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도 흔들리는 땅 - 조선시대 지진과 재난 이야기
최범영 지음 / 소명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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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자가 쓴 「조선시대의 지진과 재난 이야기」를 만났다. 『바람에도 흔들리는 땅』이란 제목의 두툼한 책이다(600페이지 가량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본다.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조선 시대의 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소설이라 말할 수 없는 책이다. 오히려 조선시대의 지진과 재난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연구하고 정리한 논문에 가깝지 않을까? 하지만 논문이라 하기엔 어쩐지 정리되지 못하고 산만한 느낌이 든다. 그러니, 큰 카테고리 안에서는 지질학자이지만,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지진에 대해, 특히 조선시대의 고문서들을 통해 지진에 대해 접근하며 공부한 것들을 정리한 보고서 정도라면 맞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중간중간 소설적 설정에 가미된 책이라 보면 적당하겠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역사적 기록으로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해괴제등록』(땅에서 일어나는 변괴를 풀기 위해 드리는 국가가 주관한 제사에 대한 기록) 이렇게 세 가지 자료를 참고하여 그 안에서 발견되는 지진이나 화산활동, 해일 등에 관한 내용들을 정리하며, 당시 지진의 지리적 범위나 지진의 강도와 피해 등을 학문적으로 재구성한다(이런 내용들이 책의 주를 이루고 있다.). 뿐 아니라, 책의 뒤편에는 조선 시대 지진 화산 해일에 대한 기록들을 시기 순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이 부분이 25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나 되는데, 이러한 자료 정리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 부분은 조선시대 지진에 대해 알길 원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을 줄 학문적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렇게 조선시대의 지진과 화산, 해일 등에 관한 자료들을 연구하고 정리함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려던 것일까? 물론, 어쩌면 자신이 공부하고 연구한 자료들을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의의를 갖고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이러한 지진에 대한 정보들을 통해 느낀 점이 있는데, 그것들이 바로 저자가 의도하고 있는 바가 아닐까 싶다.

 

첫째, 조선시대의 지진에 대한 기록이 대단히 방대하며 자세하다는 점이다. 이는 저자 역시 책 내용 가운데 언급하고 있는 바인데, 우리 선조들의 기록문화가 결코 부끄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자긍심을 가질 수준이었음을 이야기한다. 우린 우리의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보다는 도리어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폄하하는 모습들을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시선의 전환을 저자는 꾀하고 있지 않을까?

 

둘째,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에겐 안전불감증이란 고질병이 있다. 한반도에 수많은 지진이 실제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지진은 우리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필요이상의 공포감을 조성함으로 사회를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막연히 안전하다는 생각만을 갖고, 정작 위험에 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 큰 재앙을 낳게 될 죄악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지진은 나는 곳에서 거듭하여 발생하고 있음을 저자는 역사적 기록을 통해 고발한다. 이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직접적으로 꼬집어 말하고 있진 않지만, 에둘러 말하는 바는 원전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를 통해, 어느 원전도 안전하지 않음을 우린 발견하게 되었다. 아울러 실제 선진국들은 원전을 축소하는 경향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오히려 원전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안전하다는 말, 정부를 믿어달라는 말로 의뭉거릴 뿐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원전이 위치한 자리들이야말로 조선시대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난 곳임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넷째, 소설적인 접근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재난에 대한 접근이다. 바로 재난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다. 재난의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와 구출, 돌아봄보다는 정권의 안보를 먼저 생각하는 구조의 폐해를 저자는 소설적인 접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재난이 누군가에게는 이익을 창출하는 기회가 되고 있음도 저자는 말한다. 바로 연민공동체의 작동을 거부하는 재난 자본주의의 모습인데, 어째 우리 눈에 익숙한 모습처럼 느껴져 씁쓸하기도 하며, 위기감을 느끼게도 한다.

 

