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의 비밀 프리데인 연대기 4
로이드 알렉산더 지음, 김지성 옮김 / 아이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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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동화의 고전이라 불리는 프리데인 연대기4권이 드디어 번역 출간되었다(50년 전의 책이니 판타지의 고전이라 부르기에 충분할 게다.). 시리즈 책(도합 5) 가운데 2권이나 뉴베리 상을 수상한 특별한 책. 4권은 타란의 비밀이다.

 

돼지치기의 조수의 신분에 불과한 타란은 4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험을 하며, 많은 영웅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였다.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부모는 과연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타란은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자신을 찾는 여행을 말이다.

 

타란은 자신을 따르는 그얼기와 함께 먼저, 늪지대의 세 마녀(2악마의 가마솥에 등장했던 무시무시한 마녀들)를 찾아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루네트의 거울을 찾으면 알게 될 것이란 말을 듣고, 루네트의 거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정에서 타란은 참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다양한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된다. 농부 에단에게 치료를 받기도 하고. 가스트와 고리욘 영주들의 싸움에 휘말려 들기도 한다. 마법사 몰다에 의해 개구리가 되어 버린 도리를 만나 몰다를 찾아갔다가 몰다에 의해 일행이 토끼, 쥐로 변하기도 하는 위기를 만나기도 한다(난쟁이 족인 도리는 1비밀의 책, 2악마의 가마솥에서 타란과 함께 모험에 동행한다.). 용병 도라스의 간교한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농부 크라드오크를 만나 크라드오크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크라드오크가 타란의 아버지일까? 타란은 자신의 뿌리를 밝혀낼 수 있을까?

 

다양한 인물들, 다양한 사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4타란의 비밀은 무엇보다 타란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를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 출생의 비밀이 중요한가? 혈통, 신분이 그 인생을 좌우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인생에는 운이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동화 속 란이오의 경우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운 역시 운을 받아낼 도구를 미리 준비해야 함을 알려준다. 아울러 나에게 찾아오는 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함을 이야기 해 주고.

 

행운의 비밀? 아직도 몰라?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운이 좋은 게 아니야. 눈을 똑바로 뜨고 잘 보면 돼. 그리고 생각을 잘해서 손에 들어온 것을 쓸모 있게 사용할 뿐이야.”

운을 믿어, 방랑자 타란. 그렇지만 반드시 그물을 설치해 둬야 해.”(250)

 

또한 인생은 대장간의 철과 같이 시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역경을 견뎌내며, 참아내게 될 때, 단련하게 되고, 세상을 이겨낼 수 있음을 말하기도 한다.

 

인생은 대장간과 같아! 맞아도 피하지 마라. 시험을 두려워하면 안 돼. 그러면 어떤 망치나 모루라도 당당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260)

 

또한 인생은 천을 짜듯 하나하나 차근차근 엮어나갈 때, 비로소 종국엔 커다란 그림을 그려내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생은 같은 재료를 가지고 어떤 의지로,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책은 이야기한다. 마치 토기장이가 그릇을 빚듯.

 

이처럼, 타란이 찾아가는 인생의 의미를 따르는 가운데, 자연스레 우리의 인생에 대한 의미를 반추해 볼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인생의 길을 그려볼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타란을 통해, 특히 루네트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순간, 독자 역시 함께 자신의 삶을 비춰보게도 된다.

 

마법은 없었어요. 물이 고인 웅덩이였어요. 제가 본 물웅덩이 중에 가장 아름다웠어요. 그렇지만 물웅덩이일 뿐이었어요. (중략) 제 부모가 누구든 상관없어요. 혈연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혈통만 가지고 진정한 가족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저는 우리 모두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311)

 

자부심은 결코 형통이나 신분에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을 거예요. 혈통이나 신분에 연연하지 않고 내 힘으로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거예요.(230)

 

출생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타란의 모험과 여행을 통해, 우리 역시 삶 속에 아름다운 가족들을 많이 만들어 가며,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만들어가게 되길 소망해 본다.

