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한 사람들

미크로코스모스 | 원제 Mikrokosmos : Ou le theoreme de Soga (2005)

 

일본 정사(正史)에 기록된 위대한 인물들이 실은 우스꽝스러운 바보였으며, 일본사의 한 획을 그은 업적이나 사건들 실은 어처구니없는 동기(투정, 심심풀이 장난, 욕정 등)로 일어난 해프닝이라는 식으로 일본 역사를 비튼 블랙코미디. <네코토피아>로 국내에 소개된 '아스카 후지모리'의 두 번째 국내 출간작이다.

: ‘네코토피아’ 리뷰를 쓰지는 않았지만, 두세 번 읽고 각기 다른 특별한 느낌을 간직했던 기억이 있다. 치료 받고 시험 일정이 잡혀 있어서 글을 쓸 여력이 생기지 않아 많이 방황했던 시기임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이 책을 읽고 그때의 인상과는 또 미묘하게 달라질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의 심리 | 원제 Grundformen Der Angst (2006)

 

인간 개개인이 경험하는 불안을 네 가진 근본 형태로 나누어 분석한다. 그리고 불안이 병적으로 과도하게 나타나는 각각의 요인을, '자전'과 '공전', '구심력'과 '원심력' 등 지구를 지배하는 네 가지 힘을 빌려 알기 쉽게 설명한다.


: 책 소개에 언급된 사항에 한해서는 엄청 이끌리는 타입의 책이다. 어떤 단어와 표현을 썼는지(지루한 설명은 사양;), 사례를 적절하게 풍부하게 제시했는지, 꼼꼼하게 따져 봐야겠지만 ‘불안’ 키워드로는 한껏 파고들고 싶은 책이다. 책 속에서의 문단은, 별로 환호할 문장 방식은 아니다. 음.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세트 - 전2권


'국제적 보편성, 한국적 특수성, 시대적 대표성, 미학적 완결성' 이라는 네 가지 기준을 적용, 회화, 공예, 조각, 건축 분야의 예술품을 각각 선정했다. 작품을 설명함에 있어서는 이해와 감상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 집중했다. 기본적인 사항과 깊이 있는 최신의 연구 성과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미적 감흥을 전달해줄 수 있는 주관적인 해설을 덧붙인 것. 동시대 중국과 일본 예술품과의 비교 논의도 함께 실려 있다.

1권 - 회화/공예 편
회화 분야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와 고려시대의 불화, 조선시대의 산수화, 인물화, 영모화, 풍속화, 민화 등이 포함되었다. 공예 분야에는 토기와 전돌, 금속공예와 목공예, 도자 가운데 청자와 분청자, 백자 등이 포함되었다. 여기에는 선사시대와 삼국시대, 통일신라기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대표적 공예 작품이 고르게 안배되어 각 시대의 미감을 역사의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2권 - 조각/건축 편
조각에서는 금동불, 소조불, 철불, 목조불상, 목각탱 등 재질면에서 다양한 작품을 담았고 삼국시대, 통일신라기,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종교와 사회상을 잘 대변하는 불상들을 선정하였다. 건축에서는 불교 탑파, 사찰건축, 궁궐건축, 사원건축, 조경문화, 민가건축, 석교 등 분야별로 선정하였고, 이를 통해 각 시대의 건축양식과, 삶과 정신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건축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였다.

:무엇보다 솔깃했던 사항은 당연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였다는 것. 지루하게 미술품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떠들기보다, 더 나아가 지은이의 견해를 삽입시킨 타입을 더 좋아한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생각하니까. 달라지는 해석을 들추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문단을 잠깐 살폈을 때, 느낌을 표현한 부분 ‘과일’, ‘자연’의 영상을 불러올 수 있어 좋았다.

제국 그 사이의 한국 1895~1919 | 원제 Korea Between Empires 1895~1919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한국 민족주의 운동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전달해주는 책이다.

:짙게 표시한 부분, 주목.


