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2 - 정수일의 세계문명기행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2
정수일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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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더 쉽게 읽힌다.

1, 2권 모두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인데 내용은 편하게 쓱 읽을 만한 수준이라 금방금방 넘어간다.

1권은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를, 2권은 중앙 아프리카,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로 내려간다.

1960년대 독립을 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민 치하의 오랜 착취가 안타깝지만 사회주의를 선택한 일당 독재자들 때문에 대부분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한국과는 달리 자원이 풍부한데 왜 뒤쳐지게 되었을까?

여전히 모든 문제점의 근원은 19세기 제국주의의 착취 때문인가 의문이 생긴다.

독립 후 사회주의를 선택한 아프리카 나라들은 전부 일당 독재로 귀결됐고 경제적으로 실패했다.

탄자니아의 국부로 소개된 니에레레의 예를 봐도 예외없이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일당 독재로 치달았고 국유화와 집단농장화를 강제 시행하여 결국은 자신이 인정한 것처럼 처음보다 훨씬 가난해졌다.

인간의 본성은 사유재산과 경쟁심을 통해 발전하는 자본주의에 더 맞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독립 당시 똑같이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의 지도자들이 미국 편에 붙어 자본주의를 택한 것이 오늘날의 부유함을 이룬 원동력이 아닐까?

가나와 콩고, 남아공,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탄자니아, 케냐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역사와 현대사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참조 목록으로 나온 책들을 읽어 볼 예정이다.

다른 나라들은 전통 왕조의 역사가 훨씬 재밌는데 아프리카는 현대사가 더 흥미롭다.

저자가 인류의 기원인 아프리카의 유적지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 부분도 더 읽어 볼 생각이다.

다른 리뷰를 보니 참조 도서를 그대로 옮겼다고 비판하기도 하던데 일단 내가 그 책들을 읽어 보고 판단하려 하고, 기본적으로 매우 성실한 여행기라 생각된다.

가벼운 감상을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나라가 갖는 여러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매우 성실하게 잘 기술하고 있어 과연 학자는 다르구나 싶다.


 

<인상깊은 구절>

137p

예나 지금이나 언약궤의 진품은 누구도 볼 수 없으며, 그 존재와 힘에 대한 믿음은 전설과 사제들의 설교에 의해서만 유지될 뿐이다. 종교가 종교임을 그만두기 전에는 종교의 성물에 대한 믿음과 이해란 다 이러한 식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은밀서(書)'를 생명으로 하는 종교가 유지되는 법이다.

149p

기독교와 같은 보편종교는 자연이나 혈연 구조에 입지한 자연종교와는 달리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종교적 이상까지 추구하는 노력, 즉 전도를 통한 전파가 간단없이 끈질기게 진행된다. 이와 같은 종교의 전파는 필연적으로 전달과 변용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타지에 대한 종교의 전파 시원은 의당 초전(初傳) 단계인 전달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초단계적으로 변용을 그 시원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요컨대 종교의 전파는 전달에서 비롯되는 초전과 변용을 수반하는 공전(혹은 公許)의 두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기독교의 경우도 분명 초전과 국가의 공허에 의한 공전의 두 단계를 거쳐 널리 전파되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래 종교는 이질감에서 오는 냉대 때문에 쉽게 수용되지 않고, 그 전파 과정에서 오랜 시간 우여곡절을 겪게 마련이다. 모든 종교 전파사가 실증하다시피, 한 종교가 공허나 공인에 이르기까지는 초전자들의 헌신적인 포교가 필수다. 엄격히 말하면 이 전달 단계에서 이들 초전자들의 포교 활동 개시가 바로 해당 종교의 전래 시원이며, 그들이 바로 다름아닌 전파의 시조인 것이다. 초전자들은 사회적인 비난과 저항 속에서 비밀리에 포교 활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공개되는 일이 적고, 기록 또한 남지 않게 된다. 그 때문에 그들에 의한 전래의 시원이나 과정을 구체적으로 추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때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 결과 흔히 초전(전달) 활동이 무시된 채 기록, 그것도 공전을 기준으로 한 기록에만 의존해 전래 시원을 판단하는 편향을 범하게 된다. 이러한 이론을 전제로 한다면 기독교의 에티오피아 전래 시원은 국왕 에자나의 공허 시점이 아니라, 그 이전 상당한 기간의 초전 단계의 기점으로 거술러올라가 추정되어야 할 것이다.

