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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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경숙은 ’어머니’를 ’엄마’라고 고쳐쓴 후에야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머리에 하얀 수건이 벗겨질 날이 없고, 아이들에게 한 수저라도 더 먹이려고 애쓰며, 집안 살림 하나하나 손 때를 묻혀가며 자신의 삶은 버린 채, 가족의 삶을 우선시 하는 그녀들에게 ’어머니’라는 단어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단어속에 함축되어 진다. 그것은 ’엄마’ 두글자 뿐이다. ’엄마’라는 직함을 가진 나의 이름과 내 엄마였던 ’엄마’의 이름은 왜 이렇게도 다른건지...

’엄마..........’ 가만히 이름을 불러본다. 
엄마를 불러본 지가 언제였던가......? 6년전 중환자실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든 엄마를 미친듯이 부르며, 뻣뻣해져가는 엄마를 일으켜세웠다. 내가 그렇게 부르면 엄마가 다시 눈을 뜰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에 나는 수십번 엄마를 불렀다. 미동도 없는 엄마를...
그리고 6년의 세월동안 나는 엄마의 이름을 ’온전’하게 불러본 기억이 없는 듯 하다.
엄마의 기일, 엄마의 생일 그리고 명절이 되어서야 간혹 불러보는 엄마의 이름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온전하게 불러보지 못한 엄마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로 시작되는 글은 ’나’가 아닌 ’너’로 이야기가 이끌어진다. 말하는 주제가 누구인가? 처음엔 그 궁금함으로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아버지와 함께 아이들이 있는 서울에 온 엄마는 서울역에서 아버지를 놓친 후 사라졌다. 엄마를 찾는 광고문을 제작하면서 아이들은 엄마와의 기억을 하나둘 끄집어 내었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1장은 작가의 직업을 가진 셋째 큰딸의 이야기다. 큰 딸인 ’나’가 아닌 큰 딸인 ’너’가 화자가 되어, 너가 보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가 전개 되어진다.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어질러진 일상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엄마 앞에서 네가 엄마에게 손님이 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본문 26p)

글을 전혀 모르는 엄마는 큰 딸에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고, 딸은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엄마에게도 자신의 인생을 꿈꾸던 소녀시절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으므로...
아파도 괜찮다고 말하는 엄마를 내버려 둔 것이 후회로 밀려왔을 것이다.
큰 딸은 나를 보는 듯 하여 마음이 아프다. 10여년을 병과 싸운 엄마를 나는 온전히 바라보지 않았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나를 위로해주는 말처럼 나는 그말을 철썩같이 믿고, 엄마에게 퉁명스러운 나를 포장하기 급급했으니까.
엄마가 사라진 뒤에 비로서 엄마의 존재를 느끼는 이 ’늦음’이 왜이렇게 가슴을 쓰리게 하는 걸까?

-헛돈 좀 썼단다. 새 뚜껑을 사러 갈 적에는 돈이 아까워 쩔쩔 맸는디도 멈출 수는 없더구나. 독 두껑 깨지는 소리가 내겐 약이었어. 속이 후련허구 답답증도 가시고.

-너도 밥하기 싫음 접시라도 하나 던져서 깨보련? 아구, 저 아까운 거 싶은디도 속이 뻥 뚫리기도 헐 것이다. 하긴 결혼도 안했으면서 밥하기 싫고 말고가 있겠냐마는.
(본문 74~75p)

2장은 ’너가’ 아닌’ 그’로 큰 아들을 통한 엄마의 이야기다. 집안의 장남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엄마의 희망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였다. 늘 자랑스러운 큰 아들을 위해 장독대에 몰래 숨겨 둔 라면을 몰래 끓여주는 엄마는 ’미안하다, 형철아’라는 말을 그에게 자주 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에게 엄마는 무엇이 그토록 미안했던 것일까?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곳은 뜻밖에도 자신이 서울에 올라와 머물렀던 곳이였다. 극심한 두통과 아무도 몰래 견디었던 뇌졸증 증상으로 기억이 사라져버리는 엄마는 오래 전 가끔 들렀던 그 곳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너무 오래 걸어 엄지 쪽 발등이 깊이 패어 뼈가 들여다 보이고 상처가 곪아터지고 또 터져서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인 발에 겨우 파란 슬리퍼에 의지한 엄마는 어떻게 그곳에 갔을까?
슬픔에 목이 메인다. 

