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도서.

붉은 손가락 | 원제 赤い指 (2006)
소녀의 살해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없이 고독하고 너무도 안타까운 가족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특유의 흡인력과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깜짝 놀랄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 책 소개.

: [용의자 X의 헌신], 동생이 구입해서 바로 읽는 것을 보았다. 이번에 출간 예정작인 이 작품을 이야기했더니, 솔깃한 반응이 돌아오더라, 예상대로. ‘깜짝 놀랄 반전’에 기대를 모은다. 어지간하면 끄덕 않을 나니까, 50% 정도의 확률만 놓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이들의 음모와, 사건을 파헤치는 가가 형사의 치밀한 두뇌 플레이가 숨 막히는 공방을 펼친다. - 책 소개.

: 어째서 ‘은폐’를 하려 하는지, 막연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치밀한 두뇌 플레이라는 것에도 흥미 끌 요소는 충분하다.

+예약주문을 했다.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 원제 中庭の出來事 (2006)

하나의 살인사건을, '연극'과 '각본', '현실'과 '허구' 그리고, '극중극'이라는 몇 겹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통해 보여주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 책 소개.

: 이중 구조 이상의 구성 방식을 보이는 것에, 살짝 끌렸다. 오늘 신간 코너에 있는 것을 보고, 훌렁훌렁 넘겨보다가 즉시 구입해버렸다. 시작은 조금 밋밋했지만, 책 표지의 설명만으로도 흥미는 그 한계를 넘어섰으니까.

어느 호텔의 정원에서 유명한 각본가가 독살된다. 다음 연극의 여주인공 후보였던 세 여배우는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어 형사의 심문을 받는다. 형사는 원래 각본가가 완성하려던 <고백>이란 모노드라마를 세 여배우에게 연기하게 하면서 살인의 증거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 현실과 그녀들의 연기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어떤 것이 허구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데에, 주목한다. 작가는 그 장면과 상황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까. 과연 어떤 자기만의 특별한 표현을 선보이는 것일까.

+오늘 매장에서 구입했다.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 원제 夏期限定トロピカルパフェ事件 (2006)


미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제목과 매력적인 캐릭터, 치밀한 두뇌 게임을 자랑하는 이 시리즈는, '일상 미스터리' 계열에 속한다. '일상 미스터리'란 살인사건 같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사건 대신 소소한 일상의 수수께끼를 다루는 작품들을 일컫는데, 1980년대 말에 등장하여 일본 미스터리의 한 흐름이 되었다. - 책 소개.

: 일상 미스터리, 좋아하는 계열 중 하나에 속한다. 일상의 수수께끼, 다양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고, 다른 각도의 해석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에 번쩍한 반응을 보이고 만다.

배터리 1,2 | 원제 バッテリ-

자신의 재능을 과신하는 삐딱한 천재소년 다쿠미와 따뜻한 카리스마의 고. 중학교 야구부를 배경으로, 열세 살 두 소년의 뜨거운 우정을 그렸다. '배터리'는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를 일컫는 말로, 서로 믿고 의지하는 신뢰의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 책 소개.

누구에게든 이 세상에는 반드시 자신의 자리가 존재한다. 그 자리를 찾아가는 것, 그게 바로 성장의 참 의미이며,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만이 어둠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재능을 확신하는 투수 다쿠미, 그리고 사람 사이의 소중함을 아는 포수 고를 통해 성장과 발전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싶어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 - 아사노 아쓰코

: 동생에게 선물로 줄 계획이다. 물론, 나도 야구를 꽤 좋아하고, 연애소설보다 우정소설을 더 선호하는 편이니까, 더욱 금상첨화다. 더욱이 예약주문을 하면, 2권을 함께 준다니까, 다른 어떤 판단도 접을 수밖에.
+바로 질렀다.

창조성의 비밀 - 번뜩이는 생각들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 우선, 책 분류가 ‘뇌 과학’이란 것에 번쩍임을 보이다. '번뜩임' 또는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두뇌의 원리를 소개하면서 어떻게 하면 보통 사람들이 더 창의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지 알려주는 책. _ 이라는 책 소개는 살짝 찌푸리고 말았지만, 매장에서 확인할 계기는 충분하다고 본다. 좀 더 체계적인 두뇌 활동 모드를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뇌’라는 키워드 하나로 그 가능성의 문은 두드리는 족족, 열릴 것이라 믿으며.

