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교실 문학의 즐거움 54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김영인 옮김 / 개암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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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후쿠다 다카히로의 동화 『넘어진 교실』은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화입니다. 동화는 블루와 오렌지 두 아이가 화자로 등장하여 진행됩니다. 동화의 전반부에서는 블루의 시선으로, 후반부에서는 오렌지의 시선으로 왕따 문제를 접근합니다.

 

블루는 존재감이 없는 5학년 사내아이입니다. 조그마한 덩치에다 저질 체력이기에 아이들에게 맞서 싸울 용기가 없는 아이입니다. 그런 블루를 아이들이 괴롭힙니다. 마치 블루를 자신들의 장난감 같은 존재로 여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이런 아이들과 맞서 자신을 지켜낼 무기가 있길 바라는 블루는 어느 날 그 무기를 발견합니다. 그건 바로 학교 아이들의 피라미드 조직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이토라는 아이입니다.

 

이토는 일진은 아닙니다.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못된 아이도 아닙니다. 언제나 빛이 나는 아이죠. 아이들의 시선이 언제나 이토에게 집중되어, 이토에게 잘 보이길 원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이런 이토가 이웃이라는 것을 알게 된 블루는 이토와 어떻게든 친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토와 친해지면, 자신을 향한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블루는 이토와 친해지게 되고, 어느 샌가 아이들의 타겟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오히려 아이들과 어울리는 아이가 되죠. 이렇게 블루는 왕따에서 벗어났는데, 그 화살이 그만 이토카와라는 아이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이 모습이 블루는 안타깝죠. 하지만, 혹여 왕따와 괴롭힘의 화살이 다시 자신에게로 향할까 두려운 블루는 애써 모른 척 합니다. 과연 블루는 끝내 침묵할까요? 그런 침묵으로 블루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동화의 후반부에서는 오렌지라는 여자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여자아이들 간에도 왕따가 진행되고 있네요. 그 대상은 바로 오렌지의 절친인 히나입니다. 히나는 참 착한 아이입니다. 언제나 장애가 있는 저학년 아이들을 돌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오히려 다른 여자아이들의 눈에는 보기 싫었나 봅니다. 그래서 왕따의 대상이 되죠. 오렌지는 자신의 절친인 히나를 돕기 위해 애를 쓰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도움에 히나는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점차 오렌지 역시 히나를 피하게 됩니다. 자신도 함께 따돌림을 당할까 섣불리 히나 편을 들지 못하기에 도리어 피하게 되는 겁니다. 왕따의 현장을 외면하려 합니다. 과연 이런 아이들의 모습,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동화 『넘어진 교실』은 왕따 문제에 대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괴롭히고 누군가를 집단으로 따돌리는 행위를 가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들이 악마여서도 아닙니다. 그 아이들은 그저 재미삼아 합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것이 자신들에게는 하나의 ‘놀이’라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하는 아이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처럼 놀이로 왕따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 한 그 학업의 현장 교실은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겐 악의적 의도가 없다 말할지라도 그 안엔 분명 악마적 모습이 감춰져 있습니다. 왕따는 결코 가벼운 ‘놀이’가 아님을 우리의 아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또한 동화 속에서 혹 왕따의 화살이 자신에게로 향할까 두려운 마음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때론 외면하고 침묵합니다. 하지만, 이런 외면과 침묵 역시 왕따 그 범죄의 한 힘이 된다는 것을 우린 압니다. 이런 외면과 침묵이 있기에 왕따의 행위는 더욱 힘을 얻어 계속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침묵함에서 벗어나 용기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감사하네요. 우리네 아이들 교실 역시 이런 용기가 가득한 교실이길 소망해 봅니다. 결코 우리네 아이들의 교실이 넘어진 교실이 아닌 온전히 세워진 교실이 되길 말입니다.

 

또한 어떤 아이들은 왕따 당하는 아이들을 향해 그 아이가 그렇게 당하게 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왕따 당하는 아이에게로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겁니다. 이런 행위는 비겁한 행위일 뿐 아니라, 대단히 위험한 접근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동화 속의 아이들은 이런 자신의 잘못을 금세 깨닫게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잘못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금세 깨닫게 되는 축복이 있다면 좋겠네요.

 

자신들의 친구들이 넘어지고 있음을 깨닫는 지혜와 함께 용기를 내어 왕따의 문제를 맞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 훈훈하게 만듭니다. 동화처럼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 속에선 그리 녹녹치 않음이 우리 아이들의 아픔이겠죠. 우리 아이들의 교실은 넘어진 교실이 아닌 건강한 교실이길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서로에 상처주고 힘들게 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혹여 아이들이 상처받고 아파한다 할지라도 견디지 못할, 이겨내지 못할 아픔이 아니길 빌어봅니다. 우리 아이들의 교실이 온전히 세워지길 기도하게 되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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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4 - 어긋난 길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4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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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에린 헌터의 ‘극한 생존 판타지’소설 『살아남은 자들』 4권이 나왔다. 이번 제목은 「어긋난 길」. 과연 어떤 길이 어긋나는 걸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든다.

