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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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예지몽은 작가의 시리즈 작품 가운데 하나인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2000년 작품으로 2009년 도서출판 재인을 통해 소개된 작품이다.

 

전편 탐정 갈릴레오처럼, 5편의 단편연작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사건을 경찰청 수사 1과 소속 구사나기 형사와 구사나기의 대학동창이자 물리학과 교수인 유가와 교수가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구사나기 형사가 풀리지 않는 사건을 친구인 유가와에게 의뢰하면, 유가와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갈릴레오 탐정은 바로 유가와 교수다.

 

이번 다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신비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건들이다. 꿈에서 본 소녀는 십여 년 전 운명의 짝을 꿈을 통해 알게 되고, 그 소녀의 이름을 노트에 적어가며 운명의 짝을 기다리다 결국 만나게 된 총각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꿈에서 본 소녀를 드디어 만나게 된 총각은 소녀의 주변을 맴돌지만 도리어 스토커로 오해받게 된다. 소녀의 방에 침입했다 악질 스토커가 되어버린다. 과연 총각은 정말 십여 년 전에 이 소녀에 대해 꿈을 꿨던 걸까? 총각은 소녀가 초청장을 보냈다 하는데, 자작극일까, 아님 정말 소녀가 보낸 걸까?

 

영을 보다는 죽은 애인의 영을 보게 된 이야기다. 남자는 애인과 헤어진 후,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애인이 그 집 앞에 나타난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시간 애인은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했다. 과연 정말 죽은 애인의 영이 자신을 찾아왔던 걸까?

 

떠드는 영혼은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는 집이 등장한다. 성실하기만 한 남편이 어느 날 실종되었다. 결국 실종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에 가보니, 그 집 주인 할머니는 남편이 사라진 날 죽었고, 그곳에는 할머니의 조카 부부와 친구 부부가 살고 있다. 이 수상쩍은 네 사람을 조사하기 위해 그곳을 몰래 찾은 여인은 집이 악귀에 붙잡혀 흔들리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혹시 남편이 살해되고 그 영혼이 원한을 품고 집을 뒤흔들고 있는 걸까?

 

그녀의 알리바이는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 가운데 신비주의적 분위기가 가장 약한 사건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남편이 상당한 액수의 빌려준 돈을 받게 되었다며 집을 나선다. 하지만, 그 다음날 남편은 호텔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누군가에 의한 교살당한 시체로.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알리바이를 조사하는데, 모두 알리바이가 있다. 처음엔 아내의 알리바이가 의심스러웠지만, 아내 역시 확실한 알리바이가 밝혀졌다. 대신 딸의 증언에 의하면 사건이 있기 전, 공장에서 도깨비불을 봤다고 하는데, 정말 도깨비의 소행처럼 모두의 알리바이가 확실하다. 과연 범인은 도깨비인 걸까? 이 단편은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하는 내용이다(두 번째 이야기인 영을 보다역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한다.).

 

마지막, 예지몽은 불륜관계에 있던 여인이 자신의 애인을 협박하며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내용이다. 애인의 집 앞 건너편에 이사 온 여인은 애인에게 이런 요구를 한다. 아내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고 이혼할 것을 말이다.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결국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마주보이는 방에서 자살을 한다. 애인 바로 눈앞에서. 그런데, 주변탐문조사결과 남자 옆집 소녀 역시 그 장면을 봤단다. 하지만, 그 날짜는 사건이 일어나기 사흘 전이다. 소녀는 앞으로 일어날 자살 소동을 이미 꿈을 통해 본 것이다. 정말 소녀는 미래를 보는 예지몽을 꿨던 걸까?

 

이렇게 다섯 편의 사건들이 모두 신비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을 물리학 교수인 유가와 교수, 일명 갈릴레오 탐정이 사건 이면의 진실을 밝혀낸다. 모든 신비한 사건들 뒤에는 놀랍게도 합리적인 근거,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그 근거를 밝혀내면 의외의 진리가 드러나게 된다.

 

소설은 이런 의외의 진리를 만나는 희열이 있다. 결국 모든 사건들은 신비한 현상들이 아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책의 오른쪽 페이지 하단엔 페이지 숫자 옆에 각 장의 제목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당연히 마지막 이야기 예지몽부분에서는 오른쪽 페이지 하단에 “5장 예지몽이라 찍혀 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만 “5장 미래를 아는 아이라 찍혀 있다. 그 앞까지는 모두 “5장 예지몽이라 찍혀 있는데, 마지막 페이지만 뜬금없는 오타가 나온 걸까? 아님 소설 텍스트 외적인 요소로 텍스트의 내용을 보강하는 의도적 편집인 걸까?

