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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일 전쟁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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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올해 중학생이 된 딸아이와 나는 매일이 전쟁이다. 엄마 말에 무조건 오케이 해주었으면 하는 나의 바램과 달리, 딸은 엄마 말이 틀렸다고 반기를 든다. 물론 가끔은 내가 '어른'이라는 권력을 내세워 내 아이들에게 억지스러움을 강요한적도 있지만, 나는 그 억지에 '내 아이들을 위함'이 내포되어 있다고 떳떳하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이 떳떳함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나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바로 <<우리들의 7일 전쟁>>에 등장하는 중학교 1학년인 내 딸과의 동갑내기 아이들이다.
이 녀석들을 당돌하다고 해야할까? 주관이 뚜렷하다고 해야할까? 커서 자신의 몫을 단단히 할 재목들이라고 해야할까? 한마디로 단정하자면, 정말 대단한 녀석들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조그만 교실에 50개가 넘는 책상과 의자가 조금의 틈도 없이 빼곡히 자리잡은 곳에서 우정보다는 경쟁을 배우고, 성적순으로 행복의 척도를 가늠하던 그때, 밖에서는 대학생 언니오빠들의 함성과 최루탄이 사방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세상을 향한 그들의 투쟁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의 도량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엄마의 말씀에 오케이만 할 줄 아는 세상물정도 모르는, 내 삶이 내 것이라는 것 조차도 모르는 바보같은 아이었다. 느즈막히 내 삶이 내가 주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난 뒤에야 나의 학창시절에 대한 미련함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온전한 나로서 살기위해 많은 시간과 갈등을 필요로 해야했다.
사람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이런 시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들에게 나의 후회의 시간들을 물려주려한다.
그 일에 내가 앞장서 있음을 이제야 느낀 듯 섬뜩해진다. 그럼에도 적절히 현 사회와 타협을 권할 수 밖에 없는 내 위선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매일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곤 덥석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커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중략)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 가사 중의 일부이다. 그렇다. <<우리들의 7일 전쟁>> 속 아이들은 이제 답답한 교실과 규칙 그리고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잔소리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좋아하는 축구를 못하게 하는 엄마로부터, 엄마의 과보호로부터, 아빠의 위선으로부터, 선생님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해방구'를 만들었다.
1학기 종업식날, 체육 교사 사카이에게 '필살 공주 매달리기' 벌칙을 받다가 허리를 다쳐 학교를 가지 못한 사토루를 제외한 1학년 2반 남학생 21명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유괴되었다고 걱정했지만, 이들은 한 달 전에 문 닫은 공장을 자신들의 요새로 만들고, 일주일전부터 음식을 비축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자신들의 요새를 만들어왔다.
허리를 다친 사토루는 '일렉킹'이라는 별명답게 이들이 해방구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한편, 여학생 준코와 함께 어른들의 동태를 살펴서 보고하는 임무를 맡는다.
헌데, 종업식날 함께하기로 한 나오키가 진짜 유괴되는 상황이 발생되고, 아이들은 나오키를 직접 구해낼 작전을 짠다. 

"넌 꼰대들이나 부모나, 뭐 그런 어른들이 하는 일에 만족해? 하고 싶은 말 없어?"
"하고 싶은 말이야 무지 많지. 그래도.........."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 없으면 포기하는 거야?"
"그렇지만 우린 애들이잖아."
"애들은 무조건 어른이 하는 말을 다 들어야 해?""우리도 힘을 합치면 어른들이랑 싸울 수 있어."
"그럴까?"
"그래. 해방구는 우리의 성(城)이야."
"거기서 뭘 하는데?"
"아이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거지." (본문 29,30p)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우리들끼리 사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매일 해방구 방송을 내보내며, 선생님과 어른들의 잘못된 점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꾸짖는다.
1968년 5월, 약 2000명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와 불평등한 군사 동맹의 개정을 요구하며 '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 투쟁을 시작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확실히 변해가는 것을 느꼈으며 열정에 사로잡혔다. 아이들의 리더격인 도루의 부모님은 그 시절 전공투에 가담했던 대학생이었다. 이제 그들의 아이들이 자신들을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회유와 협박에 맞서 싸우게 되는데, 방송국에 연락을 하는가 하면, 시장 사전 선거 현장의 비리를 라디오에 생중계하기도 하며, 나오키를 유괴한 범인을 혼내주기도 하고, 유괴범을 잡지 못하는 경찰을 골탕 먹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위선적인 부모를 혼내주고, 폭력을 사용하는 체육 선생님이나 자신의 잇속을 차리려는 교장 선생님을 혼쭐낸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감추어진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일렉킹 사토루 외에도 레슬링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는 아마노의 중계솜씨가 빛을 발하게 된다.
어른들은 결국 공권력을 투입하지만,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어른들을 제압한다.
비록 그들의 7일간의 전쟁은 막을 내리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을 졌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시 따님이 없어절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상상도 안 해봤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죠? 부모치고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준답시고 불행하게 만드는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아이들을 '착한 아이'로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착한 아이'란 대체 어떤 아이일까요? 그것은 어른의 꼭두각시죠. 다시 말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에 순응하는 구성원이 되도록 훈련시키는 게 교육이죠.
"그건 바람직한 인간상인 것 같은데요."
"이건 어른쪽에서 생각해낸 발상입니다.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단 한 번이라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이는 어른의 노예가 아닙니다." (본문 330,331p)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불량딱지'를 붙히려고 한다. 아이들이 어른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그들에게 전공투와 같은 사상이 있어서가 아니다. 아이들은 생존본능에 의해 무언가를 바꾸어보고 싶은 것이다. 숨 막히는 현실에서 그저 꼭두각시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그들에게 살기 위한 본능을 깨운 셈이다. 

