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 Graphic Novel 2016.6 - Issue 17, 디오르를 입은 여인
피오니(월간지) 편집부 엮음 / 피오니(잡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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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래픽 노블(개인적으로는 그냥 만화라는 용어가 더 친근하지만, 잡지 역시 ≪그래픽 노블≫이기에 그래픽 노블이란 용어를 쓰기로 한다.)을 접하고 읽지만, 그럼에도 그래픽 노블 광팬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그래픽 노블에 대해 뭔가 더 깊이 알아가거나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더랬다. 그런 내가 우연치 않게 『월간 그래픽노블』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지만 읽어나가는 가운데, 야~ 이런 좋은 잡지도 있구나 탄성을 흘리게 된다.

 

이 잡지에 대해 찾아보니, 『월간 그래픽노블』은 매달 하나의 작품을 택하여 깊이 살펴보면서 당시 시대상과 작가에 대해 살펴보는 잡지란다. 내가 처음 만난 통권17호(2016년 6월호)는 아니 괴칭게르의 『디오르를 입은 여인』(2013년)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솔직히 크리스티앙 디오르나 패션계는 나와는 상관없는 영역이라 여겼다. 아니 배부른 자들의 공유물이라 치부하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청년시절 즐겨 뿌리던 향수 가운데 하나가 크리스티앙 디오르 <화렌 화이트>였다. 그러니 나와는 다른 세계, 전혀 무관한 영역만은 아니었구나 생각해보며,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본다.

 

잡지는 아니 괴칭게르의 『디오르를 입은 여인』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텍스트인 『디오르를 입은 여인』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텍스트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컨텍스트를 살펴보며, 전쟁 전후의 시대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패션업계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잡지는 이제 『디오르를 입은 여인』을 창작한 아니 괴칭게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녀의 작품세계가 어떠한지, 작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그 뒤엔 크리스티앙 디오르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그래픽노블에 대한 잡지이기에 가볍게 접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잡지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문학잡지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과하게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그래픽노블에 대한 대중적 인문학 잡지라고 말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대해서, 『디오르를 입은 여인』에 대해서, 또한 아니 괴칭게르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 6월호다. 아울러 전쟁 직후의 황폐해진 상황 속에서 배부른 짓으로 이해되기에 빤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작업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역시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은 위험할 수 있겠다는 반성과 함께.

 

『디오르를 입은 여인』특집, 이후의 또 다른 내용들도 좋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시리즈로 유명한 휴머니스트 출판사 인터뷰 내용도 좋고. 좋은 그래픽 노블을 소개해주는 내용들도 좋다. 잡지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길 권하고 싶은 잡지다. 이런 잡지를 만들어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게 뻔하다. 작업 자체도 힘겹겠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녹녹치 않을게다. 그럼에도 그래픽 노블에 대한 사랑과 열정 하나만으로 이런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좀 더 그래픽 노블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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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쑤, 동북을 거닐다 - 제3회 루쉰문학상 수상작
쑤쑤 지음, 김화숙 옮김 / 포북(for boo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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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류작가 쑤쑤의 문화유산답사기 『쑤쑤, 동북을 거닐다』를 만났다. 이 책은 제3회 루쉰 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다. 2001년에 출간되어, 우리말로 금년(2016년)에 번역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동북 지역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북 지역이란 랴오닝성(요령성), 지린성(길림성), 헤이룽장성(흑룡강성)을 칭하는 곳으로 쉽게 만주지역이라 생각하면 된다. 우리 역사 가운데서는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적 터전이었을뿐더러,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애환과 투쟁의 삶과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민족에게 의미깊은 지역인 동북지역은 오늘날 한중 관계에 있어 민감한 지역이기도 하다. ‘동북공정’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족의 역사가 아니지만, 현 자신들의 영토 안에 있는 모든 역사가 자신들의 역사라는 논리로 시작된 동북공정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역사답사기이기에 아무래도 관심이 가게 된다.

