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로맨스 소설 『캐롤』은 한 마디로 파격적이다. 지금의 눈으로도 다소 파격적인데, 이 소설이 발표된 때가 1952년이라니, 얼마나 파격적이었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아마도 이런 파격적 내용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가명으로 출간하였으니라.

 

이렇게 파격적인 소설 『캐롤』을 집어든 것은 소설을 원작으로 개봉된 동명의 영화 『캐롤』의 인기 때문은 아니다. 난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다.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작가의 이력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작가의 이력에 어긋난 소설의 내용에 대한 설명 때문이겠다(왜냐하면 난 아직 이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이렇게 작가에 대해 잘 아는 것도, 개봉된 영화의 원작 소설이란 것 때문도 아닌데, 그럼 무슨 이유로 이 책을 선택했다는 건가? 그건 이 소설에 대한 설명이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 때문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범죄심리소설의 대가라고 한다. 그런 범죄소설의 대가가 유일하게 쓴 로맨스 소설이 본 소설이라고 한다. 왜 자신의 가장 잘 할 수 있으며, 관심 있는 분야를 벗어난 글을 써야만 했을까 하는 질문이 이 책을 향한 관심을 이끌었다. 또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란 부분도 관심이 갔다. 이 소설은 동성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커밍아웃, 자신의 애정관에 대해 세상을 향해 항변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가명으로 책을 출간하였다 할지라도 말이다.

 

무대 디자이너를 꿈꾸지만 백화점 장난감 코너의 임시 직원이 되어버린 19살 테레즈는 하루하루 흥미 없는 일과를 보내던 어느 날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딸에게 줄 인형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유복한 부인 캐롤과의 운명적 만남이 그것이다. 이 만남은 둘을 하나로 점차 묶게 된다. 당시대로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가야만 하는 사랑의 끈으로 말이다.

 

사실, 테레즈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결혼하자고 언제나 조르는 반듯한 인상의 남자친구 리처드가. 게다가 몇 달 후 테레즈와 리처드는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테레즈는 결국 리처드가 아닌 캐롤과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리처드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열정과 설렘, 사랑의 뜨거운 감정을 캐롤에게서 느꼈기에. 또한 이혼을 앞두고 있는 캐롤 역시 자신의 이혼소송에 이로울 것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도 테레즈를 선택하게 되고.

 

이들의 사랑을 보편적 사랑과 다르다고 하여 돌을 던질 필요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랑을 필요 이상으로 미화할 필요도 없다. 작가의 바람은 비록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동성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선택을 인정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폄하나 미화가 아닌 인정을 말이다. 소설 속에서 캐롤은 자신의 기질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타락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자신의 기질,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랑함이 많은 사람들이 정죄하듯 타락은 아니라 작가는 항변한다. 비록 보편적 사랑이 아니라 할지라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동성애를 권장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 역시 아니다. 비록 실제 작가 역시 동성애자였음에도 이 선택, 이 사랑이 결코 아름다운 미래만 기다리는 것이 아닌, 가시밭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의 선택, 자신의 사랑에 당당하지만, 그럼에도 딸을 향한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캐롤의 이야기를 본다면 이를 알 수 있다.

 

여전히 파격적인 이 사랑, 돌을 던질 필요도, 그렇다고 미화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열렬하며 진실한 사랑을 거부할 필요도 없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 상대의 사랑을 존중하며. 그렇기에 작가는 소설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맺고 있을 것이다. 비록 주변의 시선이 달갑지 않고, 리처드가 반응하는 것처럼 더럽게 여긴다 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을 가는 것이 해피엔딩인 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판타지 영화들의 뿌리가 <북유럽 신화>에 있음을 알고 북유럽의 신화가 과연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럴까 궁금하던 차에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북유럽 신화』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란 사람으로 시인이자 역사학자로 신화나 민담같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에 관한 권위자라고 한다. 이 책은 1997년도에 처음 번역 출간된 책인데, 금번(2016년)에 2판으로 새롭게 찍은 책이다.

