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신연의 1
허중림 지음, 홍상훈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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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왜 그리 무협지가 재미있던지, 수업시간에도 무협지를 읽느라 공부를 제대로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재미나게 읽던 무협소설의 원조 격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중국 명나라 때 작품인 『봉신연의』란 중국 고전 신마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금번 솔출판사에서 7권 완역 출간되었다. 참 반가운 만남이다.

 

어떤 분들은 『봉신연의』를 ≪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 ≪홍루몽≫과 함께 중국6대 기서에 올려놓기도 한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책일까 하는 기대감이 먼저 인다. 책을 읽는 가운데, 과연, 가히 기서(奇書)라 부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나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지, 두꺼운 책이 금세 술술 읽힌다(물론, 1권 첫 시작은 조금 읽는데 까다로웠지만, 금세 책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정말 술술 읽힌다.).

 

게다가 금번 이연걸, 판빙빙 주연 영화 <봉신연의 : 영웅의 귀환>이 개봉하기에(2016.9.22. 개봉예정) 아무래도 원작소설인 『봉신연의』시리즈가 관심을 받게 되리라 여겨진다. 영화도 좋지만, 대부분 글이 더 좋다. 특히, 이런 판타지 신마소설 역시 그러하다. 무궁한 상상력이 동원될 수 있기에. 소설을 읽고 영화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중국 최초의 왕조로 일컬어지는 상나라(은나라라고도 한다. 오히려 우리에겐 은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지막 왕 주왕 시대이다. 주왕의 잔혹하고 무도한 정치에 염증을 느낀 수많은 영웅들이 강상(강태공)과 함께 주나라를 세우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역사소설이다(실제 역사적 사실 위에 전설과 상상이 가미되어 있다. 여기에 도교와의 만남까지.).

 

그럼 1권의 내용 속으로 잠깐 들어가 보자.

 

희대의 난봉꾼이자 세기의 폭군으로 추앙받아(?) 마땅할 주왕이 여와궁으로 분향을 떠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대신인 여와에게 분향을 올리던 주왕은 여와의 미모에 반해 음란한 시를 남기고 만다. 이에 분노한 여와 신은 주왕을 벌하기 위해 요괴들(천년 묵은 여우 정령)을 부르게 되고, 한편 주왕은 여와의 미모를 본 탓에 자신의 여인들이 눈에 차지 않는다. 이에, 주왕의 충직한(?) 간신들 비중과 우혼의 계략에 의해 천하각지의 미녀들을 모아들이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또 다른 신하들의 간언에 뜻을 접는다.

그러던 차 천하각지의 모든 제후들(사방 800제후)이 조정에 들어와 주왕을 알현한다. 이 때, 주왕 곁에 있던 간신들 비중과 우혼은 자신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은 제후 소호에게 앙심을 품고, 소호의 딸이 절세가인이라며 주왕을 부추긴다(비중과 우혼, 참 못된 녀석들이다. 이 녀석들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기대하시라. 물론, 아직 많이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딸을 바치라는 주왕의 명령에 소호는 주왕의 잘못된 정치를 꾸짖을뿐더러, 이제는 더 이상 상나라를 섬기지 않겠노라 선포한다. 이렇게 하여 소호의 반란과 그 진압으로 인한 전쟁이 한바탕 몰아치고, 여차여차하여 소호는 자신의 딸 달기를 주왕에게 바치게 된다.

 

천하절색인 달기를 아내로 맞은 주왕, 그가 모르는 바가 있으니 그건 달기에겐 이미 여와 신이 보낸 여우 정령이 들어왔다는 것. 이렇게 여와의 복수가 시작되고, 달기의 속삭임으로 인해 주왕의 폭주는 가속화된다. 포락형이라는 잔혹한 형벌을 만들어내고, 달기를 황후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현숙한 아내 강 황후를 잔인하게 죽인다. 뿐 아니라 자신의 친 아들들마저 죽이려 한다. 과연 이 폭주의 끝은 어디일까?

