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여름 1854 - 런던을 집어삼킨 죽음의 그림자, 살아남을 시간은 단 나흘 튼튼한 나무 13
데보라 홉킨슨 지음, 길상효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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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좋은 책들을 출판하는 씨드북 출판사에서 또 한 권의 좋은 책이 출간되었다. 데보라 홉킨슨의 『살아남은 여름 1854』란 제목의 장편동화(소년소설)다.

 

이 책의 장르를 구분한다면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먼저, 이 책은 <씨드 탐정>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그렇기에 추리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조금은 독특한 느낌의 추리동화. 왜 독특한가 하면, 어떤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1854년 런던 브로드 길에 찾아온 푸른 죽음의 공포, 콜레라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하며, 더 이상 콜레라가 확산되지 않도록 애쓰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니, 범죄에 대한 추리가 아닌, 질병에 대한 추리다.

 

또한 이야기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픽션이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 1854년 런던을 푸른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콜레라 사건. 콜레라의 전염경로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공기를 통한 전염이 아닌 물을 통해 전염됨을 규명하였던 역사 속 실존인물인 의사 존 스노 박사가 등장한다. 존 스노 박사 외에도 동화 속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실존인물이다. 콜레라가 만연했던 사건과 그 원인 규명하는 스토리 역시 실제 역사 속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동화는 역사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수많은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질병 콜레라라는 재난에 대처하며 위기 상황을 타계해 나가는 내용이기에 또한 재난 동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역사, 추리, 재난이란 장르가 하나로 버무려져 있다. 역사추리동화, 재난추리동화라고 부르면 어떨까.

그럼 그 내용을 살짝 들여다보자. 주인공 소년 뱀장어는 고아다. 넝마주이였지만, 지금은 맥주회사에 취직하여 온갖 잡다한 심부름을 하고 있으며, 일이 끝난 후엔 존 스노 박사의 실험용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우리청소도 한다. 또한 양복점에서 청소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여전히 넝마주이 부업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악착같이 돈을 버는 이유는 모두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동생을 위해서다. 고아인 자신에게 동생은 책임져야할 부양가족이다. 자신은 배우지 못하고, 아무 곳에서나 숙식해도, 동생만은 그럴 수 없다. 동생은 하숙집에 의탁하고 학교에도 보내기에, 동생의 하숙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야만 한다. 참 멋진 소년가장 뱀장어다.

 

그런 뱀장어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위기는 홀로 찾아오지 않는다. 언제나 상존하는 위기는 도끼눈의 추적이다. 도끼눈은 새 아빠였는데, 엄마가 죽은 뒤로도 두 형제를 이용하려 한다. 뱀장어에게는 도둑질을 시키기도 하고, 동생은 앵벌이를 시키려 한다. 그런 도끼눈에게서 도망친 뱀장어에게는 하루도 마음 놓을 수 없다. 바로 이런 도끼눈이 뱀장어를 찾아낸다. 또 하나의 위기는 공장에서 도둑으로 몰려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위기에 더하여져 콜레라가 이 지역을 뒤덮게 된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줄 양복점 주인아저씨가 푸른 죽음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고, 이젠 사랑하는 친구와 친지들마저 콜레라의 위협아래 신음한다. 이러한 때, 뱀장어는 존 스노 박사의 조수가 되어 콜레라의 원인 규명을 위한 탐문 조사를 행한다. 존 스노 박사는 콜레라의 원인이 물 때문이라 확신한다. 문제는 이를 증명해내는 자료인데, 이번 콜레라 사건에서 이를 증명하고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만 한다. 그렇게 주어진 시간은 나흘. 나흘 안에 콜레라의 원인이 물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할만한 자료를 찾아내야만 한다. 이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박하고 흥미진진하다.

 

초등 고학년이 읽기에 적합할 분량인 이 책은 질병의 원인을 추리하는 과정, 그리고 실제 역사 속에서의 사건, 질병이라는 재난에 대처하는 자세 등을 잘 보여준다. 뿐더러, 가상인물인 뱀장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고아의 힘겨운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멋진 모습을 보여줌으로 우리 자녀들에게 자립심과 도전정신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뱀장어와 친구들 간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배신의 모습들을 통해서는 우리의 우정을 점검하게 해준다.

