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아내
테이아 오브레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3.4

 

428페이지, 23줄, 27자.

 

얼개는 이렇습니다. 나탈리아 스테파노비치는 의료봉사를 하러 떠난 길에 할머니에게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곳은 즈드레브코브라는 호젓한 도시인데 근처의 아무도 어딘지 모릅니다. 나탈리아가 간 곳은 브레예비나. 봉사지의 안툰 수사가 도와주기로 되어 있습니다. 대화중 안툰의 말에서 즈드레브코브가 차로 한 시간 거리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나탈리아를 만나러 간다고 나갔는데, 나탈리아가 부인하자 화를 낸 것이고요. 그리고 할아버지의 유품들이 (시체와 함께 돌아오지 않고) 모두 없어졌다고도 화를 냅니다. 그래서 봉사를 하는 도중 병원을 찾아갑니다.

 

여기에 곁들여 안툰 수사의 부모인 바르바 이반과 나다의 포도밭엔 외지인들이 와서 오래 전에 묻은 사촌의 사체를 발굴해야 한다면서 땅을 뒤집고 있습니다. 이게 또 하나의 이야기.

 

그리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두 가지 이야기. 즉 호랑이와 호랑이 아내 이야기, 그리고 죽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 이렇게 대략 네 개의 이야기가 물려서 돌아갑니다. 형식은 할아버지를 회상하면서 할아버지와의 추억 및 할아버지가 이야기 해준 것들이 엉키는 것입니다. 그게 현실에서의 이야기와 물려 있기 때문에 읽다 보면 알 듯 모를 듯해집니다. '죽지 않는 사람'은 '죽음'이 '숙부'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커피를 끓여 먹고 나서 컵에 남는 흔적으로 죽을지 안 죽을지 아는 것이라고. 안 죽을 사람이면 컵을 깨고 떠나면 그만인데, 그 순간 새로운 컵이 다시 그 사람(가브란 가일레이)의 주머니에 생긴답니다. 호랑이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동물원을 떠난 호랑이와 백정의 벙어리 아내와의 인연(물론 벙어리 소녀와 할아버지와의 인연)과 동물원에 자주 가는 조손(나탈리아 조손)의 이야기 등입니다.

 

이게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그게 다른 것과 연결이 되기 때문에 읽다 보면 잠시 헷갈리기도 합니다. (아니면 제 머리 속이 헝크러진 것일 수도) 아무튼 쏙 빠질 만한 것은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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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풍경
데이비드 리스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4.0

 

497페이지, 27줄, 29자.

 

벤자민 위버는 도둑잡이인데, 어느 날 어퍼드 목사의 의뢰로 어떤 협박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중 월터 예이트를 때려죽였다는 죄목으로 기소됩니다. 거짓증인들이 나타나지만 그들은 위버의 반대심문에 거짓증인이라고 당당히 말함으로써 검사를 무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판사인 피어스 롤리는 배심원들에게 유죄 취지로 이야기 하고 결국 유죄평결이 내리자 교수형에 처할 것을 선고합니다. 재판정을 나서는 순간 한 여자가 법정관리인의 눈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더니 열쇠와 줄을 주고 사라집니다.

 

저자는 토리당과 휘그당의 정쟁, 제임스2세와 그 아들의 왕위복권파의 암약, 그리고 부두 노동자 집단간의 상호경쟁 등을 함께 등장시켜 진행합니다.

 

월터 예이트는 노동자의 한 무리 대표이고, 다른 경쟁자는 빌리 그린빌이고 배후조정자는 데니스 도그밀입니다. 웨스트민스터 구역의 토리당 후보자는 그리핀 멜버리로 사촌의 미망인 미리엄과 결혼한 당사자입니다. 휘그당 후보자는 허트콤이고 도그빌이 선거대리인입니다. 여기에 친구이자 의사인 엘리아스가 포함되면 등장인물 중 주요인들이 모두 망라된 셈이지요. 아, 데니스의 여동생 그레이스가 있네요.