 

, 판타지답게 동화 속엔 마법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마법은 타란의 이런 의지와 용기, 친구들과의 우정과 희생, 이러한 가치들 앞에 무력하게 느껴진다. 우리 인생의 진정한 마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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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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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큰비는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무엇보다 세계문학상 우수상이란 타이틀이 이 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역시 문학상 타이틀은 강렬한 유혹이다.). 게다가 내용이 조선 숙종 시대에 새로운 세계를 열길 대망하던 무녀들의 항거, 그리고 미륵 대망 사상을 담고 있다 하여 재미나겠단 생각에 소설을 집어 들었다.

 

소설은 다소 지루하다. 소설은 어렵지 않은데, 내 경우에는 다소 가독성이 떨어졌다. 물론, 이는 모두 철저하게 나의 주관적 판단임을 밝힌다.

 

소설을 읽으며 많은 시간 예수를 떠올려봤다. 미륵을 기다리는 자들,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무녀들의 항거를 보며 예수라니 말할 수 있겠지만, 기독교인인 나로선 그랬다. 사실 미륵사상 자체가 재림예수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아울러 2천 년 전 예수를 통해 갈망했던 민중들의 소망 역시 새로운 세상이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세상,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되어지는 세상,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 말이다.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소설 속 누군가는 그저 양반을 몰아내고 자신들이 그 자리에 앉길 원했으며. 또 누군가는 새로운 세상보다는 미륵을 통해 얻게 될 세상에서 자신들이 얻게 될 권좌에 관심이 있었다. 마치 예수가 십자가를 향해 힘겹게 걸어가던 그 길 위에서 서로 자신이 더 높은 자리에 앉겠노라 다투었던 제자들처럼 말이다.

 

또한 소설 속에서 누군가는 미륵을 빌미로 군중들의 마음을 얻어, 칼로 혁명을 완수 할 수 있으리라 믿고 행동하려 한다. 2천 년 전 유대 땅의 열심당원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이처럼 어쩔 수 없이 소설을 읽으며 미륵과 함께 예수를 떠올려 본다.

 

종교가 무엇인지를 떠나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은 와야만 한다. 신분의 차이로 인해 착취당하는 억울함이 없는 세상이 말이다.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힘과 능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아성을 자손대대로 대물림하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그런 모습이 없는 세상 말이다. 하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양반이 상놈을 짓누르는 시대다. 남성이 여성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시대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미륵을 대망한다.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큰비를 기대한다.

 

작가는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의 편집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그래서 일까. 소설 속에선 여성들의 한 서린 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설 자리 없었던 무녀들의 기막힌 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무녀들이 일어선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하지만, 새로운 세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건 그들이 기대하던 큰비가 오지 않아서가 아니다. 어쩌면 함께 행동하지만, 서로 꿈꾸던 세상이 달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자들이 함께 이룰 세상은 다른 세상일 수밖에 없기에.

 

무녀들이 꿈꾸는 세상은?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민중들, 언제나 착취당하고 이용당하기만 하는 힘없는 민중들, 그들이 손 내밀 때 그 손을 잡아주며 그들을 위로하고 세워주는 것이 무녀들이 꿈꾸는 세상이자, 그들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것이 결국 기독교가 말하는 샬롬이다. 그렇기에 소설 속 큰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여전히 기대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뒤집을 큰비, 약자들을 향해 내미는 따스한 손길로 가득 뒤덮일 큰비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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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 동원, 이름을 기억하라! 징검다리 역사책 13
정혜경 지음, 최혜인 그림 / 사계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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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된 또 하나의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정혜경의 일제 강제 동원 이름을 기억하라!란 책입니다.

 

이 책은 <일정 시 피징용자 명부>라는 문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일정 시 피징용자 명부>는 이승만 정권에서 이루어낸 귀한 자료로, ‘식민지 시절에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끌려간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책입니다. 각 마을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하나하나 그 이름과 사연을 조사하여 적은 자료로 19531월에 65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자료가 여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잠들어 있다가 2013년에야 비로소 일본주재 대사관에서 발견된 겁니다.