 

이제 『봉신연의』 1권을 읽었을 뿐인데, 『봉신연의』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게 된다. 와, 이렇게 재미날뿐더러 정치적 통찰력을 품고 있는 멋진 고전이 있었구나 싶어 무릎을 치게 된다. 한편, 이런 재미와는 별개로 1권을 읽는 내내 분노 게이지가 자꾸 상승한다. 주왕의 잔혹무비 한 모습에 말이다. 아무래도 1권은 주왕의 못된 모습들이 거듭 등장함으로 새로운 국가, 새로운 군주의 등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런 당위성을 십분 인정한다 할지라도, 주왕 참 못된 놈이다.

 

그나마 난봉꾼 주왕의 처음 모습은 주변 신하들의 직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 할지라도 그 일이 합당하지 않다는 간언에 자신의 뜻을 굽힐 줄 아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주왕의 모습은 달기를 곁에 두면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달기의 속삭임에 주왕은 온갖 만행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언제나 미인의 속삭임은 이처럼 덜떨어진 남성들을 완전 무장해제하게 만든다. 아니, 그 속삭임에 모든 이성을 내려놓고 복종하게 만드는 힘이 과연 백년 묵은 여우의 정령이기 때문일까? 이 속삭임은 여성이 갖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아무튼 주왕의 모습이 그렇다. 주왕은 주변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다. 굳은 절개와 지조가 있다. 문제는 바른 소리에 귀를 닫는다는 점이지만. 주왕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다. 욕망의 소리에 순종하는 겸손한 녀석이다. 과연 그렇다. 뿐 아니라, 남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멋도 있다. 들을 귀가 있다. 단지 달기와 간신들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문제지만.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지도자다.

 

고집불통의 군주. 좌우를 분별치 못하는 군주. 무엇보다 군주가 왜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는 자다. 백성의 목숨쯤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천자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모든 백성은 천자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왕의 모습을 1권은 거듭 보여준다.

 

아무래도 이런 모습으로 인해 『봉신연의』1권은 지도자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내내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지도자 한 사람에게 힘이 집중되었을 때, 얼마나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역시 느끼게 한다. 특히, 불통의 리더십, 잘못된 뚝심의 리더십, 군림의 리더십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주왕은 고스란히 보여준다. 『봉신연의』는 어쩌면 이 땅의 리더들이 필독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역자는 『봉신연의』를 완역하였을 뿐 아니라, 주석이 필요한 부분에 충실한 내용의 주석을 달아주고 있다. 이 역시 소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쉬운 점은 소설 본문의 주석에 번호가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주석은 번호로 표시해야 찾아보기 쉬운데, 작은 동그라미로 주석 표시를 하고 있음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서백후(후에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울 무왕의 아버지. 문왕으로 추대됨.)가 천자의 부름을 받고 조가로 가며 아들에게 당부하는 말 가운데 백성을 향한 내용을 적어본다. 오늘 이 시대의 지도자들 역시 새겨들을 수 있다면 좋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내용을.

 

백성 가운데 아내가 없는 이에게는 금전을 주어 아내를 얻게 하고 가난해서 결혼을 늦추는 이에게는 금은을 주어 결혼식을 올리게 하고 혈혈단신으로 기댈 곳 없는 이에게는 매달 빼놓지 말고 식량을 나눠주도록 해라.(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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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먹는 날 크레용하우스 동시집 7
송명원 지음, 김도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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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원 시인의 동시집 『짜장면 먹는 날』은 산골 작은 학교 교사인 시인이 보내준 산골 마을 풍경입니다. 동시집이기에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 귀여운 모습들이 묻어나는 동시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뿐 아니라, 산골 마을의 힘겹고 퍽퍽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들 역시 가득합니다.

 

어쩌면 어린이다운 생각과 느낌보다는 어른의 시각에서 고단한 시골풍경을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단한 삶을 바라봄에 있어 어른의 눈과 아이의 눈이 다를 리는 없습니다. 아이들 역시 삶의 고단함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삶의 무게, 그 퍽퍽한 삶에 대한 노래 역시, 아이들의 눈으로 그려내는 동시라 말할 수 있겠네요.

 

이처럼, 시인은 삶의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고단함 안에 담겨진 아름다움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향한 돌아봄, 공감, 배려, 함께 함, 사랑, 그리움 등 다양한 인성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시인이 말하는 시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물이 아닐까 싶네요.

