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창 탐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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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란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이 불과 몇 년 전인데, 어느덧 그의 작품을 30여권은 읽은 듯싶다.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생산 능력은 대단하다. 그 동안 참 많은 시리즈를 만났다. 이제 또 하나의 새로운 시리즈를 만나게 되었다. 그전의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느낌의 작품이다.

 

미쓰기는 상속 감정사다. 묘한 직업이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많아지면서, 변호사와 법무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유족들의 상속을 돕는 업무를 본다. 그런 미쓰기는 이번에 혼조 그룹의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남게 된 유족들을 위해 혼조가문으로 향하게 된다. 외딴 시골에 있는 저택. 그런데, 말이 가문이고 기업이지, 이미 가세가 기울어가는 가문과 회사, 그럼에도 재벌의 습성과 존심은 남아 있는 가문이다.

 

아랫도리 놀리는 일을 자신의 일생일대의 사명으로 알고 살아가는 장남, 모든 것에 염세적인 차남, 그나마 자신이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하지만 어딘지 미덥지 못한 삼남, 장애아를 낳고 쫓겨나 처가에 빌붙어 살고 있는 막내 딸, 이렇게 남겨진 자들은 어차피 기울어가는 가문의 유산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미쓰기는 이들이 소유한 산에서 엄청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벌목사업으로 일어나 사양길에 들어서 벌목사업으로 인해 넘어진 회사, 그리고 그 산인데, 바로 그곳 지하에 엄청난 지하자원이 매설되어 있음을 알게 된 것. 이를 조사에 맡기게 되고, 이를 중간보고로 유족들에게 들려주게 된다. 가문의 기업이 다 끝나버린 줄만 알았던 그들은 또 다른 엄청난 횡재와 기회 앞에 각기 그들만의 광기를 품게 된다.

 

이렇게 이 가문의 비극이 시작된다. 첫째 아들 부부가 창고에서 불탄 시체로 발견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다음엔 둘째 아들이 물레방앗간에서 목매단 시체로 발견되고, 또 그 다음엔 셋째 아들이 폭포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과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바로 이 일을 상속감정사 미쓰기가 해결에 나서게 된다. 아니 정확하게는 미쓰기의 어깨 상처에서 기생하고 있는 인면창이 해결하게 된다. 그렇다. 미쓰기에게는 감춰진 비밀이 있다. 그의 어깨 상처에는 언젠가부터 사람 얼굴형상을 한 괴 생명체가 기생한다. 한 몸이지만 두 인격체를 가진 미쓰기와 인면창. 그런데, 미쓰기는 언제나 인면창에게 괄시를 당하기만 한다. 미쓰기란 사람이 워낙 맹한 모습이고 실제 맹한데 반해, 인면창은 그동안 미쓰기가 접한 다양한 독서량과 정보들을 모두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인면창의 도움을 받아 미쓰기는 사건의 진실을 향해 접근해 나아가게 되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폐쇄된 지역공동체다. 현대를 살아가지만 옛 관습에 묶여 있는 사람들, 철저한 가부장제도가 당연한 곳, 가문의 당주는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세상, 가문의 영화를 위해서라면 구성원의 희생쯤 마땅하게 생각하는 공간, 바로 그런 악마적 공간이 끔찍한 연쇄살인을 낳게 된다. 이런 구시대적 지역공동체를 고발하는 부분은 나카야마 시치리답다. 그럼에도 색다른 느낌의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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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관 - 밀실 살인이 너무 많다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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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대학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경찰 조직의 출셋길에 올라야 마땅한 구로호시 히카루 경감은 현재 38세 미혼으로 출셋길은커녕 시라오카라는 벽촌의 작은 경찰서에서 만년 경감 자리에 만족해야만 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추리소설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밀실 마니아라고 해야 한다. 시골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는 심드렁하다가도 밀실이란 단어만 나오면, 그리고 사건이 밀실이란 사실을 알기만 해도 눈빛이 바뀌는 밀실 마니아다. 아니 사실 밀실 마니아라는 점이 그가 벽촌 시골 만년 경감 자리에 지박령이 되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진짜는 이 없다는 것, 그리고 추리 실력이 꽝이라는 것, 그러니 경감으로서 사건 해결 능력 역시 꽝이다.