 

전염병이라는 소재가 조금은 생소하지만, 스토리는 지루할 새 없이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는 재미난 역사추리동화, 재난추리동화다. 올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달래줄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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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 1001 죽기 전에 꼭 1001가지 시리즈
최정규.박성원.정민용.박정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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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 1001≫ 시리즈는 묘한 힘이 있다. 무엇보다 그 제목에 가장 큰 힘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라니 꼭 봐야만 할 것 같다.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들은 내가 죽기 전에 꼭 봐야만 하는 버킷 리스트가 된다. 그 영화들을 보지 않고는 문화인이라 말하기 부끄러울 것 같은 생각도 들게 되고. 이게 바로 ‘죽기 전에 꼭’이란 말이 갖는 힘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만 할 것 같고, 죽기 전에 꼭 먹어야만 할 것 같고, 죽기 전에 꼭 알아야만 할 것 같은.

 

여기 또 하나의 ≪죽기 전에 꼭 ... 1001≫이 있다. 바로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이다. 그래서 제목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이다. 좁은 땅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가 1001곳이나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다. 사실, 이 책에 다 실을 수 없을 만큼 국내에 가봐야 할, 그리고 가볼만한 여행지는 참 많다. 그 가운데서 네 명의 저자들이 선별한 1001곳에 대한 정보가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2010년에 1판이 출판되었는데, 금번에 3판으로 새롭게 개정된 책이다(아무래도 여행책자는 이처럼 수시로 새롭게 정보를 업데이트 시켜줘야 할 필요성이 있겠다.).

 

권역별로 여행지를 묶어 놓았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는 지역을 위주로 쉽게 살펴볼 수 있다. 그 권역은 서울권, 경기권, 강원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그리고 제주권으로 7개 권역으로 묶여 있다. 각 장소는 칼라 사진과 함께 그곳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함께 한다. 또한 여행정보 역시 알려주고 있는데, 각 위치를 옛 주소와 바뀐 주소 모두를 실어주고 있어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함에 어려움이 없게 배려하고 있어 좋다. 또한 입장료 유무, 주차 가능 유무도 함께 알려 주고 있음도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여행서적들을 제법 많이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5단 책꽂이 하나 전체에 여행서적만 꽂고도 모자라 다른 책꽂이까지 침범하였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제법 많지 않을까 싶다. 그 수많은 여행책자들 가운데, 이 책은 국내여행지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고, 그 양적인 정보 면에 있어 Top 3안에 들어갈 만한 책이다. 마치 여행사전이라 칭할 만하다.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여행서적이기에 책꽂이에 꽂혀 있는 모습만으로도 배부르다. 책을 펼쳐보고 있노라니 자꾸 떠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아무래도 조만간 한 지역을 선택하여 며칠간 다녀와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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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클럽 1 - 비밀의 해골 열쇠 암호 클럽 1
페니 워너 지음, 효고노스케 그림, 박다솜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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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는 자기 방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바로 자신과 같은 암호클럽 회원이자 암묵적 리더인 퀸의 신호입니다. 급히 나오라는 신호에 잠시 나간 코디에게 퀸은 사건이 벌어졌음을 알려줍니다. 그건 바로 코디네 집 맞은편에 있는 허물어져 가는 저택 해골 할아버지네 집이 이상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시작한 해골 할아버지 집 탐문을 통해, 이들은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한 밤중에 타버린 해골 할아버지의 집. 그리고 위독한 할아버지. 불타버린 해골 할아버지 집 2층 창문에 적힌 암호문 등으로 더욱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죠. 이때부터 ‘암호클럽’ 회원들인 코디, 퀸, 마리아, 루크 이렇게 네 친구들은 해골 할아버지를 둘러싼 더러운 음모, 범죄에 맞서 암호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과연 네 친구들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추리동화인 이 책 『암호클럽1: 비밀의 해골 열쇠』는 무엇보다 참 재미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동화 곳곳에 암호가 넘쳐 나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곳곳에서 암호문을 만나게 될뿐더러 모든 단원명은 지문자라는 암호로 되어 있답니다. 어린 시절 아무런 내용이 없어도 암호로 적어놓고 해석하면 괜스레 뿌듯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암호를 좋아합니다. 나만 아는 뭔가 나만의 비밀을 가진 은밀한 기쁨, 왠지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풀어간다는 자부심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니, 스토리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암호문을 어린이 독자들이 직접 풀어가며 얼마나 행복해 하고 신나할지를 생각하니 흐뭇하네요.

 

암호를 어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걱정 마세요. 동화의 주인공들인 ‘암호클럽’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의 암호책자를 여러분들 모두 엿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책 앞면에는 이들의 암호책자를 친절하게 싣고 있습니다. 문자숫자식 암호, 지문자, 모스부호, 카이사르 암호, 수기신호, 점자까지 말입니다. 그럼, ‘암호책자’ 소중히 갈무리하고 함께 모험을 떠나 보세요. 이 책이 주는 첫 번째 즐거움은 암호 해독에 있으니 말입니다.