다소 책의 내용은 산만하며, 정체성이 모호한 책이라 느껴짐에도 조선시대의 역사적 자료들을 통해, 지진과 해일, 화산활동 등에 대한 연구와 자료 정리라는 측면, 그 노력은 가히 박수를 받아 마땅한 책이다. 어쩌면 노력의 모습 앞에 다소 산만함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좋은 책이며, 자료로 참고할 가치가 충분한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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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값 이름 값 - 멈추지 말고 무엇이든 할 때 꿈은 이루어진다. 학력극복 대학교수 된 기능인 출신 CEO 이야기
이준배 지음 / 처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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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스펙의 포로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너도나도 스펙을 쌓기 위해 혈안이다(물론 그렇게 스펙을 쌓아가는 모습이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들 역시 스펙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채용하는 사회구조의 안타까운 희생자들이니까.). 이러한 시대에 공고를 졸업한 최종학력으로 안정적인 중소기업의 CEO이자, 대학교수로 강단에 서게 된 저자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이 있다. 스펙위주의 세상 속에서도 비록 힘겨운 과정이 있었지만 능력 위주의 발걸음이 결국엔 인정받게 되고,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솔직히, 별 기대하지 않고 읽은 책이었지만,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고, 감동이 있었으며,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좋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배가 부르다. 저자는 가난한 가정형편에서 빠른 경제활동을 위해 공고 진학을 선택하게 되고, 오랜 직장생활에서 고졸로서의 불이익을 당하던 가운데, 더 늦기 전에 새롭게 도전하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자신의 전공분야인 제품 설계를 대신 해주는 서비스업으로 1인 창조기업을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아파트 집에서 시작된 이 사업이 점차 인정을 받게 되고, 성장가도를 걷는 가운데, 저자는 또 하나의 꿈을 꾼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에도 이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연결 지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한 허브를 만들기로 한 것. 이게 바로 “아이빌트 세종”이다.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투자하고 누군가는 그 아이디어를 프로그램화하여 상품화하면 좋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바로 그 일을 자신들이 대신 해주는 그런 곳이다. 이곳은 어쩌면 누군가의 꿈을 이루어주는 공간일 수도 있겠다. 물론 이 일은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신의 이익을 쫓아가는 경영인만의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이 참 멋지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저자의 경영 제일의 마인드는 바로 협력이다. 물론 저자는 ‘동행’이란 단어를 써서 표현한다. 조직에서 상하구조가 없을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아랫사람에게 ‘지시’하기보다는 업무에 대한 ‘협조’와 ‘부탁’을 하게 되고, 아랫사람은 그 일을 수행한 후에 ‘보고’한다는 개념보다는 작업한 결과를 함께 ‘공유’한다는 개념. 이를 통해 모두가 동행하게 된다는 생각이 멋스럽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에게 지시가 아닌 협조를 부탁하는 상사나 오너의 모습은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더욱 객관적인 상품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것이다. 이는 경험을 통해 수없이 검증된 사항이다. 회사를 사랑하는 직원이 늘어날수록 오너를 오히려 더 믿고 따르게 되니 일석다조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오너라는 명분은 뒀지만 불필요한 위신을 없애버리자 회사는 하나가 되었다. 모든 것을 같이 판단하는 회사, 그렇게 회사는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다. 함께 한다는 것, 혼자가 아닌 둘이라는 것, 둘이 아닌 함께 라는 것,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회사는 오롯이 함께여야만 한다. 함께 웃고, 함께 울어야 한다. 그리고 분명 함께 행복해야 한다.(150쪽)

 

참 멋지다. 물론, 이런 말이 오너의 입에서 나오고 있기에 노파심을 가져본다면, 말단 직원 역시 이렇게 함께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그런 회사일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그렇게 되길 기원해 본다.

 

동행이란 과연 무엇일까? 동행은 서로의 발걸음에 자신의 발걸음을 맞추는 것이다. 상대의 발걸음에 내 발걸음을 맞춰가는 것이야말로 동행이다. 어느 한쪽만의 강요가 아닌. 내가 빨리 가고 싶지만, 상대의 느린 걸음에 맞추는 것. 내가 천천히 가고 싶지만, 상대의 빠른 발걸음에 맞춰가는 것. 쌍방 간에 이처럼 서로 맞춰가는 노력이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동행일 것이다. 이런 동행이 저자의 사업 위에 함께 하길 빌어보며, 저자의 다양한 꿈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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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뚱보 댄서 - 외모 어린이를 위한 가치관 동화 20
조 외슬랑 지음, 까미유 주르디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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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고는 뚱뚱한 소녀랍니다.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모두 뚱뚱한 가족의 일원이죠. 마르고네 가족이 함께 모이면 맛난 음식들을 먹으며 행복해 합니다. 하지만, 마르고는 행복하지 않을 때가 많답니다. 바로 친구들이 놀리기 때문이죠. 뚱뚱이, 똥자루, 뚱보 돼지, 매머드, 뚱보 아줌마, 뚱보 할머니, 뚱뚱보, 뚱뚱한 감자, 드럼통, 뚱뚱한 엉덩이.... 등등이 바로 친구들이 마르고를 부르는 별명들입니다.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마른 이모는 비만은 건강에 해롭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합니다. 이에 마르고의 부모님은 마르고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데, 의사 선생님도 뚱뚱하시네요.^^ 게다가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답니다.

 

“마르고가 물론 뚱뚱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 틀에 박힌 생각을 싫어합니다. 왜 마른 건 괜찮고 뚱뚱하면 안 되나요? 보시다시피 마르고는 지금 충분히 건강합니다.”

