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김경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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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경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다. 어쩌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본인의 삶이 녹아들어 있지 않을까?

 

주인공 영희는 잡지사의 중견기자다. 언제나 마감시간에 쫓기는 인생. 하지만, 그만큼 또 화려함의 보상을 누릴 수도 있는, 밖에서 보기에는 화려한 캐리어우먼의 모습일 것이다. 게다가 영희는 자유연애자다. 심장이 이끄는 대로 사랑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감한 여인이다.

 

하지만, 그런 영희가 꿈꾸는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상대와 함께 있을 때, 처음부터 둘이 아닌 마치 하나인 듯 편안한 일치감을 느끼게 하는 사랑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의 영혼이 소멸되기보다는 함께 성장하고 재탄생하는 그런 사랑이 분명 있을 것이라 영희는 믿으며, 그것을 찾는다. 그런 영희의 심장이 이끄는 남자가 있었으니, 그 남자는 가진 것은 없지만, 화가라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며 음악과 책을 사랑하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리려 하는 정말 초짜 화가. 혼자 시골에서 6년째 작업을 하는 화가인데, 그 사람은 영혼이 아름다운 남자라는 표현에 그만 영희의 심장이 이끌리게 되고, 그 화가에게 접근하게 된다. 혹 이 남자가 자신이 그토록 찾던 사랑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영희는 처음에는 편지라는 매체를 통해 접근한다. 영희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일상의 것들을 적어 편지를 보낸다. 때론 일상의 잡다한 내용을 적기도 하고, 자신의 연애 취향을 적기도 하며, 자신의 연애 전력을 적기도 한다. 이런 편지라는 방법을 택한 이유는 연애가 생산적인 과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작가로서의 접근이겠지만 말이다. 글을 남기는 것이 생산적이라 여기는 것은 작가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니까. 어쩌면, 영희가 바라는 사랑이 순수함을 간직한 사랑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편지라는 방법이야말로 지금은 이미 사라져버린 추억의 순수함을 느끼게 하니까.

 

아무튼 영희가 찾은 이 사랑은 결국 영희가 원하던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 영희가 선택한 그 사람은 순수하고 순진하기에 그것 때문에 더욱 의지가 되는 남자이며, 어린아이처럼 작은 일에도 경탄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남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가 찬양하는 것, 그것은 순수함이다. 순수함이야말로 세상을 밝히는 하나의 빛이다. 그리고 이 순수함을 간직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그들은 시골을 택하게 되고, 그곳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창작의 길을 걷게 된다. 참 멋진 인생이다. 누구나 꿈꿀법한 인생이다. 물론 힘겨운 현실의 삶에 부딪히게 되고 헤쳐 나가야 하겠지만. 영희의 선택이 아름다운 열매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우리 역시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 한 쪽에 순수함이라는 알갱이를 소중히 간직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순수함을 잃지 않는 모든 이들의 인생에 아름다운 빛이 비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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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
사카구치 안고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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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3대 영웅으로 사람들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시를 꼽는다. 이들을 한 마디로 구분하는 표현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 버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새는 울게 만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새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 이런 구분법에서 이 책의 제목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가 나왔다. 이 표현대로 오다 노부나가는 결단력이 있으며, 강하고 성격이 급한 인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노부나가의 인간적인 면에 주목하며 이 소설을 풀어간다. 특히, 이 소설은 아직 노부나가가 힘을 얻어 세력을 뻗어나가기 이전인 그의 어린 시절, 청년의 시절을 그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위기 앞에 서 있는 노부나가. 그럼에도 두려움보다는 언제나 천진한 모습으로 서 있어 많은 이들에게 바보로 불리던 노부나가. 온통 적으로 둘러싸인 외톨이 노부나가. 하지만,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개혁가이자, 천재적 전략가인 노부나가. 그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지를 저자는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이 책은 무엇보다 참 재미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책을 놓을 수 없다. 계속하여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 과연 노부나가의 인생에 밝은 빛은 언제쯤이나 비췰지 기다림 가운데 읽게 된다. 노부나가의 천재성이 과연 언제 드러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노부나가의 운이 혹 꺼지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 가운데 마음을 조이며 읽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노부나가의 영웅적 풍모에 종국엔 가슴이 펑 뚫리게 된다.

 

특히, 자신을 바보라 경멸하고 작당하여 죽이려 하던 모든 적들을 용서하는 노부나가의 모습, 적들의 목숨 뿐 아니라 영지도 권력도 그대로 허락해 주는 대범함에서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진정한 영웅의 풍모를 보게 된다. 그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개혁적 성향을 바로 읽지 못하고, 도리어 바보라 비웃던 이들의 어리석음을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영웅적 풍모를 말이다.