3장은 ’당신’이라는화자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간다.
늘 남편을 기다리던 엄마는 ’나 왔네.’ 라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인제 오요!’ 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없는 줄 알면서도 이방 저방의 문을 열어보는 남편은 젊은 시절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한다. 아픈 그녀에게 약 한번 사주지 못하고, 생일날 미역국 한번 끓여주지 못했던 자신이 미워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4장은 ’너’의 화자인 둘째딸의 이야기, ’당신’ 이라 부르는 곰소의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시어머니처럼 무서웠던 ’고모’ 이야기다.

잘 있어요....난 이제 이 집에서 나갈라요.

’너’’그’’당신’ 모두 엄마의 이야기였다.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어딘가에서 자식과 남편의 손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면서 읽어내려갔다. 
엄마의 얼굴이 겹쳐지는 듯해서, 내게 잘못을 용서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은 나의 엄마와 겹쳐지는 듯해서, 끝내 내 가슴에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남겨둔 엄마와 겹쳐지는 듯해서....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본문 262p)

엄마가 그랬다. 어려운 살림에 억척같이 살아온 엄마였다. 이제 조금 엄마의 얼굴에서 웃음을 발견할 수 있을 때 허무하게 내 곁을 떠난 엄마는 그동안의 희생에 대한 위로도, 고맙다는 인사도, 사랑한다는 고백도 받지 못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엄마’와 같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6년동안 온전하게 부르지 못했던 엄마의 이름을 오늘은 수도 없이 불렀다. 책 속의 엄마가 내 엄마 같아서, 이렇게 나를 지켜보고 있을 엄마가 그리워서,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었을 엄마가 가여워서 부르고 또 불렀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비처럼 내 눈에서 비가 쏟아진다.
그녀처럼 나도 누구를 향한지 모를 소망을 빌어본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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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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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상실의 시대> 이후 처음이다. 작년 많은 인기몰이를 했고 읽고자 하는 욕구도 상당했지만, 어쩐 일인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어린시절 읽었던 <상실의 시대>가 나에게 썩 유쾌한 작품이 아니였기에 저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3권이 얼마전에 출간이 되었고 <1Q84>에 대한 인기가 다시 시작되면서 책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읽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몰입되어 책을 읽고있는 나를 문득 느끼면서 저자의 명성과 책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65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은 아오마메와 덴고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중구조를 가지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1Q84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라는 호기심에 책장은 자꾸 넘어간다.

택시안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게 된 아오마메는 기묘한 느낌을 갖는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어쩔 수 없이 도로보수 공사원이 사용하는 비상계단을 통해 시부야로 넘어간다.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그다음의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본문 23p)

수학강사이자 작가지망생인 덴고는 신인상 응모작 중 17살 후카에리가 쓴 <공기 번데기> 작품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 편집자 고마쓰는 문장이 서툴다는 것을 단점으로 내세워 덴고가 이 작품을 리라이팅하기를 부탁한다. 엄연한 사기행각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덴고는 이 작품의 리라이팅을 맡게 되고, 디스렉시아(난독증)를 앓고 있는 후카에리와 만나게 된다.