 

주어진 정보가 적을 때에는 당연히 추측으로 더듬는 수밖에 없습니다. 추측이라는 것은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지 사실과 거리가 멀 수 있고, 소설이니 반전을 준비해 두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아무튼 21세기의 시각에서 18세기를 본다면 부조리의 온상이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사회, 즉 당연해 보이는 이 체제가 성립된 것이 고작 몇 십년간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부조리하다기보다는 신기한 일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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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십자가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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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600페이지, 26줄, 28자.

 

캐트린 댄스가 주인공인 시리즈로 변모했다는군요. 링컨 라임과 댄스가 교대로 나올 모양입니다.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카운티가 주무대 같습니다. 4년 전의 작품인데 아직 미국에선 블로그가 널리 퍼지지 않았던 때인가 봅니다. 우리나라의 블로그와는 조금 다른 형태입니다. 뭐 그래도 인간의 본성은 어디나 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임스 칠턴이라는 선동꾼의 블로그를 중심으로 일련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익명의 공간에선 종종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여서 적당한 사실에 덧붙여 적당한 추측 내지 과장이 곁들여져서 특정인이 공격받는 상황이 됩니다. 공교롭게도 악성 댓글을 달은 소녀가 공격을 받습니다. 또 다른 소녀도 얼마 후 공격을 받습니다. 처음 글의 주인공인 셈인 소년-교통 사고를 내서 소녀 둘이 죽은 사건의 운전자-이 실종되는 일도 생깁니다. 다들 실종이 아니라 도주로 보고 있지요.

 

이런 사건들 외에 댄스로 시야를 옮기면 어머니의 병원에서 안락사로 추정되는 사건이 있어 선정성을 노린 주정부 정치꾼의 공격이 있습니다. 칠튼 주변인 쪽의 사건들도 있고요. 여럿의 사건들이 병행해서 일어나는데 월요일 밤부터 금요일까지의 상황으로 되어 있어 긴박감이 있습니다, 조금.

 

제한된 정보의 제공 또는 선입관-다른 말로 경험이라고 하죠-으로 인한 곡절도 있습니다.

 

익숙한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전제되면 약간의 혼란이 생깁니다. 그걸 무시한다면 좀 재미가 있는 편입니다. 다른 삽입된 상황들은 복잡하게 만들기 위함보다는 페이지 늘리기가 목적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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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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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636페이지, 26줄, 29자.

 

수사물입니다. 뉴욕 경찰로 조기은퇴한 데이브 거니는 경찰학교에 객원교수로 출강중이면서 교외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하려고 합니다. 아내(매들린)는 시간이 생기자 옛전공을 살려 정신과에 시간제로 출퇴근하는 듯. 현직에 있었을 때 같이 뉴욕 시경에 근무했던 잭 하드윅이 갑자기 연락을 해와 사건을 하나 맡을 것을 제의합니다. 말인즉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의 딸 질리언(알고 보니 의사아내 밸의 딸)이 역시 유명한 정신과 의사(스콧 애슈턴)랑 결혼했는데 결혼식 당일에 헥터 플로레스라는 멕시코 정원사에 의해 목이 잘린 시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밸 페리는 돈은 상관없으니 답보에 빠진 수사에 활력을 넣어달라는 게 요지가 됩니다. 물론 거니의 중재에 의한 목표변경이지요. 최초의 주문은 헥터가 죽었건 살았건 데려와 달라였고요. 반장 로드리게스는 딸의 반항 때문에 위축된 상태입니다. 비슷한 사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수사권을 거의 상실한 상태. 실제 수사관들은 반쯤 멍청이로 그려집니다. 거니가 여기저기 뜰쑤시니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집니다. 위드로 페리의 (돈의) 영향으로 지방검사 클라인이 개입하여 거니는 수사회의에 옵저버 형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질리언 페리는 엄청난 미녀인데 어렸을 때부터 마약장이 엄마의 친구들에 의해 줄곧 성폭행을 당해오다 피해자 겸 가해자가 되어 살아왔다는 것이 금세 폭로됩니다. 그 뒤로 계속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는 논리가 소개됩니다.

