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양장) I LOVE 그림책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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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처음 접한 것은 4년 전 작은 아이가 4살 때였습니다. 한창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때였고, 이제 막 말을 듣지 않을 때이기도 했지요. 저에게는 말썽부리는 4살 아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큰소리도 치며 육아의 어려움을 느낄 무렵기도 했습니다. 아들 녀석때문에 웃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했던 때였지요. 이 그림책이 한창 베스트셀러로 인기 몰이를 하던 때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 무렵, 책 읽기에 서툰 아이는 책 제목을 읽어주면 '다 읽었다~'하며 책 읽기를 지루해하던 때였습니다.
이 그림책을 받고, 책을 읽어주겠다며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함께 책을 펼쳐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왠일인지 제목을 다 읽어주었는데도 선뜻 일어서지 않는 아이를 신기해하며 얼른 다음 페이지를 넘겨 읽어주었지요. 그리고 어느 새, 아이와 저는 책 속에 푹 빠졌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를 사랑해.
머리끝부터 발긑까지 너를 사랑해. 

  

말썽을 부릴 때나 심술을 부릴 때도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를 사랑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엄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처치의 삽화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에게 천천히 한 구절씩 그렇게 읽어주었습니다. 책을 읽는동안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어느 새 제 눈이 촉촉해졌습니다. 내 감정 그대로 목소리에 실려 아이에게 전달되어졌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해'라는 말을 했었지만, 이 말을 하면서 감정이 복받쳐오르는 것은 실로 오랫만이었던 거 같았지요. 출산 후 처음 내 아이와 만났을 때처럼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아이를 가슴에 꼭 안아 '사랑해'라고 말해주니, 아이도 '나도 사랑해'라며 엄마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줍니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 촉촉해진 눈으로 행복함에 웃어버렸습니다. 

  

그 뒤로도 종종 읽어주던 책이었는데, 조카가 태어나면서 이 책을 선물로 주었지요. 그리고 4년 후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4년 전 처음 이 책을 읽어주던 때가 이렇게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아이의 얼굴, 엄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아이의 모습, 엄마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사랑해'라고 말하던 앙증맞은 목소리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새 자라서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커준 아들을 보니, 새삼 감정이 복받쳐 오르며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아이를 꼬옥~ 안아봅니다. 아이는 지금도 엄마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줍니다.  아이는 변함이 없는데, 저는 아이에게 욕심을 부리고, 기대를 하고, 잔소리를 합니다. 아이의 토닥거림에 내 눈가가 어느 새 다시 촉촉해지는 것 같았지요.
잊고 있었나 봅니다. 말썽을 부릴 때도, 심술을 부릴 때도, 어제도, 오늘도 언제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 좀더 많이 표현하고, 많이 안아주렵니다. 엄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렵니다. 

4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게 된 이 그림책을 보면서, 출간 후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4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마음처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가 주는 감동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사진출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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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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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내내 엄마인 나의 직업이 소설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딸을 향한 마음을 진솔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부러웠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책을 출간한 저자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나를 대신해서 내 딸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리라.
저자 공지영은 소설가가 아닌 엄마라는 입장에서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를 산문집으로 엮었다. 편지마다 담겨진 저자의 진솔한 마음과 딸을 향한 사랑과 응원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함께 해주지 못했던 아픔과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내어 놓은 해결방법 그리고 자신이 읽은 책 속에 담겨진 글과 느낌을 인용하여 딸에게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말을 편지로 받아 줄 수 있는 딸을 가진 엄마는 얼마나 행복한지! 27p

얼마전 ’1학년 1반 34번’이라는 책속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다. ’사랑을 하면 왜 모두 기대를 거는 걸까? 그냥 사랑만 하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초등학생인 딸에게 사랑 속에 큰 기대를 담아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합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타박을 하며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는 마음으로 나를 포장하곤 했었다. 
그건 딸의 삶을 인정하려하지 않은 채,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딸에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시대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과욕으로.....그것을 사랑이라 명명하면서....

