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영화를 통해 알려진 '빵과 장미'는 현대 노동운동사에서는 상징적인 구호라고 하는데, '빵과 장미'는 노동자들의 기본 생존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누릴 권리라는 의미를 각각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1970년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투쟁했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떠올리게 되었다. 두 주인공 열두 살 로사와 열세 살 제이크가 1912년 로렌스 파업에 직접 동참한 인물은 아니었으나,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우리나라의 1970년대와 맞물리면서 행복한 삶을 위한 노력을 보여준 등장인물들과 전태일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함께 뭉치자구요. 연대라는 말 기억하죠" (본문 151p)

또한, 이 작품에서는 '연대'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총과 칼이라는 폭력을 가슴으로 대항하면서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파업 시위를 진행하지만, 경찰들은 추위에 떠는 이들에게 차가운 물과 폭력으로 맞선다.

최근 추운 날씨에 한미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쏜 경찰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행복을 위한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연대'에 대한 의미와 함께 뭉클함을 전해주었다.

 

사실 <<빵과 장미>>는 로렌스 파업과 진압을 배경으로 두고 있고, 그 시대적 배경만으로도 독자들에게 큰 의미를 주고는 있지만, 두 주인공은 파업에 동참하기 보다는 그 시대적 배경에 따른 혼란과 갈등을 겪고, 파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각자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이라는 큰 골격을 가지고 있다.

로사와 제이크의 만남은 건물 사이의 좁은 틈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악취가 하늘을 찌르는 쓰레기 더미에서였다. 폭력을 사용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피해 쓰레기 더미에서 잠을 청하려던 제이크와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새신발을 사줄까 싶어 쓰레기 더미에 신발을 버렸으나, 곧 바보같은 짓이라 생각하고 신발을 찾으려는 로사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신발을 함께 찾아준 제이크가 쓰레기 더미에서 자는 것을 염려한 로사는 따뜻한 온기라고는 없는 집 부엌 한켠을 내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 이들이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갈등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탈리아계 이민 노동자의 딸이자 학교에서는 우등생인 로사는 '교육받고 교양있는 존경받는 미국인'이 되고자 한다. 핀치 선생님이 파업이 결코 정당하지 않음을 이야기했기에, 로사는 엄마와 애나 언니가 파업에 동참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파업에 동참하는 엄마는 작고 오종종한 평소의 엄마보다 훨씬 더 커 보였고, 이탈리아 자장가와 베르디, 푸치니의 아리아가 아닌 노래를 목청껏 부르고 있었다.

로사는 더는 혼자가 아니라 거대하고 강력하며 정당한 무언가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같은 반 조 오브라이언이 체포되고, 애니 로피초가 죽는 것을 보면서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느라 노심초사한다. 로사는 결코 승산없는 싸움인 파업을 회피하려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위 행렬에 쓸 피켓을 만들게되고, 파업을 후원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안전한 곳 버몬트로 가게 된다.

 

반면 술주정뱅이 아버지에 이끌러 돈을 벌어야했던 제이크는 파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고, 먹을 것과 잘 곳을 찾아 전전긍긍하다가, 다시 만난 로사를 통해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뉴욕으로 가기 위한 서명지에 아버지의 서명을 받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지만 아버지는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제이크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로사를 쫓아 버몬트로 함께 향한다.

로사의 도움으로 버몬트에서 제리바티 부부와 함께 살게된 제이크는 또다시 두려움에 도망칠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제라바티 씨의 금고에 손을 대게 된다.

 

가족의 안위 걱정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로사, 아버지의 죽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치고 싶어하는 제이크, 그리고 아들의 죽음으로 마음을 닫은 제리바티 씨, 이렇게 각자의 고민을 끌어안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노동자 파업이라는 사회적 배경과 맞물리면서 혼돈, 갈등, 해소라는 심리적 변화를 보여준다.

