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범스 22 - 고스트 캠프의 비밀 구스범스 22
R. L. 스타인 지음, 조성흠 그림, 이원경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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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구스범스』시리즈가 요즘 계속하여 출간되고 있다. 『구스범스』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고릴라박스(비룡소)에서 출간되는 『구스범스』시리즈 22번째 책은 「고스트 캠프의 비밀」이다(원서로는 45번째 이야기다. 원제: Ghost Camp, 1996). 과연 이번 이야기는 어떤 오싹한 즐거움을 줄지 기대하는 설렘과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책장을 펼쳐본다.

 

해리(12살)와 알렉스(11살) 형제는 방학을 맞아 ‘밤안개 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어째 처음부터 분위기가 으스스하다. 캠프로 향하는 버스엔 해리스, 알렉스 형제뿐이다. 아무리 캠프라지만 으슥한 산속에 내려주는데, 캠프에선 아무도 마중 나온 사람이 없다. 기사 아저씨의 말대로 산길을 조금 가니 캠프장이 나타나긴 한데, 그 런 데 캠프장엔 아무도 없다. 아니 누군가 한 사람(크리스 선생님)이 나무를 해오는데, 캠프장엔 아무도 없단다. 모두 떠났단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그건 바로 늦게 캠프에 참여하는 신입생을 골려주기 위한 신고식이었던 것. 일명, ‘나 홀로 숲 속에’ 장난이란다. 그런데, 정말 장난에 불과한 걸까?

 

캠프 책임자는 모든 아이들을 모아놓고 무시무시한 유령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째 이 캠프 이상하다. 불 속에 손을 집어넣고도 고통도 못 느끼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아이가 있는 가하면, 물속에 오랜 시간 시체처럼 누워있던 아이가 장난이라며 일어나고, 밤엔 침대 위에 떠 자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숙소 곳곳엔 이상한 점액질이 가득하다. 과연 두 형제는 무사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단순한 눈속임 장난에 불과한 걸까?

 

이번 이야기는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하여 이어진다. 두 형제가 ‘밤안개 캠프’에서 겪게 되는 모든 일들이 으스스함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유령이란 존재가 이렇게 독자의 마음을 얼리나 보다. 게다가 고립된 캠프장엔 온통 유령이고 오직 두 형제밖에 없다. 형제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그런 상황이 으스스함을 배가시킨다. 과연 두 형제는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번 이야기 역시 오싹한 재미가 있다. 아울러 우리가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도 이야기한다. 그건 바로 믿음이다. 조금 종교적으로 느껴진다면, 말을 바꿔 확신이다(책 속에서 ‘유령은 없다.’는 믿음이 형제들을 살려낸다.). 유령이 없다는 확신. 아니 이야기 속에서는 분명 유령이 있다. 그러니, 어쩌면 유령이 없다는 확신보다는 유령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라고 바꿔 생각하는 것이 더 좋겠다. 유령이 형제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몸과 마음을 차지하려고 할 때, 이들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과 정신력 내지 믿음. 이것이 이번 이야기에서 붙잡게 되는 덕목이다.

 

으스스하고 오싹한 즐거움을 주는 『구스범스』 시리즈가 도리어 우리에게 용기를 심어주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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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안 하는 게 더 힘들어 독깨비 (책콩 어린이) 43
야마모토 에쓰코 지음, 사토 마키코 그림,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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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하고 숙제를 하지 못한 유스케는 선생님께 거짓 핑계를 댑니다. 하지만, 모두 금세 들통 날 거짓말이죠. 그런데,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이왕 하려면 들통 나지 않고,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는 내용의 거짓말을 하라고 말입니다. 거짓말인 걸 알아차려도 하하하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 이야기로 핑계를 댄다면 숙제를 해 온 것으로 여기겠다고 말입니다.