 

두 번째 기쁨은 이야기 자체에 있어요. 이야기가 참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해골 할아버지 집이 불타버린 사건 이면에는 과연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까? 범인들은 누구일까? 범인은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이런 궁금증들을 풀어 나가게 돼요. 또한 코디를 괴롭히는 밉상 맷의 역할도 동화를 맛깔나게 해주고요. 정말 밉상이긴 하지만요. 게다가 암호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점점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며 이제 곧 그 진실을 만나게 되리라는 설렘도 빠뜨릴 수 없어요.

 

언제나 모험은 이처럼 신납니다. 아이들에게서 모험이 사라진 시대이기에 어쩌면 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될 수도 있겠고요. 이런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한 이야기 자체가 주는 기쁨도 책이 선사하는 선물입니다.

 

또 하나의 선물이 있어요. 그건 바로 해골 할아버지를 알아가게 되는 장면입니다. 이 부분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코디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스켈튼 할아버지에 대한 인상이 아주 짧은 시간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예전에는 ‘해골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고양이를 너무 많이 키우는 이상한 조각상을 만드는 무서운 은둔자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동물을 사랑하고 금속 공예에 취미가 있는 은퇴한 수의사일 뿐이었다. 알 기회가 있었더라면 더 빨리 알 수도 있는 사실이었다. 할아버지가 바깥에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은 것도 성격이 괴상해서가 아니라 뇌졸중 때문이었다.(207쪽)

 

평소 무섭게만 생각하고, 괴팍한 노인네로만 치부했던 옆집의 할아버지. 이름도 몰라 그저 ‘해골 할아버지’라 부르기만 했던 할아버지가 알고 보니 전혀 괴팍하지 않고 오히려 노년의 병으로 인해 남모를 아픔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장면은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을 적시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진정으로 풀어나가야만 할 우리 사회 속의 암호는 이처럼 홀로 고독 속에 힘겨워 하는 우리 이웃은 없는지, 내 곁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익명의 존재에 불과한 이들은 없는지 알아가는 것 아닐까요? 이런 멋진 암호풀이를 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어요.

 

이처럼 동화는 마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여러 가지 선물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잠깐! 또 하나의 선물이 있어요. 그건 이 책이 1권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이런 재미난 책을 또 다시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거죠. 이것이야말로 정말 기대되는 선물 아닐까요? ‘암호클럽’ 회원들의 또 다른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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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 사라지는 아이들의 비밀, 제5회 한우리 문학상 어린이 장편 부문 당선작 한우리 문학 높은 학년 5
오혜원 지음, 이갑규 그림 / 한우리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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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힘을 가진 자들은 타인을 통제하고자 하는 못된 욕구를 품게 마련인가 보다. 이렇게 통제할 때, 세상은 안전해 진다고 믿는다. 특히, 어떤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은 통제로 가능하다고 믿는 자들이 있다. 가진 자들일수록 그렇다.

 

이런 위험요소를 잠재우기 위한 극단적 통제의 부조리를 고발하듯이 그려내고 있는 동화를 만났다. 오혜원 작가의 『블랙리스트』가 그렇다. 이 동화는 제5회 한우리 문학상 당선작이기도 하다.

 

동화의 시대적 배경은 미래사회다. 개인마다 로봇 한 대를 소유하고 있는 시대의 대한민국. 각 개인 소유 로봇은 주인 수발을 드는 편리함이 있다. 음식이든 차든 주문만 하면 금세 대령하는 하인과 같은 로봇이다. 하지만, 이 로봇에겐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건 바로 로봇의 주인을 감시한다는 것(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다.). 특히,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감시가 더욱 중요하다. 로봇은 아이들의 일정을 관리해줄뿐더러, 아이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중앙시스템으로 전송한다.

 

이렇게 국가는 사춘기 청소년들을 관리한다. 청소년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이유는 사춘기 청소년들이야말로 가장 불안한 세력, 위험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게 어른들의 접근이다. 오늘 우리 역시.). 이렇게 관리하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규정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총 다섯 번 오르게 되면 그 아이들은 머리에 칩을 심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칩은 아이들을 통제할뿐더러, 어떤 문제아도 뛰어난 영재로 변모케 한다는 칩이다. 물론 이 주장은 칩을 심고자 하는 정부, 그리고 개발업체의 선전에 불과하다. 점차 부작용이 생기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히 관리하여 이런 정보는 빠져나가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이 동화의 부제인 「사라지는 아이들의 비밀」이 담겨 있다. 조금이라도 정부 방침에 어긋나거나 악영향을 끼칠 아이들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 갇혀 임상실험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칩으로 통제하던 정책을 지나 이제 새로운 정책을 계획한다. 그건 바로 백신을 맞는 것. 백신 주사 한 방으로 야생마와 같은 청소년들은 순한 양들이 된단다. 백신 한 방이면 하급인생에서 상류인생으로 변모하게 된단다. 정말 그럴까? 물론, 아니다. 이것 역시 정부와 관계자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처럼 끔찍한 사회 속에서 한참 정의감이 불타오르고, 호르몬이 왕성할 사춘기 소년들인 이한, 희원, 시우가 겪어나가는 이야기를 동화는 들려준다.