   

 

이 자료에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228,724명의 이름과 그 사연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23만 명 가까이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 징용을 당해 고통을 당했던 겁니다.

 

이 가운데는 다섯 번이나 징용을 다녀온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군산으로, 김제로, 정읍으로, 평안북도로, 그리고 일본으로 강제 징용을 당하여, 비행장 공사, 굴 파는 공사, 수력발전소 공사, 탄광 등에서 강제 노동을 하였던 경우입니다. 강제로 일을 해야만 하는 서러움보다 배고픈 게 제일 괴로웠다는 할아버지의 증언은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 노동을 하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일본군이 되어 싸우라는 일제의 말에 거부하다 결국 학도 증용이란 이름으로 시멘트 회사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 이 때의 일로 폐를 상하여 평생 폐결핵으로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는 일제에 의해 우리 민족이 얼마나 큰 한이 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사할린에 강제 징용되어 끌려간 후, 그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아버지를 찾아 오랜 세월을 찾아 헤맨 할머니의 눈물 가득한 이야기는 우리의 정부가 얼마나 많은 일을 놓치고 있는지도 알게 해줍니다. 과연 오랜 세월 우리 정부가 국민들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줄 의지가 있었는지를 묻게도 하고요.

 

작가는 말합니다. 이들 수많은 이들의 한 많은 사연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고요. 우리가 직접적으로 그분들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그분들의 눈물, 아픔, 억울한 사연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입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는 일본인들 가운데서도 자신들 선조의 죄에 대해 사죄하는 모습과 그분들의 멋진 활동들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바로 여기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눈 축제로 유명한 홋카이도까지 우리 선조들의 억울한 착취와 노동의 흔적이 있음을 책은 이야기해줍니다. 홋카이도는 추운 지역이기 때문에 산 위의 눈이 녹아 물은 많지만, 정작 이 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홋카이도에서 나는 쌀들이 아주 유명하대요. 그건 바로 그곳에 차가운 물을 보관하여 수온을 올리게 하는 유수지 건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답니다. 그리고 그 유수지는 바로 우리 한국인들이 강제로 끌려가 만든 것이고요. 이런 사연들을 알게 됨이 참 감사합니다. 언젠가 홋카이도에 가게 된다면, 그곳 풍경만이 아닌,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그 역사적 현장들도 다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기억과 방문이 바로 흐려져 있는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임을 책은 이야기 합니다.

 

일제 강제 동원 이름을 기억하라!는 일본을 욕하라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의 슬픈 역사를 알고 기억하고, 작은 행동들을 통해, 흐려진 역사의 거울을 깨끗하게 하라는 책입니다. <일정 시 피징용자 명부>라는 문서에서부터 시작하는 내용들이 참 유익하고, 반드시 알아야만 할 그런 역사적 내용들입니다. 이런 앎이 우리네 아이들의 역사관을 바로세우고, 한일관계를 보다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게 하지 않을까 싶은 너무나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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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복음 현대시 기획선 5
김은상 지음 / 한국문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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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제목이 유다복음이다. 기독교인의 눈으로 본다면 다소 불경스럽다. 과연 어떤 노래를 들려줄까?

 

시집은 어렵다. 아니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려웠다. 어느 시집처럼 시인의 암호문으로 가득하여 어렵다기보다는 시인의 정서를 오롯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집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다. 암울함, 우울, 슬픔, 막막함, 염세적, 그리고 불온(? 기독교인의 입장에선 이 단어가 가장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등의 단어로 시집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겠다. 이는 시인의 삶의 자리가 그랬기 때문이다. 가난이 그의 첫 번째 신이었다는 해설을 읽고, 그랬구나 싶다.