 

<오류>

162p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스페인 국왕 구스타브 3세는 기괴망측한 인체 실험을 고안해냈다. .. 이를 계기로 스페인의 1인당 커피 소피량은 일시 세계 1위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구스타프 3세는 스페인이 아니라 스웨덴의 국왕이다. 이를 계기로 스웨덴의 커피 소비량이 급부상했다.

351p

1858년 2월에 동아프리카 대열곡에 있는 여러 호수 가운데 하나인 탄자니아호에 도착했다.

->탄자니아호가 아니라 탕가니카호이다. 탄자니아는 탕가니카와 잔지바르가 합해지면서 만들어진 국명이다.

458p

중국 명나라 의덕(宣德) 연간에 제작된 청자 접시와

->의덕이 아니라 선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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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09: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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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1 - 정수일의 세계문명기행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1
정수일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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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비해서는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읽힌다.

깊이 면에서는 본격적인 아프리카 이야기라기 보다 여행기 쪽이지만 전작인 라틴 아메리카 편보다는, 훨씬 많은 정보를 준다.

아마도 저자가 이집트에서 유학했고, 모로코 대사관에서 일했던 젊은 시절의 경험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녹아있는 듯 하다.

특히 아프리카의 여러 정치가들에 대한 현대사 이야기가 유익했다.

이집트의 나세르는 알고 있었는데 알제리의 벤 벨라, 세네갈의 상고르, 코트티부아르의 팰릭스 우푸에부아니는 이 책이 아니면 어디서 볼까 싶다.

모로코가 여전히 왕정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여러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서술하는데 이들의 특징은 전부 일당 독재자이고 사회주의를 추구했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와 함께 가기 어려운 것인가?

이승만과 박정희도 독재자였지만 건국의 아버지였고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오늘날 독재자로만 비난받고 있을 뿐이다.

한국은 아프리카에 비해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룩했는데도 그들은 오직 과만 비난받는 반면,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은 이렇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단지 외국인의 눈으로 피상적으로 보기 때문인가? 혹은 이른바 진영 논리로 자본주의는 나쁘고 사회주의는 훌륭한 것인가?

만연체라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으나 찬찬히 여행 일정을 편안한 문체로 서술하여 흥미롭게 읽었고 무엇보다 새벽 4,5시면 일어나 일정을 시작하는 저자의 체력에 놀랬다.

벌써 80대인데 대단한 열정이다.

이런 학자가 간첩이었다는 것도 정말 놀랍다.


<인상깊은 구절>

242p

사극에서 보다시피, 한니발은 용감하고 걸출한 군사가이며, 부하들에게 신망 높은 군통수였다. 진지에서는 병사들과 함께 자고, 전장에서 진공시에는 맨 앞장에, 후퇴시에는 맨 뒤에 서는 솔선수범의 지휘관이었다. 그가 세계 戰史에서 영웅의 반열에 오르게 된 이유다.

485p

"네그리뛰드란 흑인 민족과 흑인 문명의 독특한 공헌과 가치 및 특징을 옹호하는 흑인 의식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낸 말이었다. 네그리뛰드는 지적인 측면에서 민족주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운동은 흑인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 및 존엄성을 말살하는 프랑스 식민정책의 핵심인 문화주의에 반발해 생긴 자각적 운동으로서 프랑스나 유럽 문화의 우월성이나 배타성을 부정하면서 아프리카 문화의 전통적 가치와 우수성, 그리고 인류 문화에 대한 기여를 주장했다.

