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골 소년과 노신사 ㅣ 별숲 가족 동화 4
박윤규 지음, 이준선 그림 / 별숲 / 2017년 9월
평점 :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의 추억에 젖게 마련인가 봅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그 시절을 끄집어내며 떠들썩한 시간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 문득문득 유년기의 추억들이 망울망울 떠오르는 시간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지금보다 풍요롭지 못한 시절, 부족함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지만, 그리워지는 시간들입니다. 사뭇 그리워지는 고향 풍경, 부모님의 젊은 시절 모습,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이 떠오르곤 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금번 출판사 별숲에서 출간된 박윤규 작가의 『산골 소년과 노신사』는 이처럼 유년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동화입니다. 커다란 여행 가방을 끄는 말끔한 차림의 한 노신사가 시골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랍니다. 마치 오랜 해외 생활에서 돌아온 것 같은 모습의 노신사는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고향마을로 향합니다. 그리곤 그곳에서 유년의 시절 고향을 만나게 됩니다. 동화 속 노신사는 고향으로 가며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어린 그 시절의 까까머리로 돌아가 고향 마을 곳곳을 누비게 됩니다.
동화 속에서 버스가 마을을 향하여 가는 풍경과 고향마을에서 다시 돌아오는 풍경의 그림이 유독 인상적입니다. 고향마을로 가는 풍경 속에서 가로수는 처음엔 노란 단풍이 예쁘게 든 나무에서 점차 초록색으로 그리고 연두색으로 변해갑니다(가로수의 그러데이션입니다.). 이러한 색의 그러데이션을 통해, 유년의 시간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향 시간여행을 다녀온 후 고향을 떠나는 버스의 풍경은 반대의 모습입니다. 다시 시간은 흘러 인생의 가을로 향하게 되죠. 물론, 이런 내용은 동화 스토리 속에도 언급되고 있지만, 그림을 유심히 살피면 그 시간여행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림을 살피는 가운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어요. 처음 고향으로 향하는 그림을 보며 막연히 저편에서 이편으로 시간여행을 하는구나 싶었는데, 위화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가로수를 보니 아니에요. 오히려 멀리 고향으로 가는 모습이랍니다. 흔히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야기의 중심 배경이 될 장소로 ‘오고’ 그 다음 떠나는 ‘가는’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가고’, ‘오는’ 방향성으로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이 저의 생각과는 달라 처음엔 위화감이 느껴졌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안에 또 하나의 감춰진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되더라고요. 그립고 그리운 시간 속으로의 추억여행을 떠나지만, 결국엔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 즉 노신사가 있어야 할 자리는 결국엔 지금의 시간, 인생의 끝자락이라 할지라도 지금 여기라는 것. 어쩌면 그걸 이러한 ‘가고’ ‘오는’ 방향이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아무리 그리운 시간이라 할지라도 내 삶의 자리는 지금 여기라는 것이 어쩐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참, 까까머리 소년이 된 노신사가 버스에서 내릴 때, 문이 열리고 바닥에 검정 고무신이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부분도 재미나요. 이 고무신은 오래전 고향마을을 떠나올 때, 어린 시절의 노신사가 버스를 타며 벗어놓고 오른 고무신이거든요. 열린 문을 통해 들여다본 버스 안이 너무 깨끗하고 집안처럼 의자도 있는 모습에 그만 검정고무신을 벗어놓고 버스를 탄 겁니다. 시간을 거슬러 그 시절로 돌아가며 버스에서 내리는 소년은 그 검정 고무신을 신습니다. 처음 버스라는 문물을 접한 시골 아이의 그 시절의 순수하고 맑은 모습이 떠올라 웃음을 짓게 되는 장면입니다.

아무튼, 이 동화는 노신사의 고향으로의 시간여행, 추억여행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추억여행을 통해,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옛 정취를 엿보게 하는 그런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