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나무 - 박정식 연작 동시집 좋은꿈아이 6
박정식 지음, 김서연 그림 / 좋은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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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동시는 마음을 맑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동시가 좋다. 아니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는 주기적으로 동시를 읽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동시를 꾸준히 읽고 감상한다. 어두워져가고 거칠어져가는 세상에서 맑은 마음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번에 소개할 동시집엔 박정식 시인의 연작 동시집이다. 이 시집엔 대나무라는 주제로 노래한 동시들 53편이 실려 있다. 대나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많은 동시를 노래할 수 있구나 싶다.

 

먼저, 시인은 대나무 안에 담겨진 대나무의 ‘속성’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우리가 배워 마땅한 인성들을 동시로 노래한다. 곧음, 비움, 단단함, 푸름, 맑음, 든든함, 강한 의지 등등을 말이다. 그 가운데 하나 적어본다.

 

속이 / 텅 / 빈 게 아니야 // 맑은 기운이 / 가득 / 찬 거야

<맑은 기운> 전문

 

시집의 첫 번째 동시다. 책장을 펼치며, 이렇게 맑은 기운을 가득 채우고 시작할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가.

또한 시인은 대나무가 어떻게 멋지게 사용되어지는지도 노래한다. 대나무는 활이 되어 왜적과 싸우기도 했고, 효자손이 되어 할아버지 가려운 곳을 긁어드리기도 한다. 빨간 고추 말리는 대소쿠리가 되기도 하고, 선생님의 죽비가 되어 졸린 아이들을 깨우기도 한다. 그 외에도 대숟가락, 꽃바구니, 부챗살, 이쑤시개, 복조리, 빗자루, 대평상, 죽침, 죽부인 등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곁에 있는 대나무를 동시로 노래한다. 그 가운데 두 편의 동시를 적어본다.

 

큼직한 대소쿠리에 / 붉은 노을 // 할머니가 / 이고 가신다 // 고추 빨가니 / 익어 가는 / 가을날 오후

<붉은 노을> 전문

 

간짓대 / 깡마른 간짓대 // 높은 가지 / 홍시 따 주시는 // 우리 할머니 / 기다란 손이다

<할머니> 전문

 

이처럼 대나무는 하나의 사물에 그치지 않고, 할머니 땀방울의 결실로 익어가기도 하고, 손자를 향한 할머니의 사랑으로 열리기도 한다.

이뿐 아니다. 시인은 대나무밭의 풍경을 노래하기도 한다. 시인의 상상력 안에서 대나무 밭에 앉아 짹짹거리는 참새는 대나무가 키운 열매가 되기도 하고, 소풍 온 아이들을 반기는 풍경이 되기도 한다. 대울타리 둘러쳐진 시골집 풍경이 되기도 하고.

 

여기 실린 시들을 감상하노라면 대나무가 전해주는 다양한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그 에너지 한 번 받아보자.

 

마디 // 마디 // 굵은 / 마디 // 그게 / 대나무 마음 아닐까? // 쉬이 / 부러지지 않으려는...

<대나무 마음> 전문

 

욕심이 / 없다 // 동그라미 / 동그라미 // 나이테조차 / 안 챙긴 걸 보면

<나이테> 전문

 

이처럼 아름다운 시로 탄생한 그 대나무, 우리 대나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시집 『우리 대나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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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마르탱 파주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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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마르탱 파주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란 제목의 소설집. 이 안엔 7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져 있다. 표지부터 다소 그로테스크한 그림을 만나게 되는데, 소설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 역시 대다수 그로테스크하다. 그림만 그런가? 아니다. 소설 내용들 역시 대체로 묘하다. 정말 기괴한 분위기인데, 묘한 매력이 있다. 분명 기괴하지만, 잔잔하다. 기괴함 가운데 유머가 담겨 있고, 기괴함 가운데 안정감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튼 묘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첫 번째 소설인 「대벌레의 죽음」을 접하면서부터 ‘허걱!’ 하게 된다. 이게 뭐지? 뭐 이런 소설이 있지? 싶으면서도 재미나다. 주인공은 집에서 일어나보니 자신이 살인 피해자가 되어 있다. 형사가 현장 조사를 하며, 멀쩡히 살아 있는 주인공을 살인 피해자로 몰아세운다. 시체가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둥. 당신이 살해당한 증인이 있고, 범인도 자백했기에 당신은 살해당한 게 틀림없다는 둥. 아무리 자신이 살아있음을 이야기하지만, 형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이야기하며 살해당한 피해자임을 이야기한다. 멀쩡히 살아 말을 하는데도 여전히 살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니. 그런데, 살아 있는 사람이 시체라 주장될 수 있는 그럴 듯한 근거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 마치 커다란 코끼리를 작은 생쥐라 우김으로 냉장고 속에 집어넣는 경우와 같다. 문제는 실제 그렇게 우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냉장고 속에 들어가게 될 상황이라는 것.