 

예를 든다면 이렇습니다. 고사리 양식에 성공함으로 이제 국산 고사리를 값싸게 살 길이 열렸습니다. 이런 뉴스는 분명 기쁜 소식입니다. 하지만, 그 뉴스를 듣는 아이의 마음에는 고사리를 꺾어 용돈 하시던 산골 할머니들의 주머니를 염려하게 됩니다. 이제 할머니들의 주머니가 얇아지게 될까 말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돌아봄입니까.

 

산에서 힘들게 꺾던 고사리를 / 밭에서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 아홉 시 뉴스에 나왔다. // “이제 중국산 걱정 안 하고 / 싼 가격에 먹을 수 있겠어요!” / 인터뷰하는 아줌마가 기뻐서 말한다. // 아이고, 그런데 이건 어쩌나? // 앞산 뒷산 고사리 꺾어 팔아 용돈 하던 / 영식이 할머니 동철이 할머니 / 미숙이 할머니 주머니가 / 얇아지게 생겼다.

< 걱정 > 전문

 

비 오는 날 한 아이는 버스에 오를 때, 참 살뜰하게도 신발에 묻은 흙을 닦아냅니다. 우산의 빗물도 꼼꼼하게 털어내고요. 그건 바로 버스 청소 일을 하시는 엄마를 향한 사랑, 배려의 마음입니다. 버스 청소 일을 하시는 엄마를 부끄럽게 여기기보다는 도리어 작은 것 하나 신경 쓰는 이런 마음이야말로 진짜 아름다운 어린이의 마음, 동심이 아닐까요.

 

저어어어어기 / 버스가 온다. // 운동화에 잔뜩 묻은 흙은 / 시멘트 바닥에 쓱쓱 문지르고 / 뚝뚝 떨어지는 빗물은 / 우산 접어서 탈탈 털어 낸다. // 버스 바닥에 버려진 종이는 / 주워서 주머니에 넣고 / 앞자리에 발 올리고 게임하는 아이들은 / 눈 흘겨서 몰래 째려보면 / 어느새 도착한 / 봉화 버스 종점 // 빗자루 물걸레 양손에 든 채 / 버스에 타는 엄마에게 / 마지막으로 한번 씩 웃어 준다.

< 우리 엄마는 버스 청소부 > 전문

산골 시골 마을의 삶은 고단합니다. 일거리가 가득한 할머니는 쉬는 날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쉬는 날은 너무 아파 병원에 가는 날뿐입니다. 엄마도 아빠도 쉴 시간 없이 밭일, 논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어린이날도 아이에겐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 아닌, 그저 하루 학교에 쉬는 날에 불과합니다.

 

옆동네 고추 / 뒷동네 고추 / 앞동네 고추 / 온동네 고추 / 고추란 고추는 다 따 주고 // 아이고 허리야, / 밤새도록 허리 두드리고 // 아이고아이고 어깨야, / 밤새도록 어깨 주무르고 // 드디어 할머니는 / 읍내 병원에 간다.

< 할머니 쉬는 날 > 전문

 

논에 물 대어야 한다고 / 새벽일 나가신 아버지 // 고추 정리한다고 / 밭에 일 가신 어머니 // 논둑 따라 터벅터벅 / 논에 갑니다. // 밭둑 따라 터벅터벅 / 밭에 갑니다. // 뒷산 너머로 해가 / 꼴딱 넘어갑니다. // 나의 어린이날도 / 꼴딱 넘어갑니다.

< 어린이날 > 전문

산골마을엔 외로움이 가득합니다. 어른도, 아이도 외롭습니다. 산골 시골마을에서의 삶이란 게 그렇습니다. 어르신들은 명절에도 오지 않는 자녀 손주들을 그리워합니다. 아이들은 함께 놀 아이가 없어 핸드폰만 만지작거려야 하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이처럼 산골마을에서 전해지는 외로움에 가슴이 저려오네요. 올 추석에도 택배 아저씨만 바빴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한과 한 상자 / 홍삼 한 박스 / 굴비 한 두름 //

추석이 지나도록 / 기다리던 아들 손자는 오지 않고 / 택배 아저씨만 들락날락합니다

< 택배 > 전문

 

노래 듣고 / 만화 보고 / 게임 하고 / 사진 찍고 / 문자 하고 / 전화 하고 / 메일 쓰고 / 검색 하고 // 아빠 엄마도 /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도 / 학교 선생님도 / 나보고 휴대 전화 중독이란다. // 동생 한 명 / 동네 언니 한 명 / 우리 반 친구 한 명이라도 있으면 // 당장 오늘부터 / 나, 너랑 안 놀 수 있어.