 

게다가 노부나가의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부분은 위기 앞에서 더욱 드러난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것은 사람에게 평정심을 가져다준다. 그대로 거지가 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또한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 그 최후의 절벽에 서기를 노부나가는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p.301) 자신의 모든 가신들이 자신에게서 돌아서 동생에게 붙어 모두가 적이 되었을 때도 그랬고, 후에 자신의 영토를 간신히 평정하고 아직 여력이 없을 때, 옆 영지 이마가와 요시모토와의 전쟁에서도 그랬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침착하게 기다렸다가 놀라운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위기를 도리어 기회로 만들어 간다.

 

이런 모습이 우리의 삶 가운데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위기 앞에 주저앉아버리고 함몰될 것이 아니라, 위기를 도리어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결단력과 행동함이 주어짐으로 우리 삶의 지평이 더 넓어지게 되길 노부나가 이야기를 읽으며 소망해본다.

 

또 하나 노부나가가 결국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는 실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귀족이라고 거들먹거리지도 않았고, 부하들의 능력으로 올라서지도 않았다. 남들이 모두 자신을 향해 바보라 조롱할 때에도 그는 자신의 영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언덕 하나 나무 하나 세세히 머릿속에 입력시켰다. 이것이 후에 벌어진 전투에서 큰 힘이 됨은 물론이다. 아울러, 자신의 몸을 단련시켰고, 자신의 말을 단련시켰다. 남들이 볼 때는 그저 어리석은 놀이라고 여겼을지라도 노부나가는 자신의 전투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렇다. 실력이 없으면 운이나 기회로만으로는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없다. 운은 한계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더욱 실력을 쌓아가야 함을 다짐해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위기의 순간 당황치 않고 실력을 쌓을 때, 기회가 주어지며, 그 기회에 더 큰 성과를 거두게 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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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살롱 그 남자애 새움청소년문학 2
정지혜 지음 / 새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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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들은 책을 잡으면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 책을 놓는다는 분들이 계시다. 물론 내 얘기는 아니다. 난 책을 한 번에 끝까지 읽는 책들이 드물다. 아니 그리 많진 않다는 표현이 더 옳겠다. 그런 내가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이 책, 『헤어살롱 그 남자애』. 그만큼 이 책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물론, 무겁지 않고 가볍다는 것, 그리고 길지 않은 분량이라는 것 역시 한 몫 했을 것이다.

 

설정 자체가 참 흥미롭다. 주인공 장필승은 고3이다. 그리고 이 녀석의 평소 지론은 “헤어의 완성은 ‘얼굴’이다”라는 것. 무슨 말인고 하면, ‘얼굴’이 완벽한 자신은 머리쯤 어떻게 자르던 상관없고, 패션쯤 어떻게 입건 상관없다는 것. 참 재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정말 밥맛인 건, 얼굴뿐 아니다. 공부도 항상 전교1등이다. 12년 동안 줄곧. 게다가 운동도 잘 한다. 그러니 정말 완벽한 녀석이다.

 

이 녀석만 그런가? 아니다. 그 누나 역시 완벽한 여성이며, 아버지, 어머니는 두 번째로 완벽한 남성, 여성이다. 왜냐하면 첫 번째는 자신과 누나니까. 정말 재수 없는 가족이다.

 

이런 무지 잘난 이 가족이 장필승의 이발 한 번 때문에 꼬이기 시작한다. 난데없는 뱀파이어 소동에 연루되고 만다. 그 소동의 결말은 과연 어찌 될까?

 

우주 최강 외모와 뱀파이어라는 색다른 주제의 결합이 참 흥미롭기도 하다. 유쾌한 이 이야기의 전개는 반전이 거듭 되기도 한다. 가장 주된 반전은 외모로 어떤 고민도 없을 것 같은 장필승이 결국엔 남과 다름을 고민하게 된다는 점. 고민하는 아들에게 건네는 아빠의 충고가 아마 이 이야기의 결론 쯤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게 태어난단다. 그래서 다르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야. 당연한 일이지. 그렇지만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다르다는 건 특별한 일이기도 해. 우리는 모두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존재야. 그러니까 아빠 말은 모두가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 그래서 하나하나가 더욱 빛난다는 거. 살아가면서 견디기 힘든 때가 많이 찾아올 거야. 그럴 때 마다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너는 세상에 딱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p.240)

그렇다. 이 유쾌한 이야기, 또 어떤 이에게는 무지 재수 없는 이야기의 결말은 각자의 자존감을 갖길 바라는 따스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책에도 온기가 있다”는 표현의 의미가 아닐까? 그 온기와 재미 안에 빠져들어 볼만한 작품이다. 저자의 첫 작품이라는데, 다음 작품도 기다려진다.

