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스의 특별한 하루 스콜라 창작 그림책 42
바르바라 취렌, 파스칼 헤힐러 지음, 마르틴 망부르 그림, 조경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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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스의 특별한 하루』란 제목의 그림책은 자폐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로리스는 자폐증이 있습니다. 자폐증이란 단어는 그리스에서 왔는데, ‘자신에게 매우 관계되어 있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러니, 자폐증을 앓고 있는 이들은 타인과의 관계에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겠죠.

책 속의 주인공 로리스 역시 그렇습니다. 로리스는 혼자 있는 것이 좋고, 변화를 못 견뎌 합니다. 하루하루가 똑같아야 합니다. 뭔가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견디기 어렵습니다. 소리에도 민감하여 청소기 소리를 견디지 못합니다.

무엇이든 명확한 말과 행동을 좋아합니다. 은유적인 표현은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시간 약속 역시 두루뭉술한 표현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친구들과 ‘2시쯤’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로리스는 2시쯤이 언제인지 모호합니다. 2시 5분전인지, 2시 5분인지, 헛갈려합니다.

이런 로리스는 수업시간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수학과 같이 혼자 정해진 문제를 푸는 것은 그리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로리스에게는 너무 쉽습니다. 반면 다른 친구들과 함께 모둠활동을 하는 것은 힘들기만 합니다. 자유시간은 더욱 힘겹고요. 소풍을 가는 날은 최악입니다. 소풍은 뜻밖의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이런 로리스에게도 친한 친구 레오가 있습니다. 레오는 물론 대단한 장난꾸러기지만, 로리스와는 오랜 친구이기 때문에 로리스도 레오와 함께 있으면 편안합니다. 함께 낚시를 가기도 하네요. 그런 로리스와 친구들이 모둠활동을 하기 위해 모였는데, 마이어 아줌마의 표정이 ‘사흘 동안 비가 온 듯한 얼굴’입니다. 물론, 레오의 이 표현을 로리스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로리스에게는 해가 쨍쨍 내려쬐는 날씨에 그런 말을 하는 레오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이어 아줌마의 얼굴이 그런 표정인 것은 고양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은 마이어 아줌마의 고양이를 함께 찾아주려 하는데, 과연 고양이를 찾게 될까요? 아울러 그날은 정말 특별한 날이 될까요?

이 그림책, 『로리스의 특별한 하루』를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시간 역시 특별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무엇보다 이 책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 보다 가까이 다가가며 그들을 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소중한 그림책입니다. 자폐증을 앓는 이들이 어떤 증상을 보이며,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들이 어떻게 조금 다른지도 보여주고요.

 

자폐증을 앓는 이들에 대해 알아가게 하며, 그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그들을 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너무나도 착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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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날
구오징 글.그림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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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구오징의 『혼자가 아닌 날』은 그림책입니다.

글자가 단 한 자도 없이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그림책이랍니다.

마치 만화처럼 연속 컷이 한 페이지에 실려 있기도 하기에 만화라고 할 수도 있겠고, 아름다운 스토리가 그림을 통해 전달되기에 글자 없는 그래픽 노블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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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경력도 참 화려하네요.~

글자가 없어도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네요.

무엇보다 언어가 다른 중국인 작가의 책이지만, 번역자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매력이랍니다.

문득 중국인의 책을 번역자를 거치지 않고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묘한 느낌이더라고요.

 

그림은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이 가득합니다.

이 그림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1가구 1자녀라는 전대미문의 정책이 있었던 중국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작가는 형제가 없는 성장기를 겪어야만 했데요.

부모님이 일을 가시면 형제자매 없이 홀로 집에 남아 있어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외로움이 이 그림책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림책에서는 혼자가 아닙니다.

커다란 사슴이 주인공의 친구가 됩니다.

주인공은 홀로 있는 시간이 외로웠던 걸까요?

할머니를 찾아 버스에 오릅니다.

그리고 버스에서 졸다 내려야 할 곳을 놓쳤답니다.

급히 내린 곳에서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요.

하지만, 그런 주인공에게 커다란 사슴이 다가오고, 둘은 이내 친구가 됩니다.

함께 하늘에 올라 구름동물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커다란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 뿜어져 나오는 모험을 하기도 하네요.

