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 노마드 - 당신이 미처 몰랐던 그곳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다
김무환 글.사진 / 책과나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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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르 고원, 학창 시절 세계지리 시간에 많이 듣던 곳이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곳. 바로 그곳에 대한 여행서적을 읽게 되었다. 김무환 작가의 『파미르 노마드』란 제목의 책자. 「당신이 미처 몰랐던 그곳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다」란 부제가 붙어 있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파미르 고원은 타지키스탄을 중심으로 키르기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북구, 중국 북서부 접경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의 여행지 역시 이곳들 위주다. 물론, 여기에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이 포함되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제외된다. 이곳들을 작가는 두 차례 여행하여 책에서도 1부와 2부로 나뉘게 된다.

 

두 번째 파미르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이 꼬인 에피소드를 전해주고 있는데, 그 중간의 여행 역시 첫 번째 여행에 비해 자꾸 꼬인다는 느낌을 갖게도 한다. 이렇게 꼬이는 여행임에도 독자는 책을 읽고 나면 자신 역시 파미르 노마드가 되길 꿈꾸게 된다. 아니, 잔잔하게 자신의 여행을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파미르 노마드』를 읽으며, 독자는 이미 파미르 지역을 방랑하게 된다.

 

파미르 여행은 분명 멋진 관광지로의 여행도, 좋은 휴양지도 아니다. 안락함도 편리함도 포기해야만 하는 여행일 게다. 책에서도 느껴지지만 분명 불편한 여행이고, 힘겨운 여행임에 분명할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그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된다. 왜 그럴까? 왜 우린 이런 불편하고 힘든 여행에 끌리는 걸까? 불편함이 있고, 우리에 비해 낙후된 곳이지만, 그렇기에 어쩌면 이미 우리에게서는 파괴되어져 버린 풍경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의 풍경 뿐 아니라 사람의 향기 말이다.

 

비록 궁핍한 삶이지만, 여전히 가족공동체가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의 여행이 우릴 배부르게 만들기 때문이겠다.

 

이렇듯 온 식구가 한데 모여 온기 나는 집밥을 먹어본 지가 언제였던가.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자연이 내어준 양식으로 배곯지 않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여기고, 가축을 기르고 아이를 돌보는 일에 전념하며 단순한 삶을 살아가는 유목민들. 역할 가면을 쓰고 시시각각 얼굴 바꾸기 게임에 몰두하고 몸은 배불러 비만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허기진 우리는 이네들에 비해 얼마나 행복할까.(233쪽)

 

그렇다. 우린 이 책을 통해 이런 행복을 만나게 된다. 가족의 정을 만나게 되고, 손님을 귀찮아하기보다는 손님을 신의 선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에 우린 이런 여행을 꿈꾸게 된다.

 

저자는 이런 여행을 진짜 여행으로 알고 그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관광이 패션이고 여행이 유행인 시대. 하지만 파미르에서라면 유리막을 걷어 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옆에 앉은 낯선 사람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고 길 가다 마주친 사람과 눈웃음 담은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 족하다. 주민으로 머물려 살아갈 수야 없겠지만 여행객임을 잊고 어울려 지낼 수는 있을 터이다. 자신을 지우고 연민을 통과하는 것. 혼자 여행, 걷는 여행이 진짜 여행인 이유이기도 하다.(19쪽)

 

어쩌면 이런 유의 여행조차 유행이 되어버린 시대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와이파이도,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오늘 현대인들의 어쩔 수 없는 욕구이기도 하겠다. 바쁜 현대생활이 지친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파미르 노마드’를 꿈꿔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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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리포트 -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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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생명도 가벼운 것은 없다. 누군가의 잘못에 의해 생명을 잃은 사람이 있다면 마땅히 그 생명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회야말로 공의가 살아 있는 사회일 게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런 공의가 살아 있을까?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말은 참 많이들 한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긴 할까? 그들의 가슴은 어디를 향해 열려 있는 걸까?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란 이 책은 JTBC 방송의 <이규현의 스포트라이트>에서 특집 3부작으로 방송한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과연 우리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을까 싶다. 우리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 아니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할 의지가 우리에게 있을까 싶다.