 

삶의 버거움이 오롯이 시들에 가득하다. 단지, 버거움이 전부인 듯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힘겨웠다. 그래서 어려웠다. 물론, “구석에서 꽃처럼 앉아 울어본 사람은 안다.// 희망이나 행복, 사랑 같은 말들이 얼마나 연약하게 화들짝 지는지를.//”(<추문> 일부) 라는 시인의 시구처럼, 희망, 행복, 사랑 이란 단어들이 어떻게 거짓 사용되어지고 악용되어져 왔는지를 우린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실한 희망, 행복, 사랑 이란 단어의 접근 역시 필요함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조금은 시인의 시들이 가슴을 무겁게만 하여 힘겨웠다.

 

시인의 시를 접하며, 시인은 성경에 상당한 조예가 있음을 느꼈다. 혹시?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아니나 다를까, 해설을 읽으며, 시인이 신학을 공부했음을 알게 되었다. 신학을 공부한 만큼 시인은 성경에 능통하다. 이런 능통함은 성경의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 냈다. 이는 후반부에 실린 긴 분량의 <유다복음>에서 두드러진다.

 

물론, 이 부분이야말로 어쩌면 독실한 기독교인들에게는 불편한 부분이며, 불온한 세력으로 느껴질 게다. 나 역시 조금은 불편함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유다에 대한 희생적 접근은 상당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단순히 예수의 십자가 완성을 위해 유다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접근에 그치지 않기에 더욱 그랬다. 이런 접근의 맹점은 유다의 탐욕적 배신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십자가 완성을 위해 누군가 유다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탐욕에 넘어져 스스로 그 역할을 감당한 유다에게 돌아갈 돌팔매는 정당하기에.

 

하지만, 시인은 단순히 십자가 완성을 위한 유다의 역할이 아닌, 예수의 십자가 완성을 위해 스스로를 배신자의 낙인에 기꺼이 내어놓은 희생이라 해석한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해석이었다(물론, 이 역시 누군가에겐 불온함의 극치일 수 있겠지만.).

 

아무튼 불경스럽다는 접근만 하진 말자. 복음이 변주의 대상, 풍자와 해학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먼저 생각하자. 이미 힘을 잃어버린 종교, 아니 힘은 더 많이 가졌지만, 본질을 상실한 종교의 모습, 알맹이는 사라지고 겉껍질만 화려한 종교의 모습, 정권과 자본주의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종교를 발견하고, 반성하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할 테니 말이다.

 

아무튼 시인의 다음 시집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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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모노클 시리즈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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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다 리쿠의 책은 몇 차례 접했지만, 첫 번째 소설은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금번 개정판으로 새롭게 나온 책, 여섯 번째 사요코를 말이다. 온다 리쿠의 첫 번째 소설이라는 것에 설렘 가득 안고 책을 펼쳐 들었다.

 

과연 이 소설의 장르를 뭐라 정의해야 할까?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쯤 이면 될까? 아무튼 전반적으로 몇 차례 으스스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그러니 호러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신비한 힘이 있는 듯싶다가 후엔 없는 듯 전개되지만, 결국 신비한 힘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으니 판타지를 넣어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여섯 번째 사요코란 존재를 둘러싸고 풀어나가는 형식이 주를 이루니 미스터리라 불러야 할 듯. 그러니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라 부르자.

 

, 장르가 뭔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소설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흡입력이 강하고, 재미나다. 때론 오싹하여 책을 읽다 뒤를 돌아볼 정도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풋풋한 사랑에도 관심이 가며, 학교 축제의 숨은 주인공인 사요코의 활약에도 궁금함과 함께 기대를 품게도 된다.

 

소설은 한 학교에 오랫동안 내려오는 괴담 내지 학교전설에서 시작된다. ‘사요코란 숨은 역할은 대대로 그 전년도 사요코에게서 은밀하게 지명된다. 그럼 이 사요코는 일 년 동안 범인이 되어 뭔가를 행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사요코가 둘이다. 분명, ‘사요코로 지명된 그녀’(사실은 가토란 사내아이다.)는 떨리는 마음으로 사요코로서의 첫 걸음을 떼어내는 순간, 또 다른 사요코가 등장하여 사요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학교에선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소녀를 말이다.