 

끝내 말이 통하지 않는 형사.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말이 안 통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가에게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지 꽉 막힌 형사 한 사람의 문제일까? 어쩌면 이게 공권력의 폭력임을 말하려는 건 아닐까?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소설은 주인인 독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공권력의 폭력을 발견하게 된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조차 시체로 몰아세울 수 있는 뻔뻔함과 실행능력은 어쩌면 오늘 우리 주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책 제목과 동명인 단편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에서는 자신의 이름, 자신이란 존재에 대한 책임보다는 익명의 존재로 살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멸종 위기에 처한 남자」에서는 심각한 사회적 아이러니는 발견하게 된다.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멸종된 줄 알았던 종족이라는 생물학계 권위자들. 이로 인해 하루아침에 정부의 보호대상이 된 주인공. 멸종위기의 희귀종의 인간을 보호한다면서 오히려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강요하게 되는 정부. 여기에 자유를 되찾아 준다며, 주인공을 보호의 감옥으로부터 탈출시켜 무인도에 유배시켜버리는 자들. 어디 하나 정상적이지 않다. 어쩜 오늘 우리 사회 군상이 이와 같은 것은 아닐지. 본질을 잊고 주변의 것들에 집착하는 비정상적인 군상들 말이다.

 

「평생직장에 어울리는 후보」는 학벌 좋은 한 사람이 직업소개소 상담실에 찾아와 범죄자가 되길 원하는 이야기다. 상담자는 끝내 범죄자가 될 자질이 없다며 반려하고. 주인공은 끝내 범죄자가 되겠노라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고. 그런데, 왜 이렇게 범죄자가 되려는 걸까? 그건 한번 범죄자가 되면 영원한 범죄자가 되기 때문. 다시 말해 평생직장을 갖기 위한 것.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비꼬는 것이 아니겠나. 백세 시대를 맞으며, 평생직장을 찾아 기웃거리는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범죄자를 꿈꾸는 이 사람의 모습 속에 투영되어 있지 않을까.

 

「내 집 마련하기」는 관계의 단절 속에서 오히려 자유함을 누리고, 자신의 내면 속으로 함몰되어 가는 자발적 사회적 외톨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함께’보다는 나 ‘혼자’가 더 행복한 현대인의 모습을.

 

「벌레가 사라진 도시」는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사라졌다. 처음엔 모두 환호했다. 더럽고 귀찮은 벌레들이 사라졌으니, 하지만, 점차 심각해진다. 벌레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 동물들이 사라진다. 결국 도시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할 것이라 여긴 사람들도 빠져나가고. 동물들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작가는 말한다.

 

동물들이 우리를 버리고 떠난 까닭은 그들이 보기에 인간이 사귀어선 안 될 존재가 되었기 때문임을 알았다. 동물들이 미리 감지하고 피해 달아났던 그 위험,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그 위험은 바로 우리 자신, 곧 인간이었던 것이다.(171쪽)

 

오늘 우리는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위험, 무서움은 바로 내가 만들고 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벌레마저 그 위험성을 감지하고 피할 위험한 인간들이 되어버렸음에 부끄럽다.

 

마지막 이야기 「실업자가 된 알베르」 역시 괴상하며 재미나다. 실업자가 되어 버린 알베르는 혼자 집안에서만 살아가다가 몸만 비대해지는 폐인이 되어간다. 그러던 알베르는 어느 날 이상한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은 온통 위험으로 가득하다고. 세상엔 온통 살인의 위협이 가득하다고. 그 모든 위험과 자신이 싸워 이겨야겠노라고. 다소 싸이코와 같은 접근을 하며, 집안의 모든 위험 요소들과 싸워 제거해나가며 승리한다. 그리곤 그런 장면들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겨놓고. 이제 집안의 위험을 모두 해체한 그는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간 그를 맞은 위험 요소는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대형 트럭. 이 괴물이야말로 살인과 위험의 대명사. 알베르는 결국 이 괴물과 싸워 승리한다. 무려 네 시간에 걸쳐 괴물을 모두 해체한 것. 물론, 그 현장 앞에 승리자의 모습으로 사진을 남기고. 이렇게 그는 정신병자가 되어 간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만들어 놓은 사진들이 전시회에서 놀라운 반향을 일으키고. 그는 이제 세상의 모든 위험 요소를 해체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수많은 위험 요소들을 해체하고 사진을 찍으며.

