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밟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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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혹스러운 글이다. 아쿠타가와 상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나의 선입견이 어느 정도는 작용하였겠지만 이런 식의 진행과 묘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 한 편을 읽는 순간조차도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고 즐기지 못했다.


이 세 편의 소설들이 작가에 대한 하나의 그림을 그리게 만들어 주었지만 애정을 쏟아 붓게 만들지는 못했다. 아직은 이런 모습의 글에 익숙하지도 않고 깊게 파고들고 싶은 마음도 부족하다. 다시 글을 읽는다면 다른 독법으로 접근하여 이전에 몰랐던 재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세 편 중 첫 번째 소설이자 수상작인 ‘뱀을 밟다’에서 뱀과의 동거와 다른 이들의 뱀 이야기가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상황이었다면 두 번째 소설은 좀 더 현실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도 조금 더 나아가면서 작가의 환상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임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편에선 더욱 노골적인 세계로 나아간다.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이상한 세상에 눈이 고정되어 현실의 감각을 조금씩 상실하게 된다.


뱀을 밟는 것과 뱀과의 동거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런 상황에 조금씩 적응하여가는 그녀는 어떤가? 어쩌면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가지지 못해, 아니면 너무 짧은 이야기와 소수의 사람들로 인해 하나의 괴담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일본만화 ‘백귀야행’에서 귀신들이 난무하는 것을 생각하면 뭐 특별한 것도 없지만 약간은 당혹스럽고 문체 등에서 취향을 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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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회 밀리언셀러 클럽 49
제임스 패터슨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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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시리즈에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이전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역시 변함없이 도식적이다. 도식적인 것이 매력이기도 하지만 약간은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범인에 대한 추리와 반전에 대한 예상은 예전과 같은 놀라움을 주지 않는다.


역시 빠르게 읽히면서 강하게 몰입하게 하는 힘은 살아있다. 이것이 내가 그의 책을 쉽게 떼어놓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책을 잡고 보다보면 어느 순간에 마지막 장에 도달하게 하는 쉬운 문장과 계산된 장면들의 빠른 전환이 있다. 그리고 강력한 적과 엉뚱하게 이쪽저쪽을 쑤시며 범인을 찾는 우리의 주인공이 있다.


이번에도 첫 장은 강력한 충격을 주면서 시작한다. 어린이 성가대원들을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는 악당이 등장한 것이다. 다행이 죽은 아이는 한 명이다. 하지만 곧 이것이 연출된 장면이라는 것을 법의학적 해석으로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희생자들. 그들의 공통점은 경찰과 직간접으로 관계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이에 린지 박서와 그녀의 여성 살인클럽 멤버들은 힘을 다시 합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명의 연쇄살인범을 쫒기 시작한 것이다.


흑인에 대한 증오범죄나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사건임을 추측하지만 단서가 되는 것은 하나의 그림뿐이다. 이 그림에 대한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쫒지만 역시 그는 작가의 많은 작품에서 사용하는 실체를 위한 그림자일 뿐이다. 만일 패터슨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다면 나쁜 것이 아니겠지만 그의 작품이나 다른 유사한 작품들에 단련된 입장에선 너무 공식화된 진행이라 힘이 조금 빠지는 부분이다.


린지의 분발이 도식적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등장한 것이다. 갑자기 등장하여 과거 사건과 관련성을 가지면서 범인에 대한 단서도 제공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녀를 떠난 아버지가 그녀의 흑기사가 되어 위기에서 구해주고 그들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모습은 범인에 대한 것과 묘하게 연결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이지만 마음에 든다. 그렇다고 작품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여성 살인클럽의 묘한 배분과 분할이다. 린지를 중심으로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그녀를 돕지만 가끔은 너무 각 등장인물들에게 무게를 동일하게 주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네 사람 모두 관련 있는 직종이지만 각 단서나 행동들이 골고루 분포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뭐 이것을 염두에 둔 멤버라고 생각하지만 초기라서인지 갈등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약간은 의문스럽다. 다음 작품에선 이들의 관계에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깨어지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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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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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심어놓은 선입견에 당했다. 아니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치밀하게 계산된 단어와 서술은 다른 분들이 찾아놓은 힌트에 힘입어 이해하기 전에는 쉽게 찾아내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다시 몇몇 장을 찾아 읽다보니 선입견을 강하게 만드는 문장과 더불어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두 번째로 읽는다. 최근에 나온 ‘미륵의 손바닥’에 대단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소설은 나 자신의 노력보다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탐구에 힘입어 많은 부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선입견에 의한 힘을 다시 생각하면서 마지막 한 단어를 읽고 난 후 약간의 멍함을 생각한다. 그것이 트릭이었나? 단서는 어디에 있었지? 몇 가지가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지만 독자와 공정한 게임이었다고 평해지는 단서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분들의 감상평을 읽으면서 아! 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되었다.


작가에 대한 감탄사도 연발하였지만 그 많은 단서들을 찾아낸 독자나 중요한 단서를 책 속에 조용히 나타낸 역자와 편집자에게도 놀라움을 느낀다. 쉽게 찾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나오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을 읽으면서도 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러했다. 더 이상은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기에 생략.