 

주의하고 접근해야 할 것은 이 책의 저자는 한족이라는 점이다. 물론, 동북지역이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철저한 한족이기에 중국의 정서와 역사관으로 이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홍산문화 뿐 아니라, 우리의 발해역사마저 저자에게는 중국의 역사로 당연시되고 있다. ‘동북공정’의 역사관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출판사측에서는 이렇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에는 난하주를 달고 있다.

 

발해에 관한 부분은 저자의 주관적인 표현으로서 원문 그대로를 번역한 것이며, 역사와 출판사의 견해가 아님을 밝혀 둡니다.(49쪽)

 

이처럼 우리의 역사 인식과 시각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음을 감안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이 무용한가? 그렇진 않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읽어야 한다.

 

이 지역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의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과연 우린 이들 역사에 대해 얼마나 연구하였으며,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가? 단지 자료가 부족하다는 말만으로 끝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고조선의 역사는 어느 정도 이야기하지만(물론 이것 역시 단군신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부여에 대한 역사를 우린 얼마나 알고 있으며 가르치고 있는가? 요즘은 통일신라시대라는 용어가 아닌, 남북국시대란 용어가 보편화되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느 역사책에서는 용어만 남북국 시대일 뿐 발해의 역사는 단 한 줄도 기록하고 있지 않은 경우도 본 적이 있다.

 

그러니, 우린 ‘동북공정’을 비난할 것만이 아니라, 이러한 책을 더욱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 땅의 기운을 느껴야 한다. 한족 여류작가인 저자가 이 땅을 거닐며 그곳에 담긴 정신과 정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듯, 우리 역시 이 땅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곳의 역사를 우리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그럴 때, 그 역사는 진정으로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황하문명보다 앞선 문명인 홍산문화 역시 우리의 것이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이 고맙다. 비록 저자의 역사관이 우리의 것과 충돌한다 할지라도,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저자는 한족이니 말이다. 그러니 책의 내용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의식과 다른 점을 인정하며, 접근함으로 오히려 우리의 옛 선조들의 흔적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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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지대 -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캐롤린 마스던 지음, 김옥진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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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와 탈리브는 사촌이다. 동갑에 같은 반 절친 중에 절친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예기치 않은 일로 깨지게 된다. 누리 외삼촌이 수니파의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누리네 가족은 시아파다. 가족 모두. 아니, 큰 집 식구인 탈리브네 가족만 제외하고 말이다. 탈리브와 누리는 친사촌간이지만, 탈리브네 엄마는 수니파다.

 

외삼촌이 희생된 사건 이전에는 누리네 큰엄마가 수니파인 것, 누리네 가족이 모두 시아파인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삼촌의 죽음 이후 누가 수니파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시아파인지 수니파인지가 말이다. 그전에 함께 웃고 호흡하던 이웃이 어느 파인지에 따라 관계가 단절된다.

 

누리네 외삼촌의 죽음에 사촌 탈리브네 가족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누리도 잘 안다. 하지만, 누리는 이제 탈리브가 밉다. 탈리브 역시 누리의 이 감정을 알게 되고, 둘은 멀어진다. 아니 두 가족은 이제 서로 왕래하지 않게 된다. 뿐 아니라, 누리는 외삼촌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결국 탈리브에게로 향하게 된다. 늦은 밤 사촌동생들을 데리고 탈리브네 집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뜨린다. 끔찍한 경고문구와 함께 말이다. 이로 인해 탈리브네 가족은 집을 버리고 떠나게 된다. 평화의 거리인 무타나비 거리로.

 

이렇게 깨어진 둘의 관계, 그리고 누리와 탈리브 가족 간의 관계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청소년 소설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백색 지대』는 이라크 땅에 붉게 물들인 반목, 미움과 증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설은 평화롭던 두 가정, 두 형제의 가정이 어떻게 반목하게 되고 관계가 깨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웃의 단절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도 보여준다. 지성과 평화의 상징이었던 무타나비 거리가 어떻게 끔찍하게 변하게 되었는지도 말이다.