 

[새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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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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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은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로 큰 명성을 얻은 레마르크의 다섯 번째 소설이 『개선문』이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둔 파리의 개선문 근처 몽마르뜨의 값싼 호텔에서 살아가는 망명자들의 애환 어린 삶을 그린 소설이다.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린 자들, 이념에 의해 이국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자들, 어쩌면 하루하루 희망 없이 살아가는 자들, 또는 과거에 붙들려 살아가는 자들의 모습 등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라비크는 스페인사람으로 전쟁으로 인해 망명하여 파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살아가는 외과 의사이다. 그는 실력 있는 외과 의사이지만, 신분보장이 되지 않기에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의사가 아닌, 법 테두리 밖에서 프랑스 의사들의 수술을 대신 해주며 수고비를 받으며 살아간다. 미래를 향한 설계는 그에게 없다.

 

이런 라비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내는 개선문을 읽으며, 한 가지 단어가 계속하여 생각난다. 바로 “망각”이란 단어다. 이 “망각”이란 단어로 소설 『개선문』을 바라본다.

 

라비크 뿐 아니라, 값싼 호텔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은 모두 망각된 존재들이다. 이미 그들은 고국으로부터 버림받았고, 잊혀진 존재들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 땅에는 무대의 주변부로 내몰려 망각된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주변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의 통찰력이 아름답다. 오늘 우리는 너도나도 무대의 중앙만을 동경할 뿐,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주변인들에게는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지.

 

게다가 이들 망각된 존재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망각해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그 끔찍한 과거들, 그것을 잊지 않고는 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망각한다. 라비크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라비크는 말한다. “지나간 일은 모두가 없는 거야.” 그래야 살 수 있다. 이 망각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망각이다.

 

라비크에게는 과거뿐 아니라, 사랑마저 망각된 단어다. 언제든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하는 망명자의 신세, 뜨내기 신세, 그렇기에 집도 없고 가족도 없어야 한다. 그러니 여성은 성의 대상일 뿐 사랑의 대상은 아니다. 어쩜, 의도적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잊고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운명의 사랑, 미친 사랑은 시작된다. 바로 조앙 마두라는 여인을 만난 것. 이 둘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낳게 될까?

 

사람이란 사랑이 없인 살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의도적으로 사랑을 밀어낸다 할지라도 결국 찾아오게 되는 사랑. 비록 그 결말이 아름답진 않지만,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우리들 아닐까? 오늘 나에게 주어진 자리에서의 사랑에 모든 열정을 다 쏟을 수 있음이 행복 아닐까 여겨진다.

 

라비크에게 있어 또 하나의 망각된 단어는 ‘행복’이다. 그의 삶은 대단히 염세적인 삶일 뿐이다. 하루하루는 그저 상처 난 일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상처 난 일상 가운데서 행복을 그려내기도 한다. 라비크의 친구 모로소포는 이렇게 말한다. “무릇 삶의 사실이란 단순하고 평범한 거야. 다만 우리 상상력만이 여기에 생명을 부여하지. 사실은 바지랑대일지라도 상상으로 꿈의 깃대가 될 수도 있거든.”

 

그렇다. 비록 상처투성이 일상일지라도, 그래서 바지랑대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 상상력이 가미될 때, 삶은 꿈의 깃대를 세우기도 한다. 행복의 깃대를 말이다. 온통 찢겨지고 곪아터진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 가운데 상상력이 가미될 때, 행복의 깃대는 세워진다.

 

이 상상력을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 해석해도 될까? 물론, 어떤 이들에게 이 상상력은 과거의 좋은 시절에 대한 회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꿈의 깃대는 현실 도피적 공간일 수 있겠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될 때, 상처투성이 일상을 꿈의 깃대로 세워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의 삶이 비록 눈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죽어라고 노력해도 결코 일어설 수 없는 현실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에 상상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종국에는 그 상상이 꿈의 깃대를 현실의 삶 속에 세울 수 있다면 말이다.

 

모든 것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라비크라 할지라도 결코 망각할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그의 복수의 대상인 하케란 자다. 모든 것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라비크조차도 결코 망각할 수 없으리만치 끔찍한 상처를 안겨준 하케. 라비크는 어쩌면 그를 향한 막연한 복수를 꿈꾸기에 살아가는 것 아니었을까? 그런 그에게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다. 하케를 파리에서 보게 된 것. 처음엔 그저 환상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환상이었을까? 그리고 그를 향한 라비크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또한 성공 뒤엔 무엇이 라비크의 인생 가운데 자리하게 될까?

