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과 정약용 - 개정판 다큐동화로 만나는 한국 근현대사 1
이정범 지음, 이용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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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처럼 역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을 만나게 되었다. 얼마 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유홍준 교수가 출현하여 문화재와 문화재를 둘러싼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는 방송을 보았다. 학창시절 그렇게 열심히 외웠던 유적지 이름이었는데, 유홍준 교수의 설명을 들으니 기억하기 쉽고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시청하면서 정말 유익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저렇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재미있게 역사를 전달하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다큐동화로 만나는 한국 근현대사>시리즈 첫 권 <<수원 화상과 정약용>>이다.
다큐동화는 '사실적인 기록에 바탕을 두어 동화처럼 꾸며 낸 이야기'로 이 시리즈는 우리나라 근대와 현대를 움직였던 인물을 중심으로 가까운 과거의 이야기를 정리한 역사책이다. (머리말 中)
이 책에서는 정약용의 출생, 정조 임금과의 만남과 업적 그리고 유배 생활 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중심인물를 통해 근현대사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된다. 

1801년 2월 정약용의 반대파들은 정약용에게 어떻게해서든 죄를 뒤집어 씌우려했고, 명백한 증거가 없는 정약용은 그렇게 유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약용은 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을까? (본문15p) 

이제 그 이유를 알아가기 위해 정약용이 태어나고 성장할 무렵 나라 안팎의 사정을 살펴보게 된다. 역모를 꾀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사도세자가 죽게 된 서글픈 사건이 일어난 해에 정약용이 태어났고, 학문을 소중히 여기는 가문 속에서 자란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어릴 때부터 글재주가 뛰어났다. 정약용이 열네 살 되던 무렵, 이산과 홍국영이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고, 수없이 위험한 고비를 넘긴 이산은 스물다섯 살이 되던 해에 마침내 왕위에 올랐다. 정약용은 정조가 왕위에 오르던 해부터 실학자였던 이익의 학문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으며, 정조가 임금이 된 지 7년째 되던 해에 급제하여 정약용와 정조 임금은 드디어 만나게 된다.
유형원이 쓴 <반계수록>을 읽은 정조는 수원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고, 정조는 정약용과 함께 그 일을 진행시킨다. 

  

  

서양에서 이와 같이 어떤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하고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부터였다. 따라서 정조와 그 당시 학자들이 계획도시를 건설한 것은 세계 최초의 일로, 유럽보다 150년이나 앞선 셈이었다. (본문 78p) 

암행어사로 활약하면서 지위가 높고 낮은 것을 가리지 않고 엄하게 다스린 정약용은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았으나, 탐관오리들은 그를 몰아내기 위한 기회를 노렸고, 천주교 박해와 정조의 승하 그리고 서학 공부를 한 정약용은 오랜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조선의 가장 큰 격동기였던 정조 시대에 정조와 함께 했던 정약용의 삶은 그 시대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인 듯 싶다. 권력다툼과 세도 정치 등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천주교의 유입 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뽑아 그 능력을 인정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조와 강직함으로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자랑스러운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계획하고 설계한 정약용은 현 사회 속에서도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불행을 탓하지 않고 수많은 저술을 남겨 조선 후기의 학문과 문화를 크게 발전시키는 업적을 남겼다. (본문 149p) 

  

<<수원 화성과 정약용>>의 이야기는 정약용과 정조의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가지만, 그들을 둘러싼 당시의 사회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 이 시대의 역사가 한 눈에 펼쳐지게 된다. 더군다나 이야기 속에 담겨진 한국미가 넘치는 그림과 관련 사진들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더하고 있다. 전혀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으며 여타의 동화책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앞으로 출간될 이 시리즈에 큰 기대를 갖게 되었다.
역사를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동화처럼 풀어놓은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사진출처: '수원 화성과 정약용'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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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엘리베이터 - 제9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14
김이삭 외 지음, 권태향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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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가을 하늘, 울긋불긋 예쁘게 물든 나뭇잎,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는 낙엽 떨어진 등굣길....가을 느낌이 물씬나는 요즈음 시 한편으로도 마음이 설레입니다.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서 시를 짓는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친구, 아들, 나, 바다 등을 주제로 쓴 시낭송을 들으며, 좋고 나쁨을 떠나 설레이는 가을을 풍부한 감성으로 채워보았습니다.
문득, 나도 이 가을과 어울리는 멋진 시 한편을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가져보았지요.
그리고 얼른 향기가 솔솔 날거 같은 동시집 <<향기 엘리베이터>>를 꺼내 읽었습니다.  