 

이에 유스케는 작정을 하고 다음날도 숙제를 해오지 않습니다. 그 대신 자신이 숙제를 할 수 없었던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한마디로 외계인을 만나 구구단을 알려주느라 그랬대요. 이렇게 말하는 거짓 핑계가 참 재미납니다. 반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멋진 거짓말을 한 유스케는 숙제를 하지 않아도 해 온 것이 되었답니다.

이에 친구들이 너도나도 다음날 숙제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리곤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들어오네요. 숙제를 할 수 없었던 피치 못할 그런 사정들을 말입니다.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들어 와 발표 아닌 발표를 하게 되자, 아예 하루에 한명씩 숙제를 안 해 오는 순서를 정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숙제는 고작 10분 만에 할 수 있는데, 숙제를 못 한 이유를 생각해내는 것은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린답니다. 어째 숙제를 안 하는 것이 더 힘들게 된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모두 숙제를 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생님께서 숙제 문제를 준비해 오지 않았네요. 선생님 역시 아이들처럼 그 이유를 들려줍니다. 선생님에게는 어떤 이유 아닌 이유, 예쁜 거짓 사연이 있는 걸까요?

거짓말은 나쁜 거죠. 하지만, 모두 나쁘지는 않답니다. 이렇게 예쁜 상상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유스케 반 아이들에게 건강한 활력이 됩니다. 상상력의 힘을 길러주는 훈련이 되는 거짓말의 향연, 참 유쾌하고 재미나네요. 게다가 이렇게 멋진 제안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은 더욱 멋지고요. 우리 아이들 역시 이렇게 멋진 선생님을 만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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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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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편의점 인간』은 제목도 독특하지만, 그 작가 역시 독특하다.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여,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않고 지금까지 18년간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러 오는 날 역시 편의점 근무를 하고 왔다고 하니 알만하다. 이 소설 『편의점 인간』은 작가의 이러한 경험이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은 평범하지 못한 한 여인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선택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 게이코는 다른 사람들과 사고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런 다름은 그녀를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내몰게 된다. 그러니, 어쩌면 게이코를 사회부적응자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게이코가 비로소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 탄생케 하는 자리가 바로 편의점 알바생. 게이코는 평범한 사람들과 일견 다르지만, 그럼에도 편의점 제복을 입으면 같은 ‘점원’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편의점 알바생의 자리에 서게 될 때, 게이코는 비로소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그래서 18년째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지만, 이런 게이코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다르다. 정상적인 세상은 나이가 들어도 정규직을 얻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살아가는 싱글 여성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감에도 결혼하지 않고, 결혼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주변의 시선과 무례함으로 인해 게이코는 애써 자신을 감추고 다른 평범한 이들을 흉내 내곤 한다. 애써 자신을 포장하며 다른 이들과 같은 척 하려 한다. 비정상적인 편의점 알바생이 아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시도하기도 한다. 애써 자신을 고쳐나가려 한다.

 

아, 나는 이물질이 되었구나.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가게에서 쫓겨난 시라하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은 내 차례일까? 정상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들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98쪽)

 

그럼, 게이코는 자신을 포장하고, 고쳐나감으로 정상세계에 속하게 될까? 아니 그보다는 근원적인 질문을 해보게 된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보통과 평범하지 않음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정말 우리가 정상이라 여기는 것이 정상인 걸까?

 

게이코는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게이코는 이미 ‘편의점 인간’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점원의 자리야 말로 게이코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자리다. 그곳이야말로 게이코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공간이며, 그곳에서 게이코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그렇다면 남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던 간에 그곳에 있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소설 『편의점 인간』을 읽으며, 난 오늘 어떤 인간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아울러 우리 사회는 무엇을 이물질로 여기며 살고 있는지도 말이다. 우린 정말 이물질로 여겨야 할 것들은 놔둔 채 애먼 것들만을 이물질로 몰아세우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진짜 이 땅에서 삭제해야 할 이물질은 사회에 적응하기 힘겨워 하는 인생들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회 부적응자로 몰아세우는 자들이다. 언제나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땀 흘리는 인생들을 버러지와 같은 인생으로 여기게 만드는 자들이야말로 삭제해야 할 이물질이다. 국민이 허락한 권력을 국민을 위한 봉사의 기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여기는 자들이 진짜 이물질이다. 진짜 삭제해야 할 이물질은 권력과 야합하고, 권력 뒤에 도사린 채 세상을 자신들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며 전횡을 휘두르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런 자들을 옹호하는 세상이야말로 비정상적인 세상이 아닐까?

