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인간 안나
젬마 말리 지음, 유향란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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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젬마 말리] 잉여인간 안나
Gemma Malley - The Declaration, 2007

 

3.7

 

374페이지, 21줄, 26자.

 

안나가 종종 쓰는 일기가 더 많은 걸 알려줍니다. 일상생활은 사실 반복적이거나 정보를 전달하는데 비효율적이지요. 몰래 갖고 있는 일기장이라면 더 많은 내용을 담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형식이 좋다는 건 아닙니다. 정말로 갖기 힘든 일기장이라면 저렇게 길게 쓰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노화를 중지시켜 주는 약물(책에서는 장수약)이 언젠가 개발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죽지 않을 방법이 생긴 것입니다. 정부에서 생각해 보니 연금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금지했었다가 요구를 이기지 못하여 합법화합니다. 대신 추가 출생을 금지시켰습니다.

 

따라서 세상엔 합법적인 인간(기존에 생존해 있던 인간 중에서 장수약을 먹고 있는 인간), 잉여인간(허가 없이 태어난 인간), 탈퇴자(기존 인간 중에서 장수약을 먹지 않는 인간)으로 나눠집니다. 탈퇴하면 자녀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대부분은 성인- 특히 노인 -이고, 극소수가 아이입니다. 2030년 시험 복용이 시작되었고, 출산이 억제되다가 2080년부터 출산이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지금은 2140년.

 

안나는 곧 15살이 됩니다. 12년 전 2살 반일 때 적발되어 수용소에 왔습니다. 소장이 보기에는 모범적인 수용민입니다. 반장을 맡고 있기에 관리자 같은 기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소아(5세 이하)도 중급자(대략 12세 이하)도 아닌 대기자(16세 이하, 16세 경에 취업)로 한 아이가 들어옵니다. 피터가 안나에게 꺼낸 첫 말은 "네가 안나 커비지? 네 부모님을 알아."입니다. 성은 잉여인간에게 허용되지 않는데 말이지요.

 

피터는 자주 독방에 갖히는데 나중에 안나에게 말하기를 독방에 밖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는 겁니다. 피터를 처치하겠다는 소장의 전화를 듣게 된 안나는 피터와 함께 탈출할 결심을 굳힙니다.

 

포고령에 의하면 한 목숨에 한 목숨입니다. 부모 중 하나가 죽으면 잉여인간이었던 아이는 합법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지요.

 

죽지 않을 수 있다면 이렇게 될 수도 있겠네요. 또 저항하는 사람들처럼 장수약을 거절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이런 사회가 마음에 안 듭니까? 당사들에겐 필요한 체제일 겁니다.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니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고.

 

등장인물(호칭순)
도슨(선생), 라슨(재봉 선생), 로퍼(수색 지휘관), 메이지 윙필드(수용소 근무 가사 도우미), 벤(안나의 남동생, 아기), 빌(수색대원), 사전트(과학 선생), 샤프 부인(합법적 인간, 정지 나이 50세, 안나가 3주간 파견 나갔던 집의 부인, 줄리아 샤프), 수잔(수용소 가사 도우미), 쉴라(안나의 친구, 탈퇴자의 딸로 부당하게 수용중), 스티븐(피터의 생물학적 아버지), 안나(잉여인간, 대기자, 안나 커비, 14세), 알란(안나의 아버지), 케이트(안나의 어머니), 프랭크(수색대원), 피터(전입생, 대기자, 피터 톰린슨, 마거릿 핀센트의 아들), 핀센트(그레인지 수용소장, 마거릿 핀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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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임 파이 살인사건 한나 스웬슨 시리즈 9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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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플루크] 키라임 파이 살인 사건
Joanne Fluke, Key Lyme pie Murder, 2007
 
3.9

 

437페이지, 25줄, 27자.

 

이번에는 2007년도 출판물입니다. 다섯 번째로 빌려온 것이니 순서를 짓는다면 초콜릿칩(2000)-복숭아(2005)-키라임(2007)-자두(2009)-블랙베리(2014)이네요.

 

배경은 6월에 트라이 카운티 페어.