 

소설이 누리와 탈리브 두 사촌간의 관계를 그려내면서, 이와 함께 끊임없이 등장시키는 두 가지 내용이 있다. 하나는 신에 대한 자세,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의 개입이다. 이 두 가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과연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그 폭력이 정당한지. 아울러 평화라는 이름으로 개입한 미국의 전쟁이 정당한 것이었는지를 말이다.

 

같은 신을 찾고, 같은 신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그 신의 이름으로 상대를 죽이는 아이러니. 단지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미움과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부조리에 대해. 아울러 이라크의 불행은 단순히 독재자 탓만이 아닌, 미국의 오만한 개입이 불러들인 재앙임에 대해 말이다.

 

어쩌면 우린 그 땅을 여전히 ‘악의 축’의 땅이라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게 된다. 소설은 그 땅 역시 우리와 같은 온기가 있는 이들이 살아가는 땅임을 보여준다. 그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모두 폭력을 사랑하는 괴물들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은 단지 폭력의 희생자임을 말이다. 폭력 앞에 우리처럼 아파하고 불안해하며, 공포를 느끼며 눈물 흘리는 삶이라는 것을 소설은 오롯이 보여준다.

 

소설의 마지막 순간 그 땅에 하얀 기적이 찾아온다. 파괴와 살육, 미움과 증오의 땅에 하얀 눈이 내려 잠시 서로를 향한 폭력을 멈추었던 순간을 하얀 기적이라 말한다. 이 하얀 기적은 물론 일시적인 기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순간의 기적을 통해, 소설은 반목과 미움의 자리에 화해와 공존이 찾아올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길 희망하며, 촉구하고 있다.

 

소설을 통해, 그 땅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졌던 무의미한 전쟁을 말이다. 후세인의 독재, 그리고 독재자가 위협하는 세계평화라는 명목, 대량살상무기를 찾겠다며 미국이 시작한 이라크 전쟁. 그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독재자를 몰아낸 것 외엔 아무런 성과(물론 미국의 입장에서의 성과는 있지만 말이다.)가 없는 미국의 개입. 아니 오히려 여전히 끝나지 않는 더 큰 상처와 반목을 낳은 전쟁이다.

 

한 번 열린 판도라의 상자는 여전히 닫히지 않는다. 지금도 서로를 향해 폭탄을 터트리는 땅. 그곳에 과연 평화가 도래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먼 것 같다. 하지만, 그 땅에도 평화가 하얀 눈처럼 내리길 바란다. 아울러 결코 그 평화의 눈은 녹지 않길 원한다. 그럼으로 소설 속의 누리와 탈리브가 현실의 삶 속에서도 서로 부둥켜안고 화해하며 함께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행복의 일상을 맛볼 수 있게 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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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 : 권력의 기록 1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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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창시절, 빠질 수 없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무협지다. 왜 그리 무협지가 재미있던지, 참 무던히 많이 읽었다. 몇 질이 아닌, 한 벽 두 벽 단위로 말할 정도로 말이다. 동네 만화방엔 더 이상 읽을 무협지가 없어, 옆 동네 만화방 두어 곳을 기웃거릴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의 절반만 공부했더라도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무협지를 읽으면 읽을수록 보다 더 과장되고, 더 황당하며, 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끌리게 된다. 그러다 만난 정통무협소설이 바로 김용의 소설들이다. 엄청 뻥이 심한 무협지에 길들여진 나에게 김용의 무협소설은 처음엔 너무 시시하고 담백했다. 그런데, 점차 자극적이진 않으면서도 묘한 매력을 발견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뭔가가 말이다. 결코 무협소설을 폄하할 수 없을 만큼 무협소설의 격조를 세운 사람이 김용일 게다.