 

*음반.

Gackt - Returner ~闇の終焉~ (: 어둠의 종언) (Single)

: 오랜만의 내 타입(;) 표지로 돌아오셨다. 휘날리는 거, 은근 뱀 꼬리 같아서 히죽히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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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회색빛, 뚜렷한 경계가 없는 내면에 주파수를 맞추다.
(0706)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집이란 요소 하나, 반듯하고 심플한 회색 표지에 무턱대고 호기심이 스멀스멀 생겼다는 요소 하나. 갈팡질팡 망설이지 않고, 선뜻 구입할 수 있었다. 1+1이벤트로 비닐 포장이 되어 있어서,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내용의 일부를 살짝 살피지는 못했지만, 어디까지나 기대를 잔뜩 품었던 것. 먼저, 그 결과는 상당 만족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10가지 단편이 실려 있다. 나는 웬만해서는 기발한 상상력이란 생각을 안 하는데, 이번 독서는 그런 생각이 마구 들었다. 아주 극찬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달리 말하면, 모험과도 같은 독서. 내가 좋아하는 독서 타입을 선사하는 책이었다. 현재, ‘양지의 시’란 단편을 읽는 중이다.] *7월 3일 독서 일기에 언급했던 바, [SEVEN ROOMS]에 몰입해서 읽을 때, 최초로 느꼈던 그 생각이 일관되게 흘러간 것에 대해서 환호 중이다. 소설 전반에 미미하게, 혹은 어떤 단편에서는 좀 더 선명하게 밑바닥에 깔린 자글자글한 파편의 긴장을 느끼고, 복선을 찾아내고, 이어질 스토리를 예측, 감지할 수 있었다. 풀어지지 않고 내내 독서에 몰입할 수 있었다. 단편집일 경우, 한 번 붙잡으면, 단편 하나를 다 읽어내야 커버를 덮었던 평소 독서 습관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었다.

 

 

책 소개에서는 [크게 섬세함과 안타까움을 기조로 한 '퓨어 계열'과 잔혹함과 처참함을 기조로 하는 '다크 계열'로 나뉜다.]라고 설명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 ‘양지의 시’란 단편을 제외하고는, 굳이 확연하게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두 가지 타입 중에서 어느 하나 특정한 면이 더욱 부각되었거나, 아주 가라앉았다는 생각을 했다.(내 주관이 섞였긴 하지만;) 그래서 2배로 좋고, 특별했던 것 같다. 경계가 없다는 것, 여러 가지 해석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 독서의 가치 범주에 넣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이것저것 따지며 뜯어보고 파헤치지 않고, 그저 음미하고 휘감기는 영상의 효과를 고스란히 움켜쥘 수 있었다.

 

 

[SEVEN ROOMS]에서 작가가 따로 묘사하지 않은 범인을 나의 시야에 가두고, 상상력의 자유를 만끽하며 나름대로 그를 표현했다. 어쩌면 평범한 겉모습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고, 한계와 선을 생각하지 않고 서슴없이 살인을 즐기는 무시무시한 괴기웃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공개수배 사건 25시’의 용의자와 딱 맞아떨어질 수도 있었다. …….

 

출구 없는 단절, 고립과 고독의 절정에서 헤엄치고, 무의미함에서 길잡이든 화살표든 다 내던진 채 풀썩 주저앉고 마는, A세계와 B세계의 유일한 통로이자 구실이었던 다리가 처참하게 부서진 광경을 보고, 더욱이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습하고도 잔혹한 인간 내면의 실체와 맞닥뜨리고, 뒤틀린 자아, 소통의 부재에 허우적거리고, 복수의 칼날을 번뜩이다, 스르르 놓아버리고 천진한 아름다움에 현기증을 일으킨다. 어질어질해 있는 사이, 저 멀리 잰걸음을 놓는 자연과 생물, 그리고 태양에 관한 동경, 관심에 생기의 꼬리를 다시금 부여잡고 부지런히 따라붙는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희망을 발견,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만다.

 

*흉기는 녹슬어버린 도끼, 서랍에 숨겨두었지.
먼지투성이 권총, 두 번 세 번 돌리며-
방아쇠를 당기고, 연기가 나는 총구. 
눈이 하얗게 뒤집힌 얼빠진 얼굴.
도끼로 그 녀석의 손발을 큼직하게 잘라, 여기저기 튀는 피.
다음은 그 녀석, 그 다음은 저 녀석.
손, 발, 숨 안 쉬는 사람들을 모아서 클로버 산을 만들자.

