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트랙 - 제16회 일본판타지소설대상 우수상수상작
코시가야 오사무 지음, 김진수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제16회 일본 판타지소설 우수상 수상작이다. 대상은 ‘라스 만차스 통신’이었다. 대상이 판타지 형식을 빌린 성장 소설이라면 이 소설은 좀 더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다. 읽기도 더 쉽다.


이야기는 대부분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맥도날드로 추정되는 햄버거 체인점에서 근무하는 쿠사노 테츠야가 뺑소니 사고를 목격하고 피해자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장면부터 피해자인 료타가 자신의 사체를 보면서 어리둥절해하는 장면들이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이후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과 유령인 료타가 움직이며 여러 사람을 둘러보는 장면이 비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유령인 자신을 보는 쿠사노에 붙어 다니며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고 무임승차로 자신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그의 모습은 왠지 슬프다.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있지만 자신의 존재를 그리워하며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과 그를 기억하고 찾아온 사람들은 그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즐기기까지 하니 정말 태평인 유령이다.


평범한 월급쟁이인 쿠사노는 사고 당일 맞은 비 등으로 감기에 걸리고 유령인 료타를 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환각으로 돌린다. 이 사람도 참 대단하다. 자신이 아픈 탓으로 눈에 보이고 대화를 하는 존재를 환각으로 치부하다니 대단한 신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유령을 보는 미나미의 존재로 환각이 아닌 유령으로 알게 된다. 이후 진행과 결말은 대부분이 예측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마지막에 조금마한 이벤트와 반전이 담겨있다.


뺑소니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유령이 되고 유령과 동거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이 소설은 즐겁다. 무서울 듯한 유령이야기가 료타의 유령답지 않은 평범한 행동과 쿠사노의 무감각한 대응 등으로 공포 분위기를 씻어내고 한 편의 청춘소설과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실하게 일하면서 자신의 지위와 해야 할 일들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쿠사노를 도와주고, 일상의 피곤함에 묶여 자신의 삶을 잊어가는 그에게 삶의 생동감을 안겨주는 것도 유령인 료타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유령인 탓에 남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듣고 보기보다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남기고 간 것을 즐기는 쿠사노의 마지막 모습은 조용한 울림이 되어 가슴에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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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크러셔 밀리언셀러 클럽 45
알렉산더 가로스.알렉세이 예브도키모프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러시아 소설을 읽어본지가 꽤 오래되었다. 고전 읽은 것을 제외하고 몇 년 전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작품 이후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알렉산드라가 추리소설로 러시아에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책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읽은 이 소설은 또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광고에서 말하듯이 ‘아메리칸 사이코’의 느낌이 많이 난다.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파이트 클럽’의 분열적인 사고가 여기에서도 보이지만 살인하고 시체를 처리하는 부분에서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느낌이 더 강하다. 하지만 두 작품과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사실 읽기와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뭐 그날의 몸 상태나 취향에 의해 갈리기도 하지만 왠지 나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은 소설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혼돈이 오고 너무 작위적인 연결로 이어져 흥미가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분명히 소설의 부분 부분에서 뛰어난 장면과 상세한 설명이 있다. 우발적인 살인과 끔찍하게 느껴지는 그 이후 처리 장면은 사이버공간의 게임과 교차하면서 재미를 선사한다. 아니 글 속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객관화시켜 관람자로 만드는 것이다. 섬뜩함과 아슬아슬함의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무분별한 살인과 자기제어가 되지 않는 상황들은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사실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르기 때문에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쉽게 읽히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소설을 기대한 것이다. 쉽게 않은 이름과 교차하는 현실과 가상세계가 깊게 빠져드는 것을 막고, 주인공 바짐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긴장에 몰아넣을 등장인물이 없다는 것도 역시 힘이 빠진다. 그렇다고 완전히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것은 아니다. 바짐이 벌이는 살인행각이 너무나도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또’ 나 ‘설마’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현재의 취향에 맞진 않지만 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어떨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선입견을 벗고 이전의 정보를 가지고 읽는다면 내가 느끼지 못한 재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전에 내가 ‘아메리칸 사이코’의 영화나 ‘파이트 클럽’의 소설에 열광한 것도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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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뱀
베르나르 뒤 부슈롱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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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6세 노인의 처녀작으로 프랑스 문학상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을 수상한 놀라운 사실들에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 읽어야할지 상당히 고민스럽다.