524p

지난 세기 1960년대에 독립을 쟁취한 대부분 아프리카 나라들은 독립 직후 약 20~30년간은 독립의 후광 속에 사회 전반에 걸쳐 일정한 변혁을 일으켰으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독자적 국가 운영에서 일련의 실패와 미흡, 부정이 노정된데다가 국제적으로 금융위기 등 악재가 겹치면서 난관에 부닫치자 외세에 의한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이 시기에 코코아와 커피, 목재, 팜유, 고무 등 생산품의 세계적인 수출국이었다. 한마디로 경제는 호황을 누렸고 사회는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경제의 급성장에 매료되어 외국 자본의 유치나 외국 영향을 줄이면서 산업의 국유화를 추진한 것이 문제였다. 민간경제 토대가 거의 없는 이 나라에서 이러한 시책은 정부의 주도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정책 시행 과정에서 실정과 부패가 발생했고, 다변화한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외국으로부터 유치하지 못하였다.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부실기업이 생기고 적자가 누적되어갔다. 긴축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국민의 불만을 야기했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ㄷ되다보니 국고는 거덜이 나고, 민생은 불안하고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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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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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인 줄 알았더니, 기존의 답사기에서 사찰 부분만 따로 묶어서 펴낸 책이다.

그래도 사찰이라는 주제로 잘 응집되어 재밌게 읽었고 무엇보다 표지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눈이 시원해진다.

그런데 정작 책 속의 사진들은 선명도가 떨어지고 크기가 작아 도판이 아쉽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라 그런가?

저자 특유의 편안한 문체와 과하지 않은 감상 덕에 우리 절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나는 고향이 전라도라 책에 나온 절들을 어려서 자주 갔었다

그 때만 해도 절이 이렇게 문화재로 훌륭하게 대접받지도 못했던 것 같고 어려서 그런가 시시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불교 사찰을 제외하면 가볼 만한 문화유산이 없다면서 지금은 불교가 많이 쇠락했어도 문화재로서의 사찰은 아주 중요하다고 했던 아빠 말도 떠오른다.

저자가 자세히 묘사한 산사 들어가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과 감상을 읽으니, 아빠와 함께 다녔던 어린 시절들이 떠올라 잠시 행복했다.

서울로 올라온 후 1년에 두 번, 명절 때나 고향에 내려갈까, 그것도 하루는 시댁에서 보내야 해서 아빠랑 드라이브 한 번 가 본 적이 없어 아쉽다.

마지막 두 편은 북한에 있는 묘향산의 보현사와 금강산의 표충사였다.

북한의 큰 절들이라 그런지 사진으로 보는 절 모습이 무척 시원하고 장대하다.

꼭 가보고 싶다.


<오류>

233p

41세 때는 과부가 된 단의장 옹주가 자신의 봉읍에 있는 현계산 안락사에 주석을 부탁하자 이를 받아들이고, 44세 때는 단월옹주가 농장과 노비 문서를 절을 위해 바치자 이를 받아들였으며

->檀越은 절에 시주하다는 뜻이라 앞서 언급한 경문왕의 누이 단의장 옹주가 지증대사에게 단월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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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의 성장
이내옥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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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약력만 보고 미술에 대한 에세이인 줄 알았다.

도서관에 신간 신청하고 받아 보니 수필집이다.

정말 오랜만에 읽어 보는 수필이다.

270여 페이지의 작은 분량이고 수필의 특성대로 두어 장의 짧은 글들이 실려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휴식 같은 느낌이다.

표지 디자인도 편안하고 글 역시 감정의 과잉이 적어 깔끔하다.

오랜 기간 동안 박물관에 재직한 저자의 품격이 느껴지는 수필집이다.

안목, 특히 예술품을 볼 줄 아는 안목이란 많은 미적 체험을 통해 얻어짐을 새삼 깨달았다.