- Murder, Joker. *

[차가운 숲의 하얀 집], 단편을 보면서, 위에 부분 옮긴 가사를 문득 생각했다. 소설은 섬뜩함 뒤에 가려진 씁쓸함이 녹아 있어서, 가사와 분명 다르지만 슬며시 스치고 지나갔었다.
특별히, [SEVEN ROOMS], [양지의 시], [차가운 숲의 하얀 집]을 깊게 각인시켰다.

 

***

56
안족 ->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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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코페르니쿠스 신드롬.



: '인류의 미래를 뒤바꿀 중요한 진실을 알고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프랑스 작가 앙리 뢰벤브릭의 2007년 작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추적하는 실존의 문제를 다루는가 하면, 현대인의 고독, 한 개인을 모르모트와 같은 실험도구로 인식하는 전체주의적 국가관에 대한 고발한다. 인간의 미래를 예견하는 독특한 발상을 자유분방하게 펼쳐 보이는 작품. - 책 소개.

‘스릴러’, ‘실존’, ‘고독’, ‘독특한 발상’이란 키워드에 주목한다. 출간되었다면, 내일 매장에서 확인해봐야겠다.

*토끼와 함께한 그해.



: <기발한 자살 여행>, <목 매달린 여우의 숲>의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장편소설. 무기력한 삶에 지친 주인공 바타넨과 차가운 도시인이, 귀엽고 앙증맞은 토끼 한 마리를 통해 탄탄한 유대를 맺게 되는 이야기이다. - 책 소개.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다는 사항에서 멈칫. 그리고 빙그레. 예약주문을 하고 있던데, 일단은 판단 보류. [목 매달린 여우의 숲] 미니 북이 살짝 탐나긴 하지만. (-_-)

- 고전.

*고전의 향연.



: 한겨레 신문 북섹션에 연재된 '고전 다시 읽기' 글들을 모아놓은 글 모음집. 이 시대에 적합한 고전을 새로이 선별하고, 그에 적합한 필자들이 글을 썼다. 서양 사상, 동양 사상, 한국의 사상과 문화, 정치, 역사, 문학, 과학 등 총 6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주제의 고전들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다. - 책 소개.

향긋한 고전의 세계에 취해보자. 학창시절에는 고전 읽기에 꽤 탐독했었는데, 대학 때 전공과 무관한 바람에(과제만으로 허우적거리고, 밤을 새야 해서 독서는 꿈도 못 꿨다.) 많이 시들해져서(;) 이제 다시 끌어올리려는 중이다. 여러모로 옛글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권우 작가님의 말씀처럼 지독하게 접근하고, 어루만지리라 다짐한다.

- 과학/기술.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 우주가 유기적이고 전일적이라는 것은 세계 모든 문명의 전통 속에 녹아 있는 고대 우주의 개념을 상기시키도한데, 이것이 '마법에 걸린 우주'라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약 350페이지의 이 책에서 지은이는 이처럼 오래되었으되 재발견된 새로운 비전은 우리가 서로의 일부이면서 자연의 일부, 그리고 세계의 일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강하게 역설하고 있다. - 책 소개.

‘우주’라는 키워드는, 어릴 적부터 번득이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표지와 제목부터 심상치 않게 끌어들인다. 일단, 매장에서 확인 계획.

- 인문.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

 

: 이 책의 의도하는 바는 ... 오타쿠계 문화에 대해, 그리고 나아가서는 일본의 현 문화상황 일반에 대해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우리 사회를 보다 잘 이해하는 것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문학에 역사가 있고 미술에 역사가 있듯이 오타쿠계 문화에도 40년이라는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역사가 있으며, 그 흐름은 확실히 우리 사회의 변천을 반영하고 있다. - 아즈마 히로키


어떤 요소로 시작해 상황 전반을 해석하는 방식에 부연 설명 없이, 일단, 확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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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공항에서
무라카미 류 지음, 정윤아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공항에서.(0705)

