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장인들의 아틀리에
이지은 지음, 이동섭 사진 / 한길아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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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다른 책들이 워낙 유익하고 재밌어 기대를 했는데 처음 출간한 책이고, 주제가 여러 아틀리에를 소개하는 일종의 탐방 에세이라 그런지 내용이 부실하고 산만해서 아쉽다.

사진도 전문 작가가 동행한 만큼 기왕이면 컬러로 실었으면 장인들의 수공예품이 훨씬 더 빛을 발했을 것 같아 아쉽다.

장인이라고 하면 막연히 갓 만드는 노인, 옹기장이 이런 한국적 이미지만 생각했는데 프랑스에도 전통 공예가들이 대량 생산의 시대에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전통을 잇고 있었다.

열 다섯 명의 각종 수공예 분야의 장인, 이를테면 마스터들이 소개된다.

유럽 장인은 가구 만드는 에베니스트만 생각했는데 이 책에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등장한다.

파이프 오르간, 종, 안경테, 상아 공예품, 시계의 무브먼트, 클라브생, 직물 짜는 사람, 활자 인쇄공, 부채 등등 온갖 종류의 수공예가 소개되어 흥미롭다.

사라지는 것은 참 아쉽다.

갑작스런 근대화의 길로 들어선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명력을 잃어가기는 유럽 전통문화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명품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와 손잡은 가방이나 구두가 놀라운 변신에 성공했다고 할까.

귀갑이나 상아 등은 자연보호 규약 때문에 아예 구할 수도 없어 100여 년 전에 유통되던 재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공예 관련 일을 하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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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수도원 화첩 기행 - 이곳은 모든 것이 깊다
정미연 글.그림 / 성바오로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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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근처 도서관에 없던 책이라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터에, 상호대차 시스템을 통해 빌리게 됐다.

저자가 직접 그린 표지 그림은 책의 분위기를 한번에 드러내 줄만큼 세련되고 멋지지만 아쉽게도 내용은 기대 이하다.

내가 기대했던 내용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리스 수도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는 기행문이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에 포인트를 둔 에세이다.

글은 너무나 가볍고 감상적이라 큰 울림이 없었고 아쉽게도 그림 역시 큰 감흥이 없었다.

그리스 에게해에 관한 기행문이라면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 쪽이 훨씬 성실하다.

사진이 거의 없는 점도 너무 아쉽다.

다만 저자는 무척이나 긍정적이고 미소가 아름다운 분 같다.

잠깐 언급된 남편 박대성 화백과의 러브 스토리도 가슴 찡하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읽었을 때의 실망감이랄까...

밀도있는 기행문을 만나기란 참 어려운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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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천년의 시간을 걷다 - 벚꽃향 아련한 흥망성쇠 이야기 Creative Travel 3
조관희 글 그림 / 컬처그라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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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도서관에 없던 책이라 무척 읽고 싶었는데 상호대차 시스템이 시행되면서 빌리게 됐다.

저자는 중국사 전공 교수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교토에서 1년을 지내면서 이 책을 낸 것 같다.

오래 머물러서 그런지 단순한 기행문에 머물지 않고 교토의 지역과 역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역시 아쉬운 점은 도판.

색감이 선명하지 않다.

쓸데없는 개인적 감상을 많이 넣지 않아 읽기 편했고, 교토의 구석구석을 역사적 연원과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유홍준씨 책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도래인의 존재를 항상 강조하느라 약간의 거부감이 든 부분도 있었다.

천 년 수도 교토의 구석구석을 역사와 함께 살펴 본 좋은 시간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

173p

항상 전장에서 적과 싸우는 장수들은 삶과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 갖고 있는 본연의 것일진대, 아무리 용감한 사무라이라도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법. 아울러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적과 마주해 싸울 수 없기에 사무라이들은 살고 죽는 것을 그저 덧없는 한바탕의 꿈인 양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것이지요. 여기에 선불교가 일본에 들어오자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현세 초월적인 풍조가 일시에 풍미하게 되었습니다.

210p

인생사 오십 년

넓고 넓은 우주와 비교하면

꿈과 같이 허망하도다

한 번뿐인 생을 얻어

죽지 않는 자가 어디 있을까 

-오다 노부나가의 시 중에서-

211p

한 시대를 풍미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하늘의 뜻이라 할 수 있는 천운도 따라야 하는 법입니다. '전쟁의 신'이라 불릴 만큼 전투의 귀재였던 다케다 신겐에게도 적이 있었으니 바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연전연승 싸우는 족족 승리를 거두며 교토로 향하던 도중에 병사하고, 천하통일의 대업은 오다 노부나가의 손으로 넘어가고 맙니다.


<오류>

다이고 천황이 죽고 스자쿠가 8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외조부인 좌대신 후지와라노 다다히라가 다시 섭정을 맡았고

-> 후리와라노 다다히라는 스자쿠 천황의 외조부가 아니라 외삼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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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다, 빈 - 디테일이 살아 있는 색다른 지식 여행 색다른 지식 여행 시리즈 7
신양란 지음, 오형권 사진 / 지혜정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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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어 교사였던 저자의 경력 탓인지 요약 정리를 너무 잘 해주는 책이다.

바람직한 여행 안내서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개인의 소회가 전혀 없는 게 약간 아쉽긴 하지만 정보 전달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에 매우 충실한 책이다.

사진도 아주 훌륭하다.