‘미륵의 손바닥’도 쉽게 읽히고 즐겁고 빠르게 읽혔는데 이 소설도 그렇다. 잔인한 장면을 읽으면서 약간은 무반응인 나를 보며 이전에 ‘가족사냥’에서 느낀 충격과 무시무시함을 생각하였다. 정확한 비교를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그 당시 읽은 ‘가족사냥’은 한 편의 공포소설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점보다 제목처럼 병적인 한 인간에 대한 묘사로 느꼈다. 다만 그 묘사를 보면서 작가가 해부학이나 그런 유사한 장면을 보거나 공부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였다. 잔혹함에 감정이 이입되기보다 묘사하는 작가에게 관심이 간 것이다.


세 사람의 시선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범인 미노루, 마사코, 히구치 이 세 명이다. 시간과 서술에 공을 들인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 때문에 우린 모두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뭐 이것이 이 소설이 지닌 매력이기도 하지만 처음 읽는 사람에겐 너무나도 큰 장벽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을 읽고 난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몇몇 단서를 열심히 찾지 않는다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작품인 것이다. 그 단서들이 결코 쉽게 나타나지 않지만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에 심어져있으니 시간이 나시면 보물찾기하는 마음으로 찾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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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라졌다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수 코벳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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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이 다시 된다면? 내 아들이 12살에 엄마가 사라진다면? 이라는 두 가정에서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감정은 젊은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현재의 자신에 대한 불만이 있다. 나 또한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가 좋을지 하고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여기서는 자신이 원하는 나이로 돌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12살과 아들의 12살이 동시에 나오면서 아이의 몸을 가진 어른과 어른으로 자라는 아이가 잘 묘사되어 있다.


사실 나의 12살과 지금의 12살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 당시만 해도 이렇게 많은 학원과 교육열로 하루를 보내지 않았고 많은 시간을 친구들과 놀았다. 중학교 당시에도 역시 변함이 없었다. 중3은 예외지만. 지금 12살이 되라고 하면 아마 갑갑할 것이다. 금전적인 불편함뿐만 아니라 어리기 때문에 당하는 수많은 어려움이 눈에 보인다. 물론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책임이나 사회의 부조리 등등에서 조금은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12살 소년 패트릭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에서 어린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의도한 글쓰기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모습은 약간의 거부감을 주지만 많은 부분에서 안타까움이 더 많다. 자신에 대한 고민이나 친구와 즐거워야 할 시기에 어머니의 상실과 동생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패트릭의 성장에 나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재미도 있다.


패트릭과 12살이 된 엄마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는데 서로가 관찰자가 되거나 관계가 엮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하여 간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가가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은 약간은 의외다. 영화라면 ‘엄마가 12살이 되었어요!’라면서 즐거운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였겠지만 이 소설에선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조금씩 발견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몇 가지 작은 불만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아일랜드 마법과 요정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다. 하나의 상징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좀 더 평범하거나 직접적인 접촉으로 어른이 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 엄마가 다시 되어도 시간이 흘러간다면 다시 예전의 엄마도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나의 나쁜 습관인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책보다 어머니를 이해하기 더 좋은 책 같다. 동시에 잘 자라 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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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Two Lap Runners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9
가와시마 마코토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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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차출되어 800M 경주에 나가는 나카자와와 친구 없이 달리기에만 관심을 가지는 히로세, 두 소년의 청춘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물론 이야기는 두 소년의 시점에서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두 소년이 교차하는 지점이 나오고 서로가 묘한 끌림으로 친구사이가 되고 라이벌로 성장한다.


스톱워치 두개가 겹쳐 만드는 8의 의미를 처음에는 몰랐다. 나의 무지한 혹은 잊어버린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800M 달리기를 중요한 소재로 두 소년이 변해가면서 성장하는 이 소설이 예상외의 즐거움과 놀라움을 주었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고, 생각외의 과감한 성적 묘사는 청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약간은 포르노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간결하게 이야기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면서도 부러운 느낌이다.


열혈과 수많은 여자에게 인기 있고 180이 넘는 장신의 나카자와의 행동은 거침이 없다. 하지만 그에게 좋아하는 여자, 100M 허들선수 이다가 나타나면서 그의 삶의 모습은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그녀를 여신처럼 쳐다보면서 그녀의 애인이 되고자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리고 현 내에서 자신과 똑같은 1학년인 히로세는 넘어야 할 산이자 친구다.


달리기와 수학 등의 세계에만 관심이 있는 히로세는 내성적이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지만 다른 사람이나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런 그에게 야마구치와 나카자와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야마구치가 주는 여성스러운 매력과 나카자와가 전하는 열기는 그의 기반을 뒤흔들 정도의 것이다. 여기에 여동생의 도발은 묘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이 두 소년의 시점에서 자신과 주변의 모습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그러다 보니 작가의 문장에서도 차이가 난다. 나카자와의 시점에서는 감정적이고 거칠면서 짧은 문장으로 가득한 반면 히로세의 경우는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고 감정의 울림보다 약간은 밋밋한 느낌을 전하는 문장이다.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히로세가 더욱 충격적일 수 있지만 그의 묘사가 너무 담담해 보여 일상적으로 보일 정도다.

다섯 명의 소년 소녀가 어울려 보여주는 이 소설이 재미있고, 두 개성이 충돌하면서 보여주는 열기에 전염되고, 그들의 예상외의 행동들이 놀라우면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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