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면장 선거
(0610)
이라부 시리즈 3권을 발간한 즉시 다 읽었음에도, 리뷰는 이번에 처음 작성한다. 담아두고픈 표현을 여럿 기록한 소설이라던가, 특별한 영상을 그려나갔던 소설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다 읽고 나서 그리 나쁘다는 감각이 없기에, 다시금 이라부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어쩐지 후일담이 쭉쭉 이어질 것 같은 어느 한 ‘점’을 보았기 때문이다.
척 보기에 터무니없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극히 가벼운 소재와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는 소설이다. 통통거리다가 마구 엇나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을 보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꾸만 책을 뒤적거리게 만드는 원동력은, 내게는, ‘이라부’라는 인물의 특성덕분. 내게 비쳐지는 그는, 사람에 대한 차별대우가 전혀 없다. 그 상대가 누구든 평등하게 대한다. 그 사람이 정치가이든, 유명 연예인이든 일절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 위치가 어쨌단 말인가, 라는 뉘앙스가 팍팍 풍긴다. 간혹 철딱서니 없음에 살짝 꿈틀 반응을 하며 인상을 찡그리게 되었지만, 본능에 조건반사처럼 대범하고, 솔직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거침없다는 것에서 좀 더 점수를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신이 가진 불안, 절망, 자괴감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 치유할 수 있다는 의식의 바탕. 나 자신이 다르게 해석한 건지 모르지만, 이라부의 대사들을 보고 있으면, 매번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예전에 미소 수프 리뷰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한 문제는 (그 증상이 같건 다르건)집합과도 같은 유형이 있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만이 소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표출하는 이미지가 비슷비슷하다고 해도, 세부적인 면, 그러니까 껍질 안의 양상들은 제각각 복잡하게 얽혀 있을 테니까.) 카운슬링의 경우는 약간의 도움을 줄 뿐, 풀이하자면, 그 현재의 상태를 좀 더 완화시킬 수 있는 작용은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멀찌감치 방관만 하는 게 아니라(대개 소설의 초반에는 그런 분위기가 흐른다), 점점 추리소설에서 단서를 제공하듯 심리적으로 임시 안식처를 형성해가며, 함께 한다는 손 내밀기가 있다.


그리고 핵심을 찌르는 단어나 대사들이 속속 발견된다. 이라부의 처방이 바로 그러한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상담 과정에서 일단 이야기로 털어놓는다는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소법의 하나랄 수 있으니까.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한다면, 돌파구는 어디든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주위의 소소한 관심&사랑도 한몫을 하겠지. 나 자신도 그런 경험이 여럿 있었다. 그리고 소설에 드러난 인물들의 공포는 정말이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어쨌건, 나열한 사항들이 열광 모드에 발을 푹 담그고,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 계기다. 이 책의 하드커버를 덮고 난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재충전’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유쾌한 소설을 쓰며 매달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안 되고(우울의 바다에 풍덩 빠져 몸을 내맡긴 채였다.), 갑갑한 기분을 다소나마 풀고자 질렀던 소설이었다. 술술 읽혔던 것에 비해, 리뷰는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쓰고 싶었다.

시종일관 이라부의 능청스러움에, 벌어지는 소동에 낄낄거리며, 전체적 스토리라인 자체보다는 작은 에피소드에 주목했다. 필수조건으로 따라붙는 ‘주사’는 자극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확정적 답변은 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미로 탈출을 위해 열쇠를 찾아보라는 그런 의미가 담긴. 손에 틀어쥔 것을 스르르 내려놓아야 강박증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과감하게 버리라는 거. 스스로의 선에서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기란 밤하늘에 흐르는 별을 헤아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움을 동반한다. 나는 그런(책에서 말하는) 결단력을 아직 갖추지 않은 듯하다. (특히, 취미생활에 끌어들이는 소품에 한해서는.)

각각 단편에 등장하는, 어쩌다 쓸데없는 묘사(한 문장 혹은 두 문장)가 끼어들기도 했다. 책을 읽은 분이라면 짐작할 수 있는, 주사를 놓는 장면에서. 특별히 제시되지 않아도 아무 지장을 주지 않는 예시나 근거와도 같다. 연방 툴툴거리다가, 다시금 되짚고 했던 기억이 있다. 차라리 <카리스마 직업>의 마지막 풍경에서 밴드의 연주 묘사와 그녀의 가사가 내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밴드의 비판적인 가사 타입에 무척이나 열광해서인지는 몰라도.)