 

신비한 사건들, 초자연적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귀명하고 그 뒤에 감춰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들이지만, 결국엔 과학이 증명해 낼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 실재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결말을 맺으려는 작가의 의도적 오타, 편집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튼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두 번째 책 예지몽은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갈릴레오 탐정 유가와 마나부의 매력이 가득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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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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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강렬하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책 제목처럼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든다. 솔직히 책은 읽기에 친절하진 않았다. 글이 어렵지 않은 듯 싶다가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중심을 놓치곤 한다(이는 글을 읽는 나의 부족함과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고, 책의 전개 자체가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저자 스스로는 알기 쉬운 언어로 해설하고 설명한다고 말하지만 실상 그리 쉬운 내용은 아니다(이는 어쩌면 번역의 한계일 수도 있겠고, 저자의 글쓰기의 스타일일 수도 있으며, 또는 저자의 깊은 지적 수준에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간혹 주제에서 벗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내용들을 심심찮게 만나기도 한다. 이는 이 책이 저자의 실제 강의를 정리한 것이기 때문일 게다(책은 저자가 은퇴하기 전 마지막 강의 내용이다.). 책 속에서 저자 스스로 말하고 있듯, 저자는 강의를 꼼꼼하게 작성된 강의안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란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준비 없이(?, 아무런 준비 없이는 아닐 게다. 강의안이 없이 그때그때의 영감에 상당부분 의존한다는 의미일 게다.) 진행함으로 도리어 강의를 하는 본인 스스로도 놀랄 흥미로운 내용들을 만나게 된단다. 이런 게 어쩌면 저자가 책 속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텍스트가 먼저이고 작가가 다음이란 것과 일맥상통한 접근일지 모르겠다. 이런 시도는 언어가 언어를 낳고, 언어가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단지, 단점은 이로 인해 때론 중구난방 횡설수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아닐까(사실 내 리뷰가 횡성수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책을 그냥 덮어버리기엔 찝찝하다. 여전히 뭔가 꼭 알아야만 할 가르침이 담겨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짙은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보물이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대 때문이다. 아울러 주제에서 벗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내용들이라 할지라도 저자의 깊은 인문학적 소양이 오롯이 담겨 있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곁가지로 빠진 글들조차 귀하게 느껴져 읽고 소화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아울러 결국엔 이런 곁가지의 주제들조차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갖춰야 할 소양일 테니 말이다.).

 

책을 읽어갈수록 뭔가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알게 되는 느낌이 들면서도 여전히 명확하진 않다(내 부족함 때문일 수도 있겠고, 저자의 가르침의 방법의 한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희미하다고 해서 그저 포기하기엔 아까운 뭔가가 여전히 있다. 그래서 끝까지 읽는데 제법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몇 날을 조금씩 읽었다.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라는 부제답게 책은 혼을 담아내는 글쓰기에 대해 이런 저런 내용들을 전하고 있다. 설명하는 힘에 대해. 독자에 대한 경의와 사랑에 대해. ‘바보의 벽(적당주의)’ 글쓰기의 함정에 대해. 자기 내면을 향해 잠수해감으로 닿게 되는 손이 닿지 않은 광맥과의 만남에 대해. ‘읽고 있는 나다 읽은 나의 만남에 대해. 애너그램에 대해. 내가 있는 자리에서 밖으로 나와 바깥에서 외부의 시선으로 보는 능력, 그 글쓰기에 대해. 에크리튀르에 대해. ‘액자의 틀인 메타 메시지에 대해. 타자와의 가상적인 동일화에 대해. 등등. 이런 다양한 내용들을 말하며, 혼이 담긴 글쓰기(창조적인 언어활동)는 어떻게 가능한지, 생성적인 언어란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혼을 담는 글쓰기울림이 있는 언어’, ‘전해지는 언어’, ‘신체에 닿는 언어로의 글쓰기다. 그럼 이런 언어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혼에서 나온 언어’, ‘산 것에서 태어난 언어. 이것은 언어를 경유해서는 건넬 수 없는결여의 양태로, 아무리 해도 그것에 대해 직접 이야기할 수 없는불능의 양태로 전해진다고 저자는 결론 내린다. 여전히 어렵다. 아리송하다. 알 것 같은데, 확연하진 않다.