보통 저자가 글도 쓰고 사진도 찍는 경우가 많아 여행 책자의 사진은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전문 사진 작가가 따로 있어 이 책은 볼거리도 훌륭하다.

슈테판 대성당이나 쇤부른 궁전의 조각품 하나하나까지 정성스럽게 설명하고 있어 약간 지루하기도 했지만 많은 정보를 얻었다.

관심이 많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나라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오류>

257p

레오폴트 제단은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독수리를 문장에 사용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조촐한 성당을 고딕 양식의 웅장한 슈테판 대성당으로 환골탈태시킨 레오폴트 4세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슈테판 대성당을 고딕 양식으로 바꾼 사람은 레오폴트 4세가 아니라 루돌프 4세이고, 사진에 나온 제단의 주인공은 레오폴트 4세가 아니라, 성 레오폴트 3세이다. 그는 합스부르크의 왕도 아니고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도 아니고, 오스트마르크 변경백이었던 바벤베르크 가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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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란 2020-01-3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가고 싶다, 빈>을 쓴 여행작가 신양란입니다.
올려주신 리뷰를 일찍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제 글을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의 내용이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는 독자분들이 있어 어려운 작업임에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함에도 글에 오류가 난 것을, 올려주신 리뷰를 읽고야 알았습니다.
명백히 저의 잘못입니다.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출판사와 의논하여 다음 쇄에서 수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사실을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에 지적해 주신 내용을 올려 독자들이 오류를 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제 글을 꼼꼼하게 읽어주시고 오류를 찾아내 주신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작업하는 글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신중하게 임하겠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신양란 드림

marine 2021-01-14 09:28   좋아요 0 | URL
저자가 직접 댓글을 달아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 엄마도 국어 교사로 퇴직하셔서 더 친근감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여행 관련 책자를 보면 정보는 별로 없고 블로그에나 올릴 만한 수준의 감상문을 사진 몇 컷과 짜집기 해서 출판하는 경우가 많아 반감이 좀 있던 터라 무척 신선했습니다.
사진작가와 같이 작업하시는 점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부탁드려요!
 
중국문화유적답사기 - 하남성.하북성.서안.강소성.절강성 문화유적 심층 답사기
김종원 지음 / 여행마인드(TBJ여행정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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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독특한 컨셉 같다.

본격적인 여행서는 아닌데 그렇다고 인문학적 컨셉도 아니고, 800 페이지 남짓되는 엄청난 분량의 매우 꼼꼼한 답사기다.

분량이 많아 걱정했는데 사진이 워낙 많고 쉽게 서술되어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특장점은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난 사진들이다.

저자가 직접 찍은 것 같은데 프로 사진 작가 수준이다.

사진의 양도 엄청나게 많아서 글로 설명하는 답사기라기 보다는 눈으로 즐기는 여행기 같아 너무 좋았다.

3만원이라는 책값이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중국 각 지역의 자연 풍경과 유적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다.

대부분의 책들이 도판 수준이 실망스러운데 어쩌면 이렇게 선명하게 잘 인쇄를 했는지 참 신기하다.

다만 붉은 색이나 파란색 색감은 좀 과하게 밝게 나와 간혹 촌스러운 관광 엽서 사진 같은 컷도 몇 개 있긴 했다.

중국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유적지 곳곳이 다 흥미로웠다.

가 본 곳이라고는 북경 밖에 없지만 만리장성에 갔을 때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다.

자금성은 오히려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고, 만리장성은 이 높은 산 위에 이렇게도 엄청난 성벽을 건설해서 이민족의 침입을 막았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책을 읽으면서 가 보고 싶은 곳을 꼽아 봤다.

1. 칭더의 피서산장.

청나라가 최고의 국력을 자랑할 때에 건립된 곳이라 그런지 건축물들이 정말 웅장하고 화려하다.

18세기 조선 선비 박지원이 이 곳에 와서 보고 느꼈을 문화적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2. 청동릉, 청서릉, 명 13릉 같은 황제의 무덤들.

중국 황제들은 정말 스케일이 크다.

땅덩어리가 넓고 부릴 수 있는 인력이 많아서 그런가, 진시황릉만 대단한 줄 알았더니 명나라와 청나라의 왕릉들도 정말 규모가 엄청나다.

크기가 주는 압도감이 있는 것 같다.

3. 소주나 항주의 원림들.

이번에 프랑스 가서도 잘 가꿔진 정원들을 보면서 정말 감탄했다.

인간이 자연을 아름답게 조경하는 정원 문화는 자연과 어울어져 눈이 즐겁다.

동양의 정원, 특히 개인 정원들은 어떤 개성을 지녔는지 가 보고 싶다.

소주는 운하의 도시라 더욱 풍경이 수려할 것 같다.

4. 시안의 병마용과 성벽, 당나라 유적지들

진시황이 묻혀 있는 지하궁전은 아직 발굴이 안 되었고 그 옆의 병마용 세 개가 발굴되어 전시되고 있다.

무려 6천 개의 토용이 묻혀 있다니 정말 놀랍다.

작은 토용들도 아니고 180cm 에 달하는 실제 등신상이라니 과연 중국 대륙을 통일한 시황제답다.

그 외 중국의 탑들도 석탑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나무나 전탑들이 많아 높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고 직접 올라가 볼 수 있다니 꼭 관람해 보고 싶다.

당나라 때 만들어진 성벽도 가보고 싶다.

또 중국은 유적지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는 게 신기하다.

장이머우 감독의 인상 시리즈 외에도 다채로운 공연들이 많아 관람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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