< 친구 > 전문

산골마을의 삶은 불편합니다. 짜장면 한 그릇 마음대로 시켜먹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짜장면이 먹고 싶을 땐, 온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를 초대하게 됩니다(온 마을 사람이라고 해야 일곱 명이 전부이지만 말입니다.).

 

아빠 엄마 나 / 세 그릇 가지고는 배달 못 한다는 / 중국집 아저씨의 말에 / 우리 동네 일곱 명 모두 우리 집에 모았다. // “이리 모인 것도 오랜만이네 그려.” / “오늘 무슨 날인가벼? 읍내 짜장면이 여그까지 오고.”/ “이게 다 우리 현수 덕분이여, 현수.”// 동네 사람들의 칭찬 들으면서 / 후루룩후루룩 / 짜장면 그릇 제일 먼저 비웠다.

< 짜장면 먹는 날 > 일부

이처럼 산골 마을의 삶이란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안에 정이 있습니다. 뿐 아니라, 우리가 산골마을의 풍경을 보며, 힘들겠다. 외롭겠다. 불편하겠다. 판단하지만, 실상은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시선임도 시인은 알게 해 줍니다.

 

쉰일곱 살 / 아빠는 청년 회장님! // 필리핀에서 온 / 엄마는 부녀 회장님! // 공부 못해도 / 나는 전교 회장님! // 혼자 입학한 동생은 학급 회장님! // 우리 집에는 / 회장만 넷이 산다.

< 우리 가족 > 전문

 

노령화된 마을공동체, 보편화된 다문화 가정, 줄어드는 아이들, 이런 모습이 산골 마을의 풍경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다양한 접근은 어쩌면 우리의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공부를 못해도 전교 회장님이라는 외침. 온 가족이 회장이라는 당당한 외침에 도리어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 산골마을에서 들려온 동시는 우리에게 힘을 줍니다. 그런 고마운 산골 마을에 나 또한 응원을 보내봅니다. 특히, 수많은 산골 마을에 있을 동심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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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퍼 - 제1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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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은 장편소설 『싸이퍼』는 제1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먼저, ‘싸이퍼’란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궁금하다. 소설 속에서 이 단어를 설명하는 구절이 있어 적어본다.

 

싸이퍼는 래퍼들이 자기 이야기를 비트에 맞춰 프리스타일 랩으로 표현하는 거다. 싸이퍼는 주고받는 것이고 우정이고 존중이고 격려다. 사람들과의 교류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189쪽)

 

자, 이 구절을 통해,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할지 조금은 알 수 있다. 먼저, 이 소설은 청소년들의 자기주장, 자기 이야기를 말 하고 있다. 타인에 의해 끌려가는 삶이 아닌 자신의 생각,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소재는 바로 힙합이다. 힙합을 통해 발산되는 젊음, 아울러 힙합에 대한 열정을 소설은 보여준다.

 

소설의 화자는 둘이다. 힙합을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힙합의 꿈을 키워나가는 정혁(제이제이). 작은 체구이지만 힙합을 향한 열정만은 최고인 중2 청소년 도건(공부도 제법 잘 한다.). 이 두 화자가 교차적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앞 구절의 싸이퍼에 대한 설명처럼, 싸이퍼는 자기 이야기를 표현하는 거다. 다시 말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가슴을 뛰게 하고 뜨겁게 하는 그것을 소설은 이야기한다.

 

주인공 정혁과 도건은 힙합을 사랑한다. 힙합을 할 때 뜨거워진다. 그렇기에 주변의 반대와 만류에도 힙합의 길을 걷는다. 이것이 싸이퍼다. 자신이 걷고 싶은 그 길을 걷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그 길을 걷는 것이 싸이퍼다. 그 길을 걸을 때 포기할 이유가 수백 가지나 될 지라도, 여전히 가슴 뜨겁게 하는 그것을 붙잡고 걸어가는 삶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싸이퍼겠다.