 

작가가 자신을 ‘편의점 인간’이라고 부르고 있다면, 그럼 진짜 이 땅의 이물질인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편의점 인간』을 읽으며 괜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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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방구통 아이앤북 문학나눔 18
한영미 지음, 정진희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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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네 할아버지는 언제나 집안에서 솟대만을 만드신다. 왜 솟대를 만드느냐 물으면 금세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할아버지. 태풍 후엔 언제나 산에 올라 고사목을 가져 오시는 할아버지. 서울 한복판에서 지게를 지고 다시시기에 미친 할아버지 취급을 받는 할아버지.

 

태희는 바로 이런 할아버지에게 감춰진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비밀은 바로 할아버지가 경찰이었다는 것. 바로 여기에서부터 광주가 고향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곳을 도망치듯 떠나왔으며, 할머니의 묘가 광주에 있음에도 자주 가지도 않을뿐더러 갈 때에도 아무도 몰래 다녀오듯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태희는 궁금해 한다.

 

왜 그런 걸까? 점차 태희는 할아버지의 비밀,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 감춰진 비밀이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5.18과 경찰인 할아버지.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라가며 솟대를 만드시는 할아버지. 이쯤하면 대략 그림이 그려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 태희 할아버지는 5.18 이후 고향 마을에서 도망쳤다. 마을의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 당시의 일을 평생 속죄하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태희 할아버지가 민중들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댔던 것은 아니다. 도리어 태희 할아버지는 고향 마을을 그 살육의 광기로부터 지켜냈다. 하지만, 태희 할아버지는 5.18을 미리 알게 되고, 이를 마을 사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자신의 가족들만을 몰래 피신시켰던 것이다. 이 일로 마을 사람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던 것.

 

5.18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들이 안고 있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원망의 마음. 여기에 이를 바라보는 가해자(사실, 태희 할아버지는 가해자는 아니다.)의 속죄의 마음을 동화는 그려내고 있다. 결코 쉽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치유하길 원하는 마음이 동화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아울러 태희 할아버지의 속죄의 모습을 통해(실제 가해자는 아니지만), 피해자들을 향한 가해자의 속죄를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가해자의 진정한 속죄가 선행되어져야 아픈 상처가 아물지 않을까? 그럼에도 가해자들은 여전히 당당하고, 여전히 수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아가는 역사와 사회의 부조리. 이런 부조리가 결국엔 또 다른 불의를 낳게 되는 것이 아닐까?

 

책 제목이 『부엉이 방구통』이다. ‘부엉이 방구통’은 고산지대의 소나무에 바이러스 등으로 상처가 생기고, 이 상처가 아물어가면서 툭 불거진 혹 모양을 말한다고 한다. 솟대를 이런 부엉이 방구통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 동화 속에서 속죄의 마음으로 솟대를 만드는 할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부엉이 방구통’의 의미, 솟대가 갖는 의미 등을 합해 본다면, 이는 결국 쉽게 치유될 수 없는 5.18 희생자들의 상처가 아물게 되길 소망하고 있음이다.

 

동화처럼 5.18과 같은 끔찍한 일이 더 이상은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게 되길 소망해본다. 그럼에도 오늘 우린 또 하나의 상처를 안게 되었다. 국가인줄 알았던 대한민국이 국가 이하의 모습이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국가최고 원수의 국가를 향한 개념이 어느 수준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으며 국가를 이끌어가는 자는 어떤 마음으로 역사 앞에 서 있었는지를 낱낱이 알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온 국민이 씻기 힘겨운 상처를 떠안게 되었다. 비록 힘겨운 시절을 우린 보내고 있지만, 결국엔 이런 모든 상처가 부엉이 방구통처럼 아물게 되길 바란다. 물론 그 치유에는 반드시 온 국민을 상실의 시대로 몰아세운 당사자들의 속죄와 수긍할만한 처벌을 통과하는 시간이 필요함은 당연하고 말이다.