릴리야, 사랑한다. 나는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네 날개를 마음껏 펼치거라. 두려워할 것은 두려운 그 자체뿐이다.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 중 72p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 아무것도 두려워 말고 네 날개를 맘껏 펼치기를. 약속해,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엄마는 너를 응원할 거야. 72p

그동안 나는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내 딸의 삶을 내가 대신 살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내가 만들어 놓은 틀안에 딸이 부합되는 아이이기를 기대하며 자신의 날개를 펼치려는 몸부림을 눌렀던 것은 아닌가.
한숨이 내쉬어진다. 
나는 내 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대한 표현의 방식을 잘 못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되려나? 지금부터 기대를 포함하지 않는 ’사랑’으로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으려나? 마음이 아리다.

이렇게 숨이 차게 나열을 하는 모든 조건에 솔직히 너는 거의 한 가지도(미안해, 한두 가지는 거의 근접하고 있기는 해. 좀 더 네가 노력한다면 말이야) 도달해 있지 않지만 엄마는 엄마가 꿈꾸던 딸이 바로 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254p

저자 공지영은 첫 편지부터 수영장을 다니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편지가 끝날때까지 수영장을 한번도 가지 못했다. 편지마다 ’수영’ 이야기를 담은 것은 그것을 통해서 딸에게 ’삶’을 이야기 하고자 했던 듯 싶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과 혹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좌절하지 말고 남아 있는 오늘과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

세상의 어떤 엄마가 자신의 딸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사랑이라는 마음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온전한 사랑’ 을 전해주려고 한다. 아이의 마음을 억누르는 기대를 접어 ’온전한 사랑’으로 딸의 손을 잡아주려고 한다.
아이는 점점 자랄 것이고, 위녕처럼 고등학생이라는 시간이 다가올 것이며 진로와 사랑과 우정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시간을 분명 겪게 될 것이다.
저자 공지영처럼 좋은 말과 글로 딸에게 편지를 줄 자신은 없다. 책속의 멋진 구절을 인용하여 딸의 마음을 위로해줄 자신도 없다. 하지만 나 역시 공지영처럼 목이 터져라 응원할 자신은 있다.
"딸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 역시 너를 응원할 것이다"

위녕, 언젠가 어두운 모퉁이를 돌며, 앞날이 캄캄하다고 느낄 때, 세상의 모든 문들이 네 앞에서만 셔텨를 내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 모두 지정된 좌석표를 들고 있는데 너 혼자 임시 대기자 줄에 서 있다고 느껴질 때, 언뜻 네가 보았던 모든 희망과 믿음이 실은 환영이 아니었나 의심될 때, 너의 어린 시절의 운동회 날을 생각해. 
그때 목이 터져라 너를 부르고 있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네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야. (중략)
네가 달리고 있을 때에도 설사, 네가 멈추어 울고 서 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
  255p

공감되는 내용이 많은 책이였다. 나 역시 위로받을 수 있었으며 (내가 딸인 듯 착각한 것은 아닌지...^.^),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알게 된 듯 싶다. 세상의 모든 딸에게, 그리고 딸을 가진 엄마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 한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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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깨비 책귀신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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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귀신보다는 ’도깨비’가 참 친숙한 이름인거 같아요. 할머니 옆에 누워서 듣는 옛날 이야기 속에도 도깨비는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죠.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나쁜 사람을 혼내주기도 하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멋진 캐릭터로도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어떤 도깨비로 등장할지 궁금합니다. 

이 책 주인공 ’고리짝도깨비’는 돈궤로 쓰던 고리짝이 영물이 되어 도깨비가 되었다고 하네요.
고리짝 도깨비 친구로 등장하는 빗자루도깨비도 마당을 쓰는 빗자루가 닳고 닳아 도깨비가 되었구요, 오래된 시절에 쓰던 공책이 도깨비가 된 공책도깨비도 있답니다.
고리짝도깨비는 오래전 고리짝일때 주인이 고리짝에 돈을 많아 담아 놓아서인지 돈 냄새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도깨비가 된 뒤 주인집에 몰래 찾아가 주인이 애지중지하는 돈을 가져왔답니다.

세명의 도깨비는 번개를 맞아 생긴 오래된 은행나무의 밑동에 생긴 구멍에 살고 있었답니다. 
강아지들이 도깨비 냄새를 맡고 도깨비들을 귀찮게 하자, 세명의 도깨비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답니다.
강아지들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컹컹’ 짖을때는 그 곳에 도깨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얼른 도망가야할 거 같아요..  캴캴캴  (도깨비의 웃음소리랍니다.)