 

소설은 이처럼 정혁과 도건이 힙합의 꿈을 안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힙합을 하는 것만이 젊음이고 열정이라는 말은 아니다. 자칫 힙합만이 젊음이고 열정이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길도 있다. 소설은 이것 역시 아우른다.

 

우린 꿈이나 진로를 이야기할 때, 자신이 잘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나아가라 말한다.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을 찾으라고.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정말 좋아하지만, 전혀 잘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목숨을 걸고 그 길을 걷는다 할지라도 잘 할 수 없다면. 아무리 해도 잘할 수 없고, 즐길 수 없다면. 그럼에도 그 길을 걷는 것이 젊음이고 열정이라 말할 수 있을까?

 

소설 속에서 힙합을 좋아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학을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고 직장인이 된 등장인물이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힙합을 좋아했지. 그런데 너만큼 좋아하진 않더라고. 힙합을 잘했지. 그런데 수학만큼 잘하진 않았고. 그래서 더 잘하는 걸 택한 거야... 세상엔 좋아하는 걸 기어이 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잘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더 나은 사람도 있는 거야. 난 너처럼 뜨겁게 랩을 사랑할 자신이 없었거든.(89-90쪽)

 

또한 주인공 도건의 절친 지욱(언제나 반에서 1등을 하지만, 전교 1등을 하지 못한다며 자신을 언제나 공부로만 몰아세우는 캐릭터.)을 향한 도건의 독백 역시 이와 유사하다.

 

지욱이가 부모에게 끌려 다닌다고 생각했어. 지욱이는 충분히 만족하는데 지욱이 부모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 지욱이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더 좋은 성적을 간절히 원하는 줄은 몰랐어. 공부에 목숨 거는 사람들은 노예처럼 어른들에게 끌려 다닌다고만 생각했어. 그동안 지욱이에게 내 기준과 내 생각을 강요했던 거야. 그것도 모르고 번번이 잘난 척을 했던 거야. 그런 나를 지욱이는 참고 견뎌 준 거야.(201쪽)

 

여기에서 싸이퍼의 또 다른 정의에 눈을 돌려본다. 싸이퍼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이 아니다. 다시 그 뒷부분을 적어본다. “싸이퍼는 주고받는 것이고 우정이고 존중이고 격려다. 사람들과의 교류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내 열정, 내 선택, 내 꿈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타인의 꿈, 타인의 주장, 타인의 소리도 존중하고 이해함이 싸이퍼다. 분명, 소설은 힙합을 이야기한다. 힙합을 통해, 뜨겁게 꿈을 품고 나아가는 젊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힙합을 통해, 젊음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힙합만이 젊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힙합만이 젊음이고 열정은 아니다. 어쩌면 범생이처럼 공부만 하는 것 역시 젊음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고, 또 하나의 열정일 수 있다. 이것을 알고 깨닫고, 그런 모습까지 이해하는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싸이퍼다.

 

이렇게 소설은 젊음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가슴에 따르는 젊음을 이야기한다.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자신과 다른 삶의 방식, 열정, 젊음을 향해서도 눈을 돌리게 한다. 물론,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 가슴 뛰게 하고 뜨겁게 하는 그것을 붙잡게 하며. 그렇기에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이라 할지라도 읽으면 좋겠다. 꿈과 열정에 몸살을 앓는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소설이 되겠다. 아울러, 자신의 열정, 꿈에 대한 회의를 갖는 이들 역시 누구나.

 

끝으로 소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정혁의 독백을 적어본다.

 

나는 요즘 성공과 실패, 진짜와 가짜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 무엇이 진정한 성공이고 무엇이 진정한 실패일까. 사회가 내게 강요하는 성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야. 그렇지만 남들이 아무리 하찮다고 무시해도 나에게 중요한 성공이 따로 있다면 그것 지켜 내고 싶은 거야.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미리 겁내지 않으려고. 그리고 내 젊음에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요구할 거야. 나다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할 거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것을 느끼느냐. 그것들이 삶을 채우도록 나 자신에게 진실할 거야.(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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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반점 헬멧뚱과 X사건 - 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2017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작은책마을 46
이향안 지음, 손지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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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이는 짜장면을 좋아한다. 아니, 짜장면보다 짜장면과 함께 배달되는 단무지를 더 좋아한다. 그것도 <별난반점> 단무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그래서 짜장면을 시킬 때마다 단무지를 곱빼기로 갖다 달라 요청하는데, 이상하게 생긴 배달원 헬멧뚱이 그만 만행을 저질렀다. 단무지를 빠뜨리고 짜장면을 배달한 것. 게다가 가져달라고 전화를 했는데, 글쎄 바빠서 가져다 줄 수 없단다. 이 일로 오동에게 헬멧뚱은 타도대상 1호가 된다.