 

하지만 구로호시는 오늘도 밀실 사건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런 그를 위해서일까? 저녁 시간이면 잠든 도시가 되어버리는 한적한 시골, 사소한 교통사고 밖에 없던 시골에서 연달아 밀실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이 소설집의 부제는 밀실 살인이 너무 많다.

 

상점 간의 씨름 대회에서 우승한 씨름 왕이 밀실이 된 체육관 안에서 끄나풀들과 뒤풀이를 하는 가운데 살해된 사건. 추리 소설 마니아이자 종합 직물 제조사를 차려 부를 축적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자신의 손자와 함께 밀실이 된 서재에서 이미 오래전 죽어 백골로 발견된 사건. 야쿠자 간에 전쟁을 벌이던 가운데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구입한 셸터, 그 밀실 안에서 회장이 살해된 사건(심지어 이 시체는 나중에 사라지고 만다.). 마치 자신의 추리소설 속 내용처럼 베스트셀러 추리소설작가가 목이 잘린 시체로 밀실 안에서 발견된 사건. 눈 덮인 오래된 일본식 전통 가옥, 발자국 하나 없어 커다란 밀실이 된 그곳(살해된 방 역시 하나의 작은 밀실이 된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수많은 직원들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던 사무실에서 감쪽같이 칼에 찔려 살해된 사장. 운행 시 밖에서 문을 잠그게 되어 있는 리프트 안에서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는 장면이 마주치던 리프트 안에서 목격되었는데, 남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리프트가 도착 시 여자만이 죽은 시체로 발견된 사건.

 

이렇게 7건의 밀실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과연 구로호시 경감은 이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살짝 힌트를 주면 구로호시 경감은 정말 꽝이다. 그저 밀실 사건만 좋아하는 걸로 결론짓자.

 

이 소설집 일곱 개의 관은 구로호시 경감을 주인공으로 벽촌에서 벌어지는 연작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애초에 작가 오리하라 이치의 첫 작품으로 다섯 개의 관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작가의 처녀작인데, 이 작품집에 후에 발표된 두 개의 밀실 사건을 추가하여 일곱 개의 관이 된 것이다.

 

밀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다양한 밀실 사건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언제나 밀실 사건 해결을 꿈꾸는 경감이지만, 그보다 언제나 한 걸음 앞서는 이가 있음도 묘한 재미를 더해준다. 서술트릭의 대가인 작가답게 밀실사건들 역시 그렇다. 사건의 해결을 떠나 진범은 거의 대부분 따로 있다. 이는 소설 속 주인공인 구로호시 경감은 끝내 모르게 되지만, 그 비밀을 구로호시 경감을 따돌리고 독자들만이 알게 된다는 점 역시 특별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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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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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결과물은 하나도 없이 그저 작가가 되길 꿈꾸는 야마모토 야스오는 우여곡절 끝에 엄청난 작품을 써내어 공모하게 된다. 기다리던 신인상 결과를 내심 기대하며 <월간추리> 3월호를 펼치게 되는데, 그만 놀라운 사실과 직면한다. 분명 소설의 제목은 자신의 작품과 같은데, 작가의 이름은 다르다. 야마모토 야스오라 적혀 있어야 할 곳에는 시라토리 쇼란 이름이 적혀 있다. 이에 야마모토는 바로 그가 자신의 작품을 훔친 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날에도, 숨막히는 무더위 속에서도 소설을 쓰기 위해 몸부림치던 야마모토는 어느 날 서점에서 펼쳐든 소설을 통해 엄청난 영감을 얻게 되고, 순식간에 작품을 써내려간다. 그렇게 엄청난 작품이 탄생한다. 악필의 글씨로 채워 넣은 놀라운 작품, 그 작품을 절친인 기도 아키라에게 보여주게 된다. 평소 소설을 잘 읽지 않던 기도조차 너무 재미나게 읽었다며 소설의 워드프로세스로 작업을 자청하게 된다. 친구의 소설 공모를 응원하며 정성을 다해 워드프로세스 작업을 마치고 졸린 상태에서 친구에게 원본과 작업본 모두를 서류 봉투에 넣고 전철을 타게 되는데, 그만 놓고 내리고 만다.