 

제이크는 달리기 시작했다. (중략) 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자라는 새로운 삶. 그것을 향해 달리는 기분은 정말 야릇하고도 황홀했다. (본문 352p)

 

파업에 대한 불안, 가족에 대한 걱정을 가진 로사는 엄마가 아름다운 나무였음을 깨닫는다. 혹독한 겨울에도 꿋꿋이 서 있고, 앙상한 가지들은 눈보라에 맞서는 은처럼 강했으며, 굽어질지언정 부러지지는 않을 엄마에 대해 깨닫게 된 로사는 파업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떨칠 수 있었으며, 엄마에 대한 믿음,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엄마와 그들의 노력을 엿보게 되었다.

 

우리는 결코,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물가에 심은 나무처럼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본문 332p)

 

<<빵과 장미>>는 십대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바라보는 10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일과 마주하게 하는데, 그 모습 속에서 현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고씹어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사회적 배경 속에서 혼란을 겪는 두 주인공이 행복한 삶을 위해 투쟁하고 노력해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모든 과정들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두렵고 섬뜩하고 무서운 것들로부터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넘어서기 위한 주인공과 노동자들의 행복으로 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았을지라도 그들은 가슴에 담은 희망과 열정으로 행복을 향해 가기위해 노력했으며, 그 노력으로 그들은 결국 '행복'이라는 삶을 갖게 되었다.

현 우리 사회는 '촛불 시위'를 통해서 빵과 장미를 위한 연대적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반값등록금과 한미FTA 시위 등을 통해서 우리는 좀더 나은 삶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인데, 이런 과정들은 청소년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을 주는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히자면, 우리는 그들을 후원해주었던 제리바티 부부처럼 누군가가 희망의 불씨를 태울 수 있는 성냥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구 곳곳에서 변화를 위해 일어나고 있는 투쟁이 결코 그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변화, 성장, 희망, 행복 등 수많은 단어들을 생각하게하는 <<빵과 장미>>를 읽는 동안 느꼈던 뜨거운 감동은 결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성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똑똑한 그리기 놀이책 똑똑한 놀이책
김충원 지음 / 진선아이 / 2011년 11월
구판절판


우리 아이 그림실력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다보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김충원'입니다. 몇 해전 '김충원의 미술교실' 프로그램으로 어린이 미술교육에 새바람을 일으킨 바가 있어, '미술'하면 으레 '김충원'이 떠오른다. 저자 김충원은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련 서적 또한 많이 출간하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는데, 이번에는 점과 점, 선과 선을 이어 그림을 완성하는 방법을 통해 그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4~6세 어린이들을 위한 <<똑똑한 그리기 놀이책>>을 출간하였다.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만들어지고, 선과 선을 이으면 세모모양, 네모모양이 만들어진다. 더 나아가 여러가지 모양의 꽃과 동물,차 등을 그릴 수 있는데, 점에서 시작되는 그리기의 원리를 다양한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 속에서 저절로 깨달아가게 된다.

<<똑똑한 그리기 놀이책>>은,

1장 점과 점 이어 그리기
2장 직선으로 이어 그리기
3장 곡선으로 이어 그리기

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단계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점차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1장을 점과 점을 이어서 그림을 쉽고 단순하게 완성해 보는 단계이며,

2장은 모눈 종이를 이용하여 선과 선을 연결하여 그림을 완성하는 단계이다.

마지막 3장은 모눈 종이를 이용하여 대칭 그리기, 비대칭 그리기, 복사하기, 확대하기, 축소하기, 왜곡하기를 통해서 점과 선의 단계를 넘어 스스로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이다.