신간코너에서 발견하자마자 환호하면서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완료는 한참 늦었다. 6월 초에 소장했는데, 커버를 덮은 건 7월 초가 되었다. (소유욕이랄까, 이런 욕구가 은근 강해서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나 찜한 상품은 어떡해든 1주일 내로 손에 거머쥐어야 실실 웃으면서 흐뭇해하는 편이다. 판단을 보류할 때도 더러 있지만, 대개 그런 편이었다고 기억한다.) 즉각 리뷰 효과를 보려 했다.(스타트는 바로 끊었으나, 마무리는 조금 더뎠다.)
‘무라카미 류’, 일본 작가 중 철저한 내 관점(!)으로 1순위에 꼽을 수 있는 분이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 ‘반도에서 나가라’와 그 외, 구하지 못한 두 가지 장편소설, 에세이를 제외하면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탐독을 하면서도, 빠른 시일에 곧잘 마지막 커버를 덮곤 했다. 다만, 리뷰로 옮긴 것은 그와 대비해서 얼마 되지 않지만. 기억을 약간 들추어내서 쓸까 싶기도 했다가, 앞으로 두 번째 읽어서 리뷰 쓰기를 시도할 계획이다. 대체 어느 세월에, 라는 불안이 슬금슬금 생겨나고 있다.
어쨌든. 일단 이 리뷰에 집중하자, 고 마음먹는다.
우선, 번역된 문장에서 드러나는 느낌을 살펴보자. 전문 일본문학 번역가 중 ‘양억관’ 씨 번역에 상당히 열광하는 편인데, 거기에 비교하면 어쩐지 밍밍한 느낌이라고 할까.(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것) 돋보이는 주관과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함이 다소 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초반에 살짝 의기소침한 상태였다가, 에잇, 하면서 훌훌 털고, 문장을 곱씹으며 집중해나갔다. 와인과 음악, 쿠바가 함께 하는 소품과 이미지는 전작과 마찬가지여서, 다시금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우리들의 일상이랄 수 있는 공간적 배경에서, 짧은 시간 포착 기법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편의점, 술집, 공원, 공항, 노래방.) 고독에 휩쓸린 주인공이 빠짐없었던_ 이제껏 쓰던 작품에서 벗어난 배우려 집중하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답답한 현실의 도피, 그리고 환상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물결을 이루고, 궤도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닌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기도 한다. 그런 주인공들의 너머에서 작가의 필치는 어디까지나 담담하기만 하다. 그 밋밋하고 나른하다고도 할 수 있는 풍경에서, 결말에 이르러 허무함을 잔뜩 끌어안으면서도, 스스로의 해법으로 바탕에 깔아둔 격려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짜릿하고 기발한 표현은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155쪽의 이 부분. [어디론가 움직이는 사람들의 무리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어 마치 원시적인 동물이나 바다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무리처럼 보인다.] 그 외에는 대개 인물의 대사에서 작가의 의도와 주제, 스토리의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 제작이란 그리 간단하지 않아. 거의 매일 내가 원하는 걸 표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지. 그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진다면 영화에 대한 의지도 함께 약해지고 말걸.”]
나름대로 이 부분을 주목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겠지만, 나는 소설을 쓰면서 매번 저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스타트를 끊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몇 편을 진행하고서도, 한참 헤맨다. 그리고서 엉뚱한 라인으로 엇나갈 때도 종종 있다. 내 손을 타고 생겨난 주인공들이 내 마음대로 조종(;)이 되지 않아, 마구 짜증낼 때도 여러 번 있었다. 아마 리뷰를 쓰기 전의 계획과 쓰고 난 후의 결과물을 보았을 때의 참담함을, 다른 분들도 느꼈으리라 싶다. 나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생활 속에서, 타인의 글, 취향의 음악에서 값진 무언가(다른 각도로 해석하기, 어떤 현상에 대한 고정된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현, 형상)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한다. 그것을 토대로 풍부한 의식을 불어넣어, 새로운 기본 뼈대를 세우고, 특유의 필체와 감각으로 새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징검다리를 밟듯 서두르지 않고. 그런 작업을 머릿속에 영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그렇게, 왕성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필사적으로 몰두해서, 한 편의 글을 탄생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때때로 무기력해질 때도 간혹 있지만. 어떡해든 이겨내려 발버둥, 기필코 해내겠다는 의지와 줄줄 흐르는 땀방울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을 때, 어떻게 설명이 안 될 만큼 무지무지 기쁘다. 이런 생각을 나열할 수 있는 독서는 의미가 있다. 쉬이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희망을 가졌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 사회 전체의 희망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개인적인 희망을!"