 

제빵 경연 평가단원이 셋인데 하나가 갑자기 충수염으로 입원하는 바람에 대타로 나가게 된 한나입니다. 다른 둘은 고등학교 가정 교사인 팸과 그녀의 보조 교사인 윌라. 매일 다른 품목을 심사하느라 페어에 가야 합니다. 거기에 어머니가 부탁한 부스에도 참여해야 하고(과녁 맞추면 물통에 빠지는 역할인데 다행히 토요일만), 딥-프라이드 캔디 바를 매일 먹으려고 시도해야 하고(번번이 훼방자가 나타나 못 먹습니다. 고 칼로리인데 한나는 누가 봐도 통통하니까 누군가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냥 루비랑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척해야 합니다.), 허브가 시도하는 마술(상자에 든 보조자에게 칼 찌르기)의 보조자로도 참여해야 하고, 미인 대회에 출전한 막내 미셸도 챙겨야 합니다. 그런데 윌라가 갑자기 새 옷을 사고, 새 구두도 사고, 머리도 새로 합니다. 그러더니 피살되었습니다.

 

이번에도 한나가 첫 사체 발견자입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이크가 있어 용의자가 되지는 않았고요. 누구랑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까 고민하던 차에 송아지 출품 아동이 목격담을 한나에게만 진술하는 통에 로데오 출연자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윌라가 로데오 팀의 누군가가 밧줄 돌리기를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사건이 해결된 다음에야.

 

<외관>이란 심사물이 접시에 담겨 나왔을 때 겉으로 본 모양을 뜻하고, <외형>이란 샘플로 조각을 잘라내었을 때의 모양이랍니다. 영어론 뭐라고 되어 있을까요?

 

레시피가 여기는 적은 편입니다(총 17종, 38페이지).

22-23 스웨덴 스타일의 오트밀 쿠키
36-37 파인애플 딜라이트
98-99 월넛-데이트 슈
124-125 키라임 파이
126-127 머랭
140-141 가짜 사과 파이
174-175 버나데트 표 포포버
186-189 포포버를 위한 다양한 버터들
203-205 아침  식사용 오믈렛
216-217 카푸치노 로열
246-247 망고 브레드
248-249 복숭아 브레드
274-275 스파이시 드림
338-339 키티의 오렌지 케이크
340-341 오렌지-퍼지 프로스팅
400-401 치퍼스
444-447 블론드 브라우니

 

등장인물(이름순)
노먼 로드(치과의사, 한나의 남자 친구), 딜로어 스웬슨(한나의 엄마, 골동품점 운영), 루비(딥-프라이드 캔디 바 부스, 브리아나의 의붓언니), 리사 비즈먼(쿠키단지 동업자), 마가리타 홀른벡(은퇴자, 자원봉사자), 마이크 킹스턴(위넷카 카운티 경찰서 형사팀장, 한나의 남자 친구), 메리 루 애덤작(시어머니), 메리 케이 애덤작(며느리, 시나몬 브레드 출품자), 모이쉐(한나의 거대한 오렌지색 털 고양이, 23파운드), 미셸 스웬슨(한나의 막내 동생), 밥 크누드슨(로버트, 루터 교회 목사, 클레어의 연인), 벅 존스(해고당한 카우보이), 브리아나 웨버(샘의 딸), 샘 웨버(로데오 팀 소유주), 안드레아 토드(한나의 동생, 빌의 아내, 트레시와 베서니의 엄마, 26살), 윌라 썬퀴스트(보조 교사, 판정단원, 미인 대회 샤프롱), 이반 블레어(나이트 박사의 비서), 제스 앨런 리퍼(윌라의 남편, 도둑), 클라라 홀른벡(은퇴자, 자원봉사자), 클레어 로저스(부 몽드 의상실), 타샤 힉스(미인 대회 중도 탈락자), 터커 스미스(로데오 팀, 브리아나의 약혼자, 본명 제스 리퍼), 팸 백스터(조단 고등학교 가정교사, 제빵 경연 판정단원장), 한나 스웬슨(쿠키단지, 판정단원, 30살), 허브 비즈먼(리사의 남편, 교통 단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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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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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볼턴] 뱀이 깨어나는 마을
Sharon Bolton - Awakening, 2009

 

3.8

 

616페이지, 21줄, 26자

 

글 자체는 아주 술술 읽히도록 써내려 갔네요.

 

클래라는 아마도 대인 기피증이 있는 수의사로 보입니다. 아침 조깅 후 이웃 집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아기 침대에 뱀이 있다고. 가서 살무사를 포획한 다음 풀밭에서 풀어줍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일을 하는데,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일 텐데, 애써 외면합니다. (나중에 밤이 되서야 전화를 합니다) 병원에서 살무사에 물려 죽은 환자 때문에 의사가 찾아오기도 하였는데 마을 주민들도 모여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영국 법에는 야생 뱀은 잡지 못하게 되어 있나 봅니다.