1장과 2장은 점,선으로 그려진 왼편을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과정인데, 그려진 그림을 따라 그리는 과정 속에서 관찰력, 집중력이 향상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듯 싶다.
쉬운 단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처음 그리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만족감을 함께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하다. 다양한 모양의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이용하면 아이들의 자신감을 더욱 UP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점과 선을 이용하여 꽃과 동물,차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소재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이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신기했는데, 책에 수록된 단계를 거치다보면 점과 선, 모눈 종이가 없이도 논리적인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 구성이 체계적이라 마음에 든다. 동물을 좋아하는 작은 아이는 그림을 그리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림을 통해서 상상력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첫 그리기 그림책 <<똑똑한 그리기 놀이책>>은 그리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에게 그리기의 원리를 스스로 깨우치도록 이끌어주면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 그림에 자신감을 갖게 되리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저자 김충원은 오랜시간동안 어린이를 위한 미술교육에 힘써 왔기에, 더욱 믿음직스러운 책이 아닌가 싶다.

(사진출처: '똑똑한 그리기 놀이책'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 동화 보물창고 40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예령 옮김,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모 신문에서는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라는 제목으로 범의학 리포트는 연재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범의학 전문가 및 일선 형사들의 지문, 치밀한 수사기록 분석 등을 바탕으로 구성(서울 신문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中)되었는데, 읽다보면 언뜻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추리소설의 대명사라 불리우는 '셜록 홈스'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이 사건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뛰어난 관찰력과 치밀한 분석 그리고 최면술 등을 이용한 다양한 수사방법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한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데, 120년 전에 탄생된 '셜록 홈스' 시리즈에서도 이런 날카로운 관찰력과 치밀한 사건현상의 분석 뿐만 아니라 '완벽한 추리력'으로 기묘한 사건을 해결하는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1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영화, 소설, 드라마 등으로 재탄생 되어왔기에, 나 역시도 학창시절부터 다양한 구성을 가진 이 시리즈를 꾸준히 접하게 되었다. 아마 이 시리즈를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읽을때마다 그의 놀라운 추리력에 넋을 놓게 되는데 이번에 읽어보게 된 보물창고의 <<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을 읽으면서 저자 아서 코난 도일의 가진 놀라운 상상력과 추리력 등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1926년, 유명한 범죄 소설 작가인 아가사 크리스티(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명이다)가 실종되었을 때 경찰이 실제로 코난 도일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하니,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이 가진 관찰력이나 추리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상상력의 가치를 알 수 있지 않나?" (본문 75p) 

이 작품에서는 <얼룩무늬 끈><경주마 실버 블레이즈><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사라진 공격수> 총 4편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이런 기묘한 사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결국 무참한 사건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재물을 탐하는 자의 무서운 욕심은 이웃 뿐만 아니라 가족조차 해를 가하는 악마적인 본성을 드러내는데, 요즘 간간히 일어나는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들을 볼 때, 탐욕은 인간이 가진 너무도 무서운 본성이 아닌가 싶다.
쌍둥이 언니의 죽음에 이어 자신마저 위험에 처해있음을 직감한 헬렌은 홈스에서 사건을 의뢰하게 되고, 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 속에서 재물욕으로 인해 자매를 죽이려는 양아버지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얼룩무늬 끈>, 강력한 우승 후보인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의 실종과 살해된 조련사의 사건을 담은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에서도 재물으로 인해 일어나 화를 보여준다.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에서는 가정교사인 바이올렛 헌터가 일하고 있는 너도밤나무 저택에서 일어나는 희귀한 일을 의뢰하는데, 이 사건에서도 역시 재물에 대한 탐욕으로 벌어진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사라진 공격수>는 사라진 럭비 선수 고드프리 스탠턴을 추적하는 사건인데, 기존의 사건보다는 생각보다는 긴장감이나 사건의 추리력이 조금은 부족한 느낌을 주는데다 결말마저 조금은 싱거운 느낌이지만, 괴팍한 삼촌으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될까봐 결혼한 사실을 숨긴 고드프린 스탠턴 선수가 슬픈 결말을 맞이하는 것을 볼때, 이 작품 역시 재물이 화근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4편의 사건모두 인간의 재물욕에 따른 사건이었는데, 현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여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끝>>에서 보여주는 홈스의 기발한 추리력은 이 사건들을 통해서 더욱 빛나고 있었는데, 특히 표제작인 <얼룩무늬 끈>에서는 홈스가 가진 능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홈스의 사건은 모두 극도로 끔찍하거나, 기가 막힐 정도로 우스꽝스럽거나, 굉장히 기이한 것뿐이었다. 이 친구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사랑하고 그것을 즐기려고 일할 뿐이었다. (본문 7p) 

