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시립미술관 분원이 있다. 옛 벨기에 영사관을 시립미술관 분원으로 바꾼 것인데 요즘 그곳은 벚꽃이 만발하다. 동네여도 막상 잘 안가게 되었었는데 마침 그곳에서 호흡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고 친정엄마도 오셔서 함께 미술관에 갔다.
먼저 1층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고 태은이 젖도 조금 물렸다. 남자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
그러고 나서 그림을 둘러보는데 사실 나는 그림볼줄도 모르고 엄마는 더더욱 몰라서 안내원에게 저기 걸린게 글씨에요 그림이에요를 연신 물어서 조금 난처했다.
엄마 그냥 보자. 그냥 느끼는 거야. 다 알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하지만 엄마는 그림 보느 걸 포기하시고 대신 그림보는 나와 태은이를 보셨다.
반면 태은이는 아기띠를 한채로 그림을 얼마나 열심히 보는지 모른다.
요즘 들어서 칼라에 눈을 뜨는지 새로운 장면에는 눈을 동글동글 뜨고서 한참 바라본다.
물론 그림이 칼라풀하지 않아서 아기자기 하지 않아서 그리 오래 보지는 않았다.
김지님 서재에 가보면 아기와 미술관 다니시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참 부러웠는데 나는 조금 서둘렀지 않나 싶다. 아직 82일 밖에 안된 아이를 말이다.
미술관에 나와서 엉겁결에 종로까지 가게 되었다.
엄마가 백일 팔찌와 반지를 해주신다고 하셨기때문이다.
아이를 데리고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오래 간적도 없고 막상 아기가 배고파 하면 젖줄데도 마땅치 않아 걱정이었지만 길눈 어두우신 엄마 다른 것도 아니고 태은이 백일 선물사러 가신다는데 가서 헤메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안따러나설 수가 업었다.
태은이는 지하철 내내 잠을 잤다.
많은 분들이 자리를 양보해도 나는 계속 서 있었는데 앉으면 태은이가 바로 잠에서 깨기 때문이었다.
팔찌와 반지를 사고 돌아오는길.
엄마는 지쳐보였고 나도 지쳤다.
집에 다와서 깨어나서는 배고픈지 입을 쪽쪽거렸다.
내걸음이 빨라지고 나는 경보선수가 되었다. 아이를 안고 뒤기는 무리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가 배가 고픈데 생각하니 힘들어도 쉴 수가 없었다.
4층을 단숨에 날아올라가 아이를 내려놓자 '휴'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우리 태은이 미술관 구경에 종로에 돌아다녀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또 들었다.
대신 밤잠은 늦게 자서 내내 내 피곤을 가중시켰지만 돌아보면 오늘 하루는 태은이에게 뜻깊은 날인듯하다.
태은이 처음 미술관을 간날,
처음 팔찌와 반지가 생긴날
팔찌와 반지는 아무리 어려워도 팔지 않고 태은이 시집갈때 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