 

자그마치 976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이다. 한 생명도 가볍지 않은데, 976명의 희생자라니. 이런 엄청난 사건임에도 여전히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우리 사회다. 오히려 희생자 가족을 더욱 큰 상실과 슬픔으로 몰아넣는 사회가 오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내가 당한 일이 아니라고,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또 하나의 가해자임에 분명하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고, 절망과 무력함에 빠져들게 된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윤리마저 포기할 수 있는 기업들.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두 번 다신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기보다는 책임전가에만 능력을 발휘하는 관계부처들. 법의 미비만을 핑계로 적극적인 역할을 방기한 정부. 그러면서도 정작 법다운 법 하나 만들지 못하는 국회. 자신이 이룬 학문적 지식과 권위를 기업을 위해 팔아먹은 학자들. 그리고 무엇이 불편하기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진실을 파헤치고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방송미디어. 여기에 무관심한 우리 모두. 정말 종합 세트다.

 

단지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상품을 구입하여 사용하였을 뿐인데, 평생을 자신의 손으로 자녀를 죽였노라는 죄책감에 살아가야만 하는 희생자 가족의 그 아픔, 눈물은 과연 누가 닦아줄 수 있을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렇기에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방송과 이런 책이 고맙다. 더 많은 이들이 진실을 알고 함께 그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학물질의 추적, 관리는 물론 공산품 관리도 무방비로 뚫렸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부처는 아무 곳도 없었다. 모두 당시 법대로 했다는 것만 줄곧 강조했다. 분명 피해가 발생했고 수 백 명이 사망하고 다쳤는데 가해자도,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과와 위로 대신 빠져나갈 방법부터 찾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수많은 참사 직후 익숙히 봐왔던 풍경이기도 하다.(88쪽)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미 공식 활동을 마감했다. 활동 연장을 요구하는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 90일간 할 만큼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 참 대단한 주장이다. 여전히 절망적인 우리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절망을 뚫고 희망의 공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 되길 기도해본다. 우리 모두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바로 내 일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에게 밝은 내일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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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인
진바람 지음 / 밥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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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집 제목이 눈길을 끈다.

 

『잡상인(雜想人)』

 

잡다한 생각이 많은 사람이란 뜻이겠다. 시인의 자유로운 생각들을 시집 안에 실린 시들에 담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제목이다. 시인은 말한다. 자신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보다는 생각, 그리고 생각을 글에 담는 것이 더 익숙하다고. 이런 시인의 잡다하고 많은 생각, 깊은 사유의 결과물들이 여기 이 시집에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젊은 시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젊음의 패기와 열정, 희망 가득한 설렘 등의 느낌보다는 패배주의, 절망, 좌절, 부서짐의 감정이 시에 잔뜩 녹아 있다는 점이다. 때론 염세적이기도 하고, 힘겨운 삶의 푸념, 넋두리를 만나게도 된다. 이는 아쉬움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오늘 우리 시대의 힘겨움, 특히 젊은이들을 짓누르는 박탈감을 오롯이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음을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젊은 감각이 통통 튀는 시들 역시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선녀와 사기꾼」이다. 전래동화로 어린이들이 즐겨 듣고 읽는 이야기. 하지만, 실상 그 순박한 산골 청년 사냥꾼은 결코 낭만적 주인공이 아니다. 시인은 사냥꾼이야말로 교활한 사기꾼에 불과하다 말한다. 그렇다. 사실 나무꾼은 사기꾼 정도가 아닌 여성 인권을 짓밟는 약탈혼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못된 사냥꾼을 향한 다소 유머러스하면서도 엽기적인 시를 만나는 재미도 있다.

 

세상을 향한 반항을 느낄 수 있고, 다소 해학적인 시도 만나게 된다. 어쩌면 반항이야말로 젊음의 에너지이니 말이다.