셜록 홈스의 사건은 그의 친구이자 조력자인 왓슨에 의해 기록되는데, 왓슨은 홈스를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홈스의 수사기법인 '추리'는 첨단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요즘 사건 수사방법과 전혀 다르지만, 그만큼의 화려함과 완벽함을 갖추고 있다. 또한 홈스는 대단한 카리스마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인물로서 가진 매력, 기이한 사건 등이 '셜록 홈스' 시리즈가 오랜세월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또 다른 4편의 사건을 담고 있는 <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에서는 그의 비정상적으로 활발히 움직이는 두뇌가 어떤 추리로 사건을 해결해나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궁금증이 설레임으로 그리고 그 설레임이 긴장감으로 연결되는 추리소설과의 만남은 늘 즐겁기만 하다. 

(사진출처: '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 - 2004년 윗브레드 상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5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11월 10일 수능시험을 앞두고, 뉴스에서는 연일 수험생의 자살 소식이 보도되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의해 아이들은 유치원에 입학함과 동시에 경쟁 속에 살아가게 된다. 좋은 대학입학이 모든 아이들의 인생목표가 되었고, 성적의 좋고나쁨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대학의 당락이 마치 인생의 실패와 성공을 판단하는 조건이 되어버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 수능시험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되었고, 그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나 자살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마치 대학의 당락이 인생을 좌우되는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지만, 정작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인생은 대학의 당락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년동안의 학교 생활을 한번의 수능시험으로 결정해버리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그동안의 노력은 수능시험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 많은 빛을 발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수능시험을 못 봤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야>>라는 책 제목은 마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홍수로 온 세상이 사라진 듯 했지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처럼,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 이 책을 펼쳐보았다. 

영국 최고의 청소년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럴딘 머코크런은 수많은 문학상을 휩쓴 작가라고 하는데,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야>>역시 '윗브레드 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로서 저자는 윗브레드 청소년문학상을 세 차례나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등장인물을 보며서 참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은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아 청소년 소설로 담아냈는데, 신의 입장으로서가 아니라, 노아와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 대홍수라는 혼란 속에서 겪는 인간의 심리가 묘사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에는 노아와 세 아들인 셈, 함, 야벳이 등장하지만, 이 책속에는 이들의 아내와 노아의 딸 팀나, 그리고 풍랑 속에서 구해준 소년 키팀 등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으며, 팀나는 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노아의 방주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소재로 자주 등장하지만, 대홍수의 혼란 속에서 방주 속 인물들은 어떻게 보냈으며,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을지에 대해 다룬 책은 극히 드물 것이다. 방주 속 인물들은 처음에는 살아남았음에 기뻐하지만, 인간의 가진 내면의 본성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한다. 특히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은 아버지 노아를 따라 점점 자신이 하느님의 개시를 받은 자라 여기며 권력을 내세우기 시작하는 큰 아들 셈의 변화는 너무도 두렵게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질투와 우정 그리고 남성우월주의도 보여진다. 또한 주인공 팀나와 그 가족들 뿐만 아니라 대재앙 앞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이 느끼는 생각까지 묘사하고 있어 서로간의 입장을 표명한다. 