이런 시간을 지나 주인공은 집에 돌아오게 되죠.

사랑하는 부모님의 품에 안긴 주인공에게는 이제 남들이 모를 놀라운 비밀, 놀라운 추억 한 자락 간직하게 되었답니다.

정말 예쁘고 몽환적일뿐더러, 신비한 느낌이 가득한 그림책.

무엇보다 가슴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가득한 그림책입니다.

글이 없기에 오히려 그림 한 컷 한 컷을 소중하게 바라보게 되는 힘도 있네요.

혼자이기에 외롭고 가슴 아파야 하지만, 오히려 따스하고 흐뭇한 느낌을 전해주는 좋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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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보낸 편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8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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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바닷가 작은 어촌 델윅이란 마을에서 살고 있다. 대대로 뱃사람으로 살아가는 마을. 톰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외삼촌도 뱃사람이다. 물론, 지금은 외삼촌뿐이지만.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그리고 아버지는 1년 전 해양사고로 돌아가셨다. 톰 역시 뱃사람을 꿈꾼다. 그렇기에 톰에게 바다는 동경의 장소이자 한편으론 슬픔의 공간이며, 또한 일상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런 톰이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유리병에 편지를 써 바다에 보내면 누군가에게 전달될 것인가? 그리고 답장이 오게 될 것인가?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톰은 그대로 행한다. 광대한 바다에서 누군가 내가 보면 병 편지를 받아 볼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설령 누군가 받아 보았다 할지라도 그 사람이 보낸 답장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 확률은? 아마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

 

세상에는 이렇게 놀라운 일이 많은데,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도 멀쩡히 일어나는데, 병에 담은 편지라고 가능성이 없을까? 병이 안전하게 어딘가로 흘러가서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답장이 돌아오는 것이 영 불가능할까? 세상 곳곳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서 이제는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잖아. 그런 일이 하나쯤 더 일어나지 말란 법 있어?(34쪽)

 

그런데, 정말 답장이 돌아왔다. 그것도 오랜 세월이 흐른 것 같은 천에 예스러운 글씨체의 편지가. 뿐 아니라 편지를 보낸 이는 자신이 있는 곳이 ‘데이비 존스의 함’이란다(영국의 뱃사람들은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은 보물이나 배, 그리고 익사한 사람들의 영혼은 저승이라고 부르는 ‘데이비 존스의 함’에 넣어 수집된다고 한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에도 등장한다.).

 

‘데이비 존스의 함’에서 온 편지라니. 이게 말이 되나? 누군가 톰을 악의적으로 놀리는 걸까? 아님, 정말 죽은 자들의 공간에서 답장이 온 것인가?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지만, 톰은 데이비 존스의 함에 사는 테드 본즈라는 사람과 유리병에 담긴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비록 배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상하리만치 정확하게 배달되는 이 편지를 주고받는 일에 톰은 빠져들게 된다.

 

그래. 톰은 생각했다. 편지를 유리병에 담아서 바다에 던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거기까지는 별로 이상할 게 없어. 하지만, 바다가 답장을 보내기 시작한다? 그건 얘기가 다르다. 기괴하고 요상하고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좀 섬뜩한 일이기도 했다.(179쪽)

 

그렇다. 이런 기괴하고 요상하며 불가사의하고 섬뜩한 일에 톰은 빠져든다. 더욱 기괴한 건, 바다에서 죽은 뱃사람들의 영혼이 모인다는 그곳 ‘데이비 존스의 함’에 사는 테드 본즈에게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물어봤더니,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 그러니 1년 전 배사고로 죽은 아빠가 죽지 않았던지 아니면 바다가 아닌 땅에서 죽었단다. 톰에게 전달되는 편지는 정말 누군가 톰을 놀리기 위한 악의적 행동인가? 아니면 정말 죽은 자의 공간에서 온 편지가 맞다면, 톰의 아빠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걸까?

