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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염의 시대 - 28년 차 환경정책 전문가가 진단한 오염의 과학
정선화 지음 / 푸른숲 / 2026년 2월
평점 :
저자는 약사이자 독성학 전공자다.
28년간 환경 리스크 전문가로 OECD 외교관 출신 환경부 공무원이다.
이런 전문가가 쓴 글은 딱딱하고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저자의 경우 몇 줄 읽어보니 생각보다 잘 읽혔다.
실제 책을 펼쳐 읽었는데 생각보다 잘 읽혔고, 흥미로운 대목도 많았다.
다만 전문적인 분야가 조금만 나와도 알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기는 했다.
하지만 읽다 보면 현실과 현장과 과학계의 어려움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단면적으로만 봤던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도 되었다.
환경, 오염 등에 관심이 있지만 나의 수준은 아주 낮다.
뉴스 등의 언론에서 전해주는 것을 겨우 받아들이는 정도다.
이 한계를 이번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과거와 현재의 과학이 보여준 한계와 성과가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기후 위기 뒤에 숨어 있는 다른 오염들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전에는 환경 오염을 막았던 물질들이 어떻게 환경 오염의 주역이 되었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 과학계와 산업계의 결탁, 각 정부의 대응 전략 등도 같이 다룬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먼저 저자의 전문 분야인 독성학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몰랐던 위험을 알려주는 과학, 안전하다는 결론 뒤에 새롭게 나타난 위험.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과학자와 일반인의 위험 인식 차이.
이 인식 차이는 정치와 엮이면 대중의 위험 인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화학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드러난다.
그렇게 된 데는 초기 산업화로 배출된 양과 그 이후의 배출량 차이 때문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한때는 기적의 발견이었던 물질들이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납 중독, 석면, 프레온 가스, DDT 등이 대표적이다.
익충이라는 러브버그에 대한 설명은 즉효와 그 부작용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충치 방지용 불소에 대한 현재 진행 논쟁은 생각보다 복잡해서 놀랍다.
기후 위기, 환경호르몬, 미세 플라스틱 등을 다룬 장은 새로운 정보로 가득하다.
우리가 너무 단순하게 이 문제를 접근하고 단정하고 있다고 느낀다.
얼음 속에서 깨어난 역사 속 오염물질과 세균 등은 낯익지만 새로운 부분도 있다.
물을 둘러싼 다양한 규제도 이 문제가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BPA FREE를 외치면서 산 제품의 또 다른 유해 가능성은 산업계의 마케팅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플라스틱, 미세 플레스틱, 일회용품 등의 환경오염 문제는 이제 너무나도 유명하다.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대기와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말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중고 재활용이란 이름으로 환경 오염 물질을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는 지적도 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이전까지 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현재를 대오염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작은 희망도 같이 말한다.
과학자들의 집단 지성과 동물을 대신하는 컴퓨터의 고속 독성 시험 등이 대표적이다.
녹색화학이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을 고려한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의 과학들을 생각하면 의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현실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절대적인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전에도 가장 환경적이었던 물질들이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가.
그리고 위험을 특정하지 못한 물질이 사람과 지구 곳곳에 누적되는 것도 염려스럽다.
불확실한 과학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위기 관리 방식도 생각할 바가 많다.
산업계를 대표하는 과학자들의 역할과 로비 등을 생각할 때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언론과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를 마지막에 넣은 것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환경으로 위한다고 사용했던 수많은 에코백과 텀블러의 문제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