야기가 뭉클 다가옵니다. 우리집 막내아들은 언제 어른이 되려나요.

 

일본 어린아이들이 사라져버릴 위기에 있던 토토로 숲을 사서 보존한 이야기며 힘든 위기를

견디며 한국의 얼을 지키는 장도장 박종군씨의 이야기도 꼭 들어봐야합니다.

누군가는 이어가야 하는 어려운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전통 장인들에게 국가에서 좀 더

지원을 해줄 수는 없을까요?

강남 클럽 어딘가에서는 하룻밤 1억원짜리 술이 팔린다고도 하고 마약이 이렇게 여러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뉴스에 귀가 아프고 무섭습니다.

다들 정신 좀 차리고 제발 진정한 어른이 되는 세상이 오길 바라면서 다음호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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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100쇄 기념 에디션)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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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때때로 지겹고 막막하다가도 이 세상에 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임을

깨달을 때가 있다. 태어날 확률로만 봐도 그렇고 수많은 피조물 중 사람으로 이 세상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더구나 장애없이 온전한 몸으로 태어났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생후 1년 만에 열병을 앓고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여인이 자신에게 내려진 장애가

'천형'이 아닌 '천혜'라고 생각하다니 믿을 수 없을만큼 긍정적인 이 여인, 바로 이제는 고인이

된 장영희교수다.

 

 

 

장애를 가진 사람보다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세상에서 온전하게 걸을 수 없는 몸을

가졌음에도 절대 기죽지 않음은 물론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했던 사람.

이 책은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난 며칠 후 세상에 나왔던 책이었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그녀의 유고집을 다시 만나니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행복한데 왜 이리 빨리 세상을 떠났는지 가슴이 아파온다.

그 여린 몸으로 유학을 하고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당당한 그녀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너무나 아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었다.

 

 

 

살아가는 동안 틈틈히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세상에 나온 이 책이 더 소중한 것은 교수 장영희가 아닌 인간 장영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게 시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자신의 삶이 녹아 있을 수 밖에 없다. 생전에 만난 적이 없었던 그녀를 속속히 알 것만 같은 글들 때문에 낯설지 않았다.

어려서 골목안에서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앉아서 바라만 보던 소녀.

하지만 어떡하든 역할 하나를 챙겨주었던 골목안 친구들때문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람.

너무나 게을러서 대학안 자신의 방을 쓰레기장으로 오해해서 재활용품을 놓고 가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면서도 기죽지 않은 사람.

요즘 나이와 상관없이 훌쩍 세상을 떠나버린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내가 다시금 신의 뜻을 묻고 싶어진다. 정말 귀신은 뭐하나 저런 놈 안잡아가고...하는 사람이 널렸는데 왜 이런 좋은 사람들을 먼저 데려가시는지.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일화와 조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제자들을 향한 사랑까지 그녀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조금 게으르고 약속시간을 제대로 지킨 적이 거의 없는 느림보였긴 하지만 아마도 일찍 떠날 자신의 시간들을 조금 늦추고 싶은 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65억 인구중 왔다 간 흔적은 별로 없을 것이라던 자신의 말은 틀렸다.

그녀의 흔적은 오히려 세월이 흐를 수록 그리움에 아쉬움을 더해 더 선명해지고 있다.

있으나 마다했던 덤이 아닌 더 많이 우리곁에서 1+1의 삶을 보여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단지 하나 그리운 아버지를 그곳에서 만났으리라는 것만 빼곤 이 곳에서 더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나이는 지금 나보다 조금 이른 나이였다.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보여주었던 그녀를 추억하며 아주 천천히 책장을

넘겼던 그리움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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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위로 - 매일 조금씩 마음이 자라는 반려식물 이야기
박원순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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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라면 질색이었던 내가 토리라는 강아지를 만나 가족이 되면서 그동안 예쁜지 몰랐던

다른 집 강아지들도 다 예뻐보이는 기적이 일어났다. 아 나도 살아있는 동물과 교감이 가능

하구나 싶었다. 금붕어를 키워봤지만 그렇게 예쁘다는 생각도 못했거니와 거의 죽어나갔었다.

그리고 딱딱한 아파트가 싫어 식물을 키워봤는데 이상하게 잘 되지 않았다.

그 이후 살아있는 것은 동물이나 식물 모두 거부감이 있었다.

오랜 꿈이었던 텃밭을 가꾸는 지금 생명의 소중함을 또 다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전업농부라면 더 크고 실한 곡식을 얻기 위해 약도 치고 거름도 하고 열심이겠지만 초보농사꾼인

내가 겨우 하는 일이란게 가물 때 물이나 좀 주고 풀이나 겨우 뽑는 수준인데도 녀석들은 알아서

먹을만큼 커주곤 한다. 아직 추위가 남은 초봄 감자를 심었더니 한 달 여후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에 보이지 않았던 녀석이 저녁무렵 싹이 돋아있는 걸 보고 이 맛에 뭔가를 키우는구나 싶고 녀석들이 너무 기특한 마음이다. 나에게 텃밭이란 또다른 반려가족인 셈이다.

  

 

원예학과를 졸업한 저자가 보는 식물의 세계는 우리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일단 보이지 않은 것들이 더 보이고 들리지 않는 녀석들이 목소리를 들을 것 같다. 동물도 그렇지만 식물도 좋은 음악을 틀어주면 반응을 하고 생장이 촉진된다고 한다.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치열하게 나름의 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녀석들의 마음을 읽고 생장 조건을 체크해서 관리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능력이 내겐 없는 것 같아 조금 아쉽지만 저자가 나누고 있는 식물과의 소통을 들어보니 그 세심함과 다정함에 은근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걸 읽어내기까지 오랜 지켜봄이 있었을 것이고 기다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격급한 나는 자격이 조금 미달하는 사람이다.

 

식물이 건네는 소리와 자태를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위로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그만큼 마음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저 사람이 정해준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나름의 삶을 꾸리는 식물의 이야기가 은은하게 아름답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든 일단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면 기르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쓴 저자의 마음도 다정한 사람이 아닐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비싼 차를 몰고 다녀도 오는 허망함이란게 있다.

때로 마음이 고플 때 반려식물 하나 키워보면 어떨까.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에서 오는 희열이 분명 있기

때문에 삶이 좀더 충만해질 것 같다.

 

이 책은 말하자면 현대를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음 처방전이다.

요즘같은 봄날에 시장에 가면 온통 예쁜 식물들이 자라는 화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운 식물가꾸기로 부자가 되어보자 권하고 싶다.

다만 식물도 나름 개성이 강하다고 하니 저자의 조언대로 물 줄때 주고 잎 떼어줄 때 떼주는 정도의 상식은 필요해보인다. 그래야 오랫동안 반려식물로 곁에 둘 수 있다니 말이다.

이 봄 날 가족이 될 반려식물을 만나고 싶다면 필히 먼저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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