 

이 책의 장점으로 3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 신화 이야기 자체를 읽기 쉽게 잘 풀어 써놓고 있다는 점. 둘째, 북유럽 신화에 관한 62장이나 되는 다양한 판본의 그림들을 모아 싣고 있다는 점. 셋째, 서론에서 상당히 긴 분량으로 북유럽의 자연적 환경부터 시작하여 북유럽의 우주관에 관하여, 다양한 신들에 대해, 이 책에서 사용하는 신화의 출전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북유럽 신화에 대한 개념정리를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솔직히 조금 산만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은 꼭 읽어봐야 할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화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기도 하지만, 신화는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신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신화란 인간이 인간 자신에게 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기원과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이로운 일들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극적인 이야기”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신화란 우리 인간의 다양한 실존의 문제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이다. 우리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한 원형의 이야기가 신화인 게다. 인간의 근원, 탄생, 삶, 죽음에 대한 원형의 이야기 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문화권마다 그 처한 삶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니 북유럽 신화는 북유럽 사람들, 즉 바이킹의 조상들이 삶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찾아간 결과물일 게다.

 

『북유럽 신화』는 천지창조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평화의 시대를 거쳐 에시르 신족과 바니르 신족 사이의 전쟁인 신들의 전쟁 그리고 휴전, 신들과 거인들의 대립, 그리고 재미난 존재인 로키의 개입 등을 이야기한다. 특히, 최고신인 오딘의 아들 토르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아무래도 흥미를 끌게 된다(영화 <토르>의 바로 그 토르다. 망치의 신이며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는 신이며, 모든 신들 가운데 서열 두 번째인 신이자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는 신이다. 토르는 용사이자 농경신이다.). 특히, 거인족들(혼돈의 힘을 상징한다.)과 난쟁이(탐욕을 상징한다.)의 존재도 흥미롭고, 경계가 모호하고 허물어지는 이야기들도 흥미롭다(신들과 인간간의 사랑이 나오고, 난쟁이족과 신의 사랑이 존재하기도 한다.). 다양한 특별한 존재들의 사랑과 우정 역시 신화 이야기 속에서 큰 축을 차지하며 우리의 관심을 끌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천지창조 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얼음이 녹아 첫 생명체인 이미르라는 서리거인이 생성되고, 또 다른 얼음이 녹아 아우둠라라는 암소가 되고, 이 암소가 얼음덩이를 핥자 거기에서 부리라는 인간이 태어나고, 부리의 아들이 보르이며, 보르와 서리거인의 딸과의 결혼을 통해 얻은 게 바로 오딘, 빌리, 베 삼형제다(여기에서 최고 신 오딘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 오딘 삼형제와 서리거인족들과의 전투가 벌어져 원형 거인인 이미르를 죽이게 되고, 이미르의 시체로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게 된다. 이처럼 원형의 존재를 죽여 그 시체로 세상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바벨론 창조설화인 에누마 엘리쉬 역시 마찬가지다(만물의 母神인 티아맛은 그녀의 손자벌인 마르둑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마르둑은 티아맛의 시체를 쪼개 하늘을 만든다.). 이처럼 전투를 통해, 그리고 그 시체를 통해 세상을 만든다는 신화는 어쩌면 척박한 땅에서 타인과 전투를 해야만 하고, 타인의 죽음을 담보로 자신들의 삶을 이끌어나가야만 하는 북유럽 지방의 환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처럼 흥미로운 창조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신들의 전쟁, 신들의 우정과 사랑, 영웅적 이야기들 속으로 한번 들어가는 것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킨이 갑이다 도토리숲 동시조 모음 6
김윤정 지음, 이지연 그림 / 도토리숲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참 예쁜 동시조집을 만나 읽게 되었습니다. 『치킨이 갑이다』라는 재미난 제목의 동시조집입니다. 먼저, 왜 이런 제목일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어쩌면 이런 의도가 아닐까 싶어요. 시조라고 하면 아무래도 예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러니 어른이 순수하고 맑은 동심으로 돌아가 쓴 시조인 동시조 역시 왠지 예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기에 가장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을 가진 단어 ‘치킨’이 들어간 제목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보게 되네요.