 

어쩜, 저자는 이것을 노린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번 읽은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럼 혹시 손이 닿지 않은 광맥을 만나게 될지 모르고, 그 광맥이 공급하는 울림이 있는 언어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모를 뿐 이미 저자의 글을 통해 그런 광맥에 가까이 다가갔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의 간격을 둔 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가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었던 것도 소소한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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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귀신 가족 아이앤북 창작동화 44
원유순 지음, 주미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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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순 작가의 신작 동화 바퀴 귀신 가족은 우리에게 각자 재능의 차이를 인정하라고 말해줍니다. 각자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누군가에게 어떤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동화 속 주인공 시우에게 그것은 바로 자전거 타기입니다.

 

시우 네 아빠는 자전거포 사장님입니다. 자전거 천국이라 불리는 양평에서 자전거를 빌려주기도 하고, 수리도 하고, 판매도 하는 <바퀴 귀신>이란 이름의 자전거포를 운영합니다. 어느 날 시우 아빠는 자전거 가족 달리기 대회에 온가족이 함께 출전하려 합니다. 우승하면 가게를 홍보할 수 있겠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빠 계획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은 다름 아닌 시우랍니다.

   

 

시우는 아무리 해도 자전거를 타지 못합니다. 마치 자전거 귀신이 있어 자신을 거부하는 것처럼 자전거만 타면 넘어집니다. 심지어 아빠가 보조바퀴를 달아준 네 발 자전거를 타도 넘어집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시우에겐 일어납니다.

 

세상에는 말이 되는 일만 생기는 건 아니다. 자전거포 아들이 자전거를 못 타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아니 자전거라면 끔찍하게 치를 떠는 일도 생기는 법이다.(16)

 

대회에 나가기로 한 시우 가족은 시우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시우는 가족의 골칫거리가 된 겁니다. 자전거를 못 탄다는 것이 골칫거리가 된다니 어째 이상하지만, 상황은 그렇습니다. 바로 이걸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골칫거리가 돼서는 안 되는 일이 골칫거리가 되는 상황이 사실 문제인 겁니다. 물론 시우가 노력하고 노력해서 결국엔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된다면 좋겠죠.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도 있게 마련입니다. 나는 할 수 있는데, 너는 왜 못하냐며 타박해선 안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니 말입니다. 작가는 바로 이걸 동화를 통해 들려줍니다.

 

결국 가족들은 시우를 자전거 가족 달리기 대회에서 제외시킵니다. 함께 하면 좋지만, 아무래도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거죠. 시우는 이제 자신을 괴롭히는 자전거 타기에서 해방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쪽이 서운하고, 허전합니다. 정말 시우는 자전거 가족 달리기 대회에서 혼자 제외되는 걸까요?

  

  

동화를 통해, 포기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야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안되는 게 있다면, 고집을 내려놓고 내가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럴 때, 포기는 또 다른 시작이 됩니다. 포기는 어쩌면,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고, 그걸 해내는 출발이 됩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걸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선택만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못하는 것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못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잘하는 것에 집중함으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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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
정규웅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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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가부터 복고 마케팅에 먹혀드는 1인이 되었다. 드라마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리고 슈가맨을 찾는 프로그램도 어쩐지 공감하는 내 모습. 여행지에서 옛 교복이라도 만나게 되면 아이들에게 내가 마지막 교복세대였노라 말하며 옛 추억에 한껏 젖어들기도 한다. 문방구에서 팔던 불량식품을 만나면 반갑고 말이다. 누군가는 이를 추억팔이 상품이나 추억팔이 문화라 폄하할 수도 있겠다. 또 누군가는 삶이 피폐해지거나 팍팍할수록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는 식으로 분석 평가할 수도 있겠다.

 

, 어쩜 그런 분석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 삶이 팍팍해서일 수도 있고, 어쩜 단순히 이젠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언제나 추억은 고유한 힘이 있었다. 어린 시절 흑백 tv로 타잔을 보던 때를 떠올리며 행복한 회상을 하는 건 단순히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만은 아닐 게다. 지금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던 시대였지만,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은 우리에겐 행복을 선물한다. ? 과거의 추억은 언제나 그립고 정겨운 느낌을 갖게 하는 때문 아닐까? 정작 과거에 그리 행복한 건 차치하고 말이다.