 

솔직히 시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는 시들도 없진 않다. 하지만, 여느 시집도 모든 시들이 독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아무리 유명한 시인의 시집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시를 접하고 마음을 울리는 시 한 편 만나면 되지 않을까? 시인의 첫 시집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장차 시인의 걸음을 기대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시인의 시 한 편을 적어본다.

 

끝없이 펼쳐진 이 길은 // 떠나간 당신을 위한 것인가 //

혼자 남아 바보가 된 나는 // 쉬이 한 발조차 내딛지 못하네 //

사람은 어리석고 연약한 존재 // 부득이 강하다 애써 믿으며 //

고르지 않은 이 길을 가려하니 // 무소의 뿔도 혼자서 가듯 이제 //

내 상처와 같이 나아가야 할 때 // 먼 훗날 혼자 남겨진 발자국은 //

서투를지 몰라도 서두르지 않으리

< 길 > 전문

 

이 시처럼 어쩌면 시인의 시어들이 조금은 서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시인의 그 문학의 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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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갤러리 - 조선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 갤러리 시리즈
이광표 지음, 이예숙 그림 / 그린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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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오늘날 온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아닐까요? 5만 원 권의 주인공이니 말입니다. 우리 화폐 고액권의 주인공이란 것 자체가 신사임당을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물론, 액수가 그 인물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척도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신사임당에 대해 그리 잘 알고 있진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저 막연하게 율곡 이이와 매창의 어머니라는 정도. 조선의 현모양처. 조선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미술가 란 정도일까요. 그러던 차, 신사임당의 작품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이광표 작가의 『조선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 신사임당 갤러리』입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사임당의 삶 전부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 한계는 그림으로 한정짓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신사임당의 화가로서의 삶, 그리고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로 책이 채워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사임당의 유명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감상하고, 그 작품 속에 담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저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음이 커다란 선물로 다가오는 좋은 책입니다.

 

책을 통해, 신사임당에 대한 선입견 하나를 벗겨내게 됩니다. 신사임당 하면 현모양처의 대명사이고, 그래서일까요? 왠지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일 것이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당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신사임당만한 예술 활동과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진취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임을 증거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렇게 책은 신사임당에 대한 선입견 하나 벗겨내고 그녀의 작품들 속으로 들어가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그저 단편적으로 접했던 신사임당의 그림들을 체계적으로 접하며, 그에 따른 설명들을 들을 수 있음이 너무 좋습니다. 그림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기에 적합한 책입니다.

 

아울러 신사임당 작품 속에 등장하는 채소나 곤충, 동물 등을 통해, 이런 사물들 안에 담겨진 의미가 무엇인지도 저자는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장수, 풍요로움, 출세, 성공 등을 향한 당 시대인들의 소망이 그 안에 담겨져 있음을 말입니다. 그래서 책 제목에 ‘조선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이란 문구가 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신사임당의 작품들에 대해 이렇게 하나하나 감상하며 설명을 들을 수 있음이 행복한 시간임을 느끼게 됩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몇몇 자연과학적 내용에 있어 오류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림 속 사마귀에 대한 설명(사마귀가 옆을 보고 있는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설명.), 매미가 이슬을 먹고 산다는 내용(물론, 이 부분은 진나라 육운이란 사람이 매미의 5덕을 이야기한 부분을 인용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직접 인용한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 까지 이렇게 매미가 이슬을 먹고 산다는 정보를 전해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지네요.), 나비와 나방의 혼동(그림 속에 나방이 확실한 그림들도 많아요. 그런데 모두 나비라고 칭하고 있네요.) 등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신사임당의 그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너무나도 귀하고 좋은 책임에 분명합니다.

 

신사임당의 그림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이 모두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진취적이고 자주적인 인생들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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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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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가 가라앉았다. 그것도 자그마치 1/3이나 되는 땅이.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다. ‘제2의 김진명’이라 불리는 손선영 작가의 신작 소설 『판』의 내용이다.