 

7편의 단편 하나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 아니 평범한 내용이 없다고 해야 할까? 때론 괴기스럽고 때론 황당한 이야기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을 읽어가는 가운데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어쩌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이처럼 괴상한 모습임을 작가는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마르탱 파주라는 작가의 매력을 물씬 느끼게 해준 단편소설집이다. 작은 단편소설집이지만, 그 안에 담겨진 기괴함은 결코 작지 않다. 아울러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독특한 소설집.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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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즐겁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만든 장혼 (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창의력을 길러주는 역사 인물 그림책
박혜숙 글, 이창민 그림 / 머스트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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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묘한 즐거움을 줍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도 있어 즐겁습니다. 특히,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일으켜 세우고, 뭔가를 이루어 낸 분들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기 그처럼 멋진 분을 만나게 해주는 어린이 책이 있습니다.

 

동화작가 박혜숙 작가의 『쉽고 즐겁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만든 장혼』이란 그림책입니다. 도서출판 머스트비에서 금번 출간된 책으로 <창의력을 길러주는 역사 인물 그림책> 시리즈에 속한 책입니다.

 

장혼이란 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분은 조선시대 중인으로 조선시대 책을 만드는 관아인 교서관(校書館)의 사준(司准, 종8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쉽게 말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출판사의 직원으로 책을 교정하고, 만드는 일을 했던 분입니다. 종8품, 비록 낮은 관직이었지만, 중인으로서 그 자리에 올라 국가의 일을 감당했다는 점이 뭔가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게다가 이분은 6살에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절었다고 합니다. 이런 장애를 딛고 관직에 올랐던 중인 출신 장혼. 왠지 이것만으로도 이분이 멋져 보입니다.

 

그런데, 진짜 이분의 업적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어린이 교재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어린 시절 양반집 아이들이 글공부하는 것을 부러워하였던 장혼은 후에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보다 더 쉽고 재미나게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교재의 필요성을 느끼고, 교재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그것이 바로 <아희원람>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는 자연 형상, 사람과 동물의 특징, 의식주와 일상용품, 건국 신화와 지명, 나라의 풍속과 놀이, 인간의 수명과 부귀 이야기, 기상이변 현상, 역사적 인물과 재주 있는 인물 이야기, 왕조와 왕 이야기 등 열 가지 주제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청소년을 위한 학습서 <몽유편>, 본인의 시문집 <이이엄집> 열네 권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이이엄집>은 인쇄하지 못하고, 손으로 쓴 필사본만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분의 호가 이이엄인가 봐요. 장혼이 살던 옥류동 집이 ‘이이엄’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마치 신사임당이 살던 곳이 ‘사임당’인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이이엄이란 뜻은 당나라의 시 “허물어진 집 세 칸이면 그만”이란 구절에서 따온 거래요. 그나마 이 세 칸 집조차 돈이 없어 십 년이 넘게 걸려 지었다고 하네요. 장혼이란 분의 삶의 궁핍함과 함께 소박함과 자족하는 삶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 역사 가운데 이처럼 멋진 분들이 정말 많았음을 알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아울러, 장혼 이분처럼 멋진 꿈 한자락 품고 이루어가는 다음세대들이 되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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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아인슈타인과 반물질 모터 프랭크 아인슈타인 시리즈 1
존 셰스카 지음, 브라이언 빅스 그림, 김명남 옮김 / 해나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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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과학 동화라고 하면 둘 중 하나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는 과학적 내용이 가득 담겨 있는 다소 딱딱하고 재미없지만 ‘동화’라는 틀을 뒤집어쓰고 있거나, 다른 하나는 재미있되 과학적 내용이 별로 없는 무늬만 ‘과학’ 동화인 경우가 그것입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적절하게 과학적 내용을 품고 있는 동화를 만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해주는 동화가 있습니다. 존 셰스카의 『프랭크 아인슈타인과 반물질 모터』란 동화입니다. 존 셰스카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러니 문학적 재미와 문학적 수준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과학적 내용들을 참 잘 버무려놓았네요. 과학적 내용들이 스토리의 재미를 전혀 반감시키지 않도록 말이죠. 그럼 잠깐 그 내용을 살펴볼까요?