도깨비들은 명당을 사려다가 한 선비와 시합을 하게 되었답니다.
선비도 그 명당 자리를 사려고 했었거든요.
겁이  났지만 그 명당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선비의 용기가 대단한거 같네요.
공책 도깨비만 믿고 문답내기를 벌였지만, 선비가 내 놓은 ’인불통고금이면’ 에 답을 할 수 없었던 도깨비들은 세종대왕을 찾아 여주 영릉으로 갔답니다.
선비와의 문답 내기를 통해서 도깨비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어요.

"대왕마마, 책이 그렇게 좋으십니까?"
"좋다마다요. 나는 밥보다 책이 더 좋다오."
"저 같은 도깨비도 책을 살 때 너무 기뻤습니다."
"허허허. 좋은 겨험을 했어요. 책방에 가는 기쁨, 책 사는 기쁨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다오."
"그게 무엇이옵니까?"
"책 읽는 기쁨이라오."
     94p

그런데 선비는 왜 그 명당자리를 사려고 했던 것일까요? 선비는 도서관을 지으려고 했었답니다. 하지만 명당자리를 사고 나니 도서관을 지을 돈이 없었어요.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낀 도깨비들은 가지고 있던 선비에게 주었고, 그 명당자리에는 <책 읽는 도깨비 도서관>이 들어섰답니다.
헌데, 우리 책 읽는 즐거움에 푹 빠진 도깨비들은 어디서 살죠?

 캴캴캴캴캴캴!!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행복하게 웃는 도깨비의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

책 속에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를 경험하고 들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다소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말썽꾸러기 도깨비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느낀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책 읽는 도깨비> 책을 읽는 동안 책 읽기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천국은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어요. 이 말이 생긴 것은 책을 읽는 것이 그 무엇보다 행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은이 이상배-  



(사진출처: '책 읽는 도깨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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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27 - 팔도 냉면 여행기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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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어머니의 쌀> 편으로 시작된 <<식객>>이 <밀면>편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9년 동안 사랑을 받은 만화이니만큼, 아쉬움이 가장 큰 사람은 독자가 아니라 바로 작가 본인이 아닐까 싶다. 신문 연재 중단으로, 작가는 초라해지기보다는 <<식객>>의 위상을 지키고자, 연재를 중단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그의 <<식객>> 연재 종료에 대한 심정을 담은 글을 읽자니,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사랑과 노력 그리고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고,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이 작품에 쏟은 그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배부르게 먹기보다는 먼가 조금은 아쉬운 듯 먹었을 때, 그 음식에 대한 맛이 좋았었다는 기억을 하게 된다. 더 먹고 싶지만, 더 먹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이 그 음식에 대한 맛이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을 하게 된다.
<<식객>>작품이 바로 우리에게 그런 느낌을 주게 될 듯 싶다.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우리의 기억 속에 <<식객>>을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맛을 오랫동안 남아있게 될 것이다.

 

27권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식객의 <팔도 냉면 여행기>를 읽으면서 입안에 고인 침을 꼴깍꼴깍 삼켜야만 했다. 냉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인데, 군침도는 냉면 사진과 맛있게 먹는 그림과 냉면에 대한 묘사는 어느 누가 읽어도 나와 같으리라 생각된다. 
냉면의 본고장 북한에서도 인정하는 맛 진주 냉면, 사찰 음식 중 스님들 사이에서 으뜸 별미로 통하는 승소냉면, 면과 육수 그리고 겨울 세가지 특징을 가진 평양냉면, 평양냉명과 함께 냉면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한 함흥냉면, 6.25 전쟁 당시 북한의 냉면이 실향민들의 손을 거쳐 재탄생된 부산 음식인 밀면. 27권에서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냉면의 맛을 볼 수 있다. 