 

아무튼 맷이란 사람이 좌중을 휘어잡아 곤란함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직후 폴슨의 집에 뱀이 들어와 물리는 사람이 생깁니다. 클래라가 가 보니 뱀이 잔뜩 있지만 풀뱀들입니다. 그래서 잡아서 방류하기로 하는데, 한 마리가 호주의 타이판이란 맹독성 뱀입니다. 이제 모두 집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살무사 한 마리는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모두 39마리라고 기록되어 있네요. 누가 봐도 인위적인 침입일 것이라는 데 동의할 만한 숫자입니다.

 

월터라는 할아버지 집에서 9개월 전에 죽었을 월터를 본 것은 얼마 동안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결국 털어놓고 보니 아무도 (월터가 실제로) 죽은 것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5형제였었는데 다들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네요. 맷은 경찰이라 집에 들어가 찾아 보니 누군가의 손도장이 창가에 남아 있습니다. 즉, 진짜로 누군가가 그 창에서 내려다보았다는 뜻이지요.

 

뱀의 허물을 그 집에서 발견하여 숀에게 가져갔더니 전에 포집한 타이판보다 큰 것의 허물이라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클래라의 왼쪽 얼굴에 어떤 흠집(어렸을 때 사고로 생긴 것이라는 진술을 조금 더 앞에서 합니다. 아마 에비게일에게 했던 것 같은 데요.)이 있다고 밝힙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싫어하는군요. 작가가 일찌감치 한 줄로 밝혔다면 아마 열 장 분량의 묘사를 생략해야 했을 겁니다.

 

아무튼 첫 장면이 1부 끝에 가서 이어집니다. 바이얼릿이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지요. 아직 따스해서 응급처치를 얼마 동안 해 봅니다만, 결국 포기하죠. 그리고 살인 혐의로 체포됩니다.

 

경찰에게 온갖 질문 공세를 받은 다음 일시석방됩니다. 경찰이 갖고 있는 증거물 중에는 바이얼릿의 (법적 효력이 없는) 유언장도 있습니다. 내용이야, 바이얼릿이 클래라에게 전재산을 물려준다는 것이고요. 독거 노인에게 이유 없이 친절하고 노인이 죽으면 그 접근했던 사람은 피의자가 됩니다. 워낙 그런 사례가 많은가 봅니다.

 

42장에서 43장에 걸쳐 비밀이 여럿 공개됩니다. 클래라가 다친 사유라든가, 얼프레드에 대한 이야기, 클라이브가 신청한 석유 탐사 이야기 등등이요.

 

주요등장인물(이름순)
맷 호어(도싯 경찰서 부서장), 숀 노스(파충류 학자, 뱀 전문가, 프로그램 진행자), 클래라 베닝(수의사, 파충류 전공)


기타 등장인물(이름순)
네이선 키치(불량청소년, 앨런의 동생), 대니얼(린지의 남편), 로비 키치(불량청소년, 앨런의 동생), 로저 테넌트(아이롤로스 트러스트, 파충류 학자), 로즈 스코트(정신병원 사무원), 린지 휴스턴(베닝 이웃 집, 뱀 신고자, 소피아의 엄마), 바이얼릿 버클러(독거 할머니), 버네사(클래라의 언니), 베니(바이얼릿의 반려견), 샐리 존슨(방문 간호사), 솔 클라이브 위처(감옥에서 죽은 위처), 아치 위처(미국으로 간 위처, 사실은 패인 목사), 앨런 키치(주민), 어니스트 앰블런(폴슨의 장인, 후반 희생자), 얼프레드 위처(정신질환을 앓았던 뱀 다루는 남자, 원래 프레드 도드웰, 에덜린의 동생), 월터 위처(위처 형제 맏형), 제이슨 쇼트(불량청소년), 존 알링턴(살무사 독 희생자), 케니 브라운(불량청소년), 크레이그(동물병원 수간호사), 클라이브 벤트리(자수성가 부호, 솔 위처 주니어-솔 위처와 앨리스 벤트리의 아들), 킴벌리 에이플린(불량청소년), 패인(조엘 모건 패이, 오순절교회 계통의 목사, 아처 위처로 생활), 퍼시 스탠시(은퇴한 신부), 필립 호프우드(이웃), 해리 리처즈(도싯 주립병원 집주치료실 팀장), 해리엇(동물병원 간호사 겸 접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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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케이트 앳킨슨 지음, 임정희 옮김 / 문학사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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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앳킨슨]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Kate Atkinson - Life after Life, 2013

 

3.3

 

601페이지, 25줄, 28자

 

처음엔 이야기를 잘라놓은 줄 알았습니다. 한참 더 읽으니 어슐라가 죽으면 인생이 리로드 되네요. 문제는 어슐러는 일부를 기억한다는 것. 다른 이가 데자뷰라고 표현하는 그것.