 

알렉스 쉬어러의 2016년 신간 『바다에서 보낸 편지』(원제: A Message to the Sea, 2016)는 알렉스 쉬어러의 특유의 유머를 품고 있으며, 또 한 편으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청소년소설이다. 유리병에 담은 편지를 띄워 보낸다는 다소 낭만적 접근. 여기에 더하여 죽은 자들의 공간과 산자의 공간 간의 편지의 왕래라는 다소 기괴한 발상. 또한 죽은 줄 알았던 아빠와의 극적 재회가 가미된 가족 사랑까지. 소설은 처음엔 철부지 장난꾸러기 같은 분위기로 시작하여, 다소 기괴한 분위기를 지나, 가슴 뭉클한 가정 회복으로 끝을 맺는다. 결말이 뻔히 보인다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미스터리 추리소설도 아니니 실망할 것 없다.

 

참, 소설은 성경의 전도서 구절을 계속 인용한다.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전도서 11:1)

 

소설은 이를 ‘때로는 운에 맡겨라, 모험을 즐겨라,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선행을 베풀라는 뜻’이라고 풀어준다. 그렇다. 보다 정확한 의미는 투자의 의미로 해석되는 구절이다. 물 위에 던지는 떡이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구절. 그러니 투자 역시 한 곳에 올인하기 보다는 여럿으로 나뉘어 하라는 구절. 사실 성경구절로는 상당히 재미난 구절이다.

 

작가는 이 구절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톰이 편지를 유리병에 담아 바다에 던지는 행위와 연관 짓는다. 결국, 이렇게 던진 유리병은 잃었던 아빠를 되찾는 놀라운 결과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러니, 처음부터 결과를 단정 짓고 포기하기보다는 뭔가에 도전해보고 부딪혀볼 것을 말하는 것. 이것이 이 소설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그렇다. 누군가는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능성이 없는 바보 같은 짓이라 치부한다 할지라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할 때,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전해주는 희망이다.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마음이 이끄는 일들을 함으로 놀라운 결과를 만나는 축복이 있길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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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니, 좋잖아요 - 우리나라 작은 섬 텐트에서의 하룻밤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3
김민수 지음 / 벨라루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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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인기가 대단해진지 오래다. 그만큼 부정적 시각 역시 없지 않다. 고기판과 술판이 캠핑의 주목적이 되어버린 경우, 구입한 장비 자랑의 장이 되어버린 캠핑도 적지 않다. 이러한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캠핑의 원형을 회복하기 위해 더욱 불편한 지역으로 찾아다닌 이가 여기 있다. 금번 『섬이라니, 좋잖아요』란 여행책을 낸 김민수 작가다. 그는 섬의 매력에 빠져 섬을 찾아 150여회 캠핑 여행을 떠났다 한다. 아직도 찾아가야 할 섬이 남아 있어 매주 설렌다는 저자의 섬 사랑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된다.

 

책에서 50여 섬을 소개하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섬 캠핑을 떠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섬에 대한 최근 정보를 모아 야영하기에 좋은 곳을 고르고 간단한 식료품을 구할 곳은 있는지, 물은 어디에서 얻고 화장실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체크해야 한다. 되도록 자주 지도 앱을 검색하며 대략적인 섬 지형을 머릿속에 그려두어야 하며 트레킹, 명소 탐방 등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을 추려 계획해 두어야 한다.(69쪽)

 

이런 정보가 별로 대단하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식료품을 구할 곳을 찾고, 물을 얻을 곳, 화장실 해결에 대해 체크해야 하는 여행이라니. 섬이란 공간이 얼마나 불편함을 전제로 하는 공간인지를 생각게 한다. 그러니, 섬을 찾아 떠나는 캠핑이 왠지 캠핑 본연의 모습을 회복한 캠핑처럼 느껴져 좋다.

 