"생물이란 미래의 위험을 예지하는 본능이 있는데, 그 위험을 회피하고 싶어 하거든. 그게 없는 생물은 도태되어 멸망해버리지. 저 애들도 이대로 가면 앞으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저런 행동을 하는 게 분명해."
"저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못 갈지도 모른단 말이야."
"안 가면 되지."
"중학교에서 내쫓기면 어떻게 먹고살아?"
"먹고살수는 있어."
"나는 도루한테 우리 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아."
"당신도 변했군. 그렇게 자식을 체제 안에 끼워 넣고 싶은 거야?"
"그래. 그게 뭐가 나빠? 우리 동료들도 지금은 다들 체제 안에서 편안히 자기 배를 불리고 있잖아." (본문 83,84p) 

현 체제에 순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불량'이라는 이름표를 붙혀준다. 그 체제 안에 있어야만, 어른의 꼭두각시인 '착한아이'여야만 되는 이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몇명이나 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매년 조사하는 '어린이, 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3년 연속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개성과 재능보다는 사회의 틀안에 가두어두려는 부모들의 학구열과 권력이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아가고 있다.
물론 세상이 변함에 따라 어른들의 생각도 바뀌어가고 있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연예인이 되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하기도 하고,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은 말 잘듣는 착하기만 해야하는 우리 어른들의 생각은 변함없이 고루하다. 

"나는 이제 엄마의 리모컨은 안 하겠다고 말하는 거야." (본문 216p)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신들의 잇속과 체면을 먼저 생각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나 역시 그런 존재라는 사실에 동시에 부끄러움도 느껴야했다. 경쟁 속에 내몰려 숨막혀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좋은 대학 들어가면 다 보상된다'라고 말할 것인가. <<우리들의 7일 전쟁>>의 아이들은 바꾸려는 투쟁을 시작했다. 이익을 쫓으며, 잘못인 줄 알면서도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어른들을 향한 통렬한 비난으로 이제 어른들에게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었다.
앞으로도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투쟁할 것인지...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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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세계 지도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최선웅 글.지도, 이병용 그림 / 진선아이 / 2011년 9월
구판절판


아이들 방에 빼놓지 않고 붙혀주는 것이 있는데 바로 '세계지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넓디넓은 곳을 바라보며 좀더 큰 꿈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인데, 또 하나 큰 이유가 있다면 학년이 높아질수록 지리 과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여 미리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세계지도는 단순히 지형만 보여 주고 있는데다, 너무 복잡한 지명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아이들이 지도에 조금이나마 쉽게 익숙해져 지리과목에 대한 공포를 없애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 또한 학창시절 세계지리 교과서를 보면 한숨을 쉬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진선아이에서 출간되고 있는 <한권으로 보는 그림백과> 시리즈와 <한눈에 펼쳐보는> 시리즈에 매료되어 있었기에, 이번에 출간된 <<한눈에 펼쳐보는 세계지도 그림책>>은 내 구미를 당겼다.
무엇보다 큼직하게 그려진 지형과 지명이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판형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G20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큰 관심이 되었는데, 첫 페이지에 소개된 G20에 참여한 국가들을 먼저 수록함으로써 아이들에게 흥미를 일깨운다. 세계지도 속에 아주 작디작은 나라로 그려진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갖게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은,

G20, 세계 전도를 시작으로 대륙별 그리고 나라별에 대한 자세한 지도와 특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림을 이용하여 중요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있어 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똑똑해지는 세계지리 퀴즈>를 함께 수록하여 나라에 대한 특징을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데, 퀴즈를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좋은 구성이라 생각된다.