나 역시 처음으로 미술에 관심이 생긴 계기가 대학교 때 유럽 여행을 가서였다.

그 전에는 미술 시간에 지겹게 외운 미술 사조와 유명 화가 이름이 전부라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림을 실제로 접할 기회가 없었고 당시만 해도 도판으로 보기도 어려웠던 시절이다.

런던에 있던 내셔널 갤러리에 가서 실제로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접했을 때 가슴이 터질 것 같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미적 체험이란 많이 보면서 느끼는 가운데 생기는 것이고 그 후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좋은 취미가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자주 가는 곳이다.

작년에 갔던 교토 여행도 일본의 미의식에 대해 느낄 수 있었던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글 중에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첫번째는 김대중에 대한 평가다.

정치적 견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저자의 긍정적 평가에 반대한다.

나도 전라도 사람이고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고, 그 후 노무현까지 당선됐을 때 너무 감격해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외지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투표를 하기 위해 광주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

그렇지만 오늘날 북한 핵 위기에 대해 가장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이 바로 김대중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새마을 운동이 농촌을 파괴시켰다는 것이다.

역사적 평가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박정희의 근대화 업적을 단순한 감상으로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앞머리에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과 예산 투자에 대해 강조했는데, 경제력이 우선 향상된 다음에 문화도 가능한 것이다.

박정희에 의한 근대화가 없었다면 오늘날 풍요로운 문화 정책도 불가능 했으리라 생각한다.

새마을 운동을 천민자본주의, 농촌 파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인상깊은 구절>

69p

이런 명품 업체의 전시를 보면서 뭔가 허전함이 남는다. 상품을 아무리 작품으로 포장한다고 할지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역사성과 품격에 비추어 본다면 세상의 진정한 명품들은 모두 박물관, 미술관에 있다.

92p

최고 수준의 유물이기에 이를 소재로 세계 최고의 도록을 만들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해졌다.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까지 런던의 안개는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유명한 언급을 되새겼다.

136p

선승과 무사 계급이 결합하여 이룩한 중세의 미의식은 이후 일본인들의 미적 정서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뭔가 알 수 없지만 그로부터 일본적인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료안지 방장에서 바라보는 정원이다.

(나도 이 곳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우아했다. 아침 일찍 방문했는데 겨울 아침의 차가운 공기와 더불어 잊혀지지 않는 감상을 남긴 곳이다)

166p

담백, 의취, 청일, 평담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逸氣의 전형이 <용슬재도>이다. 중국 회화는 궁극에 문인의 정신, 즉 흉중일기를 표현하는 추상의 단계까지 나아갔다. 예찬은 문인 정신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고, 그것을 <용슬재도>에 담았다. 먼 훗날 추사 김정희가 <세한도>를 그려 그에 핍진했을 뿐이다.

179p

그 곳 방파제에 뜻밖에도 왕유의 시를 새겨 놓았는데, 자못 마음에 느끼는 바가 있어 옮겨 적었다.

"그대에게 술을 따라 권하노니, 마음 편히 지내시게

세상 인정 뒤집어지는 것, 출렁이는 파도와 같지

오래도록 사귀어 온 사이에도 경계심 여전하고

먼저 출세한 이는 그러지 못한 자 비웃는다네

풀잎의 푸른색 가랑비에 젖어 더욱 짙어지는데

꽃가지 움을 트려 하나 봄바람이 아직 차갑구나

세상사 뜬구름과 같거늘 물어 무엇하겠는가

조용히 지내며 맛있는 것 마음껏 먹느니만 못하다네"