[이라부는 정말이지 불가사의한 인간이다. 이 섬에 온 지 불과 2주만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아니,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건 너무 치켜세우는 걸까. 어쨌거나 이 섬에 희귀한 생물이 찾아온 것이다.]
밑줄 긋기 끝부분에 기록했던 것처럼, (나 자신의) 이라부에 대한 다른 각도의 판단이 깔끔하게 정리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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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2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마이리뷰군요!!! ^^
저도 이책 곧 받아볼 예정인데 잘 읽었습니다!!! :)

프레이야 2007-06-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합니다!
 
나의 소소한 일상 -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시공사 / 2007년 3월
품절


W라는 이름도 기억 못하고 그야말로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얼굴조차 잊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로 건망증이 심하다. 하지만, W군이 창문에서 불쑥 내민 둥근 얼굴은 컴컴한 무대 한가운데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W군도 내향적인 사람이어서 나처럼 바깥에서 노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때 꼭 한번 나는 W군을 보았고, 그것이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치 천연색 사진으로 찍어둔 것처럼, 영상이 흐려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 있었다. 나는 얼굴을 엽서에 그려보았다. 마음의 영상대로 그릴 수 있어서 기뻤다. 분명히 주근깨가 있었다. 주근깨를 점점이 뿌려서 그렸다. 귀여운 얼굴이다.-16~17쪽

뭐니뭐니해도 정말 친한 사람과 집에서 느긋하게 마시는 것보다 큰 즐거움은 없는 것이다. 마침 술이 집에 있을 때 훌쩍 친한 사람이 찾아와 주면 정말 기쁘다. 멀리서 친구가 오니 아니 즐거우랴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20쪽

술이 깨면 후회도 심하다. 땅바닥을 구르면서 와, 하고 크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 부끄럽고 후회가 되어 글자 그래도 뒹군다. 그럼 술을 관두면 될 텐데, 친구의 얼굴을 보면 역시 이상하게 흥분되어 겁에 질려 떠는 듯한 전율을 전신에 느꼈고,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못 견디는 것이다. 성가신 일이다. -21쪽

모처럼 이런 시골 구석까지 와 주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대접하지 못해서, 모두 일종의 쓸쓸함이나 환멸을 안고 돌아간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금방 걱정이 먹구름처럼 전신에 퍼져, 이불 속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W군이 우리 집 현관에 술 한됫병을 몰래 놓고 간 것을 그날 아침 처음 발견하고, W군의 호의가 견딜 수 없이 마음에 사무쳐서 그 주변을 맨발로 뛰어다니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23~24쪽

왜 안 쓰나? 사실은 몸의 상태가 조금 안 좋아서, 라고 궁지에 몰려서 눈을 내리깔고 애처롭게 고백하곤 하지만, 담배를 하루에 오십 개비 이상 태우고, 술은 마셨다 하면 보통 한 되 이상 쉽게 마시며, 그리고 나서 오차즈케를 세 공기나 쑤셔 넣는 그런 병자가 어디 있어. 요컨대 게으른 것이다. 언제까지고 이래서는 나는 도저히 가망 없는 인간이다.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은 나로서도 괴롭지만, 더는 자신을 응석받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괴로움이니 고매라느니 순결이니 순수이니, 그런 말은 이제 듣고 싶지 않다. 쓰라고, 만담이든, 콩트든 상관없다. 쓰지 않는 것은 예외 없이 나태해서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맹신이다. 사람은 자기 이상의 일도 할 수 없고, 자기 이하의 일도 할 수 없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권리가 없다. 인간 실격,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심각한 얼굴로 책상머리에 앉지만, 막상 아무것도 안한다. 턱을 괴고 멍하니 있다. 별반 심오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게으름뱅이의 공상만큼 우스꽝스럽고 터무니없는 것은 없다. 나쁜 말은 천 리를 간다고 하지만, 게으름뱅이 공상도 졸졸 한없이 흘러 내달린다.-27~28쪽

