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미따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지음, 부희령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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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더 중요한 기능은 아마도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묘사일 것입니다.
문학은 도덕적 딜레마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며, 신이 부여한 도덕적 선택에 대한 자유를 구가하게 해줍니다.
어떠한 종교도, 정부도, 정치적 운동도 이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p. 13
"이 나라를 똥구덩이 같은 역사에서 건져 올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나버린 과거가 아니다. 오로지 우리를 짓누르는 죽음과도 같은 부패를 인식하고, 그것을 반드시 척결해야 하는 현재뿐이다."-2쪽

"예술가들이 시적(詩的)으로 아름답게 재창조하지 못하는 것들은 이 세상에 없어요. 왜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죠? 문학은 사실도 아니고 돈 버는 능력이나 상품을 만드는 기술, 살림 솜씨를 키워주는 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앞으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그런 것들이잖아요.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사람들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예요. 문학과 문학의 문제들 속에서 우리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스스로를 명료하게 알 수 있어요. 자기 자신을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거지요."

"그러면 외설적인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알려주지요. 차별이 바로 외설이에요. 나는 이렇게 말하겠어요. 여기, 부유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학교 안에서 무책임한 부를 자랑하는 것, 그게 바로 외설이지요!"-141~142쪽

왜 그녀는 과거를 알아내려 했고, 왜 그 망령에서 벗어나려 했을까? 그녀는 진흙을 뚫고 싹을 틔웠으나 운명은 그녀 앞에 남루한 현실을 던져주었을 뿐이다.-194쪽

"이 나라가 서서히 자멸하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 같아. 이번에는 외국의 통치세력도 필요 없을 거야. 우리 스스로 파멸하는 축복을 받게 된 거지. 전쟁이 끝난 뒤 우리에게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 용기와 이상만 있었다면, 식민통치자들로부터 물려받은 악덕을 스스로 제거할 수만 있었다면, 무너진 돌 더미 속에서 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었을 거야. 우리의 교육체제는 전혀 쓸모없어. 내가 바로 그 체제의 산물이지. 결국 우리가 만든 것이니 그 결정적인 허점을 비난할 자격이 없을지도 몰라. 다가올 암흑은 우리가 불러들인 거야."-310~311쪽

"- 우리를 괴롭히는 슬픔에도 행복이 있어. 슬픔 속에는 지혜가 있고, 삶과 예술의 근원이 있지. 당신이 좋아하는 문학이 바로 그런 거야. 문학의 배후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통함이 있어. 그것은 우리를 움직이게 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인가를 건설하고 창조하는 거야."-396쪽

"아니타, 그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 애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부당하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사랑해. 아니타, 잘 들어. 나는 릴리를 존경해. 그 애는 오래전에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어. 안락함에 젖어들어 타락하기 전에 했어야 했던 일 말이야. 그 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그리고 지금 그 애가 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마. 내 말 듣고 있어? 용기 말이야. 우리들 대부분이 잃어버린 것."-431쪽

나처럼 내 나라도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아무도 그것을 멈출 수 없을 거야. 만약 종말의 시간을 늦출 수만 있다면 치료 방법을 찾게 될 지도 모르지. 우리를 갈라놓고 서로 멀리 떨어지게 만든 그 틈은 지금도 점점 더 벌어지고 깊어지고 있어. …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481~쪽