나라별 그림지도는 수도, 면적, 인구, 화폐단위, 언어, 종교 뿐만 아니라, 지도 위에 주요 유적지와 특산물, 산과 강 그리고 동식물 등에 대한 정보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나라의 지형적, 문화적인 특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들은 아이들에게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즐거움을 줄 수 있어, 딱딱하거나 지루함을 배제시키는데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세계지도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세계의 모든 나라를 다 소개해주지 않아서 사실 조금 아쉽다.
대륙별로 중요한 몇몇 나라를 소개하고 있는데, 욕심 같아서는 세계의 모든 나라에 대해 소개해주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구성에 대한 만족에서 오는 아쉬움이리라.

<<한눈에 펼쳐보는 세계지도 그림책>>은 전문가가 최신 정보를 담아 직접 제작하였으며, 그림을 통해 어린이들이 쉽게 지도를 읽을 수 있고, 간단 명료한 설명으로 나라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는 큰 강점을 지닌 작품이다. 방대하게만 느껴졌던 세계지도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한 이 구성은 이해를 돕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이 이해를 통해 시야를 넓히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그림을 통한 정보는 어린이들에게 세계지리를 좀더 흥미롭게 할 수 있게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 제2의 교과서로서 좋은 교재가 될 듯 싶다.

(사진출처: '한눈에 펼쳐보는 세계지도 그림책'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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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 선생 죽이기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0
로이스 던칸 지음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추리소설을 읽었다. 학교를 배경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교사가 아이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읽고 한동안은 퇴근길에 뒤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섬뜩함을 느끼곤 했다. 추리소설을 읽고 공포를 느낀 것은 처음이었는데, 원한이나 복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유도 없이, 아무 죄책감 없이 살해하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이 무서웠으며, 요즘 사회적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사건사고가 심심치않게 들려오기 때문에 그 공포가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희노애락을 통해 웃고, 우는 사람들의 감정이 점점 소멸되어가면서 사회는 점점 사이코패스 성향을 띄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인데, 청소년들에 의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청소년법에 의해 죄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는데다, '내 아이가 그랬을리 없다'는 부모들의 과잉보호로 인해 아이들은 점점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죄를 짓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면면을 이미 본 적이 있기에 사태의 심각성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커져있을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성향이 강해지면서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결여되면서 사이코패스의 성향이 두드러지게 되는데, 얼마전 읽은 추리소설이나 <<그리핀 선생 죽이기>>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역시 바로 이런 공감 능력이 크게 결여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인데, 청소년 문학에서 사이코패스 소년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청소년들이 이 부분에서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핀 선생님은 평소에 학생들에게 깐깐하고 냉정하게 점수를 주는 탓에 아이들의 불만과 원성을 사고 있었다. 농구 시합이 있어 과제를 끝내지 못한 제프, 과제를 다 했지만 바람에 날아가는 탓에 점수를 받지 못하게 된 학생회장 데이비드, 과제가 정확히 뭔지도 이해하지 못한 뱃시는 과제를 내지 못해 F학점을 받게 될 위기를 맞는다.
평소 무거운 눈꺼풀을 반쯤 감은 듯한 표정으로 주위의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관찰하여, 사람들 하나하나의 얼굴 표정을 살피고 표정을 분석하며 모든 세부 정보를 흡수해 머릿속 깊숙이 굳게 보관된 금고에 차곡차곡 정리해 두는 마크는 이번 일로 엄청난 사건을 꾸미게 된다. 

"그 망할 작자를 죽이는 거."
"뭐 사람을 죽인다고? 그러니까, 그게, 살해를 한다는 말이야?"
"너 설마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지?"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너도 동의하지? 제프 덕분에 우리 모두가 단체로 제적 맞게 생겼잖아. 모두 다 있는 앞에서 그리핀 선생에게 그렇게 대들다니." (본문 23,24,25p) 

마크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제프 그리고 마크를 좋아하는 벳시와 사건을 꾸미게 되고, 바람잡이 역할에 학생회장 데이비드와 그리핀 선생님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만 데이비드를 좋아하는 점을 감안해 수잔이 지목된다. 그저 선생님을 겁주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평소 협착증을 앓던 선생님이 숨을 거두게 되면서, 아이들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또다른 사건을 모색한다.
수잔은 후회하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하지만, 마크는 자기주도하에 아이들을 앞세워 일을 처리한다. 