201p

르네상스 시대 당시 기독교 내부에는 모든 물질에 영성이 편재한다는 사상적 흐름이 존재했다. 신플라톤주의의 범신론이 여기에 가세하면서 인간의 육체 가운데 신성이 존재한다는 관념이 부각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의 육체에 존재하는 신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렇게 보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신성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찬양이라 할 수 있다. ... 프로테스탄트는 은총에 의한 타력 구원을 강조하면서 가톨릭의 이단 포용을 공격했다. 그러자 가톨릭에서도 자구 수단으로 이단을 배격하기에 이르렀다. ... 세력을 얻은 프로테스탄트는 가톨릭 미사나 고해성사와 같은 성전례까지 배격했다. 청교도의 도덕적 엄격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로 인해 육체적 가치가 부정되면서, 육체에 신성이 존재한다는 르네상스 시대의 관념이 이제 이단으로 치부되어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양측 모두로부터 탄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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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이상의 도서관 32
최정태 지음 / 한길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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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기행이라는 독특한 주제라 선택했다.

저자의 직업이 사서라 도서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넘치는 점은 좋은데 본격적인 연구와 조사는 아닌 말그대로 기행문이라 여행기 정도의 가벼운 서술이 아쉽다.

한가지 주제에 대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글쓰기의 전형으로 조용준씨의 <유럽 도자기 여행> 편을 들 수 있겠다.

이 정도의 자료 조사와 시간 투자가 있어야 양질의 컨텐츠를 가진 "읽을 만한" 정보가 많은 책이 나오는 듯 하다.

이 책은 많은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고 대신 유명 도서관 열 두 곳을 소개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겠다.

도서관 사진의 도판도 좋은 편이다.

도서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나에게 박물관 만큼이나 도서관은 흥미로운 곳이다.

그렇지만 진품을 직접 관람하는 것이 중요한 박물관이나 미술관과는 달리, 책은 어떤 형태를 취하든 그 내용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희귀본을 얼마나 소장하고 있냐 보다 얼마나 많은 책들이 이용자에게 읽힐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듯 하다.

하버드 도서관은 장서수가 1600만권에 달하고 이탈리아 공공 도서관은 무려 6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인은 글 읽는 것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현대의 도서관 수나 독서 인구를 보면 이것도 하나의 신화에 불과한 게 아닌가 싶다.

오히려 우리는 일부 식자층이나 책을 중히 여겼을 뿐 실상은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이 아니었을까?

서구나 일본에 비해 도서관 수나 1인당 읽는 책은 매우 현저하게 떨어지는 반면, 아이돌이나 한류 드라마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책에 나오는 유명 도서관들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어 희귀본들이 많고, 장서수는 기본이 천만 권을 넘으며 건물 또한 매우 훌륭하고 무엇보다 사서가 단순히 책정리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행사를 주최하는 기획자들이다.

희귀본은 이제 와서 구할 수도 없고, 훌륭한 건물을 갖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니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대신 도서관이 지역 사회의 문화적 구심점이 되는 것은 열심히 추구할 목표라 생각된다.

요즘은 도서관에서도 작은 행사들이 종종 개최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사서는 책 정리하고 대출해 주는 수동적 이미지가 강하다.

저자의 다른 책에서 봤던 내용인데 양질의 고급 인력을 많이 채용해야 도서관의 질적 수준을 높힐 수 있을텐데 인력에 투자하는 것을 가장 돈낭비로 생각하는 문화 풍토상 쉬운 목표는 아닌 듯 하다.

내가 학생 때만 해도 도서관은 시험 공부하는 독서실 기능이 가장 컸지만 지금은 책을 대출하는 종합자료실의 기능이 많이 강화된 듯 해 좋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밤 10시까지 대출 서비스를 해 주고 희망도서도 빠르게 구입해 준다.

가족이 여러 권의 책을 빌릴 수 있는 가족대출 서비스도 좋고 관내 도서관끼리 상호대차 서비스를 지원해 주는 점도 매우 편리하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용자 부담으로 택배 대출과 반납 서비스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인력 부족으로 실현이 어렵겠지만 현재도 장애인이나 영유아가 있는 부모에게는 시행되는 제도니 확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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