 

동화 속에서 정부는 아무리 쉬쉬하고 통제하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된다.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좇는 용기 있는 자들로 인해서 말이다. 이렇게 드러난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연대하고 행동하게 되고 말이다. 물론 여전히 정부의 편에 서서, 그들의 선전을 철썩 같이 믿고 칩을 심고, 백신을 맞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동화 『블랙리스트』는 스토리가 재미나게 진행될뿐더러, 자유롭게 성장해야 할 아이들을 주어진 틀 안에 가두려 하는 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들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어느 선이면 적당할까? 과연 적당한 선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존재한다 할지언정 그 선을 넘지 않을 수 있을까? 통제로 아이들을 순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등을 말이다.

 

아울러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접근이 과연 옳은지 돌아보게 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일어날 사건이라 규정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접근이 과연 맞는 건지를 말이다. 청소년기에 자연스러운 호르몬 분비마저 통제하려는 시도. 과연 이것이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시도일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인다.

 

마지막 문장이 순간 온몸을 정지시키고 한동안 먹먹함으로 몰아세운다.

 

‘이제 너희들만 돌아오면 돼.’(180쪽)

 

동화 속에서 어른들의 잘못된 정책, 잘못된 시도, 잘못된 주장, 잘못된 고집으로 인해 사라진 아이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그 아이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주인공의 소망이 담긴 문장이다. 하지만, 왠지 이 문장이 오늘 우리들의 소망처럼 느껴져 아프다. 이젠 돌아올 수 없지만, 여전히 돌아오길 소망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에.

 

참 좋은 동화를 만났다. 작가의 차기작 역시 건필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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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아이, 쿠르트
오이 미에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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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아이, 쿠르트』란 제목의 동화집을 만났다. 동화집 속에 담겨진 6편의 동화들 모두 좋은 동화집이지만, 더욱 독특한 점은 작가에 대한 점이다. 작가 오이 미에코는 실상 니키 에쓰코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고 한다. 1957년 『고양이는 알고 있다』라는 작품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1981년 단편 「빨간 고양이」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일본 추리소설의 한 획을 그은 작가다.

 

이처럼 추리소설 작가의 동화집이라니 독특하다. 하지만 실상 작가는 동화작가로 등단하였다. 미야자와 겐지(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으로 유명하다.) 영향을 받아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백여 편의 동화를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본명인 오이 미에코란 이름으로 출간된 유일한 동화집이 『수요일의 아이, 쿠르트』라고 한다(본명으로 많은 동화를 써 발표했지만, 동화집으로 나온 것이 유일하다는 의미 같다.).

 

그럼 『수요일의 아이, 쿠르트』에 실려 있는 여섯 편의 동화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수요일의 아이, 쿠르트」는 주인공 ‘나’가 경험한 신비한 이야기를 전한다. ‘나’는 어느 날 하늘색 코트를 입은 남자아이를 보게 된다. 그 후 주인공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갑자기 우산이 사라졌다 며칠 후 나타나기도 하고, 쓰고 있던 베레모가 사라졌다 며칠 후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바로 쿠르트란 아이의 장난 탓이다. 쿠르트는 수요일에 태어나 수요일에 죽은 아이다(작가 역시 수요일에 태어났다고 한다.). 아직 피어보지 못한 어린아이의 영혼, 그 귀신의 장난을 통해, 주인공은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늘을 날기도 하고, 자신의 잃어버렸던 물건들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메모아르 미술관」은 신비한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그린(실제 그렸다기보다는 분명 그린 느낌을 갖는) 그림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그림들은 메모아르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 그림들은 다름 아닌 ‘내’가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추억의 편린들이다. 어쩌면 우리 역시 이런 ‘메모아르 미술관’에 전시될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살아가는 순간들이 그려지고 남게 된다고 할 때, 우리의 삶이 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 내 인생의 그림이 분노 가득 미움 가득한 그림보다는 따스하고 훈훈한 느낌의 그림이 될 수 있다면. 눈살 찌푸리고 한숨짓게 할 그림보다는 미소 짓게 하고 행복한 느낌을 갖게 하는 그림들을 삶의 순간마다 그릴 수 있다면 좋겠다.

