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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유효기간 ㅣ 작은거인 57
박현숙 지음, 손지희 그림 / 국민서관 / 2022년 2월
평점 :
어느 날 오용삼은 “다모여서” 카페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이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밑에 달린 댓글 하나가 용삼의 눈길을 붙잡게 됩니다. 바로 “저는 이제 유효기간이 다 된 것 같습니다.ㅠㅠ”란 내용의 댓글이었답니다. “인내”란 아이디가 남긴 그 글이 용삼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사람에게 무슨 유효기간이 있는 걸까? 코웃음이 나왔지만, 혹시 이 글이 죽음을 예고하는 것이라면? 용삼은 자신과 같은 이름의 박사에게 달린 이 댓글에 괜한 도의적 책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사람이 생을 포기하지 않게 하려고 친구 강재와 지혜를 맞댑니다.
그런데, 사실 용삼과 강재, 그리고 영민, 이렇게 절친이던 “숏다리 삼총사”에게도 유효기간이 끝나갑니다. 모두가 숏다리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친해졌던 세 친구, 그런데, 언젠가부터 강재와 용삼의 키가 쑥쑥 크면서 숏다리가 아니게 됩니다. 여전히 숏다리인 영민은 대신 갑자기 공부의 신이 된 걸까요? 전교1등을 하게 되는 모범생이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에 “숏다리 삼총사”의 유효기간이 끝나만 가는데, 여기에 또 하나의 요소가 유효기간을 앞당기게 만듭니다. 강재가 여친을 사귀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의 어머니와 영민의 어머니가 아주 친하답니다. 그래서 이성교제를 감추기 위해선 영민에게서 멀어져야만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숏다리 삼총사”의 관계는 유효기간이 끝나버리고 마는 걸까요?
동화는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합니다. 친구와의 관계, 이성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여기에 더하여 얼굴도 알지 못하는 랜선 속에서의 관계 까지 말입니다. 특히 랜선 속 관계의 선한 부분이 두드러집니다. 얼굴도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상대를 향해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그런 모습을 통해 랜선 속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답니다.
관계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그 위기를 넘어가 다시 돈독해지는 그런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동화를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말합니다. 사람은 음식과 다르다고 말입니다. 음식은 상하면 버리게 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말입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온도가 달라진 순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마음의 온도를 높여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고, 비록 마음의 온도가 조금 낮아진다 하지라도 그 관계를 내다 버려야 할 것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비록 온도가 낮아져도 여전히 그 관계는 이어진다는 것을 동화를 통해 들려줍니다. 물론,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그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함도 알려주고 말입니다.
오늘 우리 삶 속에선 또 어떤 관계의 유효기간이 간당간당 위기에 놓여 있는지도 돌아보게 됩니다.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방법, 그것은 상대의 싫은 점, 단점을 찾기보다는 좋은 점을 자꾸 떠올리는 것임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울러 많은 경우 오해가 마음의 온도를 식히게 된다는 것도 말입니다. 소중한 이들과의 유효기간이 결코 끝나지 않길 소망해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