 

온 도시를 휩쓴 ‘큰 으르렁거림’이후 파괴되고 방치된 도시, 그리고 오염된 환경에 남겨진 개들의 생존기를 그려내고 있는 『살아남은 자들』. 우여곡절 끝에 야생의 무리에 다시 받아들여지게 된 주인공 럭키는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강아지 릭(사나운 본성을 가지고 있어, ‘긴 발의 송곳니’라 불리는 ‘사나운 개’의 강아지다. 많은 개들은 릭이 자라면 자신들을 죽일 거라 두려운 마음을 품고 있으며, 무리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나운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며 말이다.)을 돌보며 야생의 무리에서의 생활을 이어간다.

 

‘야생의 무리’ 곁에 나타난 ‘사나운 개’들의 무리로 인해 야생의 무리는 또 다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이렇게 길을 떠난 그들은 ‘긴 발’(사람을 가리킨다.)의 마을에 가게 된다. 온통 긴 발의 시체로 가득 차 있고, 오염되어 있는 이곳에서 야생의 무리들의 생존 모험이 시작된다. 아울러 야생의 무리는 미치광이 개 테러가 이끄는 ‘두려움의 개’ 무리들과 만나게 되고, 이들의 존재는 야생의 무리들에게 또 하나의 위협이 된다.

 

이처럼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야생의 무리들을 위협하는 집단들이 존재한다. ‘사나운 개’들의 무리. ‘두려움의 개’ 무리. 그리고 또 하나의 위협은 다름 아닌 ‘긴 발’이다. 서열 3위인 피어리가 ‘긴 발’에게 붙잡혀 가게 된다. 이에 럭키는 알파의 허락(?) 하에 피어리의 짝인 문과 몇몇 개들과 함께 피어리를 구출하기 위해 ‘긴 발’이 있는 곳을 향하게 된다. 과연 이 구출작전은 성공하게 될까? 그리고 ‘긴 발’이 야생 개인 피어리를 잡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이야기에서도 럭키와 알파의 갈등이 계속된다. 아울러, 자신이 맡은 ‘사나운 개’ 릭을 향한 럭키의 신뢰와 불신 사이에서의 갈등도. 여기에 남매간인 럭키와 벨라의 화해도 있고. 작고 보잘 것 없는 개 와인의 깐족거림과 얄미움도 곳곳에서 소설의 양념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번 이야기는 ‘두려움의 개’집단과의 대립, 그리고 사람들에게 붙들린 피어리 구출작전이 큰 축을 이룬다.

 

이러한 스토리들을 통해,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주제는 리더의 자격이다. 무엇이 진정한 리더십인지를 말이다. ‘야생의 무리’를 이끌어가는 늑대개 알파는 강하다. 전투능력이 뛰어나다. 이러한 강함을 기반으로 무리들을 휘어잡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상황판단을 할 능력도 없으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지혜도 없다. 무리 구성원들에게는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지만 정작 자신은 무리를 위해 어떤 희생과 헌신도 보여주는 것이 없이 그저 위에 군림할 뿐이다. 위에서 군림하며 그저 지시하고 통제하는 데에 익숙한 리더. 어떤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그저 답답할 정도로 고집스럽게 자기주장만을 밀어붙이는 못난 리더. 위에서 힘으로 누르며 군림하는 것을 리더십이라 착각하는 어리석은 리더.

 

한편 ‘두려움의 개’ 무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 테러는 두려움으로 무리를 이끌어간다. 어떤 규칙도 어떤 이성적 판단도 없이 그저 폭력을 휘두른다. 다른 개들의 공포심, 두려움을 극대화시키며, 이러한 두려움을 기반으로 집단을 이끌어간다. 일명 공포정치의 대가라고 할까.

 

이런 두 리더들의 리더십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두 리더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커다란 재앙 이후에 남겨진 개들의 생존기를 통해, 이처럼 우리 사회의 잘못된 리더십을 고발하고 있다. 알파와 테러 같은 리더십이 우리 사회를 뒤덮는 리더십이 되지 않길 소망해본다.