'대체 어쩌다가, 나는 또 이런 일에 말려들게 된 거지?"
그러나 이상하게도 무슨 일이든 마크가 하자고 하면 모두 그럴싸하게 들렸다. 마크가 그 회색 눈으로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순간, 마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조용히 어깨에 손을 얹는 순간, 그 순간에는....
그 순간에 마크는 데이비드에게 "너 한 번이라도 재미만을 위해 뭔가 해 본 게 도대체 언제야?"라고 물었다. 그 말은 마치 데이비드 영혼 깊숙이 어딘가 숨어 있는 아픈 곳을 찾아 정확하게 정곡을 찌른 것처럼 다가왔다. (본문 151,152p)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거짓과 희생이 강요되어야했기에, 사건은 표면적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없는데, 사건이 진행되면서 마크의 사이코패스 성향도 드러나면서 일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이 개인이 가진 행동 양식은 반복적으로 사회와 갈등을 일으키는 특성이 있다. 또한 다른 개인이나 그룹, 사회적인 가치 체계에 충실하지 못하며, 이기적이고 냉담하며 무책임하고 충동적이며 나아가 어떤 일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작은 일에도 쉽게 불만을 가지며, 누군가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럴듯하게 합리화를 잘하며,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다른 사람에게 전가한다."
"...반면에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정상적으로 보일 뿐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도 더 똑똑하고 매력적으로 비칠 때가 많다. 겉으로는 진실되고 의리가 있으며, 어떤 일도 훌륭하게 처리해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종종 다른 주위 사람들에게 대단한 카리스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본문 333,334p) 

이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아이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특정 인성을 가진 주변 아이들 역시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태는 더욱 커지게 된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가 아닌, 사이코패스 성향을 다룬 작품을 접하는 것은 우리가 꼭 마주해야 할 불편한 진실일 수 밖에 없다.  

벳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뭐든 얻어내는 데 익숙한 아이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은 거의 언제나 다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벳시는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딸을 바라던 부모님에게 외동딸로 태어났고, 거기다가 귀여운 얼굴에 금발로 태어났다는 사실과 일찍부터 방긋방긋 자주 웃었다는 사실, 이런 점들은 벳시를 어디서나 환영 받는 존재로 자라게 해 주었다. (본문 113p) 

벳시의 상황은 현 우리 사회의 아이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벳시는 피터의 이야기에 많은 호응을 했고, 동참했으며 피터를 전적으로 믿고 행동했다. 피터는 그런 벳시를 이용할 줄 알았으며, 벳시는 자신의 그런 점에 만족했다.
벳시와 닮은 우리 아이들은 마크와 같은 괴물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점점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할 줄 모르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아이들이 위험에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하며, 슬픈 현실이지만 아이들 중의 누군가는 이런 특정 인성을 강하게 표현하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몸과 머리에서 상당부분 성장했다. 하지만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정서적인 부분에서는 극히 부족한 성향을 보이곤 한다. '이야기'는 아이들의 정서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데 필요한 양장분이기에, <청소년 문학>은 우리 아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그리핀 선생 죽이기>>는 현 사회가 안고 있는 청소년 문제를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으로, 사이코패스는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이 이야기는 분명 유쾌하지 않는 불편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이들, 어른 모두가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지 모르는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출처: '그리핀 선생 죽이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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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도깨비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1
이상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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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1학년이 된 작은 아이의 추천도서 목록 중 독서퀴즈대회 다섯권에 선정된 작품 중에 하나인 <<황소와 도깨비>>는 천재 작가 이 상이 남긴 단 한 편의 동화책이다. 예전에도 읽어본 작품이었지만, 작은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독서퀴즈대회 탓도 있지만...) 이번에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다림출판사 <우리 작가 그림책>시리즈 중의 첫번째 이야기인데, 예전에 <왕치와 소새와 개미>를 통해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뒤 관심을 갖게 되었던 시리즈이다.

배가 부른 소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참 재미있는 표지그림이다. 재미있는 그림 덕분에 아이가 금새 호감을 가지는 걸 보면 책을 선택할 때 내용도 중요하지만 삽화 역시 책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에는 도깨비가 자주 등장하는데, 동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친숙함과 귀여운 존재로 많이 표현되는 듯 싶다.
동네 사냥개한테 붙들려 아주 소중한 꼬리를 물려다고하니, 사냥개보다 무섭고 우월한 존재일것 같은 도깨비의 모습이 참으로 우습다.