 

「어느 물웅덩이의 일생」은 마치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 똥』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고, 하찮은 물웅덩이에 고인 물에 불과하지만, 이 물에 달빛을 품을 수 있고, 그 아름다움을 누군가에게 비춰줄 수도 있을뿐더러 웅덩이의 물도, 하수도를 흐르는 더러운 물도 모두 수증기로 변하여 하늘로 오를 때는 순수하고 맑은 상태가 됨을 이야기하는 예쁜 동화다.

 

「신기한 국자 이야기」는 상당히 교훈적이고 우화적인 동화다. 나그네 대접하길 즐거워하고, 가난한 이들을 돌아봄을 기뻐하는 매플 영감은 어느 날 나그네 청년에게서 신비한 국자를 선물 받는다. 어느 물건이든 땅에 묻고 국자에 물을 담아 뿌려주면 다음날 그 물건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가 자라는 그런 마법의 국자. 이런 물건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우린 무엇을 묻을까? 누군가는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국자를 사용할 것이고, 누군가는 남들을 향해 더 많이 베풀기 위해 이 국자를 사용할 것이다. 전자를 꿈꾸는 사람들은 동화 속의 못된 왕과 같은 사람이고, 후자를 꿈꾸는 사람은 동화 속의 멋진 매플 영감과 같은 사람이다. 동화는 끊임없이 우리가 후자, 즉 이타적인 삶을 꿈꾸는 인생이 되길 촉구한다.

 

「핏빛 구름」은 반전(反戰) 동화다. 실제 큰오빠가 전쟁에 나가 전사하는 아픔을 경험한 작가는 전쟁의 끔찍함을 잘 그려내고 있을뿐더러 전쟁에 대해, 국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느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결정에 전쟁으로 내몰린 국민들의 애환. 나라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전쟁을 치르지만 정작 그 나라를 구성하는 국민들을 불행과 슬픔으로 내몰면서 어찌 나라를 위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대사는 전쟁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력을 드러낸다. 아울러 사랑하는 이를 지켜내기 위해 무찔러야만 할 상대에게도 사실은 지켜내야만 할 이들이 수백 수천이 있음을 기억하라는 대사는 깊은 울림을 준다. 동화 속에서 친구가 된 리리와 파켈 간에 이런 대사가 있다.

 

“리리, 지금의 난 이미 인간이 아니야. 악마야. 사람을 죽이려고 비행병이 된 건 아니지만, 같이 생활하는 전우가 눈앞에서 죽는 걸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적을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안 하게 돼.”

“뭘 위해서지, 파켈?”

“몰라. 나는 몰라. 아니... 그건 분명... 그건 리리를 지키기 위해서야. 리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난 흔쾌히 악마가 될 거야.”

“파켈, 카멜리아의 마을에도 리리는 있어. 수백 수천 명이나 되는 리리가.”(107-8쪽)

 

마지막 동화 「세상 온갖 것들이 담긴 병조림」 역시 아름답다. 철물상에 의탁하여 살아가던 마녀 할멈은 철물상 주인을 위해 수많은 병들 안에 세상의 온갖 것들을 하나하나 담는다. 뚜껑을 열면 그 안에 담겨진 것들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마법의 병들을. 철물상은 이제 부자 되었겠다고? 물론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철물상은 이것을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철물점에 물건을 사러 오는 고객들에게 무엇을 사든 병 하나씩을 준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이렇게 병이 줄어들 즈음 마지막 병은 가난한 소녀에게 돌아간다. 소녀는 이 병을 얻기 위해 자신이 그동안 모은 동전들을 사용한다. 왜? 그건 마을에 사는 부잣집 아들을 위해서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지만, 몸이 약해 집밖에 나가지 못하는 아이다. 이 아이는 소녀와 함께 상수리 숲에서 도토리를 줍는 신나는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뒤로 몸이 약해져 일어나지 못하는 소년을 위해 소녀는 마법의 병을 얻는다. 이 병이 소년에게 희망이 되길 꿈꾸며. 그럼 마지막 병 안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그건 바로 상수리 숲이었다. 누군가를 향한 돌봄의 정신, 즐거운 시간의 기억이야말로 상수리 숲의 푸르름, 생명력이 되어 우리를 다시 회복케 한다는 내용이 아닐까.

 

이처럼 작가의 동화들은 모두 작은 것, 보잘 것 없는 것, 약자,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등에 관심한다. 동화가 갖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동화집이다. 작가의 또 다른 동화들도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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