<<향기 엘리베이터>>는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으로 우리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촉촉히 적셔줍니다. 이 동시집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쓰여진 동시가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다문화가족에 대한 내용을 담은 몇 편의 동시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분교만이 가진 따뜻한 풍경의 모습을 담은 예쁜 동시도 눈에 띕니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 속에 남아있는 따뜻한 부분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시'만이 가질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아닐까 싶네요.
이 동시들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사랑과 배려 등으로 가득 차게 될 거 같아요. 

 

산골 분교 

깍깍깍
물까치 아침 인사로
문을 여는
산골 분교 

(중략) 

교실은 깨끗한지
조르르 다람쥐가
쫑긋쫑긋
창문 안 넘보다 가고
 

숲속에선 뻐꾹뻐꾹
논길에선 개굴개굴
짝꿍과 손잡고 들어서는
신 나는 산골 분교 (본문 86,87) 

우리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착한 베트남 아가씨,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
삼거리 신호등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 

술 취한 남편 피해 숨어 산다는
필리핀 아줌마의 뉴스 한 도막 

여권 빼앗기고 월급도 못 받은 채 일한
태국 아저씨의 신문 기사 

일 끝내고 한글 교실에서
우리말 배우는 

엄마 마음은 어떨까? (본문 56p) 

이 밖에도 코시안 엄마가 힘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말냉이꽃>, 병인이 아재와 결혼한 베트남 아지매가 낳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반가운 마음을 담은 <쫄병 생긴 날>, 우리 농산물을 키우고 있는 네팔 형, 방글라데이시 아저씨, 몽골 아줌마의 모습을 담은 <신토불이> 등에서  다문화 가족으로 바뀌어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이런 시들을 통해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왜곡된 시선이 바로 잡아졌으면 좋겠네요. 

힘센 십 원 

장롱을 받치던 이삿짐 아저씨가
엄마에게 장판 조각 있느냐고 한다
엄마는 없다고 한다 

아저씨는 동생이 들고 있는
빵 저금통을 보시더니
동전 몇 개 달라지만
동생은 아프리카에 보낼 거라고
등 뒤에 숨긴다 

엄마가 달래서 얻은 동전 몇 개
장롱의 발 밑에 들어간다 

십 원은
장롱도 받치고 지구도 받친다 (본문 29p)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이렇게 시로 재미있게 표현되었습니다. 쓸모없는 동전이 되어버린 십 원이 장롱도 지구도 받친다는 구절이 참 예쁩니다. 작은 십 원이지만 그 소중함이 잘 드러나 있네요.
친구와 화해하는 장면이 예쁘게 그려진 <낙서>, 구제역으로 근심가득한 시골의 모습을 담은 <구제역>, 도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개울 청소> 등등 일상의 소재가 참 재미있고, 예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동시들을 통해서 미소를 지어보기도 하고, 반성도 하고, 으슬으슬 추워지는 이 가을날씨에 따뜻함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의 모습을 '시'를 통해 고스란히 담은 <<향기 엘리베이터>>는 짧은 글귀로 긴 여운을 남겨줍니다.
이 작품들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채워주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나누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힘일 것입니다. 