아름다운 조국이 내 민족에 의해 파괴되어가고 있기에 나는 울고 있어. 폭력과 무질서, 슬픔과 절망이 넘쳐흐를 날들이 오게 될 것을 알기에 나는 울고 있어. 주어진 기회를 헛되이 놓쳐버렸으므로, 앞으로 태어날 수많은 아이들이 고통스럽게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울고 있어. 여기 신주쿠서 길을 잃고 나는 울고 있는 거야.-4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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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따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지음, 부희령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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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따.
0605
서평단 모집 도서였다. 서평단에 처음 신청했던 터라 달리 기대란 걸 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도 덜컥 뽑혀서 당시에 혼란과 기쁨이 교차하고 있었다. 서평단 모집 글에서 스토리와 작가의 의도를 확인하고, 아, 읽고 싶다는 막연한 이끌림에, 그냥 신청 한 번 해보자 생각했던 것이다. [몇 번 눈을 깜빡거려 확인 거듭 확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라고 독서일기에 밝힌 바가 있다. 어쨌거나, 5월 12일 무사히 책을 받았고, 기한을 지키기 위해 꽤 발버둥을 쳤다. 오늘에서야 마지막 커버를 덮을 수 있었다. 여건 상, 띄엄띄엄 읽을 수밖에 없었고(책 두께가 사전 수준이다), 여러모로 생각을 펼치다보니, 느릿느릿 진행되었던 것이다. 바짝 다가온 마감일(?)에 엄청난 긴장 상태다. 별다른 탈 없이 리뷰를 올릴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사전 수준이라 그랬는데, 대개 양장본으로 나오고 글자가 큼직할 경우 그런 방향으로 많이들 가는데, 이 책은 양장본도 아니었고 글자 크기도 꽤 작았다.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내 시력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작가가 담고자 했던 의도와 정비례한다면, 엄청난 무게를 가지는 책이라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스타트의 대사가 확 끌어당겼다. 이런 시작 달가워하지 않음에도, 단번에 강렬한 흡입력으로 소설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눈에 드러나 보이는 구성적인 면에서 몇 가지 언급한다면, 첫째, 여러 등장인물들의 특징과 성격을 잘 잡은 치밀한 묘사를 군데군데 발견할 수 있었다. 초반에 선명하고 빈틈없는 상황전개는 환호성을 지르며 파고들었던 것 같다. 지루하고도 개인적으로 난잡하다 평가한 소개가 조금 거슬렸긴 하지만.
4분의 1지점부터 본격적으로 주인공 에르미따가 등장했고, 서서히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라고 생각했다.
필리핀의 역사와 더불어 동아시아, 그러니까 우리의 역사를 덧씌워 영상을 그릴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딱딱한 역사를 풀어 쓴 게 아니라, 주인공의 삶과 연관을 지어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현 상황을 때로는 비참하게, 때로는 주인공의 적절한 대처로 교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에르미따의 삶에 오버랩하여 투영되는 필리핀의 그림자는 또한 우리 지나간 역사를 되짚게 되기에 견디기 어려운 침묵을 낳는다. 소설에서 작가는 주인공을 어쩜 전지전능한 신과 가깝게 묘사하고 있다. 과장이 섞였긴 했지만, 적절한 한 마디로 꼬집자면 그렇다. 신속한 상황 파악, 과감한 선택, 적절한 수습 그리고 대처. 뜻하지 않은 위기에 기지를 발휘해 기회로 뒤집는 그런 타입이라고 판단했다. 간혹 너무 주인공의 능력을 찬란하게 묘사하는 데 치중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만큼 다른 등장인물이 부각되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이를테면, 맥이나 릴리) 마냥 씁쓸해지며, 거의 중*종반에 등장한 릴리라는 소녀에게서 작은 혁명가의 모습을 발견했기에 다소나마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간당간당한 선에 머물러 있지만. 안심&안일한 스스로에게 채찍질) 환경의 영향이 무척 크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기만을 바라거나 축 쳐져 있어서는 안 되고, 무엇이든 집중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때때로 과감해질 필요도 있다고. 늦었다는 생각에 앞서, 도전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는 것도.
무엇보다도 반복적 일상에 벗어난 에르미의 마지막 결단에서 ‘능동적 대응’의 짜릿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고정되어 머무르는 것보다, 의지를 가지고 변화를 원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거. 느긋하게 돌아보기도 하고, 부끄러움, 후회를 쓱싹 지우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해야 이상향에 도달한다는 것. 
마무리는 이렇다하게 확정된 사항이 없다. 주인공의 아름다웠던 시절(쾌락에 빠지고, 복수를 꿈꾸기 전)만을 뇌리에 각인하고 떠올리는 수녀의 모습에서, 현재 주인공의 내면 - 복수만을 꿈꾸며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 - 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 지나온 과거보다 더욱 소중한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갈 주인공에게 기대를 모은다. 조국 필리핀을 사랑하는 작가의 바람이 절실히 담긴 부분이다.
역자는 필리핀의 역사를 자세히 몰랐기에 번역을 시작하기 전, 필리핀 역사에 관한 책을 찾아보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나 또한 마지막 커버를 덮으면서, 도서관에 들러 필리핀 역사에 관한 책을 몇 권 비교 분석해 그 중 나은 것을 골라, 새로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의 효과란 이런 게 아닐까. 이럴 때 나는 소설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건졌다고 한다. 담아두고픈 표현을 찾았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계기를 심어주었다는 데 한편으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듭 펼칠수록 새로운 양상을 가져다주는 소설이 될 수 있기를. 내가 그렇게,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결말은 완성이 되지 않았다. 그 양상은 나 자신과도 닮았다. 흠이 있고, 흠을 매끄럽게 해야 하고, 내면에 의식의 균열이 생겼고,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해체하여, 뒤죽박죽된 스스로를 다시 정립할 수 있도록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다. 조각조각, 광적인 번득임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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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쪽
가문 이 -> 가문이
270쪽
가문 으로부터 -> 가문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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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28일부터, 드문드문 쓰게 되었던 소설 극(極). 전체 분위기는 음울하고, 친구의 말을 빌자면 ‘불쌍하기 그지없는 주인공’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량이 늘어감에 따라 나는 히죽 웃으면서 쓰고 있었다.
또 친구는 말했다. “정말 웃긴다, 이 캐릭터. 어쩜 이렇게까지 닮은 애를 만들었냐.” 라고.
이제껏 소설 주인공들 대부분 내 습관과 취향, 성격을 반영했다고 하니까, 그 정도가 더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단다.

