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속에 살아있는 동물이야기 1 - 상상의 동물, 하늘의 초능력자 배움가득 우리 문화역사 1
박영수 지음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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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속에 살아있는 동물 이야기> 시리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물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살펴보며, 그 동물들을 우리 민족은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 첫 번째 1권엔 이런 부제가 붙어 있다. 상상의 동물, 하늘의 초능력자. 그러니, 이번 1권에서 다루고 있는 동물들은 모두 상상 속의 동물이다. 실존하는 동물이 아닌, 우리 민족이 상상하며 이런 동물들이 있을 것이라 믿었던, 또는 희망했던 그런 동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주인공들은 용, 봉황, 해태, 불가사리, 기린, 여기에 호랑이와 거북이 등장한다. 호랑이와 거북은 실존하는 동물들이다. 하지만, 그런 동물들이 상상의 동물이란 범주 안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유물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우리의 실재하는 호랑이와 조금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날개가 달린 호랑이가 유물 속에 등장한다. 그러니 이는 분명 상상 속의 동물이다. ‘좌청룡 우백호란 말에 등장하는 호랑이 역시 이처럼 신격화 된 호랑이이다. 거북 역시 현무라는 신격화된 동물로 이해했기에 여기 상상의 동물범주에 함께 실려 있다. 또한 불가사리는 바다 속의 불가사리가 아닌, 설화 속에 등장하는 쇠만 먹는 다소 코끼리처럼 생긴 괴수이고, 기린 역시 목이 긴 기린이 아닌 용마라 불리는 사령(四靈)에 속하는 기린을 말한다.

 

이런 우리의 유물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상상 속의 동물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대단하다. 책의 내용을 통해, 우리의 용과 서양의 드래곤이 같지 않음도 알게 된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동양의 용은 날개가 없다는 점. 날개가 없되 하늘을 날고, 바다를 지배하는 신적 존재가 용이라는 것. 또한 봉황이 처음엔 우리의 삼족오에서 시작된 개념이며, 이 봉황은 여성적인 의미가 결코 아닌 수컷이 봉, 암컷이 황으로서 중국이 용을 신격화 했다면, 우리 민족은 봉황을 신격화 한 것으로 결코 그 서열이 용의 아래가 아닌 것이었음을 저자는 말한다(봉황을 여성의 이미지를 갖게 한 것 역시 이런 서열화 작업의 일환이다.).

 

또한 광화문과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해태상. 그 해태의 역할은 불을 다스리는 의미가 있지만, 이것보다 보다 근원적인 의미는 잘잘못을 가리고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동물이라는 것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국회 안에서 옳지 않은 일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해태상이 꽉 물어버린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되고.

 

아무튼 유물 속에 살아있는 동물 이야기 1을 통해, 우리의 상상 동물들을 만나게 되는 재미도 있을뿐더러, 이 책으로 인해 앞으로 유물 속에 새겨진 동물들을 만나게 될 때,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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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마녀와 마녀대회 행복한 책꽂이 15
정란희 지음, 한호진 그림 / 키다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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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란희 작가의 <단추마녀 시리즈> 세 번째 동화가 나왔습니다. 이번 제목은 단추마녀와 마녀대회입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잠시 들여다봅니다.

 

단추마녀네 집 아랫집으로 새롭게 다래네 가족이 이사 왔습니다. 너무나도 가난하여 이삿짐이라곤 가방 몇 개와 상자 3개뿐인 다래네 가족. 하지만, 처음으로 집을 갖게 된 기쁨에 들떠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살지 못할 그런 집이라고 말하지만, 새 집에서의 행복한 생활이 시작됩니다.

    

머루와 다래 남매는 참 의좋게도 잘 놉니다. 하지만, 그렇게 노는 소리를 단추마녀는 너무나도 싫어합니다.