 

프랭크 아인슈타인은 그 이름처럼 과학자가 꿈입니다. 아니, 이미 과학자라고 해야겠네요. 언제나 발명하는 일이 프랭크의 놀이이니 말입니다. 그런 프랭크는 이번 미드빌 과학 경진대회에서 꼭 1등을 하고자 합니다. 그래야 그 우승상금으로 할아버지의 밀린 고지서를 다 갚을 수 있거든요. 게다가 못된 부자 아이 에디슨이 할아버지의 집마저 노리고 있거든요. 자칫 집을 잃을 수도 있답니다.

 

이렇게 과학 경진대회 1등을 노리기 위해 프랭크가 발명하려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 로봇입니다. 하지만 실패하고 말죠.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이죠? 동화 같은 일이 벌어졌답니다. 우연히 프랭크가 만든 로봇의 머리에 전원이 공급되며 로봇이 살아나요. 그리곤 자신의 몸을 직접 제작한답니다. 그렇게 해서 밤새 로봇 둘이 탄생하게 됩니다. 바로 클링크와 클랭크랍니다. 자체 조립된 인공지능 로봇들을 과학 경진대회에 출품하면 1등은 무조건이겠네요. 하지만, 정직한 프랭크는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는 생각에 둘을 출품하진 않습니다. 대신 인공지능 로봇 클링크와 클랭크의 도움을 받아 반물질 개발에 성공합니다. 과연 이렇게 발명한 반물질로 프랭크는 1등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동화 속에선 여러 가지 과학적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큰 내용은 ‘반물질’이란 거죠. 이 반물질(反物質, antimatter)이란 것은 반입자의 개념을 확대시킨 것이라고 합니다. 물질이 입자로 이루어져 있듯이 반물질은 반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거죠. 폴 디랙이란 과학자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를 이루고 있는 기본 물질인 양성자, 전자와 같은 소립자들은 질량 등 물리적 성질은 동일하지만 자신과는 반대의 전하를 갖는 반(反)입자를 갖는다고 하네요. 뭔 소린지 조금 어렵죠?

 

쉽게 말하면 물질에는 그것과 같은 질량, 같은 물리적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전하만 반대인 반물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이것도 쉽지 않은가요? 아무튼, 이 반물질이란 것을 만들어낸다면, 그 뒤로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물질과 물질을 만나게 해주면, 둘 다 소멸하게 되는데, 이 때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이게 뭐 대단하냐고요? 정말 반물질이란 것을 발명하게 된다면,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고, 세계에 큰 유익을 줄 수도 있죠. 동화 속에서 프랭크의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해요.

 

프랭크,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과학을 이용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권력과 돈을 얻기 위해서 과학을 이용한다고 했던 말, 기억하니?(52쪽)

 

누군가 못된 사람들에게 이 반물질이 들어가게 된다면, 엄청난 무기로 사용하여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겠어요. 물질과 반물질이 만날 때, 소멸이 일어난다니, 이런 무기를 만들면, 뭐든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테니 말이에요. 게다가 둘이 만날 때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 폭발력은 수소폭탄의 1000배가량 된데요. 엄청나죠? 반물질의 개발이 유익한 건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건강한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이 반물질이 사용되어진다면, 세상은 더욱 풍요로워지겠죠. 반물질과 물질이 만날 때 발생하는 에너지라면 전 세계의 에너지난을 해결할테니 말입니다.

 

단, 실제 삶 속에서 반물질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반물질 1g의 제조 예상비용이 7경 1875조 5000억 원 가량 된데요. 만들 수 없단 말과 같게 느껴지네요. 아무튼 이런 엄청난 물질을 동화 속에선 프랭크가 만들어 낸답니다. 이게 동화의 힘이죠. 그리고 이런 동화의 힘을 믿고 성장하는 아이는 실제 삶 속에서 반물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지 몰라요. 마치 프랭크처럼 말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이 동화를 통해 나올 수 있다면 좋겠네요.