가끔은 제대로 된 소설을 써라. 자네, 요즘 겨우 세상에서 평판도 좋아졌는데 또 이런 트럼프라니, 곤란하잖아. 세상 사람들이 자네가 아직 병이 안 나은 게 아닌가, 의심할지 몰라.
내 좋은 친구들은 그렇게 말하며 염려해 줄지 모르지만, 이제 걱정해주지 않아도 된다.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니다. 요즘 그걸 깨달았다. 알고 보니 모두 이제부터다. 미숙하다. 문장 하나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쓰고 있다. 아직 자기 생각으로 꽉 차 있다. 화내고 슬퍼하고, 웃고 몸부림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형편이다. 역시 서른한 살은 서른한 살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깨달은 것이다. 당연한 일인데도 나는 이것을 고마운 발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난 아직 쓸 수 없다. 그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절대로 쓸 수 없다. 마음만은 다다랐어도 그것을 계속 유지할 역량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슬프지 않다. 나는 문학을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37~38쪽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 꼴사나워서 낯 뜨거워 견딜 수가 없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내 좋은 친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꼭 써 두고 싶은 것이다. 순수를 추구하다가 질식하기보다는, 나는 탁해도 크고 싶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별것 아니다. 지기 싫은 것이다.
이 작품이 건강한지 건강하지 않은지, 그것은 독자가 결정해 주리라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결코 엉터리가 아니다. 엉터리는커녕 나는 필사적이다. 이런 소설을 지금 발표하는 것은 나한테 불이익이 될 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모험을 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여러모로 헤맬 것이다. 괴로워하는 것이다. 파도는 거칠다. 그 점은 자만하지 않는다. 충분히 조심할 정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39쪽

대개의 경우, 나는 그저 쓴웃음으로 맞아질 따름이다. 많은 사람에게 나는 어쩐지 껄끄러운 그저 시건방진 존재였다. 하지만 나는 모두를 두려워하고, 그리고 모두를 조금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더 즐겁게 하고, 자신을 갖게 하고 크게 웃게 하고 싶어서, 그것만을 염원하였다. 나는 도둑놈 흉내를 냈다. 거지 흉내조차 내 보였다.

44
나는 달한테 편지를 받았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공포였다. 가만히 있지 못해 벌떡 일어나 커튼을 열고 창을 열어젖혀 달을 보았다. 달은 낯선 타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뭔가 말을 걸려다가 나는 화들짝 놀라 숨을 죽였다. 달은 그래도 모른 척 하고 있다. 냉혹하고 엄격하여, 처음부터 인간 따윈 문제 삼지도 않는다. 차원이 다르다. 나는 흉측하게 우뚝 서서 쓴웃음도 아니고 부끄러움도 아니고,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신음했다. 그대로 작은 여치가 되고 싶었다.-41~42 쪽

이렇게 힘든 꼴을 당하는 것도 결국 평소의 나태함 때문이다. 이래서는 정말 안 되겠다. 각오만은 대단하지만 지금처럼 게을러서는 제대로 된 소설가는 될 수 없다.

61
꽃 피지 않는 수레국화
시생멸법(是生滅法), 성자필쇠(盛者必衰).
차라리 둔갑해서 나타날까 봐.

67
나는 나로서 잊지 못할 일만을 단편적으로 쓰려고 한다.-54쪽

되돌아보면 저로서는 확실하게 이러이러한 동기로 문학을 지향했다는 것을 모르겠고, 거의 무의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저는 어느새 문학이란 들판을 걷고 있었다는 느낌입니다. 정신을 차리자 그야말로 갈 길도 천 리요, 돌아갈 길도 천 리 라고나 할까. 꼼짝없이 문학이라는 들판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을 깨닫고 무척 놀랬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116
저의 세상 사람에 대한 감정은 역시 수줍습니다. 키를 두 치 정도 낮춰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실감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이런 점에도 제 문학의 근거가 있는 듯이 느껴집니다.-112쪽

나는 집에서 늘 농담만 한다. 그야말로 마음에 고민과 번뇌가 많기 때문에 겉으로는 쾌락을 가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나 할까. 아니, 집에서뿐만 아니라, 나는 남을 대할 때에도, 아무리 마음이 괴롭고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거의 필사적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손님과 헤어지고 나면 나는 피로에 휘청거리고 돈 문제, 도덕 문제, 자살을 생각한다.
남을 대할 때만이 아니다. 소설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슬플 때 도리어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나 스스로는 가장 괜찮은 봉사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다자이란 작가도 요즘은 경박해, 재미만으로 독자를 낚는다, 극히 안이하다고, 나를 경멸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 점잔 빼고 좀처럼 웃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인가?-132쪽

자기의 작품이 좋은지 나쁜지는 자기가 가장 잘 안다. 천에 하나라도 스스로 좋다고 인정한 작품이 있다면, 그보다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각자 자기 마음에 잘 물어볼지어다.
- 소소한 행복에 관해.