음식은 정을 만들고 감동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리움을 갖게 한다.
음식은 어머니다!
(본문 211p)

가게를 이어받기 위해 다투는 형제, 돈을 더 많이 벌기위한 운암정 봉주...음식은 그들의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는 어머니같은 존재이다. 고향을 생각하고, 어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음식이 아닌가 싶다. 허영만 화백은 9년동안 <<식객>>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음식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정이 아니였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27권에서는 음식이 주는 따뜻함, 어머니와도 같은 정을 깨닫도록 도와주기 위해 음식 대결 구조를 이용했다. 투닥투닥 다투는 형제를 하나로 이어준 것도 찬과의 음식 대결이었고, 실향민들이 고향의 느낌과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도 바로 음식 대결이라는 구도였다. 육수 하나를 끓이면서 온갖 정성을 들이는 과정을 통해서 음식이 주는 ’정’을 담뿍 느끼게 되었으며, 덕분에 나는 읽는내내 냉면이 먹고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내야했다. 아~ 가혹하다.





마지막 권이라 아쉬운 마음이 정말 가득한 책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맛있게 느껴진 것은 아니었나 싶다. 음식 속에서 느껴지는 그리움, 정성 그리고 참됨을 <<식객>>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9년동안 대한민국의 맛을 전해온 <<식객>>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허영만 화백이 더 좋은 작품으로서 우리들에게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과 인생의 희노애락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식객 27’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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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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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선뜻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 손을 놓지 못하고 말았다. 책을 읽다가 문득 여행 서적 중 유일하게 좋아했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책을 떠올렸다. 여행지에 대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여행을 통한 여행자만의 느낌 위주로 담아냈던 그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같은 출판사에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있는 시리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와 암실 이론에 끌려 중고카메라 Canon AE-1을 산 뒤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는 저자에 대한 설명이 왠지 마음에 든다.
어떤 것에 이끌려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해보지 않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끌리는대로 글쓰기를 시작하고, 사진 작업을 하고, 여행을 하는 그의 모습에 제목처럼 끌리고 있는 것인가? 그의 사진 하나하나를 유심히 본다. 여행지의 유명한 건축물이 아니지만, 그 나라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마음에 든다. 
오랫만에 여행에 끌리고 있다. 여행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말이다.


이 책은 주제도, 여행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어들었다는 저자는 그렇게 순서없이 그날그날의 느낌을 적은 듯 하다. 여행을 통해 깨달아가는 것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복잡한 자신만의 심경 등이 감성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일기처럼 혹은 시처럼 혹은 소설처럼....
나는 이런 여행이 좋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끌리는대로 따라가고, 마음에 드는 그 곳에서 머물러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렇게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따라가는 여행이 좋다.
시인 이병률의 끌림처럼 나 역시도 끌림이 있는 여행이 좋다.

『거북이의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 오래 살테니까요.』
도장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자기보다 오래 살 것이므로
먼저 거북이의 등을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이 두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이 거북이를 기르게 된 이유.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여덟. 거북이 한 마리 中)

여행을 하다보면 순간순간의 감정을 여행 후에는 잊게 된다. 그 여행지에서 남겨 온 사진만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증거로 남듯이.
여행 에세이는 다르다. 여행을 통해서 느꼈던 기쁨 혹은 눈물과 안타까움 그리고 행복이 담겨져 있다.
결코 사진만이 여행의 증거물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글 구절구절에서 느껴본다.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돼요. 마음이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이야기.열하나. 어쩌면 탱고 中)

사랑에 대한 상처를 가진 저자의 마음이 글 속에서 드러난다. 사랑의 상처로 아프지만, 사랑에 행복해하는 듯한 저자의 마음이 여행과 닮아 있는 듯 하다. 여행이 주는 끌림을 좋아하는 그는 여행 속에서 또다른 안타까움을 느끼는 듯 하다.
50여 개국을 정처 없이 떠돌았던 그는 여행 속에서 인생을 본 듯 하다. 그의 인생을 엿보면서 나 역시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 사랑, 꿈, 열정 그리고 수많은 감정을 배워가는 여행 속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그려본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이야기. 열아홉. 사랑해라 中)

그의 감성적인 글이 좋다. 그의 평범하지만 마음이 담겨진 사진이 좋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기존의 여행 서적이 아닌 마음을 담은 여행 에세이라 좋다. 끌림이 있는 그래서 쉽사리 책을 놓을 수 없는 이 이끌림이 좋다.









(사진출처: ’끌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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