’증인회’ 신자로 종교에 심취했던 부모에 이끌려 다니며 선교활동을 해야했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귄 친구의 자살로 고통을 받았던 아오마메는 노부인을 만나면서 법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일을 하고자하는 암살자이다.
어린시절 NHK 수금사원이였던 아버지를 따라 일요일이면 집집마다 방문하며 아버지의 옆을 지켜야했던 덴고는 한 살 반이였던 아기였을 때 엄마의 모습을 뚜렷이 기억하며 그로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후카에리와 만나면서 발을 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3년동안 있었던 굴직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았던 아오마메는 현실에 대한 가설을 내세우게 된다. <신포니에타>라는 음악과의 어떤 접점에 대한 가설을 내세우고, 자신이 알고 있던 현재의 1984년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해 독자적인 명칭을 만들어낸다.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좋든 싫든 나는 지금 이 ’1Q84년’에 몸을 두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1Q84년이다.
(본문 240p)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이중구조 형식으로 번갈아 가며 진행되어가면서 두 사람사이의 공통분모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덴고는 후카에리의 보호자 에비스노를 통해서 듣게 된 그녀의 출생과 성장 배경을 통해서 지금은 종교단체가 된 ’선구’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아오마메는 끔찍한 성폭행을 당하고 노부인에게 보호를 받고 있는  쓰바사를 통해서 ’선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후카에리와 쓰바사는 ’리틀 피플’에 대해 말하지만,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일절함구 하고있어 리틀 피플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가지만, 두 소녀는 언급을 회피한다.
아오마메의 잊어버렸던 시간 속에 존재하는 모토스 호수 사건, NHK 수금원 사건이 ’선구’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점점 흥미롭게 진행되어가고, 아오마메와 덴고의 공통분모가 생겨나면서 두 사람의 재회에 잔뜩 긴장하게 된다.

그녀는 오랫동안 열 살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모조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다. 내 인생은 실제로는 열 살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이전의 일은 모두 비참한 꿈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기억은 어딘가에 내다버리자.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걸핏하면 그녀의 마음은 비참한 꿈이 세계로 다시 끌려갔다.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그 어두운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거기에서 양분을 얻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먼 곳으로 가려고 해도 결국은 이곳으로 돌아오야 하는구나, 하고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나는 그 ’리더’를 저쪽 세계로 이동시켜야 한다, 아오마메는 마음을 정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본문 575p)

1권에서는 드러나있지 아오마메의 비밀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흥미로움을 느낀다. 그녀의 기억 속에 사라진 두 사건,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덴고는 어떤 일에 직면하게 될까?
두 개의 달을 보게 된 아오메마와 후카에리의 <공기 번데기>에 등장하는 두 개의 달, 그리고 두 개의 달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덴고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후카에리. 이들은 정말 현재의 1984가 아닌 다른 세계 1Q84에 살고 있는 걸까?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무섭게 몰입했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에 대한 상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이들은 타인에 의해 이 사건에 휘말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선구’의 비밀을 파헤치고 희생당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인가? 왜 하필 이들이였을까? 이들은 ’선구’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 걸까? 수없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서둘러 2권을 집어들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을 것같은 호기심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힘인가? 나는 지금 <1Q84>의 세계에 흠뻑 취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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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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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피플’은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과 아오마메와 덴고는 어떻게 만나게 될까? 라는 깊은 호기심에 서둘러 2권을 집어들었다. 실종된 후카에리, 비밀스러움을 내포하고 있는 ’선구’ 그리고 아오마메 눈에 비친 두 개의 달. 1권에서는 사건이 수면 위로 오면서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떤 독자할지라도 1권을 읽고서 서둘러 2권을 읽지 않을 수 없을만큼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2권은 쓰바사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성폭행을 당하고 노부인에게 온 쓰바사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것을 계기로 아오마메는 ’선구’의 리더를 다른 세상으로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다.
덴고에게 낯선 인물이 찾아왔다. ’신일본학술예술진흥회 상임이사’라는 직함을 들고 온 우시카와는 덴고를 후원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지만 덴고는 완곡하게 거절한다. 그 거절에 우시카와는 후카에리의 리라이팅을 맡았던 일로 덴고에게 묘한 협박을 하게 된다.
그 후 덴고의 걸프렌드는 상실되었다는 말로 더이상 덴고와 만날 수 없게 되었고, 갑자기 사라졌던 후카에리는 덴고에게 돌아온다.