 

마치 김용의 작품마냥 격조 있는 무협소설을 만났다. 신진 작가 하이옌의 『랑야방』1권이다. 작가는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렇게 쓴 소설을 2011년 중국 인기 웹사이트에서 연재하기 시작하였는데, ≪랑야방≫의 인기는 책 뿐 아니라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54부작 드라마로 제작·방송, 50개 도시 시청률 1위를 했다니 그 인기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케 한다. <중화TV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 갱신, 국내 ‘중국드라마 열풍’을 몰고 온 수작>이란 선전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책으로 만난 『랑야방』은 과연 인기를 끌 법한 내용이다.

 

주인공 매장소의 원래 신분은 황제의 조카이자 적염군 소원수 신분인 임수다. 하지만, 정치판의 희생양이 되어 12년 전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당시의 사건으로 무공을 잃고 병약한 몸이 되었지만, 천하제일 대방파인 강좌맹의 종주가 되어 돌아온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랑야방’은 천하를 움직이는 인재들의 순위를 기록한 문서다. 최고정보조직인 랑야각이 해마다 이 랑야방을 발표한다. 천하 10대 고수, 천하 10대 방파, 천하 10대 부호, 천하 10대 공자, 천하 10대 미인. 이렇게 다섯 분야 50명의 순위를 말이다. 이 가운데 천하 10대 공자 순위 1위가 바로 매장소다. 아울러 매장소는 천하 10대 방파의 1위인 강좌맹의 종주다. 이뿐 아니다. 랑야각은 태자의 요청에 의해 천하를 얻게 해줄만한 재사를 지목하기에 이르는데, 그렇게 지목된 사람이 바로 매장소다. 바로 이 대목에서 “그를 얻는 자, 천하를 얻을 것이다!”란 말이 나오게 된다.

 

이런 매장소가 금릉에 왔다(소설의 무대인 대량제국은 가상의 나라다.). 이에 금릉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차기 황제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태자와 예왕의 러브콜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게 있다. 매장소가 바로 적염군 소원수인 임수임을 말이다. 그리고 적염군을 몰살시킨 그 원흉들(태자와 예왕 모두 이에 속한다.)을 향해 칼을 갈고 금릉으로 오게 되었음을 말이다. 과연 매장소의 복수는 어떻게 진행될까? 그리고 성공하게 될까?

 

소설은 무협소설이면서도 마치 추리 스릴러 소설을 읽는 느낌도 갖게 한다. 무협소설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소재 가운데 하나인 무술대회로 소설이 시작된다. 또한 ‘랑야방’이란 문서 자체가 순위매기기를 좋아하는 무협소설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그럼에도 일반 무협소설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하고 재미난 부분인 무공 전수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 기연을 통해 내공을 얻고, 비급을 얻어 무공을 연마하는 내용들이 그런 내용들이 말이다(1권에서 그렇다. 아직 2권을 읽지 못했으니 나중은 모르겠다.). 그러니 보편적 무협소설과 유사한 요소들이 있으면서도 차별화되어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복수를 위해 마치 탐정이 옛 사건들을 끄집어내 공론화시키고 상대를 압박해 나가는 부분들은 마치 추리소설과 같은 느낌도 갖게 한다.

 

정치권력을 얻기 위한 태자와 예왕의 권모술수,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복수를 행하며 권력을 잡으려 하는 매장소의 이야기. 여기에 사내들의 가슴 뭉클한 우정과 의리, 옛 정혼자와의 애정 문제까지. 상당히 두툼한 분량(571페이지)임에도 한 번 잡으면 중간에 내려놓을 수 없고 내려놓아도 자꾸 생각이 나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중독성이 강한 무협소설이다. 2권은 과연 언제쯤 만나게 될까 궁금했는데, 아니 벌써!!! 2권이 나왔다. 예약판매를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며칠 후(7월 20일)면 만날 수 있다. 천하를 얻고자 하는 자, 빨리 2권을 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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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6-07-1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요약을 잘 해주셔서 더 기대되는 책이네요.
감사합니다.