 

단추 마녀는 골칫거리 이웃이 생겼다며 툴툴거렸다. 이웃이 생긴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일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깔깔거리며 신나게 노는 소리는 단추마녀가 제일 싫어하는 소리였다. 예전에 젊은 부부가 왔을 때도 까르르 웃는 아기 소리 때문에 편하게 지낼 수가 없었다. 아기가 까르르 웃으면 젊은 부부는 또 얼마나 행복하게 웃으며 요란을 떨어대던지. 다행이 얼마 못 가 떠나긴 했지만 그때는 아주 최악이었다.(25)

 

이런 단추마녀의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어쩜 오늘 우리들 역시 이런 단추마녀와 같은 생각, 같은 모습으로 이웃을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늘 우리의 모습이 단추마녀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가슴을 묵직하게 합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이렇게 이웃이 된 단추 마녀와 머루 다래 남매. 단추 마녀는 귀찮은 이웃을 쫓아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다 사용하지만 오히려 머루와 다래는 즐거워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단추 마녀에게 친근하게 다가오죠. 그런 가운데, 단추 마녀는 남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요.

 

어쩌면, 작가는 머루 다래 남매를 통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서로를 용납하지 않고, 이웃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웃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가 이웃에게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서로가 조금씩 다가간다면 얼어붙은 마음들이 녹아 내 곁의 이웃이 진정한 이웃이 될 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단추마녀와 남매는 조금씩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지만, 그만 다래가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그건 바로 마녀대회에서 1등을 하려는 사악마녀 짓입니다. 마녀들은 못된 아이들, 나쁜 짓을 하는 아이들을 단추로 만들어 가장 좋은 단추를 만든 마녀가 마녀대회에서 1등을 한데요. 사악마녀가 언제나 1등을 했고, 단추마녀는 2등을 했대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단추마녀를 정탐하러 왔던 사악마녀는 다래를 단추로 만들려 하는데, 착한 다래를 단추로 만들 수는 없어요. 그래서 거짓으로 다래를 속여 다래가 못된 짓을 하게 만든답니다. 다래는 함정에 빠진 거죠. 그렇게 다래는 단추가 되어버렸고요. 이를 눈치 챈 머루와 단추마녀, 과연 사악마녀의 못된 짓을 드러나게 하여 다래를 구출할 수 있을까요?

 

동화 속에서 마녀들이 아이들을 단추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는 오로지 못된 아이들의 경우에 한정됩니다. 그런데, 점점 못된 아이들을 줄어들어 마녀들의 단추가 줄어든대요. 그래서 사악마녀 같은 경우는 거짓으로 함정을 파서 단추를 만들어야만 할 정도래요. 이런 모습이 정말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갈수록 못된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 말입니다. , 지금 우리 사회에 이런 단추마녀들이 있다면 어떨까요? 단추가 너무 많아지는 것은 아니겠죠? 아닐 거라 믿어요.

 

그런데, 이런 단추마녀, 못된 어른들을 단추로 바꿀 순 없을까요? 바꿔야 할 못된 어들들 제법 많은데 말입니다. 특히, 2016년을 보내면서 높은 자리에 있는 못된 어른들이 온 나라 어린이들의 동심을 파괴했을 텐데 말입니다. 어른들도 단추로 바꿀 수 있다면, 마녀 대회 엄청 성황이겠어요. 씁쓸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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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 -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동화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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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을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곰돌이 푸가 몇 살이나 됐을까? 우리 나이 계산으로 올해로 자그마치 92살이다. 1926년에 위니 더 푸제목의 동화로 처음 선을 보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이젠 파파 할아버지가 된 푸 이야기 2권이 한 권에 묶여 나왔다. 곰돌이 푸 이름은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작가의 이름은 참 낯설다. 알란 알렉산더 밀른이란 작가다. 작가는 1926년에 위니 더 푸, 1928년에 푸 코너에 있는 집을 펴냈다고 한다. 이 두 권을 완역하여 한 권으로 출간한 책,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은 우릴 금세 동심의 세계로 인도한다.