 

피어리 구출작전을 이끌어가는 럭키의 리더십도 생각해보게 된다. 먼저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 강요와 밀어붙임이 아닌 각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수렴하는 모습.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서는 밀어붙이는 결단력까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미리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지혜라는 착각을 하지 않고, 여전히 두려움을 품지만 그럼에도 사나운 본성을 가진 릭을 맡아 돌보며 성장시키는 모습은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 럭키와 같은 리더십이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럭키의 리더십과 돌봄 아래 성장하는 릭은 여전히 수시로 사나운 본성을 드러내곤 하지만, 그럼에도 야생의 무리에 도움이 될 존재로 점차 성장하게 된다. 과연 이 릭(소설 말미에서 ‘스톰’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이 어떤 멋진 전사로 성장하게 될지도 기대해 보며, 이제는 5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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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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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책읽는섬(열림원)에서 출간된 『헤밍웨이 죽이기』란 책은 여러 면에서 특별하다. 먼저, 이 책은 12명의 단편미스터리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그 12명의 이름은 이렇다.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아서 밀러(Arthur Miller),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 맥킨레이 캔터(MacKinlay Kantor), 수전 글래스펠(Susan Glaspell), T. S. 스트리블링(T. S. Stribling),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Edna St. Vincent Millay), 제임스 굴드 커즌스(James Gould Cozzens), 마크 코널리(Marc Connelly), 스티븐 빈센트 베네(Stephen Vincent Benet).

 

위 12명의 이름을 살펴보면 익숙한 이름들도 눈에 띄며, 낯선 이름들도 보인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노벨문학상이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점이다. 그러니 12명 모두 대문호라 말할 수 있는 이들. 바로 이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을 엮어놓은 책이다. 와~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에선 뭔가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가 흘러나온다.

 

또 하나 이런 대문호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을 선별하여 엮은이는 엘러리 퀸이다. 엘러리 퀸은 두 사람의 필명이다. 사촌간인 멘프레드 리, 프레데릭 대니, 이 둘이 함께 사용하는 필명. 이들이 누군가 찾아보니 이들을 향해 “미국의 탐정 소설 그 자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얼마나 위대한 찬사인가. 이런 찬사를 들을 정도인 추리 소설 대가들이 선별한 대문호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집. 이런 이유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과연 이들 대문호의 미스터리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들게 된다. 12편의 미스터리 단편소설. 먼저, 갖게 되는 감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스터리의 범주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많기에 의아함이었다. 또 어떤 작품은 대문호의 작품도 이렇게 재미없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적잖은 위로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또 어떤 작품들은 역시 대문호는 자신의 주력 장르가 아닌 장르를 써도 이런 작품이 나오는 구나 싶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도 있다. 12편의 작품들은 대체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통 미스터리(솔직히 정통 미스터리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탐정추리소설.) 소설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하지만 12편의 작품들이 작가가 다른 만큼 각기 모두 색깔이 다르고 느낌도 다르며, 심지어 장르마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점이 어쩌면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기괴한 분위기의 작품도 있고, 몽환적인 작품도 있으며, 심지어 철학적 느낌의 작품도 있다. 물론, 정통 추리소설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작품도 있으며, 새로운 명탐정을 알게 된 기쁨을 주는 작품도 있었다. 어느 작품은 페미니즘 성향이 짙은 작품도 있다(이 작품은 작가가 여성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도 참 좋았다.). 마지막 반전이 두드러진 작품들도 몇 있었으며, 갱스터 느와르 범죄소설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도 있었다.

 

대체로 고전의 느낌이 나는 작품들이면서도 읽다보면 은근히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과 힘이 있는 작품들. 그래서 짧은 분량인 단편이기에 감칠맛 나는 아쉬움, 좀 더 읽고 싶은데 하는 마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대문호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들을 12편 읽었다는 부듯함과 배부름을 선사하는 책. 이 책이 독자들을 부른다. 그 부름에 응하는 자는 묘한 12가지 색깔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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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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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리 작가의 신작 소설 『어쩌다 이런 가족』을 만났다. 정말 어쩌다 이런 가족이 다 있을까? 남부러울 것 하나도 없는 로열패밀리. 대대로 안정적 삶이 보장되고 남들보다 앞서 출발하는 금수저 집안. 개개인의 유전인자 역시 특출 난 가족. 언제나 교양이 철철 넘쳐흐르는 분위기. 집안에서 큰 소리 한 번 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삶. 너무나도 평탄하고, 잔잔하기만 한 가정.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가족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가족에게도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가족끼리 서로를 향한 진정한 관심도 없고, 가족구성원 간에 마땅히 있어야 할 인간미 역시 없다. 그들은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 이는 그들이 이상적인 가족이어서가 아니다. 각자 자기 인생 살아가기 바빠서이기도 하며, 교양이란 괴물, 그 강박관념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에 난데없이 커다란 돌멩이 하나 던져진다. 아니 단순한 돌멩이 정도가 아닌, 핵폭탄급 심각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건 바로 엄친딸 가운데 최고막강인 큰딸에게서 시작된다. 조신함 그 자체인 큰딸의 섹스 동영상이 찍혔단다. 그것도 큰딸의 매춘 현장이었다니. 이 일로 협박을 받게 되고. 이에 가정의 가장인 아빠는 당연히 뒷골이 지끈지끈. 아니다. 소설 속에서는 코피 퐉!!!