 

이 소설 『판』은 첩보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 제목인 ‘판’은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은 세계 정국이 돌아가는 ‘판’을 의미한다. 그런 ‘판’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새롭게 ‘판’을 재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이들이 세계 각국의 첩보원들이다. 이들 첩보원들에 대해선 잠시 후 설명하기로 하고, 또 하나의 ‘판’은 대륙을 구성하는 지질학적 판이다. 뒤에서 설명할 ‘존 스미스’ 가운데 6번째 존 스미스 조나단 스트라이크는 빅 존의 지시에 의해 ‘판’의 위크 포인트(weak point, 건드려 땅을 무너지게 만들 수도 있고, 무너지지 않게 할 수도 있는 지점)를 찾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판’은 지질학적 의미도 갖고 있다.

 

그럼, 소설 속 등장하는 각국의 첩보조직을 알아보자. 먼저, 대한민국의 국정원 4국이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전설적 조직으로 그 뿌리가 백년이 넘었다. 이곳에서는 세계정세를 읽어내고,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일을 한다. 실제 직접적인 개입은 거의 하지 않기에 더욱 비밀에 묻힌 조직이다.

 

일본에는 소진사란 조직이 있다. 후쿠야마 준이란 요원이 있는데, 머리보다는 몸이 앞서는 인물로 다소 과격한 첩보원으로 후에 소진사를 접수하고 일본의 모든 첩보조직들을 소진사 하나로 통합하는 일을 하게 된다.

 

미국에는 ‘존 스미스’란 조직이 있다. 전직 CIA가 만든 조직. 냉전이 끝난 후 수많은 첩보원들은 각기 돈에 팔려 수많은 정보조직들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표주자가 바로 ‘존 스미스’다. 이 조직을 끌고 가는 사람은 모두 존 스미스가 된다. 처음 한 명에서 시작한 존 스미스는 5명에 이르게 되고(실제는 2명이 더 있다.), 이들 존 스미스 가운데 두 번째인 빅 존이 미국 조직의 주인공이다. 여기 ‘존 스미스’야말로 ‘판’에 가장 적합한 조직이다. 세계정국이 돌아가는 판을 읽어내고, 예측할뿐더러, 자신들이 의도하는 대로 세계의 판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는 조직이다.

 

또 하나는 중국정보부다. 소설 후반부에서 역할을 하지만, 중국정보부 소속 여성 킬러였던 여통이 소설 전반부부터 등장한다. 여통은 중국정보부에서 떠나 소진사의 후쿠야마의 연인이 되어 후쿠야마와 함께 일본 조직들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여기에 미국의 빅 존의 딸인 로즈마리가 함께 하게 되고.

 

이렇게 크게 4개의 조직,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 여전히 건재한 CIA 간의 물고 뜯기는 첩보전이 소설 속에서 전개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로 세계의 판을 주물럭거릴만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자 현직 노숙자인 김기욱과 그 일당들이 등장한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전개된다. 다소 하드보일드 느낌이 강한 첩보미스터리소설이다.

 

무엇보다 소설은 재미나다. 흥미진진하고 때론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때론 통쾌하다. 물론, 냄새나는 음모도 있고, 반전도 있다. 그러니, 미스터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국정원 4국 소속들의 활약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뒷부분에서 역할을 하긴 하는데, 왠지 어색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위적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은 일본의 후쿠야마, 그리고 중국의 여통, 미국의 로즈마리, 여기에 존 스미스(빅 존) 등이다. 후쿠야마와 존 스미스가 양대 산맥이라 보면 적당하겠다. 여기에 비해 훨씬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민우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판’을 조립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작위적이다.

 

이러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재미나다. 아울러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호한 점은 또 다른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꼭 한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보다는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이것이 소설을 다소 산만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제2의 김진명이라 불리는 손선영 작가와 함께 판을 읽어보자. 분명 신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울러 그들과 함께 판을 조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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