 

동화 내용도 좋을뿐더러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 이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를 보며 알게 된 한 가지. 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생각하던 빨간 조끼는 2권에서야 비로소 등장한다는 사실. 1권에선 완전 나체다. 그나마 그것도 2푸 코너에 있는 집첫 번째 이야기가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빨간 조끼를 입고 있다. 다른 계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서는 2권에서도 나체로 활보. 역시 푸는 귀여운 변태~^^

 

각 권은 10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러니, 도합 20개의 에피소드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티거는 1권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2권에서 처음 등장한다. 또 재미난 사실은 푸의 시계는 항상 115분전이다. ? 11시가 되면 뭔가를 먹어야 하는 시간이니까. 푸에게 시계를 본다는 건, 언제나 뭔가를 먹기 일보 직전의 흥분되는 시간, 설레는 시간이다.

 

책을 통해 만나는 푸는 정말 사랑스러운 미련한 곰딴지. 아니, 스스로 미련하다 생각하고, 다른 몇몇 친구들도 푸를 향해 머리가 없다 말하지만, 푸는 참 사랑스럽다. 그리고 결코 미련하지 않다. 어쩌면 겸손한 것이 아닐까 싶다. 푸는 언제나 먹는 것에 집착하지만 결코 밉지 않다. 어리숙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푸를 통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물론, 때론 그 해결 자체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게다가 푸의 노래는 결코 푸가 머리가 없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물론, 때론 정말 머리가 없는 것 같긴 하지만.).

 

푸 외에도 책 속에서 만나는 각 캐릭터들이 참 재미나다. 그런데, 캐릭터들이 단지 사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쩜 작가는 이런 푸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길 바란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니 곰돌이 푸 이야기는 은근한 우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당나귀 이요르는 언제나 불평이 가득하다. 그 이유는 다른 숲 속 친구들이 자신을 찾지도 않고, 언제나 자신을 빼놓는다는 것. 그런데, 이요르는 어떤가? 이요르 역시 언제나 다른 친구들을 무시한다(크리스토퍼 로빈을 제외하고). 그리고 자신 역시 한 번도 다른 친구들을 찾지 않는다. 자신은 찾지 않으며,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찾지 않는다고 투덜대기만 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역시 다른 이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며,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불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언제나 잘난 척 하는 아울 역시 우습다. 자신은 다른 숲속 친구들에 비해 똑똑하다 생각하지만, 실상 도토리 키 재기다. 실상 별로 똑똑하지도 않으면서 사사건건 자신의 의사만을 고집하는 아울. 혹 오늘 나의 모습이 이런 모습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특히,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갖게 될 교만함이 아울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언제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티거. 활동적인 티거의 부산스러움을 보며, 혹 오늘 우리의 활동, 우리의 부산스러움은 무엇을 위한 부산스러움인지도 돌아보게 된다.

 

또한 헤펄럼프 이야기도 인상 깊다. 있지도 않은 위험, 두려움의 요소를 스스로 생산해 내며 점점 더 두려움을 키워가고, 그 두려움에 짓눌리는 모습. 이런 모습을 혹 우리 역시 만들어내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어나지도 않은 위험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은 아닌지.

 

1위니 더 푸에서는 캥거와 아기 루가 새롭게 숲속에 이주해 온다. 그런데, 이런 둘을 숲속 친구들이 용납하기보다는 배타적으로 대하며, 괴롭히려 한다(물론, 그 과정에 당하는 이는 피글렛이지만.). 이런 모습은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한다. 오늘 우리 역시 이런 배타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그런 의미에서 숲 속 이야기는 오늘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배타적인 모습을 뛰어넘어 결국 포용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이야말로 작가의 희망, 바람이 아닐까 싶다. 결국엔 푸와 숲 속 친구들은 멋지게 어우러지니 말이다. 오늘 우리 사회도 이런 어우러짐이 가득하게 되길 꿈꿔본다.