고전적으로 표현하자면, 당신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기는 했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파워풀한 조합이었다. 각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서로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본문 187p)

아오마메는 선구의 리더를 다른 세상으로 보내는 임무에 착수하게 되고 선구의 리더 즉, 후카에리의 아버지에게 리틀 피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20여년을 그리워했던 덴고의 이야기와 선구의 리더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알게 된 아오마메는 함께 1Q84의 세계에 살고 있는 덴고를 위하여 선구의 리더를 다른 세상에 보내는 일에 성공한다. 선구의 리더에게 들었던 정보를 토대로 후카리에와 덴고가 쓴 작품 <공기 번데기> 를 읽으면서 아오마네는 덴고를 만나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한편 덴고는 후카리에와의 교접 이후 두 개의 달을 보게 되고, 아버지의 병실에서 공기 번데기와 대면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끌림으로 덴고와 아오마메는 같은 두 개의 달을 보게 되고 아오마메는 덴고를 찾아내지만 서로 만나지 못한다.

"이 1Q84년에서 자네들 두 사람을 동시에 구해주는 건 현재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선택의 길은 두 가지. 하나는 자네가 죽고 덴고가 살아남는다. 또 하나는, 아마도 그가 죽고 자네가 살아남는다. 그중 하나야. 유쾌한 선택은 아니라고 처음에 양해를 구했을 거야." (본문 339p)

아오마메는 1984년으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찾아가지만 출구는 사라지고 없었고, 아오마메는 자동권총을 입 속에 넣는다. 그리고 덴고는 아버지의 병실에서 만난 공기 번데기 속에서 열살의 아오마메와 마주한다.덴고는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아오마메는 끝내 자살을 한 것일까?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덴고 앞에 아오마메는 그림자로 나타난 것인가? 서로가 마주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장면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같은 세계로 이끌기는 했지만, 그들은 만남은 언제 이루어지는 것일까? 생리가 없는 후카에리는 혹 본인 자신 마더가 아닌, 분신인 도터가 아닐까? 
현 세계 IQ84는 후카에리가 쓴 <공기 번데기>를 통해서 1984년의 세계와 분리되었고, 그들은 두 개의 달이 떠있는 세계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마더가 아닌 도터인 그림자가 살아가는 듯한 환영같은 느낌을 준다. 과연 그들은 실제의 인물인가?
1Q84의 혼란스러운 그들의 모습은 2010년 현재의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있는 듯 하다.
우리는 무엇을 쫓고 있는 걸까? 진실은 외면한 채, 보이지 않는 허울을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 않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 (본문 276p)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 (본문 295p)

마음이 만든 세상,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곳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으로 인해서 이끌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악한 마음이 가져온 사회의 병폐와 무서운 범죄는 우리 마음 속에서 이미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2010년이 아닌, 또 다른 세상 201Q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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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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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에서는 덴고, 아오마메의 이중구조로 흘러가던 이야기가 3권에 들어서자, 우시카와, 덴고 그리고 아오마메의 3중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차별화를 두었다. 우시카와는 2권에서 덴고를 찾아왔던 인물로 덴고와 후카에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며, 덴고를 후원하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했었다.
덴고의 거절로 조용히 사라졌던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3권의 첫장을 장식하고 있었고, 중요한 인물로 떠오른다.
어쩌면 덴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켜 준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시카와는 아오마메가 선구 리더를 죽였을 때, 리더를 경호하던 두 명의 인물(스킨헤드, 포니테일)과 거래를 하게 되었고, 우시카와는 아오마메를 찾아야 하는 업무를 맡았다.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누구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 적이 없으며, 가족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외롭고 고독한 인물이다. 리더 사망 소식을 접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아오마메를 찾아야 하는 업무를 맡은 우시카와는 아오마메를 찾지 못한다면 선구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자신이 무사할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오마메의 행적을 찾는 일에 사력을 다한다.

한편 2권에서 입안에 총구를 넣었던 아오마메는 죽음 앞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듯 한 느낌을 받고, 덴고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미끄럼틀을 관찰하며 다시 한번 덴고와 마주하기를 고대한다.
아오마메는 분명 성관계는 없었지만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뱃 속의 아이는 30여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덴고의 아이임을 확신한다. 

아버지의 병실에서 아오마메의 공기 번데기를 보게 된 덴고는 집에 후카에리를 남겨두고, 아버지의 병실에서 지내게 된다. 병원 근처 여관에 묵으면서 아버지의 병실을 지키던 덴고는 간호사들과 저녁시간을 갖게 되고, 간호사 아다치 구미로부터 이 고양이 마을을 빠져 나가라는 충고를 듣게 된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지만 후카에리는 누군가의 감시를 피해 집을 나가게 되었고, 덴고는 편집자 고마쓰로부터 선구에게 납치되었던 내막을 듣게 된다.