오동이가 사는 남남빌라에 자꾸 도둑이 든다. 그것도 절묘하게 사람이 없는 시간만을 골라서. 남남빌라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범인이란 의미인데, 과연 누굴까? 우리 오동의 추리가 이때부터 시작된다. 아니 어쩌면 오동에게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철천지원수 헬멧뚱. 날마다 남남빌라를 드나들며 짜장면을 배달하는 헬멧뚱 만큼 남남빌라 각 집의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헬멧뚱을 의심하던 오동은 어느 날 놀라운 발견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오동의 집 현관문에 의문의 X 표가 낙서된 것. 이게 무슨 표시일까? 게다가 다른 집 현관문에도 X 표, 또는 O 표가 되어 있는데. 각각의 표는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표시되는 암호와 같은 낙서들. 이렇게 오동의 추리는 시작된다.

과연 헬멧뚱은 오동의 추리처럼 도둑이 맞을까? 도둑이라면 오동이 헬멧뚱을 붙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각 집의 현관문에 표시된 낙서 암호는 무슨 의미일까?

 

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인 『별난반점 헬멧뚱과 X 사건』은 유별나게 단무지를 좋아하는 아이가 우연히 연쇄도둑 사건을 눈치 채기 시작하면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고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는 동화다. 그러니 추리동화라 할 수 있다. 분명코 어린이들이 몰입하여 신나게 읽을 수 있는 동화다. 무엇보다 저학년 또는 중학년 아이들에게 추리동화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려줄 만하다.

 

이처럼 동화는 추리동화의 즐거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 커다란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건 바로 이웃을 향한 우리의 무관심에 대한 질문이다. 오동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과 단무지를 매일같이 배달시켜 먹으면서도 정작 배달원과는 한 번도 접촉하지 않는다. 험한 시대에 함부로 문을 열어줄 수 없기에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미리 돈을 내어놓으면, 배달원이 짜장면과 교환하여 간다. 그러니, 헬멧뚱은 자신의 단골손님인 오동의 얼굴도 모른다. 그럼 안에서 내다보는 오동은 헬멧뚱의 얼굴을 알까? 아니다. 역시 모른다. 헬멧뚱은 우습게 생긴 외모로 인해 절대 헬멧을 벗지 않으니, 오동 역시 헬멧뚱의 진면목을 모른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용할 양식을 주고받는 사이면서도 정작 서로의 얼굴조차 모르는 세상이라니.

 

오동은 너무나도 당연히(?)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복도에서 부딪힌 아줌마가 학습지 선생님인지, 옆집 아줌마인지도. 오동뿐이랴, 서로가 서로를 아는 것은 일급비밀. 오죽하면 빌라의 이름도 ‘남남빌라’일까.

 

도둑은 남남빌라의 특성을 모두 파악한 게 틀림없다. 작은 건물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각각의 집들이 별로 왕래가 없다는 걸 말이다. 집안에만 관심이 있을 뿐 현관 밖 세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작은 낙서 따위를 눈여겨보는 이도 없다는 걸 말이다.(69-70쪽)

 

이게 어디 동화 속 ‘남남빌라’만의 모습이 아님을 우린 안다. 오늘 우리는 모두 남남빌라에 살고 있다. 오로지 관심은 내 가족, 내 자녀에게로만 향한 채. 오늘 우리 모두 현실 속의 오동이다.

하지만, 오동은 변한다. 물론, 처음 시작은 오로지 헬멧뚱의 비밀을 밝혀낸다는 의도였지만. 오동은 도둑을 잡기 위해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내 옆에 누가 살고 있는지. 식구는 몇 명인지. 무엇을 하는지. 언제 나고 드는지 등을. 그런 가운데 범인을 잡기에 이르게 되고. 이 일 후에 드디어 오동과 헬멧뚱은 얼굴을 마주하고 단무지를 함께 씹는(?) 사이가 된다. 둘은 비로소 단무지를 텄다.

