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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의 윤무곡 ㅣ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7월
평점 :
나카야마 시치리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를 통해서다. 그 뒤로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 읽고, 새롭게 출간되는 작품들은 나오는 대로 거의 읽고 있다(물론,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이 몇 권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작가의 여러 시리즈 가운데 특별히 재미난 시리즈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제일 윗자리에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를 당연히 올려놓을 듯싶다. 물론, 여타 시리즈나 다른 작품들도 재미난 작품들이 많지만,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는 조금 묘한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 미코시바 레이지의 특별한 전력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번째 책이 『악덕의 윤무곡』인데, 책을 구입해 놓고 제법 묵혔다. 이제는 제법 묵은 지가 되어버린 책을 꺼내 읽었다.
평판은 최악이지만 실력은 최강인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그의 평판이 더 최악으로 내달리게 된 것은 3권인 『은수의 레퀴엠』에서 미코시바 레이지의 감춰둔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물론 독자들은 1권부터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의 정체는 바로 전국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악명 높은 ‘시체 배달부 소년’이 바로 그였던 것. 이름을 바꾸고 변호사로 신분 세탁(?)을 한 미코시바, 그에게 또 다른 사건이 찾아온다.
3권 『은수의 레퀴엠』에서는 그가 심적 아버지로 여기던 소년원 교도관이었던 이나미가 살인용의자가 되어 그를 변호했다면, 이번엔 진짜 혈육의 어머니다. 물론, 미코시바가 벌인(정확하게는 신이치로가 벌인 살인이지만.) 사건 이후로 서로 관계를 끊었던 어머니이지만, 그런 어머니가 재혼한 남편의 살인 용의자로 붙잡힌 것. 역시 관계를 끊고 살던 미코시바의 여동생에 의해 이 사건을 의뢰받게 된다.
소설은 미코시바의 어머니가 남편을 죽이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니 독자들은 미코시바의 어머니가 남편을 죽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자신을 변호해주는 아들 미코시바에게 어머니는 끝내 자신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렇게 ‘부인’ 사건을 의뢰받았기에 미코시바는 형을 줄이는 것이 아닌 무죄를 목표로 변호해야만 하는데, 과연 미코시바는 남편 살해 용의자로 붙잡힌 어머니의 무죄를 증명(?)해 낼 수 있을까? 아무리 실력 최강의 불량 변호사라 할지라도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번 소설 역시 ‘대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작가답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를 조금 한다면, 이 반전은 바로 서술트릭을 통해 독자들을 속였기에 가능한 반전이다.
소설 속에서 모자가 모두 살해자로(또는 살인 용의자로) 등장하기 때문에 범죄성향이 과연 유전되는가 하는 질문을 소설은 제기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모노아민 산화효소 A(줄여 MAO-A)를 근거로 들며 접근하고 있다. 공격적 성향에 영향을 끼친다는 유전자, 과연 그러한 유전자로 인해 범죄성향은 유전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시체 배달부 소년’인 신이치로의 살인은 그의 어머니에게서 성향을 이어받은 것일까? 이런 이론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선 미코시바의 어머니는 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냉혹한 살인자인 걸까?
이번 작품은 사회파 소설의 묵직함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모자지간의 관계가 주목할 대상이 된다. 서로 관계를 끊고 살아가는 모자. 그런데, 정말 그 관계가 끊어질 수 있는 것일까? 혹 둘 사이에 미코시바가 알지 못할 사연은 없는 걸까? 평판 최악의 불량변호사의 애써 감추고 누르는 인간미가 살짝 살짝 엿보이는 것 또한 이번 작품의 재미 가운데 하나다. 이 작품이 시리즈의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다섯 번째 소설이 계획 중이란다. 다섯 번째 작품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