아오마메와 덴고와의 연결고리를 찾은 우시카와는 덴고가 사는 아파트에 숨죽여 살면서 덴고를 감시하게 되고, 미끄럼틀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덴고를 미행하다가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오마메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키게 된 우시카와는 역으로 미행을 당하게 되고, 그 일로 아오마메는 덴고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낸다. 20년만에 미끄럼틀 위에서 두 개의 달을 함께 바라보게 된 두 사람은 1984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들은 1Q84의 세계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정체의 도로를 피해 도로의 비상계단을 넘어서야 했던 아오마메, ’공기 번데기’의 리라이팅을 맡게 된 덴고는 서로 다르게 시작했지만, 이제 함께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 속에서도 서로를 끌어들이는 힘만은 강력했던 1Q84의 세계를 그들은 떠나려고 한다.

3권이 마지막 권이 맞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3권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741 페이지를 다 넘겨서야 비로소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사건은 끝없이 일어났고,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우시카와가 방향을 틀면 그곳에 아오마메가 있기에 긴장감이 지속되고, 아오마메와 덴고가 서로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지 못함에 안타까워 긴장을 하게 된다.
뒤늦게 덴고와 아오마메의 연결고리를 찾은 선구의 마지막 추적, 우시카와의 공기번데기를 만들어내는 리틀피플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이제 하나가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 혼자 건넜던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1Q84는 이제 덴고와 아오마메 두 사람이 함께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은색 벤츠 쿠페’는 1Q84의 속편을 기대하게 된다. 어쩌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던 1Q84 세계에서 끝나지 않은 선구의 추적과 리틀피플이 만들어내고 있는 공기 번데기가 1984의 세계로 찾아올지도 모른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만남에 중심을 둔 결말이 이들에 대해 확실한 결말을 주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속편에 대한 예고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1Q84 세계를 독자 나름대로 상상해보라고 던져주었을지도 모른다.
1권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시작되었던 긴장감은 3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서야 사라졌다. 아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긴장감을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미스터리물처럼 끝없는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였지만, 결국은 찐한 로맨스 소설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역경과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않고 끌어당겼던 그들의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간절함이 만들어낸 로맨스.

어디서였건 상관없다, 덴고는 생각한다. 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보고 있었건 그녀는 지금의 내 얼굴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깊은 기쁨이 그의 온 몸을 채웠다. 그 이후로 내가 그녀를 줄곧 생각해온 것과 똑같이 그녀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덴고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거세게 변화하는 이 미궁과도 같은 세계에서, 삼십 년 동안 얼굴 한번 마주한 일 없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 소년과 소녀의 마음이 - 지금껏 변하는 일 없이 하나로 이어져왔다는 것이. (본문 6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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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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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어 단숨에 읽어버린 책, 기여코 내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고야만 책, 삶과 죽음 그리고 젊음과 늙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 가족의 의미, 부모의 마음 등 수만가지 생각을 하게 한 책은 바로 <<두근두근 내 인생>>이다.
창피하지만 저자 김애란의 작품을 읽어본 것은 처음이다. 첫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이야기 속에 빨려들게 하는 힘이 느껴졌기에, 오늘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났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꼈다.
아이를 갖고 병원에서 아이의 첫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의 희열은 이루말할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편안함을 느낀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 소리는 그렇게 세상에 존재한다는 의미가 된다. 태어나면서 손과 발이 내 몸의 일부라는 것을 배워야했고, 기고 앉고 서고 걷는 것도 하나하나 배워야했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말들도 배워야했다. 지금은 전혀 기억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배울 때 내 심장은 설레임과 기쁨으로 더욱 세차게 두근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두근거림이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또 하나의 신호가 되었으리라.
<그건 사랑이었네>의 작가 한비야는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말했다. 나의 심장은 뛰고 있는걸까? 이 책을 읽는동안 나는 내 심장이 뛰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주인공 아름이는 열일곱살의 남자아이다. 아이라는 말이 좀 무색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소년을 아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주인공 '나'를 내세운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아름이가 바라보는 현재와 아름이가 쓰고 있는 소설이라는 두가지 이야기를 담은 구성으로, 그 소설을 통해서 이들 가족의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열일곱 생일 선물로 아름이는 노트북을 선물 받았고, 컴퓨터를 이용해 열여덟살 생일이 되면 부모님께 선물하고 싶은 그 일을 시작하게 된다.
열일곱살 아름이의 나이였을 때의 부모님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아름이를 갖게 된다.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중퇴해야했고, 아버지 역시 학교를 그만두고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해야했다.
열일곱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고,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웠던 부모님이었지만 아름이를 낳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부모의 얼굴을 갖게 된다. 