 

그러며 의사 선생님은 마르고에게 자신에게 좋은 것, 자신을 가볍게 해주고, 자신의 몸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길을 찾길 권합니다. 과연 마르고는 그 행복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물론, 찾습니다. 바로 춤추는 일이죠. 뚱뚱한 마르고가 춤추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그 모습에 비난하고 조롱하기보다는 우리 함께 웃음 지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이 동화 『행복한 뚱보 댄서』는 도서출판 개암나무에서 출간되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가치관 동화> 스무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 주제는 <외모>이고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외모는 참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죠.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신경 씀이 집착이 되지 않으면 좋겠네요. 게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외모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고요.

 

어느 남자 가수(누가 보더라도 잘 생긴 얼굴이 아닌)가 자신은 태어나서 여태껏 자신이 못생겼단 생각을 한 번도 안했대요. 자신의 외형 생김새에 감사하고, 자신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너무 좋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모습에 정말로 그 가수가 멋져 보이더라고요.

 

이 땅의 수많은 마르고들이 외모의 콤플렉스를 딛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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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와 헨차우 사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 파일 1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 지음, 하현길 옮김 / 책에이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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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작가가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라는 분이라니, 이게 무슨 일일까? 아서 코난 도일이 아니었나? 맞다. 셜록 홈즈의 작가는 아서 코난 도일이 맞다. 하지만,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 역시 셜록 홈즈의 작가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그건,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라는 인물에 매료되어 있는 영국 작가인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가 아서 코난 도일의 뒤를 이어 새롭게 홈즈의 이야기를 창작해 냈기 때문이다.

 

‘과연 두 작가간의 홈즈는 어떤 괴리감이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보지만, 솔직히 어떤 단절감도 느낄 수 없다. 이미 100여 년 전의 극중 인물인 홈즈를 작가가 현대에 다시 살려낸 건 아니다. 작가는 코난 도일의 소설 속에서 언제나 홈즈 사건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홈즈의 콤비 왓슨의 말을 빌어 100년의 간극을 단번에 메운다. 홈즈가 활약하여 해결한 사건이지만, 당시에는 그 사건에 대해 발표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 미공개로 남아 있던 사건으로 설정한다. 이렇게 공개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왓슨은 이 사건을 정리하여 보관하며, 이 사건에 얽힌 인물들이 모두 죽은 후에 발표되도록 안배해 놓은 것으로 설정한다.

 

그래서 이 책, 『셜록 홈즈와 헨차우 사건』에는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 파일 #01>이란 꼬리표를 붙여 놨다. 과연 이러한 설정으로 후대에 다시 살려낸(?) 홈즈의 활약은 어떨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게 된다.

 

새로운 사건의뢰도 없어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홈즈와 왓슨은 어느 날 가상의 나라 루리타니아 왕실의 최고 권력자 가운데 한 사람인 잽트 대령의 급작스러운 방문을 받게 되고, 잽트 대령으로부터 왕실에 얽힌 비밀과 함께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도록 사건을 의뢰받게 된다. 루리타니아 왕실이 처한 위기는 바로 헨차우 지방의 루퍼트 백작의 음모로 인해 왕실의 왕좌를 빼앗기게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잽트 대령은 호텔에서 피살된 채 발견되고, 잽트 대령이 찾고자 했던 라센딜(루리타니아 왕의 이복 형제이자,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영국인) 역시 행방불명되었는데, 과연 홈즈와 왓슨은 루퍼트 백작의 음모로부터 루리타니아 왕실의 위기를 해결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방법은 무엇일까?

 

이 소설, 『셜록 홈즈와 헨차우 사건』은 마치 코난 도일이 다시 살아나 홈즈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새롭게 전해주는 것과 같은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소설이다. 아마도 코난 도일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한 작가이기에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풍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에 의해 새롭게 활약하는 홈즈의 추리력은 결코 녹슬지 않았다(녹슬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소설 속의 홈즈는 여전히 전성기를 보내는 현역이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현대 작가에 의해 기록되었기에 조금은 더 스피드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물론, 너무 현대적인 느낌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셜록 홈즈 본편들의 분위기를 살리려 작가가 노력하고 있음도 느낄 수 있다.).

 

셜록 홈즈의 멋진 활약에 매료되어 추가 활약에 목마른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그러한 갈증을 단박에 날려 보낼 감로수임에 분명하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겠지만, 이처럼 옛 고전의 캐릭터들을 현대에 새롭게 살려내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대단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작가가 어서 빨리 또 다른 셜록 홈즈의 미공개 사건 파일을 발굴하여(?) 열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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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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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문단의 장르소설이 약하다 말하는가. 한국문단이 외국에 비해 장르소설이 약하다는 애정 어린 비판의 소리에 일축을 가하게 할 소설이 등장했다. 바로 안창근 작가의 신간 『사람이 악마다』란 제목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스릴러 장르소설’로,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독자들을 숨 막히는 스릴의 장막 아래 뒤덮어버리는 그런 몰입도가 강한 책이다.