내 친구는 지금, 이전부터 쭉, 슬럼프에 빠져 있다. 난독증은 [‘중력 삐에로’ 커버를 덮음]을 통해 조금이나마 치유가 되고 있는데, 소설을 연재하기에는 아직도 벅차다고 한다. 매번 서로의 고민 상담을 해줄 때마다, 확정 답변을 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이끌리는 대로 하라고 말해주었지만, 영 뒷맛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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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여주세요, 그 '불쌍하기 그지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응? 응? 응? (졸라대기)

302moon 2007-06-07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무안한 웃음.) 그저, 조르는 L-SHIN님 생각 중.<-

비로그인 2007-06-0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문님! 나를 상상하지 말고, 글 보여달라니까요! (버럭)
저, 벌렁 누워버릴겁니다! (협박)

302moon 2007-06-08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러고 보니, 이 댓글은 어제 못 보고 지나쳤네요. (쩝) 속닥속닥. 속닥속닥의 의미가 뭘까요? -_-;;;
 

2007-06-05 23:03

_ [리스트에 담아두려 했을 때, 6월 6일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조금 미룬.]

 

*왼손잡이 미스터 리.



_태어날 때 왼손잡이여서 그런가, 제목이 은근히 끌린다.(-_-)
소장할 계획, 오래 전부터 있었다.
매장에 단 한 권 보였고, 그리 깨끗하지 않아 미적거리고 있다.
조만간 미뤘던 책들을, 알라딘에서 주문할 생각이다.
그녀의 전 작품 [싸이코가 뜬다]를 접한 바가 있기에, 좀 더 치밀해진 묘사에,
엄청 강렬하게 이끌림 중!

 

*서울 동굴 가이드.