 

여기 문학계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이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책장을 펼치는 시간 여행이 될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80년대 문학계의 인물들을 알아가는 귀한 만남의 기회가 될 것이다.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인물들, 그래서 다소 그들의 글과 함께 텍스트 속에 갇혀 있던 인물들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야기로 새롭게 만난다는 게 좋았다. 80년대 끝자락에 했던 대학생활을 떠오르게 하는 만남도 있어 추억에 젖기도 했고. 우리 문학계의 어른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책을 통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삶, 애환, 고민, 방황, 그리고 기행 등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문학계 어른들의 소소한 흠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물론, 요즘 문학계를 강타한 추태(범죄) 때문에 이런 재미가 반감된바 역시 없진 않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문학계의 거성들을 알게 되는 행복이 있었다. 물론, 문학이 때론 정치권력에 기생하기도 하고, 그 스스로가 하나의 권력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책을 통해, 몇몇 매력적인 인물들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그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은 그런 몇몇 분들을 만나는 행복이 있다. 때론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경우라 할지라도 인간적으로 멋스러운 삶의 자락들을 발견하게 된 분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는 것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다.

 

저자는 80년대 뿐 아니라, 이미 60년대, 70년대에 대한 동일한 작업을 했다고 한다(글동네에서 생긴 일, 글 속 풍경, 풍경 속 사람들). 그런 작업들에도 관심이 간다. 이는 소소한 이야기이면서도 그 자체가 한국 문학계의 소중한 역사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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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 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
쓰지무라 나나코 지음, 박수현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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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이란 제목의 소설. 책은 소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에 깃든 사람들의 마음속 수수께끼를 멋지게 풀어내는 주얼리 미스터리!!

 

주얼리 미스터리’, 색다른 장르(?).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모두 보석과 연관된 이야기다. 보석에 얽힌 사연들, 그 사연의 주인공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들이다.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먼저, 보석상의 아르바이트생인 나카타 세기가 로 등장한다. 세기는 일명 정의의 사도(이름 자체가 정의란 뜻을 가진 이름.). 그런 세기는 성실하고 정직하며, 불의를 외면하지 못하는 진정한 정의의 사도.

 

게다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을 가졌다.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게 생긴 보석상 리처드의 아름다움에 반하기도 한다(물론, 아름다움에 순수하게 반하는 것이지만, 이로 인해 동성애자, 연인이라는 주변의 오해를 받기도 하고, 리처드 씨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세기는 무엇보다 보석의 아름다움을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재능이 있다. 보석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본능적으로 보석의 진가가 무엇인지를 알아채는 눈이 있다.

 

이런 세기의 단점은 눈치가 없다는 점. 순수함이 아름다움을 보는 원천이라면, 이 순수함은 다른 방향으로는 아둔함이 되기도 한다. 솔직한 영혼의 소유자인데, 이 솔직함이 누군가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작 자신은 그런 줄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런 성격, 캐릭터가 소설에 재미를 더해준다.

 

또 한 주인공인 보석상 주인 리처드는 스리랑카 계 영국인으로 엄청난 외모를 가진 사내다. 누구라도 그 아름다움에 넋을 놓을 그런 외모의 소유자인 리처드는 일본인보다 일본어를 더 잘하는 묘한 사내다. 일본어 뿐 아니라 수많은 언어를 술술 하는 캐릭터인데, 정작 자신은 여전히 일본사람이 아니기에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척 하는 사내이기도 하다.

 

이 둘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재미나다.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보석에 얽힌 사연들을 좇아가는 이야기다. 솔직히 미스터리라고 부리기엔 조금 의아한 생각도 든다. 이게 왜 미스터리지? 싶은 생각. 그럼에도 소설을 읽는 가운데 묘한 분위기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이번 보석에는 과연 어떤 사연들이 담겨 있을까 궁금해 하게도 되고, 그 사연들을 만나는 것이 마치 오리무중의 사건을 명탐정이 추리하며 해결해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묘한 유머코드로 소설을 읽는 도중 한참을 웃게 만들기도 한다. 보석에 담겨진 사연들이 먹먹한 감정에 젖어들게도 하고.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보석상이 감정해내는 보석 속에 얽힌 사연의 감정에 쉽게 빠져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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