 

홍대 번화가에서 살인을 벌이겠다는 연쇄 살인범 유령의 예고 살인 앞에 경찰들은 아연하게 긴장하여 잠복근무를 행하게 된다. 가급적 이곳을 피하라는 거듭된 방송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음의 열기로 가득한 곳. 그곳에서 갑자기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플래시몹이 행해지고, 가면을 쓴 미모의 플래시몹 참가 여성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살해되고 만다. 이로서 연쇄 살인범 유령의 세 번째 살인이 벌어진 것.

 

여전히 유령이 누구인지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여형사인 희진은 상관과의 협의 끝에 전직 프로파일러이자 또 다른 유명 연쇄살인범인 민수를 찾아 감옥으로 향하게 된다. 민수는 희진의 동료이자 선배였으며, 무엇보다 서로를 사랑한 연인관계였었는데, 과연 희진은 자신의 옛 연인인 연쇄살인범 민수의 도움으로 유령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이 소설 『사람이 악마다』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숨 막히는 스릴러 장르소설이다. 몰입도가 굉장히 강하다. 한 마디로 재미가 끝내준다. 소설이 재미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소설은 재미를 줌과 함께, 단순히 흥미와 재미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소설은 재미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시대를 향한 작가의 외침이 담긴 메시지를. 과연 작가의 외침이 무엇일지 집중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작가의 외침은 소설의 제목 안에 담겨 있다. 사람이 악마다. 아니, 우린 사람이 악마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악마인가?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자신의 욕정의 노예로 삼는 자들이다. 여동생을 성폭행하여 아이를 낳게 한 인면수심의 괴물. 딸을 자신의 욕정의 노예로 삼고도 반성의 기미는커녕 딸의 죽음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괴물(여기에선 이 괴물의 아내 역시 포함된다. 자신의 딸임에도 남편의 악마적인 행위를 비난하기보다는, 딸을 부끄러워하며, 남편이 제공하는 편안한 삶 뒤에 숨어버린 아내 역시 악마다.). 또한 자신의 욕정을 풀기 위해 익명의 여성을 희생시키는 이들 역시 악마다(희진 역시 이러한 악마의 희생양이다.). 아울러, 그러한 성폭력의 피해자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가십거리로 삼는 자들 역시 악마다(오늘(2015.12.15.) 한 여배우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일을 바라보며 시시덕거리며 비난의 글들을 올리며 자판을 두드린 자들 역시 어쩌면 이 시대의 악마들이 아닐까?).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자신의 유익에 의해, 또는 자신의 손상된 감정의 복수를 위해 누군가에게 애매한 짐을 지우는 이들 역시 악마 아닐까? 자신들의 감정적 요청에 의해 타인에게 죄를 덧씌우고 연쇄살인범으로 만들어 영원히 세상과 격리시키려는 가진 자들의 행동. 연쇄살인범에 의해 수많은 일반인들이 죽음의 위협 아래 놓여 있음에도 국민들의 안전과 범인 검거보다는 실적을 우선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구도에 의해 책임자들을 교체하는 권력자들 역시 어쩌면 악마 아닐까?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그다지 위험하진 않습니다. 사실 잔인한 연쇄살인범보다 양심을 팔고 이득을 취하는 사이코패스들이 더 해로운 놈들이죠. 그들은 수천, 수만, 어떨 때는 수억 명을 괴롭히니까요.(407-8쪽)

 

이들 작가가 말하는 양심을 팔고 이득을 취하는 사이코패스들은 누구일까?

 

또 하나의 악마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와 상관없으니 괜찮다는 굳은 마음의 소유자들이 아닐까? 소설 속의 유령과 같은 이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면서 외쳐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들 역시 악마를 돕는 이들이야말로 악마가 마음껏 활보하고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자들이 아닐까?

 

물론, 이유야 어찌 되었든 수많은 생명을 빼앗는 유령 역시 악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소설의 말미로 갈수록 독자들은 이 유령에게 동정표를 던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람이 악마임을 고발하고자 함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악마들이 존재하는 세상이기에 그 악마들이 판을 키우지 못하도록 누군가는 악한 세상을 향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말한다(마치 극중의 민수가 황기자에게 요청하듯 말이다.). 그렇기에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이 악마이지만, 악마가 가득한 세상이 되지 않도록 방지할 희망 역시 사람이다. 바로 여기에 작가의 아이러니한 메시지, 외침이 담겨 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오늘 우리가 그 희망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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