세살이 되었을 때 자꾸 열이 나고 설사을 했던 아름이가 병원을 다닌지 일년이 지나서야 '조로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름이는 그렇게 남들보다 빨리 늙어갔으며 열일곱 살이 되었을때는 이미 여든살의 신체를 갖게 되었다. 그런 아름이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았고, 그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신과는 달리 엄마는 늘 느리게 걸었다. 

"너 언제부터 아팠지?"
"세살요..........엄마가 그렇다고 했잖아요."
"그럼 얼마 동안 아팠던 거지?"
"음, 십사년요."
"그래, 십사년."
"........"
"근데 그동안 씩씩하게 정말 잘 견뎌왔지? 지금도 포기 않고 이렇게 검사받고 있지? 다른 사람들은 편도선 하나만 부어도 얼마나 지랄발광을 하는데. 매일매일, 십사년. 우린 대단한 일을 한 거야. 그러니까...."
"네."
"천천히 걸어도 돼." (본문 101p) 

전 세계를 통틀어 아름이와 같은 병을 가진 아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부모님은 아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 마음을 아름이는 글로써 선물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열일곱의 나이, 여든살의 몸을 갖게 된 아름이는 여든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자신의 아픔을 원망하지도 않았으며, 부모님을 탓하지도 않았다.
이제 아름이는 환반변성으로 한쪽 시력마저 잃게 되었고, 병원에 입원하지 않으면 안되었지만 그동안의 치료비만으로 가정형편은 좋지 않았고, 부모님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 아름이는 '이웃에게 희망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다. 

열일곱 소년이 마땅히 느껴야할 설레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아름이는 마음보다 몸이 빨리 자라서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마음도 빨리 키워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무슨 책이든 읽고야마는 소년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거절당하고 실망하고, 수치를 느끼고, 그러면서 또 이것저것을 해보고 싶은 어린 소년이지만, 실패할 기회조차 없는 아름이는 부모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자식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아빠, 지금 슬퍼요?"
"응."
"나 때문에 그래요?
"응."
"제가 뭘 해드리면 좋을까요?"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본문 49,50p) 

아름이를 통해서 젊다는 것과 나이든다는 것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나는 아주 행복한 삶을 살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것, 실패하고 좌절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젊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자식이 있고,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부모가 되었다는 것이다. 심장은 두근두근 뛰고 있는데, 나는 그 뛰고 있는 심장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아름이와 장씨 할아버지, 아름이와 서하 그리고 아름이와 부모, 아름이와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삶을 되돌아본다.
심장이 뛰고 있는 내 인생,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이제 온전히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 묘한 떨림마저 느껴진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두근두근'이라는 심장 소리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누군가를 힘껏 안아 서로의 박동을 느낄 만큼 심장을 가까이 포개어 누군가와 온전히 합쳐지는 느낌을 주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무언가를 배우고 싶고 실패하고 도전하는 젊음의 열정이 그것이다. 그동안 그 소리를 잊고 지낸 것은 아닌가, 나는 그렇게 내 심장 소리를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바보같이 살아왔나보다.
두근두근...두근두근...쿵쿵...둥둥...이 북소리 같은 울림이 오늘 왠지 묘한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열일곱살 아름이가 알려준 두근거리는 삶이 주는 묘한 울림 속에서 나는 오랜시간 동안 아름이가 준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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