 

이렇게 시작된 가정의 엄청난 스캔들에 대해, 식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이 막장 가족 엉터리 가족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엄청난 막장 스캔들 그 가족의 위기 앞에서 식구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무엇보다 먼저, 교양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가족 간에 싸움 한 판 시원하게 하고 말이다.

 

이 막장 가족의 스토리를 통해,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자유가 몇 가지 있다. 그리고 이 자유가 어떻게 바뀌어 나갈 때, 참 자유가 되는지도 말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성으로부터 자유롭다. 구속받지 않는 성생활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엔 구속된 성, 사랑의 굴레 속에 갇힌 성이 참 자유한 성이다. 또한 가진 자들의 갑질도 보여준다. 가진 자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가지고 멋대로 행동한다. 이런 갑질이 막장 가족의 또 하나의 특징이기도 하다. 힘에서 우러나오는 갑질이 이들을 자유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설은 갑질로 마치지 않는다. 갑질에 대한 자기반성이 뒤따르기도 하며 약자에 대한 돌아봄도 따르게 된다. 그럴 때, 진정한 갑이 탄생하게 된다. 막장 가족의 구성원들은 제멋대로 캐릭터다. 완전 따로국밥이고 제멋대로다. 참 자유로운 가족이다. 하지만, 점차 소설은 제멋대로 안에서 질서를 찾아간다. 타인을 의식하며 배려하기 시작한다. 이게 진정한 자유다.

 

온통 제멋대로 흐트러진 모습 속에서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소설의 멋스러움이며, 작가의 힘이다. 막장 가족이지만, 이 막장 가족의 스토리를 통해 도리어 가슴 훈훈함을 느끼게 됨이야말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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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만큼 보이는 세상 한무릎읽기
배정우 지음, 홍자혜 그림, 정영은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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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란 제목의 이 동화는 무엇보다 작가의 나이가 관심을 끌게 됩니다. 이 책은 14세 소년이 쓴 작품입니다. 작가는 현재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데, 중학교 졸업 작품으로 쓴 동화가 이 책 『믿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먼저 출간이 되었고, 금번 크레용하우스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런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멋지네요.

 

물론, 성인 동화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이를 감안한다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그런 작품입니다.

 

루이스는 선천적인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음악가 부모님의 가정에서 태어나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핸디캡을 안고 있습니다. 루이스의 엄마는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이 위대한 음악가가 될 것이란 꿈을 꾸게 됩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이 그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지 못합니다. 어느 날 아빠의 절친한 피아니스트를 만나러 가는 길에 그만 교통사고가 나서 부모님은 모두 세상을 떠나셨거든요. 이렇게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와 함께 이젠 고아가 되어 세상에 홀로 내버려진 루이스. 루이스가 세상을 살아갈 힘이 있을까요?

그럼에도 감사하게도 아빠의 절친 피아니스트 아저씨가 루이스를 맡게 되고, 정성을 다해 루이스를 양육하게 됩니다. 물론 루이스에게 피아노도 가르쳐줍니다. 좋은 선생님과 재능을 갖춘 루이스. 이렇게 루이스는 비록 눈이 보이지 않지만, 피아노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법과 세상과 소통하는 법, 세상 앞에 서게 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음악과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루이스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로 하여금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를 질문하게 합니다. 보이는 것만을 믿고 살아가는 모습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뭔가를 믿고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지를 말입니다.

세상은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세상은 아닙니다.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진정 세상에 꼭 필요한 것들, 세상을 움직이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동화를 통해, 꿈, 희망, 사랑, 관심, 돌봄, 용기, 노력 등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것들은 아니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루이스는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와 세상 사람들의 편견 앞에 분명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울 겁니다. 게다가 곁에서 힘을 돋울 부모님도 계시지 않습니다. 혼자의 힘으로 세상 앞에 서야만 하는 루이스. 하지만, 루이스는 용기를 내어 피아노 연주를 통해 멋지게 세상 앞에 서게 됩니다. 이런 멋진 용기야말로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소중한 것이 아닐까요.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요.

 

게다가 루이스를 곁에서 사랑으로 돌보는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 돌봄 역시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이죠. 오늘도 우리 모두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진정 소중한 것들을 믿고 붙들고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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