이 책은 문학적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여행에세이도, 여행지에 대한 여행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안내서도 아니다. 저자의 섬 방문기라고 본다면 적합할 것 같다(물론, 문학적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배편을 알려주거나 섬에서의 여행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캠핑 정보를 전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특별한 뭔가가 없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섬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섬이라는 제한적 공간을 150여 차례 방문하여 캠핑을 한 그 기록 자체가 특별함이 아닐까? 책을 읽어가는 내내 이 힘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섬은 접근성의 제약이 있는 공간이다. 예기치 않은 일로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꺼려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제약과 의외성 안에 여행의 또 다른 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바다가 길을 열어줘야 접근할 수 있고 되돌아 나올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에서 오롯이 자연을 느끼며 보내는 캠핑의 하룻밤이라니, 책을 읽는 내내 배낭 하나 둘러매고 섬을 찾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왠지 그 하룻밤의 시간이야말로 나 자신을 직면할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섬은 결코 낭만의 공간이 아니다. 섬살이는 수시로 변하는 자연의 폭력 앞에 온몸으로 맞서야만 하는 힘겨운 삶, 육지와 떨어진 유배된 삶이다. 그 섬살이가 얼마나 고달프겠나. 하지만, 그런 섬을 찾아 떠난 저자의 여행, 그 기록은 오히려 한없이 넉넉하고 평화롭다. 이 이율배반적 느낌은 어디에서 연유하나? 그건 섬사람들이 바다로 인해 유배된 삶이며, 바다로 인해 고달픈 삶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바다의 넉넉함에 안긴 삶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넉넉한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 그 삶을 엿보는 저자의 여행. 그렇기에 그 여행이 불편함과 의외성을 안고 있으면서도 넉넉함을 전달해주는 것이 아닐까? 고립된 섬을 향하는 여행을 통해, 바다의 넉넉함을 함께 전해주는 저자의 여행기가 고마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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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그레이스
E. C. 디스킨 지음, 송은혜 옮김 / 앤티러스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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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자동차 시동을 건다. 그리고 급히 도망친다. 누군가 자신을 쫓는 차량을 피해, 경찰서를 향해. 급히 속력을 내보지만, 갑자기 뛰어든 사슴을 들이박게 되고, 이어진 사고로 의식을 잃는다. 8일후 깨어난 그레이스는 모든 기억이 지워졌음을 알게 된다. 과연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자신은 누구이며,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던 건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그레이스는 자신의 언니라는 리사의 돌봄을 받으며, 기억을 되찾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과연 그레이스는 기억을 되찾게 될까? 되살아난 기억은 그레이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E. C. 디스킨의 『브로큰 그레이스』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매우 예기치 않은 놀라운 결말!”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빠른 속도감으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디스킨은 무서운 서스펜스의 마스터!”

 

이런 수많은 찬사가 따르는 소설답게 재미나다. 찬사 그대로 술술 읽힌다.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릴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을 떨칠 수 없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소설 앞부분부터 독자는 범인이 누구일지 짐작하게 된다. 물론, 이 역시 소설 마지막 부분의 대반전을 노린 밑밥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시작하며 갖게 된 독자의 확신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아울러 마지막 예기치 않은 대반전 역시 이런 결말로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솔직히 이 마지막 반전은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었나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재미나다. 모르고 속아야만 재미난 건 아니기에. 비록 결말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할지라도, 작가가 끌고 가는 스토리가 재미나면 그만이다.

 

기억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그레이스를 향해 뻗어오는 마수가 누구 것일지 짐작되지만, 그럼에도 쫄깃쫄깃 긴장감이 있다. 무엇보다, 두 형사(그레이스와 뭔가 썸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헤켓의 관점에서 응원하며 읽게 되지만.)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나갈까 기대하는 마음이 크기에 이 부분 역시 소설을 재미나게 한다. 이런 긴장과 재미가 있기에 굳이 범인이 누구일까 추측하고 알아가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저 작가가 끌고 가는 데로 따라가며 그 분위기에 압도당하며 읽으면 된다. 아울러 그렇게 끌고 갈만한 힘도 작가에게는 있다.

 

그러니, 무더위로 허덕이는 지금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뻔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게 평하고 싶진 않다. 재미나게 읽었으니, 그럼 된 것 아닐까. 소설 자체의 평은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별 다섯을 드리고 싶다.

 

단, 소설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어 지적하고 싶다. 우선 오타가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물론 어느 정도의 오타란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스토리를 크게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오타가 너무 많아 스토리를 방해한다. 게다가 단순한 인쇄과정의 오타만이 아닌, 조사 사용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 의한 오타도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이런 부분들이 소설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일등공신이다. 게다가 활자가 지나치게 크고 지면에 꽉 찬 느낌이어서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이는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적응하니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수 있다. 처음에만 조금 참으면 되니 말이다.

 

이런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소설은 믿고 볼 수 있다. 무더위를 시원케 할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브로큰 그레이스』와 함께 여름을 이겨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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