 

"두 개의 진실이 상충하면 하나는 거짓이다." 라는 명제가 도중에 나옵니다. 나중에 전모가 밝혀지면 조금 허탈해지는데, 투자에 비해 이득이 적기 때문입니다. 뒤가 조금 약한 것을 빼면 꽤 흥미진진한 자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아, 영어 제목은 남편이 아내에게 흥미로운 선물을 할 테니 "눈을 꼭 감아"라고 말하는 데서 나온 듯합니다. 한글 제목은 전체 내용상 그리 틀린 것은 아닌데, 그래도 50%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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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몰자의 날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6 미치 랩 시리즈 5
빈스 플린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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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503페이지, 29줄, 29자.

 

몇 장을 읽으니 번역문이 마음에 안 들더군요. 요즘 어디서나 눈에 자주 보이는 잘못된 표현이 '-구-'입니다. '-고-'의 잘못이지요. 앞의 몇 페이지에 몇십 번이 나올 정도라서 아주 질려버렸습니다. 다음에 나온 이상한 표현은 '유격수'였습니다. 내용상 '레인저'가 아닐까 싶었는데 우리말로 고친다면 '유격대'나 '수색대' 정도겠지요. 보통은 그냥 '레인저'를 사용하더군요. 그래서 읽다 말고 번역자에 대한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뭐, 그럴 만도 하다는 평을 내리고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죽 읽어내려갔습니다.

 

이 시리즈는 비정상적인 테러리스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상식적인 대응으로는 안된다는 게 기조에 깔린 작품입니다. 미치 랩은 그런 생각으로 똘똘 뭉친 개념 그 자체죠. 이런 유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제격입니다. 순전히 독자의 관점에서, 책이 술술 읽히는 것도 당연하고요.

 

CIA가 국제금융거래에서 이상한 조짐을 발견한 시점에서 랩도 파키스탄의 정보기관 ISI의 대령 하나를 납치해 협박 끝에 중요한 단서를 하나 발견합니다. 그래서 파키스탄에 부대를 이끌고 침입하여 알 카에다의 요인 몇을 납치합니다. 포로 다섯 중 둘을 죽이자 둘이 자백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는 단순 경비로서 별다른 것을 모르고. 둘의 의견이 조금 다른데 일치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테러로, 핵폭탄이라는 것입니다. 설정상 납치한 요인의 지하방에서 컴퓨터 시스템이 발견되었고, 주요 자료가 있어 분석에 들어갑니다. 찰스턴에 도착한 핵물질은 항구에서 적발하고 수송을 맡은 미국시민(불행히도 외국인 출신)들을 구금합니다. 랩은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일단 해결된 것처럼 보이자 이젠 다시 법체계가 우선시되므로 더이상의 진전이 없습니다.

 

랩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스킵 맥마흔 FBI 부국장(지위가 맞는지는 차치하기로 합시다)의 호출로 휴가를 떠난 아내에게 가려던 랩은 발길을 돌립니다. 두 번째 핵물질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지요. 나머진 읽어서 즐기시길.

 

읽을 땐 즐겁지만 현실이란 면에서 보면 랩의 생각은 문제가 많습니다. 현실에선 대부분의 시민(외국인 포함)은 선량하다는 전제가 있거든요. 그래서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고인을 만들어선 안되는 게 현실의 법입니다. 그게 도둑이 아니라 살인자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쯤 되면 모든 걸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선 법(또는 제도)이라는 게 방해물입니다. 그런데 실제상황에선 대부분이 대부분의 정보에 무지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법이란 장치가 없으면 무고한 희생자가 무수히 생길 수도 있지요. 이 소설에서 언급되는 봉쇄령 또는 소개령과 같은 효과가 바로 나에게 닥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은 소설에서만 가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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