_ 지난 주 토요일에 장만.
표현을 배우고, 담아두고픈 생각들이 많아, 그래서 끌리고, 소설집을 많이 찾는 편이다.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쓸데없지만 필요하고, 무익하지만 유용하다.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그 '만약에'의 대답 속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을 다 가지기도 하고 영원한 삶을 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인공이 되고 세상을 다 가지고 영원한 삶을 누려보기 위해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 늘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상상하기를 좋아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만약에, 내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글을 쓸 때면 괴롭다. 쓰고 싶은 말과 막상 씌어진 글 사이의 괴리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이 실은 고통 빛깔옷을 입은 행복임을 나는 안다. 글을 씀으로써 고통스럽게 행복하고, 행복하게 고통스러운 것이다. 나는. 이 진부한 역설의 뒤편 어딘가에 풋내기 '작가'로서의 내 정체성이 있는 거겠지. - 김미월: 작가의 말.]


*타인의 얼굴



_ 좋아하는 작가 아베 코보의 소설.
토요일, 메신저 대화에서 친구가 알려주었다.
1964년 작품.
실존주의적 문제 제기, 독특한 발상, 초현실주의 작법. 내가 좋아하는 타입 중의 트라이앵글 첫 번째 구도.
["과연 '얼굴'을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통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극히 일상적인 도시 생활 속에서 평범한 시민에게 스며드는 존재의 위태로움을 묘사하는 이 소설은, <모래의 여자>, <불타버린 지도>와 함께 아베 코보의 '실종 3부작'이라 불린다. - 책 소개.]


*피쉬스토리



_ 또한, 좋아하는 작가 코타로 씨의 신간.
친구랑 나란히, 5월 31일 목요일에 구입했다. 2 번째 단편을 읽는 중이다.
이제껏 코타로 씨의 작품 몇 가지를 접하고 읽은 책도 여럿 있는데, 리뷰로는 남기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첫 번째 리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소설들은, 두 번째 읽음으로써 새로이 밑줄 긋기 리뷰를 담아두고 싶다. 그런 계획을 세운다.
[표제작 '피쉬스토리'는 한 의문의 작가의 소설이 남긴 문장이 시공간을 넘어 변주되면서,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이야기다. 만년에 폐가에 칩거했다는 한 소설가의 문장이, 무명의 록밴드가 남긴 마지막 노래의 가사가 되고, 그 연결고리들의 숨겨진 관계성 안에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_ 책 소개.]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소설가 성석제의 신작 산문집. 동서양 고금을 넘나드는 역사적인 사건.사례에 관한 기록들을 작가 특유의 유쾌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방대한 지식.상식.과학.문화.예술의 세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지식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_역사적인 사건 관련 산문집이라는 데에 무지 끌렸다. 이제껏 작가를 익히 알고 있었고, 몇 번 들췄던 기억이 있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접해보지는 않았던 터였다. 이번 산문집은 어쩌면 처음으로 마지막 커버를 닫는(꼼꼼하게 읽고, 담아두게 되는)첫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초파리의 기억.



‘초파리 연구를 통해 추적한 행동유전학의 비밀
곤충을 통한 행동 유전학의 비밀을 밝힌다는 것도 흥미로운데, 더 나아가 그 진행 방식이 소설을 연상시킨다는 사항에 더욱 열광. 매장에서 아직 확인하지 않았지만, 들춰볼 계획을 세움.

 

 

*과학자 조경철, 별과 살아온 인생.