틀린 부분을 몇 군데 찾았다.
52. 무렵 까지는 -> 무렵까지는
99 토해 내는 -> 토해내는
84. 힘들어 진다 -> 힘들어진다.
(그 외, 여러 띄어쓰기 틀림.)
61. 띄어쓰기 할 때, 스페이스 바 키가 두 번 눌러진 곳, 한 번 눌러진 곳.
일관적이지 않다. 어지럽게 보인다.
85. 매니큐어 -> 에나멜

(매니큐어는 '손 관리', 전반적인 행위를 뜻합니다.
색색의 용액은 '에나멜' 혹은 '폴리쉬', '네일락카'라고 합니다.)


94 연신, 108 연신 -> 연방
(이건 몇 차례 나오더라.)
106. 생일날-> 날 일, 그리고 날 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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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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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침침하고 암울한 이 네모난 방은 우리를 각각 고립시킨다. 고독을 실컷 맛보게 한 뒤, 목숨을 거두어간다.


굳게 닫힌 방은 우리를 그저 가두고 있다는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욱 중요한, 인생이나 영혼이라고 할 만한 것마저 가두고, 고립시키고, 빛을 빼앗아 가는 것처럼 여겨졌다. 말하자면 영혼의 감옥이었다. 이때까지 본 적도 겪은 적도 없는 진짜 쓸쓸함이나, 이제 자신에게 미래는 없다는 삶의 무의미함을 이 방은 가르쳐 주었다.-38~39쪽

하늘이 보고 싶다. 이때까지 이렇게 절실히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나는 어째서 갇히기 전에 구름을 더 잘 보아 두지 않은 걸까.-52쪽

나는 과학을 좋아하지만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가 존재한다.
-74 쪽

어느 한쪽과 있으면 다른 한쪽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문이 움직인 것도 눈앞을 가로질러 간 것도 없었던 일이 되고 만다. 나는 이제 각각의 세계의 겹쳐진 부분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오로지 떨어지기 시작하는 두 세계를 오가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93쪽

그 짧은 문자의 열거 속에, 한순간의 움직이는 마음을 잘라내어 가둔다. 작가는 세계를 보고 들으며 느낀 감동을 짧은 문자 속에 묘사한다.
-
소설 내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에 의해 등장인물들의 마음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은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다른 형태로 바뀌어 있다. 그 변화의 과정이 물결처럼 성립한 것, 그것이 이야기의 정체다. 이는 수학과 같다. 소설을 미분하면 하이쿠나 시가 된다. 이야기를 미분하면, 묘사가 된다.-103~104쪽

"저 창문의 장식이 내는 소리는 바람이 만들어 낸 음악이군요. 저는 저 소리가 좋습니다."

지하에서 눈을 떠서 처음으로 밖에 나왔을 때는, 하얗게 물든 시야와 피부에 닿는 온도로밖에 태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내게 있어서 태양은 더 깊은 의미를 가진, 아마도 시의 세계에서밖에 표현할 수 없을, 내면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 되었다.

"창문의 장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이 인간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지와 공포 사이에 뭔가 하나 빠진 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153~157쪽

두 팔에 안은 토끼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 아이도 고칠 수 있습니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 토끼는 이미 죽었다. 그렇게 말했다.-161쪽

어째서 그가 항상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그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 ‘죽음’에 의해 이별이 찾아올 때까지 잘 보고 눈에 새겨 두려는 것이다.-166쪽

그가 나를 만든 기분은 이해가 되었다.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 자신의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뭔가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 저의 마음은 비명을 지릅니다. 이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고통을 견디며 남은 시간을 살아가야만 합니다. 이 얼마나 가혹한 일일까요. 그럴 거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마음 없는 인형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언덕에 펼쳐진 초원을 볼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새 둥지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일도, 커피의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 세상의 빛 하나하나와 닿는다는 것은 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제 마음은 비록 슬픔에 못 이겨 피를 흘리고 있지만 그것마저 살아 있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증거로 여겨집니다."
감사와 원망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일까요? 하지만 저는 생각합니다. 분명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훨씬 전에 사라진 인간 아이들도 부모에 대해 비슷한 모순을 안고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요? 사랑과 죽음을 배우면서 자라고, 세상의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요?-172~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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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6 01:05   좋아요 0 | URL
깜짝이야. 지붕이 또 바뀌었군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