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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평점 :
손원편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낯익은 제목들과 사놓은 책 때문에 착각한 부분이 많다.
가끔 많이 읽지 않았지만 강한 인상으로 남는 작가들이 있다.
손원평도 그런 작가 중 한 명이다.
이런 작가들은 기회가 되면 읽으려고 노력한다.
책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나중의 문제다.
이 책도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가 이름으로 선택했다.
그래서인지 초반부는 조금 당황했고, 조금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적응 과정을 거친 후 멈출 수 없었다.
작가가 다루고 있는 시대와 장소 배경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나라와 살고 있는 엘리야 때문에 한국이 아닌 곳이란 생각을 했다.
인공 지능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연도가 언제인지도 나오지 않는다.
이런 모호함과 인공섬 시카모어의 존재가 혼란을 더 불러왔다.
이 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해소되었다.
유나라가 쓴 일기에 그 시대의 현실을 하나씩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엘리야의 존재와 이민 정책, 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역차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단계적인 차별 정책.
현재 젊은이들이 느끼고 있는 노인 복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 등이 다루어진다.
단순히 현실의 나열이 아닌 예측 가능한 몇 가지 정책들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것이 실버 산업의 주축인 유카시엘의 등급 정책이다.
작가는 나라를 가장 높은 A등급부터 F등급까지 모두 경험하게 한다.
나라가 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 데는 시카모어 섬 주민이 되는데 유리하다는 정보 때문이다.
쓰레기 섬이었다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섬이 된 시카모어 섬.
이 섬의 주민이 되어 엘피다 극단의 일원이 되는 것을 꿈꾸는 나라.
돈과 여유가 생기면 가상 현실 속 시카모어에 가서 잠깐 동안의 행복을 누린다.
나라가 유카시엘에 들어간 것도 시카모어 주민이 되는데 가산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혹하고 극단적인 자본주의적 현실은 그녀의 기대와 다르다.
유닛A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녀를 본 매니저가 한 말은 정답이다.
실제 많은 유카시엘 인턴 지원자들은 시카모어 섬으로 가기를 바란다.
재산과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부자들만 머물 수 있는 유닛A는 편안한 곳이다.
하지만 뒤틀린 부자들은 어디에나 있고, 추락은 예정된 것이다.
유닛B도 상당한 재산이 있어야 거주할 수 있는 곳이다.
역시 노인들은 정체된 삶을 살고 새로운 정보가 그녀가 유닛C로 가게 한다.
그 정보는 바로 모든 유닛을 경험한 사람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다.
나라는 더 낮은 유닛으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 노력은 노인 정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된다.
나라의 환경도 결코 평범하지 않게 설정되었다.
생물학적 아버지가 있지만 9년 동안 떨어져 살았다.
이 시기에 그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옆집 민아 이모다.
정부가 모녀 가정에 대한 지원을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엄마가 일에서 늦게 돌아오면 옆집 이모 집에서 놀면서 머문다.
엄마와 이모 사이는 또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이 관계는 아버지가 같이 살게 되면서 변하고 깨어진다.
이 관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아버지 노릇을 하려고 하면서 생긴 문제다.
불행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생긴다.
노인과 청년 세대 간의 갈등은 집회로 드러난다.
작가가 주목한 점은 이 집회가 아닌 그 뒤에 담긴 혐오의 감정이다.
노인들이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고 타박하고, 무시하고, 혐오한다.
이 집회에 자주 참석하는 엘리야의 나중 모습은 이것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이민자인 엘리야가 자신을 약자화해서 표현하는 행동은 또 어떤가.
그들이 차별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차별받은 것을 말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말한다.
나라처럼 차별로 보일 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죽음의 존엄도 유닛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다.
유닛A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지만 낮은 등급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두툼하지 않은 이 소설 속에 현재와 미래의 문제들이 무수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