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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를 읽었다. 2010년 작품으로 2013년에 번역 출간된 소설이다. 마침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직후에 읽으며 묘한 느낌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이 스키 선수이며 그 배경이 스키장이기 때문이다.
히다 히로마사는 올림픽에도 출전한 스키선수다. 스키란 종목이 세계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기에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스키선수인 히다 히로마사. 그의 딸 카자미 역시 이제 어느덧 일본을 대표할 스키선수가 되었다. 히다 히로마사에겐 남에게 밝히지 못할 비밀이 있다.
바로 딸 카자미가 친딸이 아니라는 것. 사실 히다 히로마사 역시 친딸이 아니란 걸 몰랐다. 자신의 아내가 딸을 낳았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던가. 딸이 아직 어렸을 때, 아내가 자살한 후, 아내의 소지품에서 발견한 쪽지 한 장이 히다 히로마사를 뒤흔든다. 그건 바로 어느 병원에서 잃어버린 신생아에 대한 철 지난 기사였다. 그런데, 바로 그 시기에 딸이 태어났다. 히로마사는 경기로 인해 오랫동안 외국에 있었기에 아내의 임신과정과 출산을 보지 못했다. 이에 아내가 다니던 병원에 찾아가보니, 아내는 아기를 낳은 적이 없단다. 결국 자신의 딸은 아내가 어디에선가 훔쳐온 아이라는 것.
이런 비밀을 감추고 있던 히로마사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기사 속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던 그 사람이 히로마사를 찾아온 것. 만남 이후 우연치 않게 그 사람은 버스 사고로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지기에 이른다. 과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소설은 스키 선수인 히다 카자미의 진짜 엄마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 일을 히로마사와 또 한편으로는 유즈키라는 사람이 추적한다. 유즈키는 카자미가 소속된 회사의 직원이자 유전자를 통해 스포츠에 적성이 있는 인재를 발견하고 초기에 최적의 지도를 함으로 우수한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로, 소설 속에서 탐정 역할을 하게 된다.
어쩌면, 카자미의 엄마는 이미 밝혀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소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진짜 엄마가 누구인지를 찾는 작업이 흥미진진하며, 아울러 자신의 딸에게 자신이 친 아버지가 아님을 밝혀야만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가슴 먹먹하게 한다.
소설을 읽으며, 누가 과연 진짜 부모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낳은 부모인가? 기른 부모인가? 물론, 둘 다일 게다. 사실 유괴의 상황이 아니라면 기른 부모가 진짜 부모가 아닐까? 하지만, 그 부모가 자신을 유괴한 것이라면? 여기에 고민의 이유가 있다. 남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아놓고 기르게 한다는 뻐꾸기. 다른 알보다 먼저 세상에 나와 다른 알들을 모두 둥지에서 떨어뜨려 깨뜨려 버리고 홀로 사랑을 받고 자란다는 ‘뻐꾸기 알’. 조금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아내에 의해 자신의 딸이 되어버린 딸과 아빠. 과연 ‘뻐꾸기 알’은 누구의 딸일까?
또 하나 중요한 주제는 재능이 우선인지 꿈이 우선인지에 대한 것. 소설 속 유즈키 요스케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각기 스포츠 종목을 잘 할 수밖에 없는 재능을 가진 패턴의 소유자들을 찾는다. 소설 속, 히다 카자미가 그렇고, 또 한 소년 도리고에 신고라는 학생이 그렇다.
도리고에 신고의 경우는 중장거리 달리기나 크로스컨트리와 같은 경기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패턴의 소유자다. 그래서 신고를 스카우트하여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시킨다. 그의 아버지를 취직시켜주는 조건으로 말이다. 하지만, 정작 신고는 크로스컨트리가 좋아지지 않는다. 훈련을 할수록 엄청나게 빠른 발전을 보이지만, 당사자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신고는 음악을 하고 싶다. 비록 음악에 재능이 없을 지라도 말이다. 과연 신고는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 재능이 우선일까? 꿈이 우선일까?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 행복할까?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행복할까?
당연히 잘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잘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행복한 것임을 소설은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