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적 책읽기로서의 다독술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제목만 보고 약간은 뻔한 류의 책인 줄 알았는데 즐겨 찾는 서재에 추천된 목록이길래 신뢰감을 갖고 읽게 됐다.

생각보다 좋은 책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독서론 중 도움이 됐던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와 모티머 애들러 등의 책이었는데 이 책도 편집적 책읽기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어찌 보면 결국 다 비슷한 얘기일 수 있지만 프로 독서가로서의 철학과 방법론이 돋보이고 실제 내 독서 생활에 비추어 봤을 때 도움이 많이 된다.

나는 그동안 독서가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행위라 기분이 좋고 근심걱정이 없을 때만 읽는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한동안 몰아쳐서 읽다가 우울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한참 동안 중단했다.

그런데 저자는 독서는 매우 섬세한 개인의 취향이고 옷을 입는 패션과도 같아 독서 리듬을 유지하여 매일 읽으라고 한다.

당연히 어렵고 수준높은 양서만 볼 수 없다.

기분전환용으로 쉽고 재밌는 책도 같이 읽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신이 산만하고 다운될 때는 책 대신 TV를 보거나 다른 활동을 했는데 이제는 독서가 신성한 행위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독서가 일상의 활동이라는 개념 전환을 해야겠다.

책에서 설명하는 매핑 독서, 혹은 상호텍스트성, 또는 애들러가 말하는 신트로피컬 독서 등은 나 역시 실천하고 있는 독서법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주제에 대해 더 알고 싶고 관련 책을 찾아 읽으면서 독서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관심의 폭이 넓어지다 보면 읽고 싶은 책이 계속 쌓이고 그러다 보니 자꾸 다독 내지는 남독을 하게 되버린다.

저자 같은 프로 독서가는 직업적으로도 많이 읽어야 하니 좋은 일이지만 나처럼 생활인이 이런 다독술을 실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내 고민이다.

저자는 독서할 때 마치 의식처럼 꼭 담배를 피운다고 하는데 커피가 없으면 절대 책을 못 읽는 나와 비슷한 부분이고, 새벽 세 시 이전에 자 본 적이 없다는 점도 야행성이라는 점에서 통한다.

세 시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1시에서 2시 사이에 취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말 같은 경우는 아침까지도 책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책에 표시를 해서 책을 노트처럼 활용하라는 조언도 유용했다.

문제는 이렇게 노트로 만들려면 책을 사야 하는데 비용과 수납 문제가 만만치 않다.

사실 이 부분이 나의 고민이다.

아마추어 독서가로서 책에 쓰는 비용이 얼마 정도면 적당할까, 한정된 공간에 책을 어떻게 수납할 것인가,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책을 읽는 게 좋을까, 메모나 사전찾기 등을 하게 되면 독서 시간이 지연되기 십상인데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리뷰는 어떤 수준으로 쓰는 게 좋을까 등등 평범한 생활인으로서의 독서 생활에 대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재독할 때 이해가 깊어지고 나중에 찾아볼 때도 유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는 게 좋겠지만 예산 문제도 있고 저자처럼 따로 서재를 둘 수 없는 상황이라 (애들 책만으로도 벌써 한 방을 차지해 공간을 뺄 수가 없다) 책 사기가 무섭다.

돈 쓰는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게 바로 수납의 문제.

책을 선물하는 기프트 문화라든가 북클럽 같은 서구의 독서 공동체 등은 독서 인구 확대를 위해 나아가야 할 좋은 예로 보인다.

조기축구회를 하고 동창회를 하듯 지역 북클럽이 활성화되어 사교적 기능을 갖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또 크리스마스에는 책을 선물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목차가 중요하고 잡지를 읽으라든가 각주나 참고문헌 등에서 추천받으라는 조언도 유용했다.

무엇보다 독서는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섬세하게 가꾸고 개발해야 한다는 말이 제일 와 닿는다.

20대 청년들에게 좋을 책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제목은 매우 좋으나...
기대했던 것보다 내용은 좀 실망스럽다.
딱히 책 내용 자체가 수준 이하라던가 하는 건 아니고, 깊이가 좀 얕다고 해야 할까?
생각해 볼 꺼리들은 있었지만 이미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에 이 책을 읽고 새삼 삶의 의지가 불끈 솟지는 않았다.
역시 내가 너무 나이가 많은 탓인가.
글을 잘 쓰려면 좋은 칼럼을 베껴 쓰라던가 의미있는 일들을 위해 그 외 소모적인 시간을 줄이라는 등의 충고는 유용했다.
나는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 이 사람처럼 유명하고 바쁜 인사들은 어떻게 시간을 쪼개 쓰고 자기관리를 하나, 그런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던 것 같다.
책 내용은 주로 이제 사회에 막 발을 내딛은 20대 청년들이 읽으면 좋은 것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몸값 올리는 게 최고의 제태크

당신의 노후는 당신의 부모와 다르다 - 강창희 소장의 100세 시대를 위한 인생설계
강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6월

황금알에서 봤던 아저씨, 노후설계가라는 타이틀이 좀 웃긴 것 같기도 했는데 차분하게 말씀 잘 하시는 거 보고 신뢰감이 생겨 읽었다.
내용도 자극적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다고 할까?