183~184
어떤 한 남자의 정진에 대하여.
나는 혈안이 되어 진실만을 좇았습니다. 나는 지금 진실에 따라 붙었습니다. 나는 진실을 앞질렀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달리고 있습니다. 진실은 지금 내 등 뒤에서 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스갯소리도 못 됩니다.-170쪽

아무것도 없다. 잃어버릴 아무것도 없다. 진정한 출발은 여기로부터? 쓴웃음.
웃음. 이것은 강하다. 문화의 궁극적 불꽃이다. 이지도 사색도 수학도 일체의 교양의 극치는, 필경 포복절도하는 큰 웃음으로 끝난다. 그렇다면 아, 교양은, 교양이라니, 역시 그런 것에 얽매여 있으니까 포복절도감이다.
231~232
내게는 아직 이렇다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이 없어서 큰 소리는 못 치지만, 그것은 조금 묘한 창작법이다. 말을 꺼내려다 더듬거리게 되니 말해서는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괴상한 방법이다. 하긴, 전부터 무의식적으로 해 온 것을, 요즘 어른이 되어 겨우 알아챈 것뿐인지도 모른다. 말을 하면 너무 당연한 얘기라 뭐야, 아무것도 아니네,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200쪽

남의 일을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꼬락서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나는 이 기회에 좀 더 깊게 자신을 조사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절호의 기회다.
… 느슨함을 경멸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그런데 사람은 의외로 안이하게 살고 있다. 타인의 안이함을 조소하면서, 자신의 안이함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자기변명은 패배의 징조이다. 아니, 이미 패배의 모습이다.-233~234쪽

누구나 처음에는 본보기를 좇아 연습을 쌓지만, 창작자란 자가 언제까지나 본보기에서 못 벗어나는 것은 실로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 풍차가 역시 풍차 이외의 것으로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대로 풍차를 묘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은 풍차가 풍차로 보이지만, 악마처럼 묘사하지 않으면 예술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뻔한 궁리를 이리저리 하여 낭만적임을 자처하는 멍청한 작가도 있습니다. … 그저 진실하고 우직하게 인상의 정확을 기하는 일 한 가지만 노력해보세요. 강력한 하나의 주관을 지니고 나아가라!
245
표현하고 싶은 현실을 기를 쓰고 쫓아가고 있었다. 그 정색하고 기를 쓰는 점이 신선했다.-242~243쪽

스스로 한 일은 그렇게 확언하지 않으면, 혁명이고 뭐고 실현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렇게 하고도 다른 일이 하고 싶어서 인간은 이래야 한다, 라는 등 말하는 동안은 인간 내면으로부터의 혁명이 언제까지고 안 되는 것입니다.
288~289
원래 작가와 평자와 독자의 관계는, 예를 들면 정삼각형의 각 정점에 위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와 같은 위치에 각각 밖을 향해 앉아 있어서는 말이 되지 않지만, 각각 안으로 마주앉아서, 작가는 말하고 독자는 듣고 평자는 혹은 작가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혹은 미심쩍은 것을 확인하고, 혹은 독자를 대신해서 중지를 요청한다. 요즈음 바보 교수들이 묘하게 뻔뻔하게 나와서, 예를 들면 직선상에 두 점을 놓고 작자와 독자라고 한다면, 교수는 그 동일선상의, 게다가 두 점의 중간에 끼어들어 갑자기 ‘히히히’이다. 이야기 도중의 작가도 독자도 정말이지 당황스럽고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262쪽

예전에 그랬으니까, 지금도 똑같은 운명을 따를 자가 있다는 식의 건방진 독단은 말아 달라.
299
용서한다 안 한다는 그런 엄청난 권리를 자기가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다. 도대체 자기 자신은 어떤데? 남을 심판할 분수도 아닐 텐데 말이다.-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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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9 00:28   좋아요 0 | URL
속았......습니다. (뚱-)
저는 문님의 '소소한 일상' 인줄 알았단 말입니다. (흥)
그나저나, '그 불쌍하기 그지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언제 들려주실겁니까? (집요)
 