 

한편 일자리를 잃은 나가시마 이치로는 전철에서 이 원고를 줍게 되고, 처음엔 돌려주려 하지만, 그만 소설을 읽어보고는 악마적 욕망에 사로잡힌다. 이 정도의 소설이라면 분명 수상할 것이란 예감과 함께 원고를 자신의 이름으로 공모하자는 욕망에 말이다. , 이를 위해선 원작자가 사라져야 한다. 이렇게 나가시마는 기도를 죽이게 된다. 기도가 야마모토인줄 착각하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살인 사건의 모습 그대로. 그 후 나가시마는 전철 속 여고생이 장난으로 내뱉은 이름 시라토리 쇼란 필명으로 소설을 공모하게 되고. 시라토리 쇼는 결국 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의 신데렐라가 되어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야마모토는 작품도 잃고 친구도 잃게 되고, 자신이 누려야 할 모든 것을 빼앗아 누리고 있는 시라토리에게 복수하기로 작정한다. 이렇게 광기가 펼쳐지게 되는데, 과연 그 결말은 무엇일까?

 

오리하라 이치란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작가의 작품들이 궁금하여 몇몇 권 구해뒀던 것 가운데 이 책 도착의 론도가 처음 만난 작품이다. 먼저, 이 소설은 서술트릭 미스터리 소설이다. 누군가는 서술트릭은 사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재미나면 그만이다. 이 소설, 참 재미나다. 너무 몰입하여 야마모토의 작품을 훔친 녀석을 엄청 미워하며 얼른 해치워!’ 응원하며 읽게 된다.

 

그런데, 서술트릭이다. 작가가 작정하고 속이는데, 속아야만 한다. 그래도 재미나다. 작가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도착 시리즈> 소설을 세 권이나 내놓았다. 다른 작품들도 엄청 궁금하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소설의 재목인 도착의 론도안에 작가는 나름의 힌트를 남겨놓았음을 알게 된다. 서술트릭으로 작정하고 독자들을 속이려 하지만, 그래도 일말의 양심일까? 물론, 이 역시 소설을 다 읽은 다음에야 공감하게 되지만 말이다. 아무튼 재미나다.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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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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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은 ”. 나는 내면에 강하고 어두운 존재 R을 품고 성장했다. 악한 짓조차 서슴지 않고 해치울 수 있는 R이란 존재를. 성장하며 점차 R을 몰아내고 평범하고 따분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나. 그런 나에게 어느 날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궁사건인 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가 다가온다.

 

밀실이 된 집안에서 발견된 일가족의 시신, 부조화스럽게도 아름다운 부인의 알몸의 시신, 그 시신을 장식한 종이학, 그리고 남편과 아들의 시신, 여기에 홀로 수면제를 탄 쥬스를 마시고 벽장 속에서 잠들었다 유일한 생존자로 발견된 어린 딸. 평소 아내의 바람을 의심하며 집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해놓은 가정. 그런데, 어디에도 남편의 출입은 찍히지 않았는데, 직장에 간 남편 역시 시신으로 집안에서 발견되었고, 커다란 어른에게 두들겨 맞은 아들의 시신, 하지만, 성인은커녕 작은 아이조차 출입할 수 없는 밀실화 된 집안.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끝내 미궁사건으로 남게 된 히오키 사건”, 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여성이 에게 접근해오게 되고 둘은 자연스레 관계를 맺는 사이가 된다.

 

변호사를 꿈꾸는(아니 꿈꾸는 척하는) 나는 이렇게 히오키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는 한동안 몰아냈다 여겼던 R이 점차 내면에서 꿈틀거리며 살아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울러 히오키 사건의 놀라운 진상에 접근하게 되는데. 과연 히오키 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나는 이 사건의 진상에서 무엇을 얻게 될까?