중동이 2016-07-19 00: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무협소설, 참 재미나네요.
 
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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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사건들이 벌어짐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참가자들이 탄 버스가 납치되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미녀들. 그리고 얼마 후 추악한 괴물로 변하여 한명씩 돌아오는 미녀들. 또한 지구 곳곳에선 벌떼들이 의문의 떼죽음을 당한다. 지구상의 벌들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만에 멸망할 것이라 아인슈타인이 말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또 한 편으로는 황금비율로 유명한 라이프치히 시청사 성탑이 폭발하게 되고, 컴퓨터 바이러스가 기승함으로 모든 영상이 파괴된다. 사진 속의 얼굴이 괴물로 변하게 되는 것. 이를 누군가 ‘모나리자 바이러스’라 부른다.

 

이런 엄청난 사건들 속에서 신경미학자인 헬렌의 딸(16세, 거식증 환자)이 실종된다. 뿐 아니라 세계적 갑부인 파벨 바이시가 실종되었는데, 이 실종이 헬렌과 연관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파벨 바이시의 아들 파트리크 바이시로부터. 딸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헬렌은 엄청난 음모의 소용돌이 속으로 조금씩 빠져들고 만다.

 

서로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이 모든 사건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바로 미의 파괴, 황금비율의 파괴, 그리고 미의 근원을 파괴하려는 음모로 말이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떤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될까?

 

‘댄 브라운의 귀환’이란 찬사를 받고 있는 티보어 로데의 『모나리자 바이러스』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못지않게 재미난 추리 스릴러 소설이다(물론, 『다빈치 코드』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기엔 주제 면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흥미 면에선 개인적으로는 『다빈치 코드』보다 더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지구 반대편에서 각기 실종된 재벌과 16세 소녀의 실종으로 인해 아버지와 딸을 쫓는 두 사람 파트리크와 헬렌. 그리고 미녀들의 실종과 벌들의 죽음을 쫓는 FBI 요원 그렉 밀러. 이들이 조금씩 사건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범인이 누구인지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밝혀진다. 하지만, 범인이 금세 밝혀짐에도 소설의 몰입도와 긴박감 그리고 흥미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두꺼운 분량의 책임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중세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 가운데 역작인 <모나리자>에 대한 놀라운 접근을 한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모나리자>는 다름 아닌 미에 대한 바이러스의 근원이라고 말이다(이는 소설 속에서 ‘모나리자 바이러스’라 불리는 컴퓨터 바이러스와는 구별된다.). 모나리자가 다름 아닌 미(美)에 대한 잘못된 정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모나리자>가 밈(Meme)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현대인들로 하여금 성공하기 위해선 날씬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 아름다움이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편만하게 한다. 이로 인해 거식증 환자가 생기고, 성형이 난무하게 된다.

 

아름다움을 쫓는 세상의 광기가 다름 아닌 <모나리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 이 사람이 바로 파벨 바이시란 자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모든 미를 파괴하려 한다. 모나리자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500여 년 전에 마치 신만이 부여할 미를 창조해냈다면, 파벨은 신이 되어 미를 파괴하려 한다.

 

이처럼 소설은 아름다움에 대한 광기가 끌고 간다. 아름다움을 최고의 선으로 삼고 쫓는 광기가 있다면, 아름다움을 파괴함이 신이 허락하는 소명으로 삼는 광기. 물론, 이런 광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유익을 챙기려는 광기가 또한 숨어 있다.

 

미를 숭배하고 미를 쫓는 광기가 이미 바이러스처럼 만연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미를 파괴하고 황금률을 파괴하려는 광기와 이에 맞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 우리 역시 소설이 말하는 <모나리자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말이다. 아름다움이 권력이 되고, 산업이 되며, 힘이 되는 세상.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움을 소유하기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아 치울 수 있는 광기를 보이고 있진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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