 

맞아요. 치킨이 갑이죠. 요즘은 치킨이 진리라는 말도 많이 하고요. 그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치킨이죠. 이러한 아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보여주는 제목이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그러니 어쩌면 이런 제목을 통해 이 동시조 모음이 아이들의 마음 그 동심을 오롯이 담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고요.

 

시인의 동시조들을 감상하며 아무래도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시인은 어쩜 이렇게 동심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 그 맑은 눈을 잃지 않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요. 이런 동심의 눈을 가진 시인의 모습이 참 부럽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시인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어요. 때론 직접 고추잠자리가 되어 보기도 하고, 맑은 눈으로 호숫가 풍경을 관찰하며 노래하기도 하죠. 첫눈을 빈 병에 가득 담아 김치냉장고에 넣는 모습은 이거야 말로 아이의 눈이구나 싶더라고요.

 

살포시 앉더니 / 어느새 사라져요 //

입에 쏙 넣으니 / 사르르 녹아요 //

빈 병에 가득 담아서 / 김치냉장고에 넣었어요

<첫눈 김장> 전문

 

첫눈의 설렘, 그 첫눈이 녹아감에 대한 안타까움에 눈을 빈 병에 가득 담아 김치냉장고에 넣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깜짝 놀랄 일겠지만, 아이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그 귀여운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네요.

 

청개구리 같은 장난꾸러기 아이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네요.

 

엄마는 나를 보고 / 청개구리 닮았대요 //

“문 열어라~” 꼭꼭 닫고 / “이리 오렴.” “흥!” 저리 가고 //

이히히 재미있어라 / 언제나 굴개굴개

<청개구리> 전문

 

맞아요. 어린 시절 이런 작은 반항(?)도 사실 놀이였죠. 괜스레 엄마의 말을 흉내 내며 따라 하기도 하고요. 어쩜 오늘 우리 아이들의 이런 작은 반항 안에도 이처럼 귀여운 동심이 감춰져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이처럼 동심의 노래를 하는 시인이지만, 마냥 그 동심이 어린 것만은 아니에요. 때론 의젓한 아이들의 마음도 노래하고 있어요. 엄마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하는 아이도 있고, 부부싸움 하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는 아이의 모습도 있네요.

 

엄마 새 옷 어떠니? / 연예인처럼 예뻐 //

불고기 맛있지? / 엄마 솜씨가 최고야 //

엄마를 웃게 만드는 / 나의 거짓말

<하얀 거짓말> 전문

 

이처럼 엄마 기분까지 챙겨주는 아이의 하얀 거짓말이 참 예쁘네요. 어쩜 이렇게 속이 깊을까요? 우리 아이들 마냥 어린 것만은 아니고 이처럼 그 속이 꽉 차 있단 생각도 하게 되네요.

 

오늘은 식탁 온도가 / 영하 이십 도다 //

퉁퉁 부은 엄마 얼굴 / 굳게 다문 아빠 입술 //

이럴 땐 공부하는 척 / 얌전히 있어야지

<부부 싸움> 전문

 

부모님의 불편한 공기를 감지하고 공부하는 척 얌전히 있어야만 하는 아이의 생존전략이 왠지 마음 아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이처럼 귀여운 생존전략을 펼치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요. 물론 냉랭한 분위기 때문에 머릿속에 그 내용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겠지만요.

 

또한 시인은 아이들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있고,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참여가 가능함을 노래하고 있음도 눈에 띱니다.

 

글을 처음 배워서 / 이름만 쓸 줄 알아요 //

사진이 어색해서 / 늘 굳은 표정이에요 //

전쟁이 끝나고 나면 / 내 동생도 활짝 웃겠죠?