 

소설 미궁은 일그러진 가정의 끔찍함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일그러짐이 또 다른 가족의 일그러짐을 낳게 되고, 온통 일그러져버린 가정. 누군가 한 사람이 없어지면 이 이상한 공간은 사라지게 될 수 있다는 묘한 희망을 품어 버린 가정. 어디에라도 있는 평범한 가족이 그들에겐 없었던 먹먹한 가정에서 펼쳐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지게 된다. 가족의 균형이 뒤틀리기 시작하면 그중에서 가장 약한 자에게 그 무게가 고스란히 덮쳐들게 된다는데, 정말 그럴까? 혹시 살아남은 자가 가장 강한 자가 아닐까? 가장 약한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말이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은 처음 접했는데, 묘한 느낌이다. 참혹하고 끔찍한데, 아니 토 나올 정도로 추한 모습 속에 묘한 먹먹함과 아름다움이 감춰져 있다.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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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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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조 대학생 락 밴드 그룹 메이플 리프는 졸업 전 공연을 앞두고 단원 6명 전원이 합숙에 들어간다. 5인조 락 밴드인데, 단원이 6명인 이유는 어쩌다 보니 전속 카메라맨 이치노세가 단원으로서 모든 일정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게미니 하우스라는 산장에서 합숙 연습에 들어가는데, 바로 이곳이 일명 긴 집이다. 기다랗게 여러 방이 쭉 이어져 있는 긴 집에서의 합숙 첫날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단원 가운데 한 명인 도고시가 실종된 것. 졸음이 온다며 먼저 방으로 들어간 그가 사라졌다. 단원들이 여러 차례 방을 확인했는데도 도고시도, 그의 짐도, 그가 아끼던 기타도 모두 사라졌다. 밤새 사라진 도고시. 그런데, 아침에 그의 시체가 방에서 발견된다. 그것도 이미 싸늘한 시체로. 그렇다면 이미 지난 밤 죽었다는 뜻인데, 시체가 움직일리는 없고 누가 애써 시체를 옮긴 걸까? 게다가 도고시는 육중한 덩치, 나머지 단원들은 모두 비루한 체형이다. 시체를 옮기기엔 무리인 단원들. 이렇게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만다.

 

그런데, 몇 달 후 마지막 공연을 하던 곳에서 공연 도중 또 한 명이 살해되고 만다. 이번엔 여 단원인 미타니가 피해자다. 이번에도 미타니는 사라졌다가 그 시체가 나타났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이것 시체가 사라졌다 나타났다는 점. 그리고 이곳 역시 방이 적긴 하지만, 일직선으로 이어진 대기실들이 공통점이다. 일종의 작은 긴 집인 셈.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니 누가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살인사건을 저지른 걸까?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몇 권 접하며 작가를 알게 되었고, 작가의 <집의 살인 시리즈> 작품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무려 <집의 살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며, 자그마치 작가의 데뷔작품이기도 하다. 첫 작품을 쓰며 살인사건의 트릭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집의 살인 시리즈>의 명탐정 시나노가 처음 등장하는데(당연히 첫 작품이니 처음 등장하겠지.), 참 오래 걸린다. 시나노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탐정 역할은 이치노세가 담당한다. 이치노세의 관점에서 거의 대부분 소설이 진행되는데, 시리즈의 다른 작품을 먼저 읽은 고로 계속해서 시나노의 등장을 기대하게 되는데, 참 무던히 깜깜 무소식이다. 주인공(?) 시나노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하면서 읽다보니 포기할 때쯤 되니 나온다. 정말 그랬다. 진짜 나오긴 나오는 거야? 의문을 품었는데, 놀랍게도 바로 그 페이지를 넘기는 그곳에서 시나노가 등장하여 깜놀했다는...

 

마리화나를 당당하게 피워대는 주인공 시나노. 사건을 한 번 듣고 현장을 답사한 후에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사건의 진실에 도달해 버리는 천재 탐정 시나노. 그런 방탕한 천재 탐정 시나노의 활약에 누군가는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욜로족의 원조격인 시나노의 모습에 묘한 매력이 있음도 사실이다. 재미난 삶을 찾아 세계를 누비는 시나노, 그런 시나노에겐 살인 사건 역시 재미를 선사하는 유희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진실에 쉽게 접근하는 것은 아닐까?

 

이 소설 긴 집의 살인은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읽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본격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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