어머니는 가끔씩 이렇게 나를 지겹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럴 때면 어머니의 눈이 "자식 많다고 대수는 아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차피 딸은 아들처럼 환영받지 못한다. "노아는 셈, 함, 야벳의 세 아들을 두었다." 앞으로 백 년 후 사람들이 우리 집 얘기를 할 때 언급될 이름은 이 셋뿐이다. 나는 끼지도 못할 게 뻔하다. (본문 10p) 

대재앙 앞에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지만, 살아남은 방주 안의 인물들도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그 고통 속에서 서서히 병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처연하기만 하다. 그러나 팀나와 키팀은 반란을 꿈꾼다.
방주 안의 인물들의 삶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굉장히 힘들고 지친 상황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힘겨운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희망'을 보여주고자 함은 아닐었을까 싶다.  

이제 거의 끝났다. 악몽이 행로를 거의 다 마쳤다. 머지않아 우리는 다시 얼어나 일상을 되찾게 될 거다. 나쁜 일들은 모두 뒤로하고, 모두 더러움과 두려움의 탓으로 돌리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 어쨌거나 '세상 저편'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다. (본문 213p)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아 그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모티브의 영향탓인지 내용면에서 기독교적인 성향이 너무 강하게 배어난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이니만큼, 주인공 팀나가 혼란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묘사가 더욱 필요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청소년들에게 '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라는 의미가 좀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 되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소견과는 상관없이,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주 안의 리얼한 묘사, 등장 인물들의 심리적인 변화묘사는 압권이었다.
하느님은 인간의 악을 뿌리뽑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켰다. 2012년 세계의 종말이 예언되고 있는 가운데,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 가짐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햐~! 책을 읽고 난 뒤에 내가 처음 한 말은 탄식이었다. 정말 완벽하게 속고야 말았다는 작은 탄식과 기발한 트릭을 사용한 저자에 대한 감탄이 합쳐진 말이었다.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놀라운 트릭을 밝혀낼 수 있는 독자는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저자의 트릭은 놀라웠다. 

로트레크는 프랑스의 화가로 유명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열네 살 때 의자에서 떨어져 왼쪽 허벅지 뼈가 부러졌고, 그다음 해에는 오른쪽 다리마저 부러져버려 그의 다리는 더는 자라지 않았고, 결국 그는 150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하반신이 짧은 난쟁이 형상으로 살아가야했다. 로트레크의 그림은 웃음 뒤에 가려진 인간의 비애를 누구보다 절묘하게 잘 잡아내었다고 하는데,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에서는 로트레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시게키를 통해서 로트레크가 가졌을 아픔과 고뇌를 담아낸 듯 보인다. 

나와 시게키가 여덞 살을 맞이한 해 여름, 다리를 쭉 뻗은 채 엄청난 기세로 미끄럼틀을 내려가던 나는 미끄럼틀 중간에 멈춰버린 시게키를 걷어찼고, 시게키는 약 2미터 반 정도의 높이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져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높이 10센티미터짜리 미끄럼틀 받침에 모퉁이에 척추를 부딪치게 되었고, 하반신이 더이상 성장하지 않게된 시게키를 옆에서 돌보고 헌신했다. 그 관계가 20년동안 이어졌고, 스물여덞 살의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해 여름 초대를 받아 구도 다다아키와 함께 로트레크 저택으로 휴가를 가게되지만, 그곳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을 접하게 된다. 로트레크 저택의 주인인 기우치 씨의 딸 노리코와 동갑이자 동창인 마키노 히로코와 다치하라 에리가 두 발의 총상에 의해 순차적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처음 히로코가 죽은 후 경찰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리코와 에리의 살인사건이 또 일어난 대담한 사건으로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용의자가 된다.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것보다는 이 곳에 숨은 트릭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더욱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범인이 밝혀진 후 저자는 65페이지에 해당하는 범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트릭의 내용을 밝힌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내가 속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쓴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인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신선한 트릭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라는 표현이 전부이다. 이 굉장한 반전에 책을 다시 읽어봐야했는데, 속았다는 느낌이 싫다기보다는 유쾌한 느낌이었다.
트릭을 알고 다시 읽어본 내용 역시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 이 느낌은 책을 읽어봐야 알 것이다. 이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12-05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화세상 2011-12-06 10:57   좋아요 0 | URL
답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