 

과학적 내용과 재미를 모두 잡고 있는 정말 좋은 과학 동화랍니다. 과학 동화가 재미없을 것이란 편견, 과학 동화는 문학적 수준이 떨어질 것이란 선입견을 완전히 깨주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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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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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가운데 단연코 히가시노 게이고는 손가락에 꼽힐 게다. 그만큼 고정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한 마디로 믿고 볼 수 있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 작가의 신작(?) 『천공의 벌』이 나왔다. 사실 신작은 아니다. 1995년 작품이니 말이다. 암튼 이번에 새롭게 번역 출간되었다. 번역 역시 믿고 볼 수 있는 김난주 번역가의 번역이다.

 

소설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 중에 하나는 소재가 핵발전소에 대한 테러 위협이기 때문이다. 마치 십 수 년 후인 2011년 일본 대지진을 예고하기라도 했듯이 말이다.

 

어느 날 니스키 중공업에서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형 헬기가 도난당하게 된다. 그리고 잠시 후 헬기는 ‘신양’ 원자력 발전소 위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헬기를 훔친 범인은 ‘천공의 벌’이라는 이름으로 각계에 팩스를 보낸다. 바로 이런 문구의 팩스를.

 

- 현재 가동 중이거나 점검 중인 원전을 모두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들 것. 구체적으로 가압수형 원전은 증기 발생기를, 비등수형 원전은 재순환 펌프를 파괴할 것.

-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건설을 중지할 것.

- 상기 작업 상황을 전국 네트워크의 텔레비전 방송으로 중계할 것.(66쪽)

 

한 마디로 일본 내에 있는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 처분하라는 것. 만약 그렇지 않으면 헬기를 발전소 위에 추락시키겠단다. 그리고 이 헬기는 원격 조정되고 있다. 헬기에 실린 연료는 앞으로 10시간. 길어도 10시간 후엔 헬기는 자동으로 원자력 발전소 위에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헬기에는 폭탄을 싣고 있단다. 만약 헬기가 떨어지게 된다면 엄청난 피해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뿐 아니라 범인은 헬기가 떠 있는 ‘신양’ 원자력 발전소는 결코 정지시켜서는 안 된다고 한다. 피해를 더욱 키우기 위해.

 

과연 이런 절체절명의 시간 동안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까? 선택의 순간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헬기 안에는 니스키 중공업 한 연구원의 아들이 타고 있다. 이에 연구원은 ‘신양’으로 가게 된다. 과연 아빠는 아들을 구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할리우드 가족주의 영웅의 탄생을 기대하진 마시길. 소설은 전형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가운데,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진다. 그러니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기보다는 범인은 왜 이런 일을 벌여야만 했는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관심해야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선 원자력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친다. 과연 원자력이 안전한가? 물론 정부당국은 안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작가는 소설을 통해 말한다. 원전 정책은 이미 수많은 작업인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아울러서 이런 위험이 절대 없을 것이라 말하고, 당사자들 역시 믿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고 말이다. 이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 원전의 위험을 알고 원전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작가가 하는 걸까? 아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첫 번째는 원전은 나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원전의 안전도 그렇고, 원전으로 인해 우리가 전기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것도 그렇다. 그러니 누구도 원전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말하고 있다.

 

여기에 이런 테러를 통해, 원전의 ‘절대’안전은 존재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그렇다고 해서 원전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노력마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됨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바른 정책을 꾸려나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지, 자신이 서 있는 땅 위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세상에는 없으면 곤란하지만 똑바로 바라보기는 싫은 것들이 있다고. 원전 역시 그와 같은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물론, 이 책 『천공의 벌』은 이처럼 사회적 문제를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사회파 추리소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심각하게 접근할 것만은 아니다.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675페이지에 이르는 다소 방대한 분량이 쉽게 읽혀지니 말이다. 게다가 엄청난 재앙을 앞두고 있는 그 위기감이 주는 서스펜스 역시 소설의 큰 재미중에 하나다. 그러니, 그저 소설에 몰입하여 미스터리가 선사하는 선물을 누리면 된다.

 

책의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소설을 아베 총리가 읽었더라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없었을지 모른다.”

 

정말 읽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게다. 이 책을 읽었더라도 여전히 원전 사고는 일어났을 게다. 세상을 향한 건강한 통찰력과 견고한 윤리성을 잃어버린 관료제의 생태가 그렇기 때문이다. 효율만을 좇을 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러니 아베 총리가 이 소설을 읽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많은 독자들이 읽고 무관심에서 깨어나는 거다.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헬기를 원자력 발전소 위에 띄운 목적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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