 

결국 복수라는 것이 허망한 것임을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런 모든 인생의 파노라마 가운데도 여전히 개선문은 서 있다. 무엇을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일까? 철저히 꿈과 희망을 망각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망명자들의 삶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역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선문』, 역시 고전의 힘을 느끼게 한다.

 

[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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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검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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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신라 지증왕(지대로왕)시대. 서역의 작은 나라 롭성의 왕자 씬스라로프는 국가의 위기 앞에서 아버지인 국왕으로부터 동쪽 끝의 황금의 나라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가 후일을 도모하도록 말이다. 이에 씬스라로프는 황금보검을 차고, 형제 같은 동료들 49명과 함께 동쪽 끝에 있다는 황금의 나라(신라)를 향해 떠난다.

 

이때의 장면들은 대단히 역동적이며 급박한 상황전개다. 마치 한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결국 이 과정 가운데 씬스라로프는 모든 동료들을 잃고, 자신의 애마 벤투스(바람)마저 잃게 된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 가운데, 결국 씬스라로프는 동쪽 끝 황금의 제국이라 불리던 신라에 도착하게 되고, 신라의 공주인 상화 공주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됨으로 신라에 몸을 의탁하게 된다.

 

이제 새롭게 신라왕으로부터 “신수라”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신라의 장군이 된 그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이 책 『황금보검』은 『아버지』란 책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적시고 많은 이의 눈에 습기 차게 했던 김정현 작가의 역사소설이다.

 

천년고도이자 신라의 수도인 경주 계림로에서 발견된 한 자루 보검이 있었다. 1973년 계림로 배수로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되어 현재 보물 635호로 지정된 황금보검. 그 형태가 신라의 것이 아닌, 이국적 형태이기에 신라가 아닌 어딘가에서 만들어져서 신라로 들여온 보검으로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황금보검. 과연 이 황금보검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당시 황금보검이 발견된 작은 무덤에서는 두 명의 남성 시신이 함께 합장되어 있었는데, 왜 두 명의 남성 시신이 함께 합장되어졌을까? 이런 질문에 의한 작가의 상상력과 연구를 통한 재구성이 바로 소설 『황금보검』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보다 신라의 포용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머나먼 서역 땅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를 찾아온 왕자 신수라를 받아들이는 신라의 포용력, 너그러움, 대범함, 열린 마음이 소설에서 돋보인다. ‘신라’를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개방과 관용’이다. ‘신라’라는 국호 자체가 이러한 포용력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신’은 덕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이고, ‘라’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신으로 세워진 신라이기에 이방인인 신수라는 신라인으로, 신라의 장군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작가는 또한 이사부 장군을 통한 우산국정복을 이야기하며, 더 나아가 대마도를 정벌하지 못한 아쉬움을 소설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토로한다. 이사부 장군이 대마도를 정벌하지 못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귀족들의 자기희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자기희생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귀족들의 탐욕과 질투가 이사부를 견제하였고, 대마도를 자신들의 유익의 재료로 유지하기 위한 이기심이 대마도를 일본에게 선물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말을 통해, 오늘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 우리 가운데 수많은 말들이 가득할 수 있다. 그리고 게 중에 많은 주장은 공익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엔 자신들의 자리보존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에 해를 끼치는 정책결정이 왜 없을까? 당시 귀족들처럼 말이다. 작가는 당시 귀족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를 꾸짖고 있다. 하지만, 들을 귀 있는 자들만 들을 수 있음이 안타까움 아닐까?

 

또한 『황금보검』은 우리에게 금발의 신라장군 신수라와 가야의 딸이자 신라의 공주인 상화공주, 그리고 신라 장군 유강 간에 얽혀있는 우정과 사랑도 선물한다. 때론 안타깝고, 때론 애틋하며, 때론 민망할 수 있는 애정관계, 하지만, 결국 애틋함을 안겨주는 그 결말이 안타까움을 넘어, 영웅들의 풍모를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넓은 포용력으로 진정한 황금의 나라가 된 신라시대에서 펼쳐지는 대서사시, 우리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소설이다.

 

작가의 외침이 소설을 덮으며 마음에 새겨진다.

“길을 여는 자는 흥하고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세상을 향해 성을 높이 쌓고 있는 모습은 아닌가? 그럴수록 우린 동쪽 끄트머리에 고립될 뿐이다. 이제 북녘을 향해 길을 열림으로 또 다시 새로운 천년의 왕국이 오늘 이곳에 열리는 축복이 이 땅에 가득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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