 

그리곤 전학이라곤 거의 전무하던 학교에 전학생이 등장한다. ‘쓰무라 사요코란 이름의 대단히 매력적인 여자아이가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오래전 두 번째 사요코였던 아이의 이름이 쓰무라 사요코다. 게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소녀, 교정 한 쪽에 그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아이. 새롭게 나타나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 소녀인 쓰무라 사요코는 과연 어떤 아이일까? 아니, 그의 진정한 신분은 무엇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하게 만든다. 과연 오래전 희생된 소녀의 환생? 아님, 그 영혼이 씌운 소녀?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되지만, 결과는 모두 아니다. 다른 숨은 존재가 있다. 뒤에서 이 은밀한 축제 사요코를 조정하는 이가. 그리고 그 은밀함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신비한 힘도.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소설은 참 재미나다. 흡입력이 강력하다. 그러면서도 뭔가 묵직한 메시지가 들려진다.

 

이런 학교전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학교생활의 단조로움 내지 틀 속에 갇힌 아이들의 출구 없는 생활 때문일 게다. 그렇기에 소설은 이런 학교생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틀 속에 갇힌 아이들에게 출구가 될 사요코’, 우리네 청소년들에게 이런 출구가 있길. 물론, 여섯 번째 사요코처럼 위험하고, 으스스한 출구 말고. 조금은 비틀거려도, 조금은 느려지고, 조금은 멈춰도, 소설 속 구로카와 선생의 대사처럼 다시 팽이가 되어 돌아가는 그런 출구 말이다(소설 속 구로카와 선생의 팽이 이론은 조금 다른 의미다. 자신이 보이지 않는 조정자가 되니 말이다.).

 

요컨대 말이다. 학교라는 건 돌고 있는 팽이 같은 거야. 항상 똑같은 위치에서 똑바로 서서 빙글빙글 돌고 있지. 그리고 너희 학생들이 끈을 잡고 팽이를 열심히 탁, , 내리쳐서 팽이가 속도를 잃고 쓰러지지 않도록 열심히 분발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끈을 후배에게 전해주고 차례차례 다른 학생이 팽이를 돌리지. 팽이는 내내 똑같은 하나의 팽이지만 끈을 쥔 사람, 치는 사람이 자꾸 바뀌는 거야. 그리고 난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면 말없이 그 팽이를 보고 있어. 비틀거리지 않고 똑바로 서서 일정한 속도로 돌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거야. 팽이는 말이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지 않으면 똑바로 돌 수가 없고, 그렇다고 너무 빨리 돌리면 위치가 어긋나버리지. 난 팽이가 좀 지나치게 빨리 돌거나 늦게 돈다 싶으면 어이, 좀 느리다. 비틀거리는구나. 그렇게 돌리다간 쓰러진다.’ 이런 말로 주의를 주기도 하고 기합을 넣는 역할을 하지. 너희가 돌리는 팽이가 바로 학교의 개성과 전통이라는 거다.(250)

 

때론 느려지고, 때론 비틀거려도, 때론 멈춤의 시간이 있더라도 다시 일어나 돌아가는 팽이놀이처럼, 우리네 아이들에게도 이런 사요코의 적당한 긴장과 출구가 있으면 좋겠다. 물론, 위험한 악마적 조정자의 손은 거부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소설은 이처럼 학교생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그 질문에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소설은 재미나다. 역시 소설은 재미있어야 제 맛이다. 그런 의미에서 온다 리쿠의 첫 번째 소설인 여섯 번째 사요코는 온다 리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임에 분명하다.

 

, 소설 뒤편에 소설 해설이 덧붙여져 있다. 신기하다. 소설해설이라니. 물론, 해설을 읽을지 말지는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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