 

많은 경우 이야기 속에서 발생하는 유머들은 무지함에서 시작된다. 역시 무지함에서 시작되는 유머는 재미나다. 영원히 코미디의 소재가 되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무지함에서 유래하는 유머를 보며, 오늘 우리 사회 속에서 누군가를 떠올려보게도 된다. 물론, 그가 만들어 가는 유머는 기분 좋지 않지만, 숲 속 친구들의 무지는 결코 기분 나쁘지 않다. 기분 좋게 하고, 미소 짓게 하는 무지다.

 

굳이 이런 의미를 찾는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곰돌이 푸와 여러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숲 속 이야기는 재미나다. 그 재미에 깊이 빠져들 만큼 말이다. 역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작품엔 뭔가가 있다(물론, 이 뭔가는 푸가 좋아하는 뭔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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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가 될 때
김소월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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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문구점에서 예쁜 다이어리를 사서, 그곳에 온갖 유명한 시들은 베껴 적던 그 시절이 말이다.

 

여기 마치 그런 느낌을 주는 시집이 있다. 북카라반에서 출간된 사랑이 시가 될 때란 제목의 시집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시집에 담긴 시들은 모두 사랑을 노래하는 시들이다. 여러 시인들의 시 가운데서 사랑에 대한 시들을 선별하여 싣고 있는 시집이다. 사랑에 대한 시들이니 참 달달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집을 펼쳐본다.

 

그런데 시집에서 만나는 시들은 달달한 수준을 넘어선다. 때론 먹먹한 사랑을 만나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뒤, 함께 하던 소소한 일상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며 노래하는 먹먹한 사랑을 말이다. 때론 아름다운 인성이 드러나고 건강한 가치관이 드러나는 사랑도 만나게 된다. 때론 가슴 따스해지는 사람 냄새를 맡게도 되고. 때론 사랑을 품는 한 편의 기도를 만나기도 하여, 시인의 바람이 나의 바람, 나의 기도가 되기도 한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의 시들을 만나기도 하고. 때론 가슴 아린 사랑을 발견하기도 한다. 때론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가득한 시를 만나기도 한다. 어떤 시는 주옥같은 문장을 만나 마치 숨겨져 있던 귀중한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쁨과 배부름을 맛보기도 한다.

 

참 다양한 사랑의 노래들이다.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 가운데 선별한 것이기에 다양한 느낌, 다양한 모양, 다양한 감성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한참 좋아하여 그분의 책을 참 많이 읽었었는데, 그분의 시를 만나 아련한 그리움에 빠져들기도 한다.

 

시집 안의 여러 시들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 내 시랑이 어쩐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아름답게 사랑하고, 더 건강하게 사랑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그러니 시를 묵상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아름다워 질 것 같은 느낌이다. 시를 묵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족 간에, 부부 간에, 연인 간에 더 사랑이 단단해지고 풍성해질 것 같은 시집이다.

 

주옥같이 아름다운 시들 가운데 몇몇 구절만 옮겨본다.

 

저 물이 왔다가 서둘러 가는 것은 / 아무도 불러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

(중략) 썰물이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도 / 저렇게 서둘러 돌아가는 것은 //

먼 곳에서 / 누군가 애타게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 장석주, <썰물> 일부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일부

 

누군가 그리운 날은 / 창을 닦아서 //

맑고 투명한 햇살에 / 그리움을 말린다

- 문정희, <유리창을 닦으며> 일부

 

너에게로 가는 / 그리움의 전깃줄에 / 나는 / / / / /

- 고정희, <고백·편지6> 전문

 