이상은 Art & Play : 예술가가 되는 법
[뮤지션으로, 화가로, 시인으로 활동해온 전방위 아티스트 이상은이 독특한 컨셉의 책을 펴냈다. 'Art & Play'. 지난 20여 년간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담아내면서, 예술을 놀이로 승화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이드하는 책이다. 이상은은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예술가임을 주장하면서, 신나는 놀이처럼 인생을 즐기자고 제안한다. - 책 소개]

_‘예술가가 되는 법’이란 부제가 달려 있지만, 어떤 방법을 제시하는 타입의 책이 아니라 생각함에 이끌리는 것이다. 애초에 ‘예술가가 되는 법’이 궁금하다기보다, 어떤 대상에 대해 (나와는 다를) 그녀의 생각이 어떤지 느껴보고 싶었다 할까. 나온 즉시, 매장에서 확인하고 사자 마음먹었지만, 이제야 겨우 할 수 있었다.

타인의 얼굴.

그저께, 교보문고 매장에서 환호하고 사려다가, 책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알라딘에서 질렀다!
얼른 도착해라, (중얼중얼 주문 중)


침대.

나랑 친구의 절대적인(;) 타입의 소설집. 그녀의 이전 작품은 이리 강렬하게 이끌리지 않았는데, 이번 소설집은 너무나도 유혹의 물결이 거셌다. 그래서 휩쓸렸다. (주문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처음엔 매장에서 사려 했었는데, 단 3권밖에 없었고,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오이디푸스의 숲.

[박민규, 정이현, 이기호, 김중혁, 편혜영, 김숨, 해이수, 박주영 등의 작가론]
책 소개의 저 부분에 무지막지로 휩쓸리다시피, 끌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여럿)


말테의 수기.

중학교 때 읽었던 책을, 지금에서 새로이 읽으면, 어떤 식으로 다가올까 막연하게 궁금해졌다. 그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보았기에, 나는 소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문했다. 그냥 무작정 살펴보니까, 다른 분들의 리뷰는 썩 좋았다고 할 수 없는 ‘별 세 개’라는데, 그것에 상관없이 나는 그저 기대!
*내가 친구에게, 막막 자랑한 에피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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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6-0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은 산문집 보고 싶었는데. 보고 리뷰 올려주세요. :)

302moon 2007-06-0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오늘 받았습니다. 헤헤헤, 자랑 중<- -_-;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_ 0605, 끌리는 신간 페이퍼에 올리려다, 빼먹음.
오늘, 매장에서 들춰봤는데, 마구 방방,(-_-),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친구에게 사시오, 하면서 강요(;)해보고, (나는 이미 다른 무언가를 질러 돈이 모자란 터였다;) 책장에 넣었다 도로 빼고, 펄럭펄럭 넘겨보고, 도로 집어넣었다 또 빼고-_-
영풍문고 매장에는 단 한 권 있었는데, 교보문고 매장에는 어림짐작으로 10권 이상 쌓여 있었다. 가능하면, 내일 장만해야지!
[소설가 폴 오스터의 문학적 근간을 보여주는 산문 모음집이다. 이 글들은 결국 모두 문학이란 어떤 것인가에 관한 질문으로 통한다. 또한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우연과 기억, 고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들려준다. 1999년 출간된 <굶기의 예술>을 새롭게 펴낸 개정증보판이다. - 책 소개]
*굶기의 예술을 소장하지 않은 것에, 다행이다 싶었다. 새롭게 바뀌어, 더욱 예뻐진 책을 보면, 가지고 있음에도 다시 지르고 싶은 욕구에 바들바들 떨곤 하니까.

 

*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 베르크.
예약주문하려다, 미적거렸는데, 할 걸 싶기도 했다. 오늘, 매장 신간코너에서 확인한 바, 무지무지 끌렸던 거다. 역시, 좋아하는 아저씨(;)를 내친 벌을 받는 거야, 혼자서 중얼중얼. 어쨌거나, 이 책도 조만간 소장하고 싶다. 나랑 친구의 징크스가 이렇게 들어맞을 줄이야. 금전적 여유가 나지 않을 때, 끌리는 신간은 거의 (과장해서) 무한대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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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전에 올린 리스트, [*목표, 5월에 읽을 책.]의 내용과는 살짝 비켜갔지만,
목표에 한참 못 미쳤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지 하면서 스스로 격려(;).
정리도 많이 해두었고, 차근차근 리뷰도 썼으니까.
(결과는 제쳐두고, 과정은 나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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