 

기억하는 게 왜 문제냐고요? 인생은 혼자서 사는 게 아니고 상대적인 것이라 때로는 영향력이 크기도 하지만 때로는 적지요. 내가 알고 있던 삶과 다른 삶이 떠오르면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혼동할 수도 있지요. 내가 혼동을 깨달으면 '아, 나의 실수!'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다른 이가 알면 '너 미쳤니?'가 되는 게 세상입니다.

 

무한히 반복되는 셈이여서 읽다 보면 헷갈립니다. 거기에 시간에 쫓기면서 읽는다면 더하지요. 약간 변화된 글을 비교하면서 탐독한다면 재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의 저랑은 안 맞는 조합이여서 생략하렵니다.

 

주요등장인물(호칭순)(숫자는 출생년도, 추정은 *추가)
글로버 부인(실비의 요리사), 낸시(에드워드의 여자 친구, 쇼크로스 소령의 딸), 데릭(어슐라의 폭력 남편), 모리스(실비의 첫째, 아들, *1905), 브리짓(실비의 하녀, *1896), 실비(어슐라의 엄마, *1886), 어슐라(실비의 세째, 딸, 1910), 에드워드(실비의 네째, 아들, *1914), 울프(간호사, 공습 경비원), 윈턴(아치볼드, 사무원, 아마추어 화가), 이지(휴의 막내 여동생, *1894), 켈렛(정신과 의사), 크라이턴(어슐러의 해군성 유부남 애인, *1896), 패멀라(실비의 둘째, 딸, 1907), 펠로스(의사), 프리다(어슐라의 독일계 딸), 하위(모리스의 대학 친구), 휴(실비의 남편, 은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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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 애장판 베스트 프리미엄 컬렉션 Best Premium Collection 4
이지환 지음 / 동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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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지환] 이연(移緣) 2006, 2012

 

3.4

 

672페이지, 26줄, 28자.

 

윤재는 소개팅에서 만난 자민이 좋아 두 달 만에 동침할 정도입니다. 둘 다 첫눈에 상대에게 반한 사이. 윤재는 자민과 동쪽으로 놀러 갔다가 돌아온 날 명우가 쓰러져 사경을 헤맨다는 말을 듣고 병원으로 갑니다. 아버지의 말로는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네요. 명우 나이 48살(우리 나이로 보이네요), 큰 딸인 인영은 고작 18(고2), 밑에 동생들은 중2, 초3. 25에 대2학년 복학생인 윤재가 보기엔 그들의 하늘은 무너진 것입니다.

 

그래서 안쓰러운 마음에 안아줍니다. 그런데 인영은 윤재를 남자로 느끼고 위로를 받습니다. 인간관계는 쌍방이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의도한 바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지요.

 

그리고 9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실은 8년인 게 여덟 번째 제사라고 했거든요. 그러면 8년이 지나야 합니다. 그런데 작중 인물들은 9살을 더 먹었습니다. 이른바 우리 나이와 우리 햇수로 계산하다 보면 생기는 오류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만으로 나이를 계산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이가 18일 때는 대학생이었습니다. 고2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우리 나이를 가지고 계산했지만 저는 만으로 계산했습니다. 그게 공식적으로 옳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아마도 신문이나 사전을 끼고 살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60년대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선 공식적인 서류에는 만 나이를 적게 되어 있었으니까요.

 

수십 년이 지나도 관습이라는 건 강력한 제재가 없는 한 잘 안 변하네요. 만으로 25살이라면 대학 졸업하고 군에 갔다와도 충분한 나이죠. 그런데 작중에선 고작 대학 2년생. 이젠 작가들도 만 나이를 사용할 때가 충분히 된 게 아닐까 싶네요. 외국 소설에선 나이를 별로 안 따지지만 청소년 소설에선 가끔 나오죠. 그래서 열여섯이면 고2거든요. 우리나라에선 중3이나 고1인데. 그러니 독서할 때 (나이 때문에) 가치관에 혼란이 옵니다. 굳이 쓰고 싶다면 '우리 나이로' 라는 수식을 앞에 달아야죠.