 

나무는 상처를 품고 산당게. 떼어버리면 더 큰 상처가 생겨부러. 그랑게 상처도 내 몸이다 생각하고 평생 치유하려고 애쓰는 거랑게. 사람들도 비슷혀. 나무 같은 맴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당게.(57쪽)

 

종국엔 부엉이 방구통처럼 상처를 딛고 다시 단단해질 이 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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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의 역사 - 매일 5억 명의 직장인이 일하러 가면서 겪는 일들
이언 게이틀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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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금번 책세상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언 게이틀리의 『출퇴근의 역사』란 책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출퇴근이란 것이 어떻게 시작이 되었으며, 어떻게 변화되고, 또한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 전망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한마디로 출퇴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고 있는 책이다.

 

‘출퇴근’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이렇게 사회를 바라보며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아울러 출퇴근이 거주지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또한 출퇴근이 어떻게 가능해졌으며, 출퇴근으로 인해 달라진 사회상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터와 거주지의 분리는 운송수단의 발달로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철도의 발명과 발전을 통해 출퇴근이라는 것 자체가 가능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일로 인해 일터와 거주지를 분리함으로 보다 건강한 곳에서 살면서 또 한편으로는 수익이 가장 많은 곳에서 일하려는 열망이 출퇴근을 통해 현실화 되었다고 말한다.

 

흥미로웠던 내용 중에 하나는 철도의 발명과 실용화를 통해, 출퇴근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이런 출퇴근의 과정으로 인해 시간에 대한 인식이 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쉽게 생각해보면 출퇴근하는 일에 있어 시간엄수의 개념은 제시간 안에 출근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출근하기 위한 수단인 열차를 타기 위하여 시간엄수의 개념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참 재미나다. 그전에는 굳이 시간을 엄수하여 출근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단다. 그런데, 출근을 위해 열차를 타기 위해선 시간을 맞춰야 가능하다. 그러니 출근 때문이 아니라, 열차를 타기 위해 시간을 맞추다 보니 점차 시간에 대한 사고방식이 변하게 되었다는 것. 어째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아울러 이렇게 열차 시간을 맞춰야 하기에, 시계의 정확성이 중요해지고, 시계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되었으며, 아울러 표준 시간이 요구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출퇴근이라는 행위는 그저 거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인류의 인식을 바꾸었을 뿐더러, 시계기술의 발전을 가져왔고, 표준시간이란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뿐 아니라, 이렇게 열차 시간을 맞춰야 하는 그런 강박관념이 문학에 드러난 흔적이 다름 아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시작하는 바로 그 장면, 토끼가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며, 자꾸 늦었다고 외쳐대며 뛰어가는 그 모습. 이것이 바로 출퇴근이 시작되며 생겨난 모습이란다. 이렇게 출퇴근에 대해 살펴보니,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 난지 모른다.

 

뿐인가. 이런 출퇴근 문화가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의 문자 이용 능력의 급증을 야기한 요인이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예나 지금이나 옆 사람과 말하지 않고 옆 사람을 상관치 않고 출퇴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이었나 보다. 그런데, 이런 필요가 문자 이용 능력을 키우게 되는 순작용을 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처럼 책은 출퇴근의 역사를 통해 당시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읽어낸다. 출퇴근이라는 주제를 통해 이렇게 세상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로울뿐더러 경외감마저 인다.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출판사를 중요시한다. 이 책 『출퇴근의 역사』를 읽으며, 역시 책세상 책들은 믿고 볼 수 있지 싶다. 잔잔한 가운데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한 『출퇴근의 역사』, 출퇴근의 행위를 통해 세상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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