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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 드라이브 -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
다니엘 핑크 지음, 김주환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10월
평점 :
책의 번역자인 김주환씨를 KBS 의 TV 특강에서 본 적이 있다.
그 때도 책에 나온 원숭이 실험과 양초 문제를 냈었고 긍정의 힘에 관한 강의를 해서 낯이 익은데 전공 분야라 그런지 역주도 꼼꼼하고 뒤에 실린 역주 해제도 책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내용이었다.
어설픈 번역자 대신 직접 전공한 학자의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 <자기 계발의 덫>이라는 자기계발서 비판서를 읽다 말아서 어찌 보면 상충되는 내용이라 비교해 보려고 했는데 서로 다른 맥락인 것 같다.
<자기 계발의 덫>에서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 열풍이 전통적인 남녀 역할 분담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어 여자로 하여금 내조와 자녀 양육을 전담시키는 상태에서 남자로 하여금 사회적 성공에 올인하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또 이러한 자기 계발 열풍은 불행하게도 고용 불안이라는 불안정한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끝까지 읽지 않아서 저자의 최종 주장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앞부분의 비판에는 매우 공감하는 바다.
반면 이 책에서는 칙센트미하이가 강조하는 몰입의 순간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내재적 동기를 끌어내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결정이론에서는 외부 보상에 의존하지 않고 일을 통해 행복을 달성하는 방법으로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을 강조했는데 저자는 이를 살짝 변형해 자율성, 숙련, 목적 의식 등을 제시한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에 의해 구속받거나 지시받을 때 타율적이 되서 일의 즐거움을 느끼기 힘들다.
반드시 일 뿐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려는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매우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다.
겨우 돌이 지난 아기가 벌써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고 호불호를 명확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자유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
따지고 보면 현대 사회로 오는 지난한 역사는 결국 자유를 위한 투쟁이 아니었나 싶다.
신분제가 철폐되고 모든 인간이 법적으로 타인에게 구속받지 않을 자유가 보장된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인습과 편견으로부터의 자유를 여전히 추구하고 있으니까.
수술실에 들어가면 오퍼레이터를 제외하고는 꾸벅꾸벅 조는 어시스트들이 많은데 전에는 수술 같은 긴장된 상황에서 어떻게 잠이 올 수가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오퍼레이터는 수술의 전 과정을 주관하는 자율적인 존재이고, 나머지 조력자들은 수동적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도 모르는 채 단순 작업만 반복하는 타율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피로가 겹치고 시간이 길어지면 꾸벅꾸벅 조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단순업무는 지루하고 보수도 낮고 기피하게 된다.
또 이미 현대 사회는 저자의 재밌는 표현대로 단순 지적 업무를 컴퓨터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이런 일은 임금이 떨어져 매력적인 직업군이 못 된다.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의지대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에서 이것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책에 여러 방법들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의문스럽다.
일단은 내 자신의 업무에서 자율성을 획득하도록 노력해 보겠다.
두 번째 숙련이란 다른 말로 일의 유능감이라 할 수 있는데 칙센트미하이의 에서 잘 설명된 개념이다.
조금 더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이 바로 숙련이고 이것을 통해 성장하고 일의 과정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자기 실력을 크게 넘어서는 일이 주어지면 불안과 두려움, 좌절을 느껴 포기하지만 반대로 너무 쉬운 일을 주면 금새 지루해져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기 수준보다 약간 높은 업무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약간" 높은 수준의 업무를 찾는 것이 핵심인데 매우 어려운 일이고 심지어 자녀를 매일 관찰하는 부모에게도 이 적절한 수준의 과제를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같다.
자녀 교육에 이런 숙련 개념을 응용하려면 결국 끊임없이 자녀와 대화하고 자녀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의 업무에 적용할 때도 사실 내 의지로 업무 내용을 조정할 수 없는 일이므로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쉽든 어렵든 수행해야 하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적절한 난이도를 찾는다는 건 참 어렵다.
어쨌든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주도적이 돼서 일에 흥미를 느낀다.
이 통제감의 필수 요건이 바로 숙련, 곧 유능감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조금 더 향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끝없는 연습에 대한 필요성 혹은 찬양은 <지하철과 코코넛>에서도 제시된 바다.
인생은 특별히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상당 부분 우연에 의해 좌우되므로 노력해도 안 되는 대부분의 것들을 운에 맡기고 (즉 마음을 비우고 상황을 받아들여야) 대신 할 수 있는 부분, 즉 업무의 숙련도를 높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고 했다.
이 책에서는 긍정 심리학을 비판하면서 단지 긍정적인 정서를 가진다고 해서 사회적 성공에 가까워지는 건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분명히 통찰력을 갖기 위해 자기 일에 능숙해지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든 사람이 연습벌레인 타이거 우즈이니, 그만한 재능을 가지지도 못한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연습량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목적의식이란,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단순한 일이 아니라 보다 의미있고 큰 목적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의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류 행복을 위해 일한다거나 가난한 이들을 돕는다거나 하는 보다 높은 목표를 가지라고 한다.
자신의 업무가 보다 큰 목표에 통합된다면 사람들은 단지 돈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보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자원봉사나 구호 활동 같은 물질적 보상이 없는 일을 열심히 하는 까닭일 것이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나 역시 나 자신을 위해 물건을 살 때 보다 가족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했을 때 훨씬 뿌듯하고 기쁨을 느낀다.
이런 감정은 <이타적 유전자>에서도 확인한 바다.
인간에게 남을 도우려는 선한 본성이 없다면 봉사 활동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결정이론에서는 목적의식 대신 관계성을 강조했는데 이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관계성이란 공감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심리적 안정감에 큰 도움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고 홀로 외롭게 지내려 하지 않는다.
돌이 막 지난 우리 딸을 봐도 그런데, 절대 혼자 안 있으려 하고 사람들 틈에 같이 끼어 있고 싶어한다.
전에 키웠던 강아지도 사람들이 만지는 건 싫어하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꼭 가족들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함께 있고 싶어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의 중요한 특성 같다.
역자에 따르면 학습이나 업무의 효율성은 아이큐 보다는 오히려 심적 안정감을 주는 관계성에 기초한다고 했다.
내 경우를 봐도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사이가 나쁜 사람이 있으면 신경이 쓰여 일을 제대로 못한다.
관계성은 업무 향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역자는 단순히 외적 보상이 업무의 생산성을 깍아 먹는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자기 계발서의 한계라고도 하는데, 일의 특성에 따라 외적 보상을 주면 더 잘하는 것이 있고 반대로 내적 동기가 중요한 일도 있다.
21세기 같은 창의적인 사회는 확실히 내적 동기가 중요할 것 같기는 하다.
단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기준적 보상의 선인데, 한마디로 기본적인 보상은 충족이 되야 한다는 얘기다.
행복과 돈의 상관관계를 봐도 돈이 많다고 해서 무한히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일정 부분을 충족시킬 때까지는 돈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평균보다 약간 높은 급여와 공정한 인센티브를 제안한다.
급여 부분에서 충족이 된다면 (즉 인센티브가 크기 보다는 기본급이 높다면) 업무 테이블에서 돈 문제를 들고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평균보다 약간 더 많은 급여, 자율적인 작업 환경을 준다는 것이 경영자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전통적인 업무 환경 자체가 창의성을 증진시키기 보다는 규율과 통제를 통해 생산성을 높히는 방법을 써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의 예에서도 보듯 21세기는 확실히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로 흐르고 있고 점차 조직 문화도 바뀔 것 같다.
내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 봤는데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 쉽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