_리스트로 남겨놓은 줄 알았더니,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꿈은 목표가 있어야만 생긴다. 그 목표는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있어야만 세워지고, 그 부족한 것은 다양한 시련의 기회를 준다. 이 시련을 이겨 내는 데서 청춘의 꿈은 더욱 크게 다듬어지고 비약하는 것이 아닐까. - 조경철


 

*미술시장의 유혹



초록색 표지에 조그맣게 흩어진 것은 ‘나비’로 보이는데, 이렇듯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한편으로 스스로의 판단에 ‘포인트’를 주었다는 생각에 디자인 면으로 상당히 이끌린다. 내용은 좀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미술 현장과 시장의 흐름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날카로운 눈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미술이 걸어온 발자취를 생생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작가뿐 아니라 그들을 키우고 보조하고 함께 성장한 많은 미술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도 특징. 또한 현대미술 작품 도판이 시원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1부에는 추상표현주의 제1세대가 탄생해서 몰락하고 제2세대가 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2부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팝아트가 시자의 '고전'이 되기까지, 그리고 미니멀리즘에서 개념미술, 포토리얼리즘, 퍼포먼스, 비디오아트까지 옮겨가는 발자취를 기록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유럽의 신표현주의가 어떻게 조명을 받게 되었고, '비주류'로 통하던 미술이 어떻게 주류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인터넷 발달과 함께 등장한 뉴미디어아트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등을 살폈다. -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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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6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베코보는 관심있는데 ^^
그나저나 왼손잡이시군요. 전 돈 셀 때만 왼손으로요 ㅋ~

302moon 2007-06-0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양손 다 씁니다. 왼손으로 하는 일이 더 많지만, 후천적 양손잡이지요.ㅋ

비로그인 2007-06-0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서 저는 [끌리는 시간]이란 제목으로 읽었을까요...(긁적) =_=

302moon 2007-06-07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간혹 저도 잘못 읽을 때가 많아요. ^^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구판절판


왕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쾌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대접을 받는 만큼, 몸과 마음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치러내고 있다. 사명감이 없다면 견뎌낼 수 없는 일이다.-45. 쪽

매사를 흑과 백으로밖에 못 본다. 넓은 도량이 뭔지는 짐작도 못하는 것이다.-56.쪽

국민들은 풍요로워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옷으로 치장했다. 평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되새기는 마음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굳이 다른 사람을 들먹일 필요 없이 우선 자기 자신부터가 그랬다. 전쟁의 기억은 남아 있지만, 평온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65. 쪽

"다나베 씨, 당신은 나를 싫어했습니다.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나 역시 당신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다나베 미쓰오라는 이름을 잃어버린 지금 찾아오는 이 쓸쓸함은 대체 무엇일까요.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닐 겁니다. 사회 전체가 깊이 가라앉았습니다. 마치 일본 열도에서 화산 하나가 사라져버린 듯한, 커다란 상실감 속에 빠져 있습니다. 걸출한 인물이란 이렇듯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레 정착해버리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70~71.쪽

인생은 알 수 없다. 5년 전만 해도 지금 자신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172.쪽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야심가라면 사회는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196.쪽

인간이 룰을 지키는 것은 자기에게 해가 미치지 않을 때뿐이다.-217.쪽

"우린 모두 섬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싸우는 거야."

적대 관계에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다.-283.쪽

이 세상에 분쟁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수많은 비극을 일으키면서도, 인류는 왠지 즐거운 듯 싸우는 면이 있다.-295.쪽

"이봐 미야자키. 도쿄에 돌아가거든 사람들에게 센주시마 얘기를 해줘.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민주주의가 통용되지 않는 섬이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말이야, 우린 이게 좋아. 팽팽한 긴장감이 있잖아."

더 이상 도쿄의 잣대로 이들을 잴 생각은 없었다. 이 섬은 이 섬 나름대로 잘해나가고 있었다. 센주시마는 시소와 같다. 양쪽에 올라탄 두 편이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298.쪽

어느 쪽이 이기든 이 섬은 아무 문제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해는 서로 대립될 지 모르겠지만, 섬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았다.-304.쪽

이라부는 정말이지 불가사의한 인간이다. 이 섬에 온 지 불과 2주만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아니,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건 너무 치켜세우는 걸까. 어쨌거나 이 섬에 희귀한 생물이 찾아온 것이다.-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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