보통 땐 빈둥빈둥 놀고 지내다가 먹을 것이 떨어지면 그때서야 나무를 해서 팔러 나가는, 부모도 친척도 없이 혼자 사는 돌쇠라는 나무 장수가 있었는데, 이 돌쇠에게는 황소가 한 마리 있었다.
재산을 몽딸 털어서 산 황소였는데, 아직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키가 크고 튼튼했다.
어느 겨울 날, 장게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눈깨비가 내리자 돌쇠는 황소가 눈을 맞을까 봐 잠시 주막에 들어가 쉬었다.
다행이 눈은 금방 그쳤고, 황소를 끌고 급히 길을 떠난 돌쇠는 숲속에서 이상한 놈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인지 원숭인지 분간할 수 없는 얼굴에 기름한 팔다리를 가졌고, 까뭇까뭇한 살결과 우뚝 솟은 귀에 작은 꼬리까지 달려서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했는데, 바로 산도깨비였다.
자신을 '산오뚝이'라고 소개한 도깨비는 사냥개한테 꼬리를 물려 상처난 곳이 쑤시고 아픈데다 날씨까지 추우니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꼭 두달 동안만 이 황소 뱃속에 들어가 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두 달이 지나면 날도 따뜻해지고 상처도 나을 거예요. 절대로 거짓말이 아닙니다. 대신 황소의 힘을 지금보다 열 배나 더 세게 해 드리겠습니다." (본문 中)

도깨비가 황소 뱃속에 들어가자, 정말로 황소의 힘이 열 배나 세졌고, 그 전에는 하루 종일 걸리던 장터를 나무를 가득 지고도 하루에 세 번씩이나 황래하게 되었다. 돌쇠는 전보다도 훨씬 더 소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고, 힘센 황소를 데니고 다니는 재미에 열심히 나무를 팔러 다녀 돈도 많이 모았다.

약속한 날이 가까울수록, 소의 배가 자꾸 불러오자 어느 날 새벽에는 소가 괴로워 못 견뎌 날뛰고 있었다. 아저씨가 주시는 음식을 맛있게 먹은 탓에 살이 찐 탓에 소 모가지가 좁아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된 도깨비는 소가 하품을 하게 해달라고 했다.

"좋은 수가 있습니다. 소가 하품을 하게 해 주세요. 입을 딱 벌리고 하품을 할 때, 제가 얼른 밖으로 나갈게요. 그렇지 않으면 평생 이 속에서 살거나, 뱃가죽을 뚤혹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이 소의 힘을 백 배 더 세게 해 드리겠습니다." (본문 中)

돌쇠가 여러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황소는 재채기만 할 뿐 하품을 하지 않았다. 황소 뱃속을 빌려 준 것에 후회를 하다가 피곤하고 졸린 돌쇠가 하품을 하자, 황소도 따라서 하품을 시작했고, 새끼 도깨비는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결국 황소의 힘은 백 배나 세지게 되었다.

"도깨니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하거든 살려 주어야 해." (본문 中)

누군가를 돕는 일에 점점 인색해져가는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은 큰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타인을 위한 희생은 몇 배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불쌍한 도깨비를 도왔던 일이 돌쇠에게 백 배나 되는 즐거움으로 되돌아왔다. 도깨비를 도와주고 행복해진 돌쇠를 보며, 우리 어린이들도 이웃, 친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도깨비를 소재로 재미와 교훈을 주는 이야기와 익살스러운 삽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황소와 도깨비>>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정서와 조상들의 지혜와 멋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황소와 도깨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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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러도 괜찮아 -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마법 같은 이야기
카렌 쿠시맨 지음, 배미자 옮김 / 다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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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수상작 수상,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되고 추천된 이 책, <<서툴러도 괜찮아>>의 주인공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세상 속에 다가서는 법도 모르고, 세상과 대결할 수 있는 힘도 없으며 자신을 다독여줄 가족도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마치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데, 심리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게되는 '질풍노도의 시기'의 사춘기 소녀의 모습 그대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되는데, 실패로 인해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좌절하며 그대로 주저앉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는 고아 소녀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한다. 

