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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은 밤 ㅣ 닷쿠 & 다카치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니시자와 야스히코란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녀가 죽은 밤』이란 제목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닷쿠 & 다카치 시리즈> 첫 번째 소설로, 논리, 공상, 토론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추리소설로 ‘안락의자탐정’ 기법의 추리소설이다.
대표적 주인공은 네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닷쿠(다쿠미 지마키), 보안선배(헨미 유스케), 다카치(다카세 지호), 우사코(하사코 유키코)가 그들이다. 이중 닷쿠가 소설의 화자 ‘나’이다. 맥주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대학생으로 맥주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또 다른 술꾼 보안선배의 술친구다. 소설 속에서 탐정 아닌 탐정의 역할을 한다.
보안선배는 수년째 유급을 거듭하며 대학에 머물고 있는 한량 스타일의 대학생. 무엇보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행복으로 아는 캐릭터이며, 남들에게 돈 빌리기를 좋아하며 갚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자신 역시 돈을 빌려주고 받지 않아 이상하게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때론 무딘 모습이지만, 때론 냉철하고 예민하기도 하며, 어리숙하면서도 묘한 강함을 가진 캐릭터로 소설 속 등장인물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다.
다카치는 남자들보다 큰 키에 눈길을 끄는 미모의 여대생으로 다소 차가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레즈비언이란 소문이 있다. 보안선배만이 능글거리며 다가가기에 이상하게도 매번 보안선배와 함께 다니게 된다. 그로인해, 연인사이라 소문나기도 했지만, 실제 연인관계는 아니다. 은근 추리를 좋아하는 캐릭터로 ‘나’ 닷쿠와 함께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탐정 아닌 탐정 역할의 캐릭터다.
마지막 우사코는 마치 중학생처럼 보일 정도로 어리게 보이는 여대생으로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진 않지만 감초처럼 끼어들곤 한다. 다음 소설인 『맥주별장의 모험』에서는 이들 넷이 함께 여행을 떠남으로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주연급 등장인물로 분류해도 무난할 듯싶다.
이야기는 하코(하마구치 미오)의 환송회에서 시작된다. 하코의 부모는 부부교사로 딸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하코의 통행금지 시간은 자그마치 저녁 6시다. 이처럼 과하게 엄격한 부모로 인해 대학 친구들과의 모임참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하코는 부모를 설득하여 드디어 방학동안 미국여행을 허락받았다. 출국하기 전날 밤 마침 부모님이 장례식에 참여하느라 집을 비우게 되고, 그 틈을 타 대학 친구들의 환송회에 참여하고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 낯선 여인이 죽어 있다. 머리카락이 잘린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낯선 여인. 그 옆엔 여인의 잘린 머리카락이 여인에게서 벗긴 듯한 팬티스타킹 안에 넣어져 있다.
마땅히 경찰에 신고하면 별 탈이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하코는 그토록 꿈꿔 오던 미국여행, 생애 첫 자유의 시간을 빼앗길 게 뻔하다. 이에 하코는 평소 자신을 향해 특별한 마음에 품고 있던 대학 친구 간타를 부르게 되고, 간타에게 여인의 시체 처리를 부탁한다.
이에 간타는 닷쿠와 보안선배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이렇게 이 사건에 닷쿠와 보안선배가 얽히게 된다. 결국 경찰에게서도 미궁에 빠진 사건 해결을 위해 닷쿠와 보안선배, 그리고 다카치는 사건의 재구성에 들어가며 사건에 접근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그들은 놀라운 진실에 가까워지게 되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대학생들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수단은 논리와 추정(아니 공상이 맞을 수도.)을 통해서다. 마치 안락의자에 앉아 사건의 진실을 훤히 꿰뚫는 ‘안락의자탐정’의 전형적 모습을 보인다.
논리적 토론을 통해 진실을 접근해 나가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게다가 중간중간 예기치 않았던 사건들이 끼어들게 됨으로 흥미진진하게 소설은 진행된다. <닷쿠 & 다카치 시리즈> 두 번째 책 『맥주별장의 모험』의 경우, 솔직히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에 비해 <닷쿠 & 다카치 시리즈> 첫 번째 책인 『그녀가 죽은 밤』은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아무튼 『그녀가 죽은 밤』은 니시자와 야스히코란 작가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