<아프리카에 사는 내 동생> 전문

 

전쟁으로 고통당하는 아프리카의 아이들, 이제 겨우 이름만 쓸 수 있는 아이들, 웃음을 잃은 아이들을 향한 공감과 돌아봄. 이것은 어른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겁니다. 아이들이 어쩌면 어른보다 더 따스한 마음을 품고 주변을 돌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울러 이처럼 어려운 이들을 향한 바람직한 시선을 키워주는 것 역시 이런 동시조가 갖게 되는 또 하나의 역할도 되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이토록 예쁘고 아름다운 시인의 동시조들과의 만남, 앞으로도 계속 되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래들이 노래하도록 푸르른 숲
장 마리 드로세 지음, 이정주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청소년소설 『고래들이 노래하도록』은 이 땅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고래를 지켜내려는 자들과 고래를 마구 잡아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는 자들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아니, 자신들의 탐욕으로 인해 고래를 잡는 자들로부터 고래를 지켜내려는 이들의 아름다운 실천적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곧 열여섯 살이 될 니콜라는 어느 날 갑자기 엄마를 따라 호주로 가게 된다. 프랑스에서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서 니콜라는 엄마에게 놀라운 말을 듣게 된다. 엄마는 호주의 자연보호 단체에서 몇 달간 일하기로 했는데, 그 장소가 호주가 아닌 남극해라는 것. 이에 호주 생활을 생각했던 니콜라는 남극해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겪게 된다. 그건 바로 남극해에서 벌어지는 고래 불법 남획을 막아내려는 환경단체의 힘겨운 싸움이다. 이 싸움에 니콜라 역시 함께 하게 되는데. 과연 이 싸움은 어떻게 끝을 맺을 것이며, 니콜라는 또한 이 싸움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끼게 될까?

 

이 소설은 불법 고래잡이에 대한 부당성을 고발하며, 그러한 부당한 움직임 앞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고래는 현존하는 모든 동물들 가운데 가장 큰 동물로 예로부터 그 커다란 몸집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함께 경외감, 더 나아가 동경을 품게 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래가 이젠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우리 인간들의 탐욕 때문이고. 물론 예전에는 고래잡이가 불법은 아니었지만, 지나친 포획으로 이미 멸종한 종류도 있으며, 남은 고래들 역시 심각한 위기 가운데 처해 있기에 세계 각국은 국제포경위원회(IWC, 90여 국가가 속해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속해 있다.)를 조직하여 상업적 목적의 포경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연구의 목적(과학적 포획)이라 말하며 여전히 상업적 포경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일본이 그러하다(소설 속에서도 니콜라 일행은 일본 포경선을 막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물론 일본은 연구용 포경일 뿐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지만(IWC 회원국 가운데 과학적 목적이라는 명목으로라도 포경을 하는 국가는 일본뿐이다.), 호주는 일본의 포경은 상업용 포경이라며 일본을 국제사법재판소에 기소하였고, 국제사법재판소는 일본의 포경은 과학적 연구라 볼 수 없다며 고래잡이 중단을 명령했다. 이에 일본은 지난 1년간(2014년 4월∼2015년 3월) 남극해에서 고래잡이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일본수산청은 또다시 과학적 포경을 시작하겠노라 지난(2015년) 5월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며, 한해에 밍크고래를 333마리만 잡겠다는 것(물론, 그 전에는 1천 마리 가량을 잡았다고 하는데, 무슨 과학적 목적으로 그 커다란 고래를 333마리나 잡는다는 건가? ).

 

이런 사정이기에 이 책 『고래들이 노래하도록』과 같은 책들이 많이 읽혀진다면 좋겠다. 특히, 일본에서 더 많이 읽혀지고 반성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설 속에서 고래를 지켜내는 가운데 니콜라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마음의 소리란 어쩌면 양심일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행동이 옳은 지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소리. 이런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임을 우리 모두가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

 

또한 소설 속에서 배 선장의 딸이자 니콜라와 또래인 신디는 니콜라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는 네가 고래들을 지키는 것 같지? 하지만 사실은 고래들이 우리를 지키는 거야. 고래들은 우리 삶에서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것인지 일깨워 주려고 하잖아. 그저 고래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게 놔두기만 한다면 말이야. 알아?(155쪽)