(사진출처: '향기 엘리베이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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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소년 롤프 1 늑대 소년 롤프 1
파울 반 룬 지음, 휴고 반 룩 그림, 유영미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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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늑대인간을 주제로 한 영화나 여우로 둔갑한 누이 이야기를 담은 우리나라 전래동화 등을 보면 무시무시한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보름달과 함께 변신하는 늑대 모습,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변신하는 여우의 모습은 섬뜩하기만 하다.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부분 성인으로 표현되며, 인간으로서보다는 늑대로서의 본능을 중심으로 보여주면서 공포적인 부분을 두각시킨다.
<<늑대 소년 롤프>> 제목에서 섬뜩함이 느껴지지만, 표지 삽화를 보니 늑대가 너무너무 귀엽다. 더군다나 늑대가 안경을 쓰다니? 왠지 코믹함마저 느껴진다.
이 시리즈가 네덜란드에서 큰 열풍을 일으켜 8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저자 파울 반 룬은 네덜란드 아동문학상을 9번이나 받은 작가라고 하니,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롤프는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 막 잠을 깼을 때는 몰랐지만 자신에게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자신이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변한 것일까? (본문 7p)  


한밤중에 잠에서 깬 롤프는 일곱 번째 생일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설레여하지만, 곧 생일마다 떠올렸던 엄마 아빠를 생각했다. 사년 전 갑자기 부모님이 사라진 후, 롤프는 티미네 집에 살게 되었다. 부모님 생각을 하던 롤프는 갑자기 온 몸이 가려워지면서 피부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자신이 늑대로 변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닭을 잡아먹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을 느낀다. 

"난 정말 싫어, 나는 달라지고 싶지 않아! 늑대 인간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본문 51p) 

  

롤프는 공원에서 절망에 사로잡힌 자신을 향해 다가온 지팡이를 짚은 아저씨를 통해 이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늑대 인간이 너 혼자인 줄 알았냐? 이 세상에 혼자만 겪는 일은 없단다. 눈먼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도 한둘이 아니고,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혼자 사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고, 여드름이 난 사람이나 치아 교정을 하는 중인 사람도 한둘이 아니지. 또 휠체어를 탄 사람도 한둘이 아니야. 언제나 주변에는 비슷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있어. 너만 그런 일을 겪는게 아니란 말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 상황이 나쁘지는 않단다." (본문 53p) 

  

롤프는 티미를 괴롭히는 친구를 혼내주고, 늑대 인간이 되면서 운동을 잘하게 되어 친구들의 관심을 받게 되자 늑대 인간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지만, 늑대인간을 잡으려는 크라이데바이스 아주머니의 감시와 더 이상 티미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큰 슬픔을 느낀다. 

살다보면 여러가지 어려움에 부딪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 절망하고 힘들어한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는거지?" "왜 하필 나야?" 등의 생각은 절망 속을 더욱 허우적거리게 한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혼자만 어려움에 부딪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늑대 인간이 된 롤프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면서 좋은 점을 찾아가고, 슬기롭게 헤쳐나갔고, 에디슨은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성공하지 못하는 원인을 한 가지 더 알아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좋은 점을 보려한다면, 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흥미로운 소재,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지혜를 보여주는 <<늑대 소년 롤프>> 시리즈가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사진출처: '늑대 소년 롤프 1'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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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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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문학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등용문 '제 9회 푸른문학상'에서 수상된 9편의 중.단편동화를 엮은 <<나의 철부지 아빠>>는 우리 주변의 모습에 재미와 감동이라는 양념을 섞어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9편의 동화에는 가족, 용기, 우정, 거짓과 진실 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신인 작가들의 신선함이 돋보인다.
특히 표제작인 <나의 철부지 아빠>는 웃음 코드 속에 가족의 사랑을 잘 담아낸 작품으로, 철부지 아빠와 속 깊은 아들의 알콩달콩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어른이 나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깊은 생각으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기심이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어른들의 이기심과 선입견의 오류를 짚어주기도 한다.
이런 의미로 볼때, 동화책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어른들도 동화책을 통해서 아이들의 순수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듯 싶다. 