방송에서도 한 말이지만 자기 몸값 올리는 게 제일 중요한 제태크라고 강조한다.

정년 이후에 적은 돈이라도 매월 50만원씩 나올 수 있다면 예금 2억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현업에서 가능한 늦게까지 일하는 게 최고의 노후 대책이라는 말은 다른 제태크 서적에서도 읽은 바 있다.

체면 때문에 좋은 자리에 있으려고 해서는 취업할 수 없고, 체면을 버리고 한 달에 50만원이라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거다.

그 예로, 교장직에서 은퇴한 후 남이섬에서 경비원 하는 분 이야기가 실렸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경비원도 경쟁률이 세다고 하니 아마도 그 분은 운이 좋았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소비를 줄이는 것.

지출 규모를 통제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혼자 살면 얼마든지 아끼며 살겠는데 아이들과 남편과 시댁과 친정이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지출들이 늘어간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가장 큰 지출 규모라고 하면 역시 교육비일 것이다.

저자의 딸이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싶어해 간곡히 말리는 편지까지 썼다고 한다.

자녀가 결혼할 때가 되면 혼수와 신혼집 마련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부모가 해 주는 걸로 생각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부모부양을 기피하는 이상 이런 풍조도 곧 사라질 것이다.

부모부양 때문에 본인의 노후 준비를 못할 수도 있으니 부모 역시 자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자녀 결혼에 많은 돈을 쓰는 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은행에 돈만 갖다 놓으면 금리가 높아 금방 목돈이 되고, 아파트 한 채만 사 놓으면 집값이 올라 큰 재산이 됐지만 정말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저축이 아닌 투자 개념을 가져야 할 때다.

주택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으니 결국 부동산은 큰 투자 효과를 누리긴 어렵게 될 것 같다.

커피값 아껴서 투자하기

카페라테 효과 - 커피 한 잔과 바꾸는 행복한 노후의 비밀
전영수 지음 / 다온북스 / 2012년 6월

범람하는 제테크 서적에 실망했는데 이 책은 그나마 괜찮은 편에 속한다.

노후 준비하라고 하면서 100세 시대는 재앙이다고 겁주는 얘기가 상당히 불편했지만 노후 준비를 일찍 시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읽었다.

제일 좋은 노후 준비는 역시 은퇴를 늦추는 것, 그래서 자금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도 일자리가 없어 헤매는 마당에 과연 노인들에게 양질이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을까?

어떤 다큐를 보니 싱가폴에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노인들을 고용하도록 정부에서 장려한다고 한다.

노인들이 맥도널드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결국 노인의 일자리라는 것은 그러한 비정규직, 낮은 임금, 비숙련 육체 노동일테니 은퇴를 늦추라는 말도 비현실적인 것 같다.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말은 당연한데 30대가 되어 가정을 이루니 쉽지가 않다.

자녀 양육비는 차치하고도 (아직 사교육비 들어갈 나이가 아니라) 내집 마련에 올인해야 돼서 여윳돈을 수십년에 후에 쓰일 노후준비에 투자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카페라떼 효과란 매일 커피값 4천원을 한 달 간 아끼면 12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기니 펀드에 투자하면 큰 돈이 된다고 한다.

즉 소비를 줄여 투자하라는 얘기다.

어찌 보면 커피는 기호 식품이니 이런 소소한 소비를 줄이다 보면 삶이 팍팍해질 염려가 있다.

균형점 맞추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재테크 책을 쓴 저자만 제테크에 성공한다

4개의 통장 -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 ㅣ 4개의 통장 1
고경호 지음 / 다산북스 / 2009년 1월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

나는 도대체 이 책을 왜 읽었을까?

막연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뭔가 대비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책 읽는 동안이라도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어서였나?

리뷰가 300개 넘게 올라온 걸 보고 자기계발이나 재테크 책 쓰는 사람만 재테크에 성공한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과연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은 현명하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될까?

아마도 책을 쓴 저자만 인세를 받아 확실하게 노후 준비에 성공할 것 같은데.

돈 많은 부자가 이런 책을 읽을 리는 없고, 월급 적은 직장 초년생들이 읽을 것이니 사업이나 투자 같은 얘기는 없고 아껴 쓰라는 말이 핵심이다.

사실 책을 통해 돈을 모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리석겠지만 하여튼 결론은 아껴야 한다는 것.

정해진 지출 한도 내에서 돈 쓰는 연습을 해라가 핵심이다.

요즘은 은행에 적금을 들어도 이율이 워낙 낮으니 투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열심히 아끼는 수밖에.

나처럼 절약 성향을 타고난 사람은 더 이상 아끼고 말 것도 없는데 아껴 쓰라는 책을 왜 계속 읽고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