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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유머 미스터리”의 대가라고 불리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팬들이 제법 많으리라 여겨진다. 나 역시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소설을 처음 만나고 그 매력에 빠져 작가의 책들을 일일이 찾아 읽었던 기억이다.
작가의 <이키가와 시 시리즈>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시리즈가 대표적 시리즈인데, 그 외에 작가의 작품 가운데 머릿속에 남아 있던 소설 가운데 하나가 『저택섬』이란 소설이다. 제법 오랫동안 신작을 만나지 못했던 작가의 새로운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참 반가웠다. 제목은 『속임수의 섬』, 소설의 제목을 접하는 순간 떠올랐던 것이 작가의 『저택섬』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소설은 정말 연관이 있다. 이 소설 『속임수의 섬』이 다름 아닌 『저택섬』의 속편이었던 것, 『저택섬』 사건이 벌어진지 20여년이 지난 시점이 『속임수의 섬』의 배경이다. 섬이 위치한 자리 역시 『저택섬』에서 사건이 벌어졌던 그 섬과 멀지 않다.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니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 소설이다. 아울러, 독특한 건물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떠올리게 된다. 전작 『저택섬』과 마찬가지로 작가 역시 소설 속에서 관 시리즈를 언급한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변호사 아버지를 대신하여 사이다이지 출판 그룹의 유산상속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젊은 변호사 야노 사야카는 사이다이지 가문의 별장이 있는 비탈섬으로 향한다. 항구에서 처음 만난 수상한 느낌의 스님과 스스로 명탐정이라는 사내 고바야카와 다카오, 그리고 죽은 고로 사장의 조카 쓰루오카 가즈야와 함께 말이다.
이들이 비탈섬으로 향하는 이유는 죽은 고로 사장의 유언에 따라서다. 자신의 재산 분배에 대한 유언을 듣기 위해서는 사장의 세 자녀와 누이동생, 그리고 조카가 반드시 모여야만 한다. 이렇게 종적이 묘연했던 조카를 찾는 일에 탐정이 투입되고, 탐정은 이 일을 완수하여 비탈섬으로 향한 것. 이제 유언장이 공개되고, 그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 원하던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심지어 건달 같은 조카 쓰루오카 가즈야마저. 그런데, 태풍으로 고립된 비탈섬에서의 첫날 밤 한 사람이 살해되고 만다. 가장 범인으로 적합할 것만 같은 쓰루오카 가즈야가 말이다. 그 뒤로도 스님이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과연 고립된 비탈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자칭 명탐정 고바야카와 다카오는 미모의 젊은 변호사인 야노 사야카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어떤 진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소설은 전작인 『저택섬』과 유사한 점이 제법 많다.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점, 그리고 그 사건에 모인 구성원들은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의 당사자들과 여기에 몇몇 인물이 더해졌다는 점, 무엇보다 저택 자체에 비밀이 담겨 있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 게다가 『저택섬』 당시의 명탐정과 형사의 아들이 이번에 명탐정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저택섬』을 읽고 후편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채워졌다. 다음번엔 고바야카와 다카오와 어머니가 함께 활약하는 작품이 나온다면 좋겠다. 여기에 더하여 야노 사야카와도 뭔가 관계가 진행되면 좋겠고. 아니 무엇보다 작가의 창작 활동이 더 왕성해지길 기대해본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유머러스한 분위기, 하지만, 촘촘한 신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본격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