인술로몬타누스 주교의 보고서가 주 내용을 이루면서 고통스러운 여행과 누벨툴레의 어려운 환경과 힘겨운 생활들이 나오는데 그 속에 담긴 사실과 왜곡들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 기독교 주교의 시선에 서 본 그들의 생활이 지배자의 시선을 그대로 담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은 역시 마지막 장에서 선장의 설명이 나오면서이다. 그 보고서의 내용들을 믿고 읽은 나에게 힘을 빼게 만들고 자신의 안위나 지위를 위해 사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글들과 묘사는 객관성이라는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약간 지루하고 답답한 문장으로 진행되는데 곳곳에 묘사되는 장면들은 놀랍기도 하다. 추위와 배고픔이라는 두 가지 재난에 인육을 먹거나 음란함이 지속되는데 주교는 이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묘사하면서 식민지 사람들의 노력 부족과 야만이라는 말들로 치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약탈자의 시선에서 본 전형적인 시선임을 알게 되는 것도 역시 마지막에 가서 알게 된다.


우아하고 뚜렷한 목적을 지니고 선교를 위해 나아간 듯한 방문이 사실은 식민지 지배의 한 방편임을 알게 되는 순간 앞에 나오는 수많은 문장과 묘사들이 얼마나 허구로 가득한지 깨닫게 된다. 지배자들이 늘 하는 말처럼 그들이 게으르고 무식하다고 하지만 기나긴 세월을 동토의 대지에서 살아온 그들이 게을렀다면 어떻게 살아남았겠는가? 그래서 다시 처음 읽었던 곳으로 돌아가 몇 가지를 다시 생각하니 식민지 수탈이 목적임을 알게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사전에 정보 없이 읽기에는 쉽지 않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첫 부분을 정확히 읽어내면서 그 숨은 뜻을 발견한다면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역사적 지식이 부족하고 그 민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이것 또한 마지막의 재미를 위해 남겨 놓은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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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눈동자 1939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
한 놀란 지음, 하정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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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일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일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너무나도 많은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하는 끔직한 그 사실을.


이 소설을 읽기 얼마 전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었다. 홀로코스트의 또 다른 면을 보게 하는 역작이었다. 이 책 덕분에 이 소설이 더욱 쉽게 읽혔고 생략된 많은 의미와 상징을 알게 되었다. 예로 들면 옛날 번호의 의미 등이다. 번호가 짧으면 짧을수록 수용소에 오래있었다는 의미고 고생도 많았고 그 환경에 잘 적응하였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굴뚝으로 사라졌고 오랫동안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나치에 빠져든 힐러리와 유대인 샤나의 이야기지만 대부분 샤나의 시선으로 묘사된다. 현대의 힐러리가 교통사고로 병상에서 샤나의 과거를 체험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처음에 적응하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빙의나 과거로의 여행 등으로 착각한 나의 실수 때문이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좀더 집중하면서 이 두 소녀가 함께 하는 방식과 서술 방법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실 소설에 나오는 많은 부분을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접한 것들이다. 쉽게 말해 신선도가 많이 떨어진다. 이 책이 나온 당시라면 아마 지금처럼 많이 알고 있지 않아 충격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그 지독한 환경이 주는 무시무시한 공포와 상황에 놀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이성을 죽이고 살고자하는 본능만을 남겨둔 그녀의 외침이 책 속에 가득하다. 그 끔찍한 상황을 전달하고 다시 이런 비극들이 없게 하기 위해 자신을 죽여 가는 그녀를 보면 숙연하여진다. 신나치의 발흥과 함께 묘사된 이 비극이 청소년들에게 좋은 도움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 일본의 우익과 군국주의가 득세하면서 군사 대국화로 가는 것과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더 많은 점을 생각하고 얻게 되지 않을까 한다.