 

동화 속의 단무지는 우리 옛 정서 속의 콩 한쪽이다. 서로 단절되었던 사이가 이제는 콩 한쪽 단무지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여전히 오동은 짜장면을 시키고, 단무지를 아삭거리며 씹는다. 하지만, 이제 오동은 이웃을 향한 관심을 아삭거리며, 정을 나눈다. 우리의 장차 모습이다. 여기에 작가의 바람, 그리고 독자가 만들어 가야할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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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이 떡볶이에 빠진 날 내친구 작은거인 53
최은옥 지음, 지우 그림 / 국민서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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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은 학교에서 인기가 많아요. 그건 엄마가 분식집을 하기 때문이에요. 아름이 이름을 딴 <한아름 분식>. 아름이네 엄마가 해서가 아니라, 이곳 떡볶이는 너무 맛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즐겨 찾는 답니다. 아름이네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웃지도 않았대요. 마치 시든 화초처럼 기운 없이 지냈답니다. 그런 엄마가 분식집을 시작하며 웃는 날이 많아졌다니, 아름에게 이 분식집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것만은 아니겠어요.

그런 아름에게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한아름 분식> 바로 옆에 또 다른 분식집이 생겼어요. 분식집 이름이 <정겨운 분식>이래요. 아름이 단짝 친구 다운이 동생이 정겨운 인데, 혹시? 맞아요. 다운이네 아빠 회사가 망했대요. 그래서 분식집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아름이네 분식집 옆이랍니다. 이때부터 그렇게 친하던 아름과 다운의 사이가 멀어졌어요. 서로 친구들을 자기네 분식집에 데려가려 할뿐더러, 나중엔 서로의 분식집을 비방하기도 한답니다. 이 둘 사이 이대로 괜찮을까요?

최은옥 작가의 신작 동화 『튀김이 떡볶이에 빠진 날』은 이처럼 친한 친구사이였지만 부모님 가게가 서로 경쟁관계가 됨으로 생기게 되는 갈등, 그리고 갈등을 넘어선 화해를 다루고 있습니다. 갈등이 해결되는 비결은 바로 튀김이 떡볶이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아름이네 엄마의 떡볶이 실력은 대단하답니다. 그에 비해 튀김은 썩 좋진 않아요. 그런데, 다운이네 아빠의 튀김 실력은 또 대단하답니다. 만약 이 둘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튀김을 맛난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잖아요.

이 동화는 초등 중학년 대상의 동화입니다. 갈등을 넘어 하나 되는 모습이 멋지네요. 무엇보다 서로 경쟁하고 미워하기보다는 둘이 함께 하나 될 때, 놀라운 맛을 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단지 이 동화를 읽다보면 자꾸 분식이 먹고 싶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네요.~

 

동화 속엔 <한아름 분식>과 <정겨운 분식>의 경쟁이란 위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더 큰 위기가 찾아옵니다. “하늘 똥구멍을 찌를 것처럼 높고 번쩍거리는 데다 없는 게 없”는 상가에 유명 프랜차이즈 분식집이 생긴 겁니다. <한아름 분식>도 <정겨운 분식>도 손님을 다 빼앗겼고요.

 

이에 아름은 그곳 <윈윈 푸드> 음식 맛이 얼마나 좋은지 정탐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처럼 나무 뒤에서 가게 안을 유심히 바라보는 다운의 모습을 보게 되고요. 이 장면이 유독 마음을 울리네요.

 

다운이는 선뜻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도, 줄에 가서 서지도 않았다. 어줍게 머뭇거리며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운이가 어떤 마음으로 거기 서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상하게 울컥하더니 가슴 한편이 시큰했다.(65쪽)

어쩌면 이 장면이야말로 진짜 화해, 진짜 하나 됨의 단초가 되지 않나 싶어요. 아름과 다운은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니까요. 둘 사이엔 공감이 형성됩니다. 누군가의 사정을 공감한다는 것만큼 큰 힘이 있을까요? 공감의 능력이야말로 모든 위기와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요? 이러한 공감의 능력이 내 마음 속에서 자라게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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