동물의 배설물과 음식 찌꺼기, 못 쓰는 짚단을 산처럼 쌓아 두면 썩어 질퍽해지면서 열이 나는데, 악취 때문에 가까이 가지 않아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집도, 엄마도, 계집애라는 이름 말고는 이름을 가진 적없는 이 여자아이에게는 서리내리는 밤 따뜻한 보금자리가 된다. 앙상하게 마른 몸이지만 여자의 징후가 뚜렷이 드러나는 걸 봐서는 열두 살이나 열세 살 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놀리고 욕하고 괴롭히고 발갈질하는 사내아이들에게 '쇠똥구리'로 불린다. 이 여자아이가 아는 건 배고픔과 추위는 자신의 삶에 내려진 저주라는 사실뿐이다.
어느 날, 발길질하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늙지도, 젋지도,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여자는 칼날 같은 코와 칼날 같은 눈매에 풀을 먹여 칼날 같은 주름을 잡은 두건을 쓰고 있었다.
이제 여자아이는 산파인 여주인의 일을 거들고, 산파 수습생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비록 거름 더미가 훨씬 따뜻했지만, 훨씬 냄새가 좋은 잠자리와 일을 하고 얻은 보상으로 마른 빵과 식어빠진 맥주 반컵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쇠똥구리는 양지바른 곳에 누운 고양이를 지켜보는 걸 좋아했는데, 마을의 짓궂은 사내아이들이 고양이와 뱀장어를 함께 자루에 넣고 연못에 던지는 걸 보게 된다. 하지만, 뱀장어가 무서운 쇠똥구리는 자루를 열어서 고양이를 꺼내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난 자루를 열기가 너무 무서워, 그렇지만 널 이대로 둘 수는 없는 거잖아." (본문 21p) 

하지만 용기를 내자 쇠똥구리와 고양이는 친구가 되었다. 산파의 이름은 제인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산파 제인이라 불렀지만, 쇠똥구리는 칼날 제인이라 생각했다. 칼날은 자신이 가진 산파의 기술과 마법을 쇠똥구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만 쇠똥구리는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산파가 부름을 받으면 쇠똥구리는 창문 너머에서 몰두한 채 지켜보았다. 그런 식으로 쇠똥구리는 산파술이 주문이나 마술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며 좋은 일이고 나래지치 강장제와 같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본문 29p) 

다리를 다친 칼날 대신에 장에 갔다가 빗을 얻게 된 쇠똥구리는 자신을 앨리스라는 여자아이와 착각한 남자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앨리스'로 정하게 된다. 그후 앨리스는 자신을 놀리던 남자아이들 중의 하나였던 윌을 도와 암소가 송아지를 낳는 것을 돕게 되고, 칼날이 버려둔 산모 조안을 도와 아기의 출산을 돕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찾는 산모의 출산을 돕지 못하자 앨리스는 자신의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마을을 떠나 여인숙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앨리스는 실마오가 실패를 뒤로하고 큰길로 난 오솔길을 뛰어갔다. 왜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산파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법의 주문이 아니라 기술과 노역으로 아기를 받아냈다.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지 못했다. 자신은 실패했다. (본문 86p) 

여인숙 손님 중 글을 쓰는 남자는 앨리스의 고양이에게 글을 가르쳤고, 앨리스도 귀 기울여 들어 글을 깨우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는 한 번도 말을 걸었던 적이 없던 앨리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
남자는 자문했다. 남자는 자신을 향해 비질을 해오는 앨리스를 힐끔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원하는 건 뭐지?"
그런 다음 앨리스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여인숙 아가씨, 당신이 원하는 건 뭐죠?" (본문 96,97p)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앨리스를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앨리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깨달았으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간다. 

"난 시도하고 위기를 겪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포기하지 않는 법을 알아요. 난 달아나지 않을 거예요." (본문 136p) 

실패를 통해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앨리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아났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게 되지만,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성패의 여부는 크게 달라진다.
에디슨은 실패가 아니라, 실험에 성공하지 못하는 방법 중의 하나를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는 자신을 초라하게 보이게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것 같은 좌절을 안겨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어두운 중세 시대에 아무 힘도 없는 고아 소녀 앨리스의 모습은 희망도, 꿈도 없어 보이지만, 여자아이는 스스로의 이름을 만들어내고, 칼날 같은 산파 제인의 마음을 열게 했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성장했다.
<<서툴러도 괜찮아>>는 앨리스를 통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마법 같은 용기와 힘을 선물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때....내가 무엇을 이루어냈는지를 한 번 뒤돌아보면 어떨까? 우리는 분명 스스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어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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