팔레스타인 사건이 머릿속에 맴돌았다는 것과 홀로코스트 산업으로 불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 때문에 초반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이 소설에 약간 거부감이나 ‘또’라는 선입견을 주기도 하였지만 책의 출판연도와 독서 대상을 생각하고 구성을 조금 이해하면서 많이 해소되었다. 하지만 책에 너무 주석이 없어 많은 의미와 상징을 놓치게 만드는 것은 아쉽다. 주석이 없다면 역자 등의 후기로 그 의미와 상징들을 이야기한다면 더 좋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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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음모 1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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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모습을 지금처럼 영상으로 볼 수 없는 시대를 그려내는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가 얼마나 충실하게 묘사하였는지가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1719년 런던의 상황을 잘 나타내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잘 짜여진 소설이기도 하다.


과거 회상으로 시작하면서 두 사건을 연결하면서 숨겨진 많은 이야기와 욕망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이 초창기 증권시장에 대한 두려움과 시대의 흐름을 읽게 한다. 실물경제에서 화폐경제로의 전환기에 벌어진 이 사건이 불신과 함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정직성이나 타인의 생명마저 주저 없이 빼앗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고 알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 왜곡을 가지고 있는지 말한다.


금융스릴러라고도 하고 팩션이라고도 불리는데 사실의 기반 위에서 가공의 인물과 역사적 인물이 교차하면서 진행되어 현실성과 흥미를 더욱 높여 놓았다. 시작은 비록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을 파고 들면서 나오는 알력과 음모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몇 가지는 짐작 하였지만 전체적인 윤곽과 흐름을 알기에는 작가의 구성이 치밀하였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근대적 탐정이 생기기 전 해결사 겸 탐정 역을 하는 전직 복서인 유대인 벤자민 위버가 의뢰에 의해 조사를 한다. 의뢰 내용은 자신의 아버지가 마차에 치여 죽은 것과 의뢰인 아버지의 자살이 사실은 타살이고 그 배후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곳곳에 유대인들이 받는 억압과 그 시대 런던의 더럽고 부패한 시대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태동하는 증권시장을 설명한다.


초기의 증권시장이 이익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고 선동하는 것을 보는데 얼마 전까지 우리사회에서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것을 떠올리게 한다. 요즘은 밝혀지면 법적 처벌이 따르지만 이전에는 그것조차 없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충실한 역사 고증과 인물 묘사는 사실성을 높여주고 뒤에 숨겨진 음모와 배신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나의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기고, 속고 속이고 협박하면서 나아간다. 반유대 정서와 런던 하층민의 빈곤한 삶과 당시 런던의 위험함을 설명하면서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진실에 다가가는 벤자민의 모습은 흥미와 재미를 준다. 그리고 도둑의 왕 조나단 와일드의 모습은 다시 생각하면 현재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악당이다. 그와 와일드의 묘한 신경전과 대립은 이 소설의 숨겨진 재미 중 하나다.


이 소설을 읽는데 범인 찾기에 치중하면 재미를 놓치기 쉽다고 생각한다. 범인 찾기가 스릴러의 재미 중 하나임에 틀림없지만 작가가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로 정확한 범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후의 순간에 가서 많은 죽음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만 자세히 읽기 전에는 마지막 순간에도 진실을 알기 어렵다. 그리고 작가가 공들여 묘사한 18세기 초 영국의 모습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약간은 답답한 감이 있지만 매력적이고 거친 주인공 벤자민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이유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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