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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소년 보고서 ㅣ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22
윤해연 지음, 박현주 그림 / 리틀씨앤톡 / 2021년 6월
평점 :
요즘 심심찮게 UFO에 대한 목격담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외계인이 정말 있는 걸까요? 만약에 있다면 그들을 만날 수도 있는 걸까요? 만약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런 질문에서부터 윤해연 작가의 장편동화 『지구 소년 보고서』는 시작됩니다.
이 동화는 제목처럼 지구 소년 도윤이 자신의 삶이 외계인들에게 보내는 지구인들의 삶의 대한 보고서입니다. 그것도 아파트보다는 연립주택이 더 많은 별 볼 일 없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삶에 대한 보고서랍니다.
동화 속에는 세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공부보다는 노는 것을 더 좋아하고, 학원은 패스하여 시간이 남아도는 하도윤. 십여 개의 학원에 다니며 학업에 짓눌려 있기에 그 분출구로 외계인을 만나길 소망하는 윤이나. 불치병을 안고 열락사라는 작은 절에서 살게 된 까까머리 땡중 나도야. 이렇게 세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우정 이야기가 장편동화 『지구 소년 보고서』입니다.

항상 밝고 누구와도 거침없이 관계를 트는 나도야, 자신은 화성에서 왔노라고 떠벌리는 나도야, 남들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으며 거침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영혼처럼 보이는 나도야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깊은 슬픔을 안고 있습니다. 불치병에 앓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나도야는 외삼촌인 휴 스님에게 와서 살게 되는데, 어쩌면 삶의 마지막 순간일 수 있는 시기에 도윤과 이나를 만나면서 다시 소망을 품게 됩니다. 어쩌면 여전히 절망할 수밖에 없는 황당한 소망일지 모르지만 외계인을 초청하여 만나게 된다는 꿈을 꾸게 되는 겁니다. 물론 도야가 진짜 꿈꾸는 소망은 다른 것이겠죠. 아마도 건강한 삶, 친구와 더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갈 그 소중한 시간을 꿈꾸는 것 아닐까요?

언제나 똑똑한 이나, 모든 면에 뛰어난 소녀 윤이나 역시 소망이 있습니다. 그건 안드로메다 행성에 가는 거죠. 어쩌면 이나는 자신 앞에 놓인 공부의 굴레를 벗어날 용기는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여전히 가슴 한쪽에 감추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제 더 치열한 공부전쟁터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 이나는 입시에 눌린 아이들을 대표합니다.
반면, 도윤은 뭐 하나 뛰어난 것이 없는 평범한 소년입니다. 남들 앞에 잘 나서지도 못하는 성격, 하지만, 공부는 잠시 뒤로 미루고 마음껏 노는 인생을 택한 소년.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아이가 같은 꿈을 품고 나아가는 모습이 가슴을 적십니다. 이들이 꿈꾸는 것은 이뤄질 수 없는 꿈만 같아 먹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꿈을 품고 나아갈 때, 어쩌면 절대 이뤄질 것 같지 않은 꿈이라 할지라도 시도하다보면 이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웰컴 투 지구.”
도야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데시벨 20 정도의 크기였다. 시계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그 정도라고 하니까 아마도 맞을 거다.
외계인이 우리 초대를 받아들일 확률은 몇 천조의 1도 안 될 것이다. 아마도 20년 동안 우주선을 만들고 10년 동안 항해를 해서 만나고 오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믿고 있다. 많은 확률과 통계 같은 수의 법칙들이 무시된 채, 기다리는 사람들의 바람이 미지의 존재에게 다가가는 그 순간을 말이다.(151쪽)

과연 아이들은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까? 외계인을 만나게 되면 이들은 외계인에게 무슨 말을 하게 될까요? 어쩌면 오늘 우리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동화는 묻는 것만 같습니다.
여기에 소림사에서 쌍절곤을 배웠다는 쌍절곤 고수 휴 스님 역시 동화 속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 역할입니다. 이런 멋진 어른이 아이들에겐 필요한데 말입니다.
동화를 읽으며 어쩐지 먹먹했답니다. 우리 아이들 역시 벌써부터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고 있음에 말입니다. 아이들의 운명이 어쩌면 벌써부터 정해진 것만 같아 답답하기도 했고요.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아 애처롭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외계인들을 초청하고 만날 것이란 꿈을 꾸는 아이들, 그처럼 꿈을 꾸는 한 아이들의 삶은 전혀 다른 운명과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게 하는 그런 동화였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