 

얼마 전까진 성인의 기준이 만20세였습니다. 그러면 대학 2학년 때(재수생 아닌 경우 2학년 초에서 말 사이)거든요. 그래서 결국 19세로 낮아졌죠. 대학생이라면 다들 성인으로 보는 판국에 법적으로는 미성년자이니 현실과 법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법이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고요. 서양은 대체로 9월 신학기 시작이니 만으로 18세면 2/3가 대학생입니다. 아니, 고등학교 졸업생입니다. 우리도 조만간 18세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윤재가 34이고 인영은 27인 나이입니다.('우리 나라 식'으로 9년이 아니라 10년이라고 하면 만으로 32에 25이고, 진짜 9년이라고 하면 만으로 31에 24이 맞아야 할 터인데, 그냥 넘어갑시다.) 제삿날 어머니를 좋아한다는 동향 어른이 찾아오기도 해서 다음날 산소에서 술을 과하게 먹고 자버린 인영입니다. 저녁 무렵 윤재가 귀국한 당일 아버지 산소에 왔다가 근처에 있는 명우 산소에 와서 발견하여 데리고 갑니다.

 

인영은 술 김에 9년간 숨겨둔 사랑고백을 해버립니다. 윤재도 얼마 전부터 인영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해서 당황하던 차라 흔쾌히 여자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동침(을 했는지 아니면 그냥 끌어 안고 자기만 했는지 했는지 불명확하지만 아무튼 같이 잤다네요.)을 하곤 결혼도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주변인들이 모두 인영의 결혼 상대가 강재인 줄 알고 있습니다. 양가 어머니들하고 인영의 동업자들 모두. 난감해지는 상황이죠. 나의 판단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감정이라는 게 분명하지 않아서 사랑하기에 괴롭히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나중에 보면 그게 사랑이었고, 땅을 치는 게 보통이지만.

 

이제 꼬일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비싼 가격에 판다면서 윤재를 떠났던 이자민이 디자인실에 해외 경력으로 입사를 합니다. 윤재는 차일피일하면서 인영에게 말을 못하고요. 그러다가 회사에서 인영과 자민이 마주치자 마지못해 이야기합니다. 뭐, 우물쭈물할 내용이긴 합니다만, 저도 살아보니까 솔직한 게 최고거든요. 솔직하게 말하면 변명이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이리저리 비틀면 변명거리가 무한정으로 생겨나죠.

 

결혼하기 전에 이미 아내에게 결혼하면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하자 라고 말했습니다. 그 땐 서로 부담 없는 시기이니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시기니까요. 그래서 결혼 후에도 결혼 전과 다를 게 별로 없었죠. 둘이 같이 살고 한 이불 속에서 잔다는 것을 빼면.

 

저 위에서 말한 것 같은 상황(나의 의도는 남의 이해와 별개다)이 자민에게서도 반복됩니다. 어쩌면 작가가 이렇게 의도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나의 의도와 달리 그 행동이 남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급작스런 결혼은 역시 급격한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지요. 결혼이야 오랫동안 품어왔던 것을 현실화한 것이니 급작스럽다고 말하긴 곤란하지만 이혼은 좀 급해 보이네요.

 

인물묘사가 명확하지 않아서 그냥 개개인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는데, 인영은 분명히 윤재를 10년 가까이 남자로 인식하고 지켜봤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윤재의 성격에 대해 확신이 없네요. 보통 사람들이 남을 잘못 판단하는 것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대했었기 때문에 상대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잘 보면 성격이 드러나지요. 그런데 쉽게 붕괴되거든요. 오랫동안 지켜봤던 사람이.

 

그리고 핵심적인 내용은 파국에 이를 때에는 벙긋도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사실은 이랬어 하고 말하는 게 이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네요.

 

이지환 씨의 글은 늘려놓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 상당히 늘려놓는 게 특징입니다. 이 책도 가뿐하게 위에 써놓은 페이지를 차지합니다. 후기를 보면 재편집본인 것 같습니다. 외전은 2012년 판에서 덧붙인 것 같고요. 희망이 아니라 기정사실화하는 것.

 

등장인물(가나다순)
강후성(연재의 남편), 서강재(윤재의 동생), 서연재(윤재의 막내 동생), 서윤재, 서정덕(윤재의 아버지), 이동섭(한명숙의 새로운 인연), 이자민(윤재의 대학시절 애인, 일레인 리), 장명우, 장수현(인영의 동생), 장인영(장명우의 딸), 장준현(인영의 막내 동생), 한명숙(장명우의 아내), 미설(트라이앵글 동업자), 현석(트라이앵글 동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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