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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병동 ㅣ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평점 :
『가면병동』이란 제목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건 나에겐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치넨 미키토란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현직 내과의사이기도 한데, 2011년 제4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였다고 한다. 2014년에 출간된 『가면병동』은 이후 50만부가 판매된 작품으로 금번 아르테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의사이기 때문일까? 소설의 배경은 병원이다. 요양형 병원인 다도코로 병원의 5층 건물 안이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의 한계다. 이처럼 ‘밀실’보다는 넓은 공간이지만, 외부와는 고립된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을 다루는 것을 ‘클로즈드 서클’이라 한단다. 주로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데, 이 소설, 『가면병동』은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의 형태로 진행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평소 자신의 병원 업무 외에 교외 요양병원에서 당직 아르바이트를 하곤 하던 외과의사 하야미즈 슈고는 자신의 차례가 아니지만, 선배의 갑작스런 요청에 의해 일명 ‘꿀알바’인 다도코로 병원 당직을 서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그저 밤샘 대기하며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꿀알바’ 병원. 하지만, 갑작스레 들이닥친 자들로 인해 ‘꿀알바’의 시간은 악몽의 시간으로 변하고 만다. 피에로 가면을 쓴 남자가 자신이 총을 쏜 여자를 병원에 데려와 치료를 요구한다. 단지 돈이 필요해 편의점 강도를 벌였던 건데, 순간적으로 여자에게 총상을 입혔다는 피에로. 살인범이 되기 싫으니, 어떻게든 살려내라며 슈고를 협박하는 피에로. 이에 요양 병원에서 얼떨결에 수술을 마친 슈고는 온통 이상한 일들만을 경험하게 된다.
수술을 할 일이 없는 요양병원에 최첨단 수술실이 갖춰져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 그것도 두 개의 베드가 나란히. 원장이 늦은 시간까지 퇴근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이상하다. 또한 아무리 범인 피에로가 새벽 5시가 되면 조용히 나가겠다며 그동안 얌전히 있으라 한다고, 휴대전화를 전부 걷어간 원장의 행동은 더욱 이상하기만 하다. 어떻게든 경찰에 신고해야 할 텐데, 도리어 신고하길 꺼리며 막는 원장의 행동은 슈고를 의아하게 만든다.
그런 가운데, 슈고는 요양 환자들 가운데 의문스러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에 병원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런 일들과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피에로 가면과 혹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닌지. 과연 이 병원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슈고는 과연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병원이란 한정된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한정된 숫자의 등장인물들이란 설정은 자칫 소설을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 한정된 조건에서도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지는 의문과 미스터리의 향연. 소설은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는다. 뿐 아니라 쉽게 읽힌다.
아울러 과하게 꼬여있지 않아, 독자들은 대략적인 사건의 전말을 추측 가능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루하지 않고, 궁금증과 기대감은 증폭되기만 한다. 소설의 반전에 반전 역시 미스터리 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머릿속에 그려본 내용 안에서 전개된다. 조금 과장되게 뻔한 전개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독자들을 흡입하는 힘이 있어, 독자로 하여금 스토리 안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이 소설의 묘한 매력이다.
아울러 단순한 흥미와 추리의 매력만이 아니라, 그 안에 의료계에서 벌어지는 장기매매 내지 비윤리적 수술에 대한 문제제기가 담겨 있다. 이는 현직 의사이기에 더욱 이런 문제제기에 민감하리라. 소설 속 인물들 간에 대화에도 담겨 있듯, 누군가는 이런 범죄를 정당화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당화하려 한다 할지라도 누군가의 장기를 어떤 이유에서든 적출하는 것은 범죄다.
그런데, 이런 범죄가 소설 속 이야기에 머물거나 우리와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은 아님이 문제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가면을 쓰고, 누군가의 장기를 적출하여 자신의 몸에 이식하는 이들, 그리고 그런 수술을 통해 자신의 유익을 챙기는 의료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병원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는 우리들 삶의 자리로 확장된다. 우리 곁에 여전히 수많은 가면을 쓴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가면병동’은 어쩌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바로 이런 문제제기와 고발을 감행하고 있다.
아무튼 소설은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가독성 높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무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여름의 막판 더위를 『가면병동』을 통해 잠시나마 잊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