 

우리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일까? 그건 생명을 지켜내는 것 아닐까? 아울러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여전히 살아가야 할 지구 환경을 지켜내는 것이겠고. 우리 후손들이 고래를 그저 기록이나 남겨진 영상을 통해서만 배우지 않게 된다면 좋겠다. 책의 제목처럼 고래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노래할 수 있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 『조선의 딸, 총을 들다』이다. 조선의 딸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며, 이들은 왜 총을 들었을까? 먼저, 이들이 총을 든 이유는 바로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서다. 그러니, 이 책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도합 24인의 여성들. 이들 가운데는 대갓집 마님부터 시작하여, 기생, 교사, 간호사, 해녀, 노동자, 비행사, 어린 소녀, 신여성이라 불릴 엘리트들 등 다양하다. 각기 이들의 출발은 다르고 그들이 행한 모습들도 다르지만 그들의 바람은 단 하나 조국의 독립이었다. 독립을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삶을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로 싸운 이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가운데, 그동안 여성들의 독립운동에 대해 참 무지했구나 싶은 반성이 먼저 든다. 물론, 여기에서 소개하는 분들 가운데 익히 알고 있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절대 다수는 처음 접하는 이들이었다. 아니 어쩌면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스치듯 지나간 분들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여태 우리 역사의 평가가 여성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성 독립운동가 가운데는 사회주의 노선을 걷던 이들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사회주의 노선을 걸었던 독립운동가들은 사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역시 여전히 우리의 독립운동사에서 지워진 인물들이 적지 않다.)

 

아무튼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활약은 다양하다.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운반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독립운동단체들의 안살림을 맡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총을 들고 직접 싸우기도 하고, 암살자가 되기도 하며, 폭탄을 투하하기도 하였으며, 비행사로 독립운동을 꿈꾸던 이도 있었다. 또한 여성 의병장으로, 여성 광복군으로, 임시정부 임정원 여성의원으로, 여성 노동운동가로, 여장군으로, 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이들이었다.

 

이들은 여성의 자리에서 어찌 과감히 총을 들었을까? 그들의 말을 직접 인용해 본다.

 

내가 여자니까 못한다는 생각은 안 했어. 식민지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여자도 당연히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181쪽, 이병희)

 

광복군은 무릇 3천만의 광복군이며 3천만 가운데 일천오백만의 여성도 포함되어 있는 줄로 알아야 됩니다. 그러므로 이 광복군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요, 우리 여성의 광복군도 되오며 우리 여성들이 참가하지 않으면 마치 사람으로 말하면 절름발이가 되며 수레로 말하면 외바퀴 수레가 되어 필경은 전진하지 못하고 쓰러지게 됩니다.(214쪽, 오광심)

 

구국의 책임이 어찌 남자들만의 몫이겠습니까? 우리 3천만 한국민족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성 아닙니까? 남녀의 역량을 합하여 각기 맡은바 직분과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세계, 진선진미의 한국을 건설할 수 있는 것입니다.(251-2쪽, 방순희)

 

어쩌면, 이들은 여성이기에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남성들보다 더 힘겨웠을 수 있다. 안경신 같은 이는 임신한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지고 했으며, 도피하다 결국 아이를 낳은 지 2주 만에 붙잡혀 투옥되는 바람에 아들을 돌보지 못해 어린 아들은 시각장애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자신들의 삶을 도외시한 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이들 가운데는 여전히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물론, 이들이 대우받기 위해 총을 들었던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행한 그 숭고한 발걸음에 대한 재조명만은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라를 찾는데 남녀가 따로 없었다면 역사적 평가와 기념사업에도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그들의 출신성분이나, 또는 정치적 노선 때문에 일제에 대항하여 펼쳤던 그들의 독립운동이 폄하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특히, 여성이기에 역사적 평가에서 가볍게 대해져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출간은 참 귀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처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재조명이 앞으로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