'환승입니다' 버스를 타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수 있는 이 멘트를 싫어하는 아이는 다름아닌, '유환승'이다. 친구 민철이는 유독 환승이를 놀리곤 했는데, 아빠의 가출로 환승이는 민철이의 유치한 장난을 받아줄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환승이는, 버스를 탔던 아빠가 '환승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자 가족의 사랑으로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를 이겨낸다. 줄곧 들어왔음에도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이 멘트가 <환승입니다>라는 멋진 동화로 탄생했다. 신선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열병을 심하게 알고 난 후 눈이 보이지 않게 된 12살의 강찬과 할머니의 애틋함을 그린 작품 <척, 보면 알아요!>는 할머니의 사랑이 전해지는 듯 따스함이 느껴진다.
<마법을 부리는 마술>에서는 우정을 담은 작품으로 친구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우정에 대한 효성이의 심리가 잘 드러나있다.
심리 묘사가 뛰어난 또 하나의 작품 <내 얼룩이>는 코시안 동우의 이야기이다. 못 생기고 더러운 떠돌이 똥개와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깜씨'로 불리며 따돌림을 받는 동우가 친구가 되는 과정이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아내고 있는데, 특히 따돌림 받는 동우가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 떠돌이 개에 돌을 던지는 장면 속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악성 댓글, 악성 루머 등으로 상처를 받는 일은 비단 연예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너, 그 얘기 들었니?>는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부풀려지면서, 소문으로 상처받는 아이와 소문을 내고도 당당한 아이, 그리고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가슴 한켠을 짠하게 했던 작품 <공짜 뷔페>는 소외된 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곧 돌아오겠다는 쪽지 한 장을 남겨 놓고 엄마가 집을 나간 뒤, 두 형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배고픔, 주위의 시선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 형제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가면>은 자신을 괴롭히는 성민이 형 앞에서 늘 말 더듬이가 되는 지웅이가 마법 가면으로 용기를 얻는 과정 속에 성민이를 이해하고, 성민이에게 기꺼이 가면을 양보하면서 우리 스스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며, 타인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다.
입양을 소재로 한 <오늘은>은 오늘 동생이 오는 다정이가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동생 동주가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흐뭇하게 그려졌다. 

"미안해, 누나. 나는 누나가 엄마 아빠 진짜 딸인 줄 알고.........누나한테 잘해야만 엄마랑 아빠가 나를 예뻐해 줄 거라 생각했어. 안 그럼 나 다시 보육원으로 보내질까 봐....."
동주의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었다. 내 마음도 동주 눈망울이랑 똑같아졌다. (본문 157p) 

표제작 <나의 철부지 아빠>는 철부지 아빠와 살아가는 아들 경태의 이야기이다. 남은 김 한장을 아들에게 양보하지 않고 먹어 버리는 철부지 아빠지만, 경태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아빠 못지 않다. 엄마가 돌아가신 줄 알았던 경태는 엄마가 경태를 낳고 한 달 만에 가버리고 아빠가 스무 살에 미혼부가 된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엄마는 나를 낳기만 하고 가 버렸다니.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본문 181p) 

그런 경태를 위해 10년동안이나 소식이 끊겨 행방을 알 수 없는 엄마를 찾던 아빠가 사고를 당하면서 경태는 아빠의 사랑을 느끼고 마음을 푼다. 자칫 어두울 수 있는 가족의 해체에 대한 소재가 철부지 아빠라는 설정으로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9편의 동화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소재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이 작품 속에는 소외 계층과 우리와 조금 다른 가족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다문화 가족의 확산과 가족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짐에 따라 우리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나의 철부지 아빠>>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우리 아이들의 내면의 모습을 잘 표현한 작품이 많은데,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어른들이 보듬어야 할 부분을 보게 되었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은 그들을 보면서 마음 속에 따뜻함을 채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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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 - 명화가 된 역사의 명장면 이야기
박수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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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역사가 하나로 엮은 작품 <<미술간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는 역사의 명장면을 그린 명화를 감상하며 그 안에 숨은 이야기를 읽는 책이다. 그림을 통해서 사건을 이해하도록 이끌고, 역사를 읽으면서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작품으로, 명화와 역사를 함께 봄으로써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더 용이할 듯 싶다.
표지 그림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지 그림은 1796년경 위베르 로베르의 <루브르 대회랑 보수 계획>이라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흡사 미술관에 온 듯 작품을 보며 감상하는 시간동안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 주는 느낌이든다.
이렇게 표지를 넘기는 것에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하는 작품이지만, 오랜동안 책을 보며 감상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이 작품은 대홍수 뒤의 세상, 3천 년 전 트로이의 비극, 델리라와 클레오파트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알렉산더 대오아의 전쟁, 로마 제국의 탄생과 멸망, 문명을 덮친 자연재해, 동방 박사와 아기 에수, 황제의 모습, 신대륙에 발을 디딘 사람들,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 나폴레옹의 탄생과 몰락, 프랑스 민중의 혁명, 과학의 발전, 평화를 위해 붓을 든 화가들..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이야기와 명화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같은 사건이나 인물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표현환 명화 두 편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같은 역사,인물 속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보여지는 이야기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저자는 이 작품의 구성을 소개함으로써 이 책을 좀더 잘 볼 수 있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명화 두편을 아우리는 개요 글을 먼저 읽고, 명화를 감상하면서 무엇을 그린 그림일까를 상상해보도록 권한다. 명화 속 역사 이야기를 읽고 난 뒤, 사건의 뒷이야기나 화가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들을 읽고, 명화를 어떤 기법으로 그렸으며, 무엇을 그린 그림인지 자세히 알아보며 두 명화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런 과정은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명화와 역사를 오롯이 이해하고, 보고 읽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중요한 안내서가 된다.