오늘 우리는 누구에 대한 그리움에 감전되고 있는가. 오늘 우리는 얼마나 맑고 투명한 햇살에 그리움을 말리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품고 다가가는 우리의 그 사랑이 금방 헹구어낸 햇살과 같은 맑고 아름다운 사랑인지. 오늘 우리의 사랑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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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감정여행 -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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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45일 감정여행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의 또 다른 저서를 상당히 힘들게 읽었던 기억에 이 책 역시 힘들게 읽으면 어떨까 하는 걱정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책을 펼쳐본다. 책은 걱정은 괜한 것이었음을 알려준다. 술술 읽힌다(서문과 후문은 조금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저자가 직접 상담한 11명의 이야기들을 당사자의 시각에서, 그리고 상담자의 시각에서 교차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상실 철학에 대해 언급해야 하겠다. 이 상실 철학은 세 가지 상실로 설명된다. 이 상실은 세 가지 잃어버린 것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세 가지를 잃어버려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런 상실은 저자의 신앙경륜에 맞춰 예수의 가상칠언(십자가 상에서 말한 7가지) 가운데 세 가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목마르다.’,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다 이루었다.’가 그것이다.

 

목마르다는 육체적 고통을 말한다. 이게 첫 번째 단계인데, 이 단계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긴 오류를 바라보는 단계다. 이 관계에서 생긴 다양한 피해의식이라는 오류가 있는 데, 이것을 상실시켜야 한다. 이 상실은 진실한 감정 고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책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 감정 고백이다. 진실한 감정 고백을 통해, 새로운 참 관계가 시작된다.

 

두 번째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는 존재적 박탈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긴 다양한 오류, 상처를 갖고 문명과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쓰게 된 이성적 가면을 의미한다. 이 가면을 벗어버림이 두 번째 상실이다. 세 번째, ‘다 이루었다.’몸과 존재를 다 버리는 고통을 통해 존재의미를 숭고하게 완성시킨다는 의미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 가면을 쓴 거짓 자아로부터 만들어진 삶의 의미들이다. 이런 삶의 의미들이 겉보기에는 아름답고 건강해 보이지만, 가면을 쓴 거짓 자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삶의 의미이기에, 실제는 위험하다. 이런 삶의 의미를 상실해야 한다. 이게 3차 상실이다.

 

예를 든다면, 어떤 이는 언제나 긍정의 삶을 삶의 모토로 살아간다. 어떤 힘겨운 일에도 긍정으로 이겨낸다. 아니 긍정으로 이겨낸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자신은 행복하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런 긍정이 내 안에 있는 진실한 상처, 아픔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회피성 긍정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면, 이런 긍정은 오히려 진실한 감정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하기 때문에 종국에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그렇다면, 이런 분에게는 긍정을 상실해야 한다(저자의 논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혹 저자의 논리와 다르다면 이건 전적으로 나의 몰이해 탓이다.).

 

이러한 세 가지 상실을 통해, 각각의 문제를 솔직히 바라보게 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되면서, 깨졌던 관계들이 다시 회복되는 모습들을 11명의 이야기 모두 전해주고 있다. 이런 회복으로 나아감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끝나고 있음도 이 책 45일 감정여행이 갖고 있는 위대한 힘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회복은 거짓 회복이 아닌,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며, 그 문제를 회피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회복이기에 더욱 의미 있겠다.

 

각각의 상담실례들을 읽어가며, 내 안에는 어떤 상처가 있는지 돌아보게도 된다. 여태 혹 감추고, 외면하고, 포장하며 살아왔던 상처가 있다면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상처 원인이 되는 이에게 진실한 감정고백을 할 수 있는 용기도 있길 바라고. 이런 감정고백을 통해, 회복이 시작되길 소망해 본다.

 

책 속에서 말하는 사례들을 살펴보며, 놀랐던 내용 가운데 하나는 어떤 개인의 상처, 그리고 상처의 원인이 되는 삶의 모습 등이 대를 이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대하여 이어지는 상처의 고리라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더욱 상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있어야겠다.

 

이 책을 통해,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는 삶, 그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진짜 를 발견하는 행복이 우리 모두에게 있길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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