사람들이 죄를 짓고 교만에 빠졌을 때 하느님이 세상을 심판하고 벌하는 이야기는 수많은 화가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대홍수>, 피터르 브뤼헐 <바벨탑>는 대홍수 뒤의 세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놓칠 수 있을 명화의 구석구석에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에 대한 설명은 명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tip이 된다.

매력적인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페테르 루벤스 <삼선과 델릴라>, 제라르 드 래레스의 <클레오파트라의 연회>는 목판에 그린 유채와 캔버스에 그린 유채를 통해 서로 다른 미술기법이 주는 작품의 느낌을 구별하는데 좋은 예가 된다.

알렉산더 대왕의 전쟁 이야기를 담은 <이수스 전투><알렉산더 대왕의 이수스 전투>의 두 명화 역시 큰 차이를 보이는데, 모자이크 작품인 <이수스 전투>에 비해 목판에 유채로 그린 <알렉산더 대왕의 이수스 전투>는 전쟁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특히 어마어마한 수의 군사를 표현한 부분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구도인 '부감 기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표현력이 압권이다.

로마 제국의 탄생과 멸망을 담은 <샤비니 여인의 약탈>과 <로마 인의 타락>은 모두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작품이지만,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른다. <로마 인의 타락>을 그린 토마 쿠튀르는이 한 점의 그림으로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사치와 항략에 빠진 지도층이 술과 노래에 취해 흥청망청 지내면서 로마는 뿌리부터 흔들려 명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이 명화를 보면서 어린이들은 역사 속 로마의 멸망 과정이 쉽게 이해될 듯 싶다.

이 명화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한국에서 일어난 학살을 담은 파블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작품이다. 한국 전쟁 속에 대학살이 벌어지면서 황해도 신천에서 3만 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 사건이 외국으로 보도되었고, 이 소식을 접한 피카소가 목판에 유채를 이용한 기법으로 그림을 통해 사건의 끔찍함을 알렸는데, 군대와는 상관없는 무고한 시민들의 고통이 처참하게 담겨져 있다.
특히 피카소는 이들이 죄없는 선량한 사람이라는 걸 '나체'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놀란 어린아이와 임신한 여인을 통해서 인간이 저지른 전쟁과 학살의 참혹함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뒷이야기를 담은 부분은 보고, 읽을거리가 참 많다. 역사 속에 한 장면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부분에는 화가 나름대로의 생각이 담겨져 있기도 했으며, 그림 속 사람들은 화가 아내가 모델이 되기도 하고, 다른 명화 속 장면을 재현하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 명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는 미술관에서 만나보는 명화의 감동이 그대로 전달되어졌으며, 역사와 명화 속에 담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아우르며 감상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 된 듯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명화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폭을 넓히고, 화가들이 보여주는 역사 속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생각이 폭도 함께 넓혀가는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사진출처: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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