광고, 욕망의 연금술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어른들이 들려주시는)에 ‘광고’는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꼬맹이가 나름 진지하게, 광고를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광고가 안 나오면 툴툴거리기 일쑤고, 또 자신만의 의견(;)을 내비췄단다. 워낙 오래 전이라(유치원 들어가기 전) 이런저런 세세한 대화를 포함해 그랬던가 싶기도 하지만. 일단, 이젠 텔레비전 방송을 거의 안 보게 되었지만(몇몇 프로그램. 이를 테면, ‘우리말 겨루기’, ‘퀴즈 대한민국’, ‘상상플러스’ ‘뉴스’ ‘특명 공개수배’ 를 챙겨본다.), 간혹 가족들이 채널을 돌릴 때, 튀어나오는 번쩍이는 광고에는 솔깃할 때가 있다. 특이하고, 웃기고,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채의 광고의 물결. 어릴 적의 습관이 비켜가지 않았구나 생각을 한다. 무시할 수 없구나, 라고. 광고에 녹아든 문화, 커뮤니케이션. 표지부터 이끌리고 있는 책과 함께 하면서, 되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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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웃집 토토로.

처음 일본 애니메이션인 ‘토토로’를 접했던 기억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 이전에 용사 나오는 거랑, 로봇 나오는 거, 수라왕, 싸이버 포뮬러 등, 장르를 넘나들며 TV&비디오 애니메이션은 웬만해서 다 봤기도 했지만, 그건 우리말 녹음이었기에. 일본어 수업을 시작한 고등학교 1학년, 일본어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애니메이션(토토로를 포함한 미야자키 시리즈)을 본격적으로 접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이 가져온 잡지를 통해서 일본의 대중문화를 알았다. (*SMAP*과 *GLAY* *Luna Sea* 등등. 정작 가져온 애들은 관심을 안 가졌지만.) 그때 처음으로 J-ROCK & J-POP 계열의 음악을 접했고, 그게 곧 일본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수업을 받을 순간을 기다리며, 호기심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고등학교 방과 후 클럽활동을 일본어부로 택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학 전공으로 택하지 않았던 (못했던, 에 가까울지도)것에는 아쉽다.
내가 사는 동네는 좀 어중간한 지점에 속했다. 그러니까, 행정구역으로는 경상도라서 대회에 나갈라치면 왜관이나 구미로 가야 했고 그 일정이 꽤 까다로웠다, 대구에 보다 수월하게 갈 수 있게 교통편이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곧잘 시내로 나가, 이런저런 소품을 접하고 그 이야기들을 흘려놓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 버스를 자주 이용할 수는 없었다. 특별한 경우에만 가능했다. (그 시절엔 16번 버스, 어느 순간부터 427로 번호가 바뀜.) 인터넷 전용선이 깔리게 된 것도 내가 대학 1학년 재학 중이었던 터라 관심을 가졌다 해도 이런저런 자료가 부족하던 시기였다. 우리 동네는 케이블마저 그보다 한참 늦게 깔렸다. 음악도, 일본문화 개방 이전이라, 겨우 소장한 CD하나의 몇몇 가지만 되풀이 들을 수 있었고, 접할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은, 클럽활동 선배가 가져온 미야자키 시리즈가 거의 전부였다. 그때는 비디오테이프. (바람의 검심도 그때 봤다. 그리고 hyde를 알았다. 이 이야기는 따로;) 보고 또 봐도, 어쩐지 질리지 않던 영상. 이래저래 너저분하게 서두가 길었는데, 거슬러 짚어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 출발점이랄 수 있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토토로’
*소박한 그림과 스토리, 시골 배경, 작은 스케일.
번쩍번쩍한 장식이 곁들여지지 않고, 담담한 선과 아기자기한 색채가 바탕이다. 편안하고 정감 넘치는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꼬맹이 때의 우리 동네, 그 공간을 천방지축으로 날뛰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탁구공 마냥 예측불허라 한시도 한눈을 팔 수 없었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뱀과 개구리에 관한 에피소드랑, ‘길’과 ‘비’, ‘책’ ‘진흙’ ‘언덕’ ‘제멋대로 도깨비’ ‘곤충채집’ 다양한 풍경들. 이젠 엄청 변했다. 그때를 더듬으면, 아련하게 조각 단편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되돌리기에는 무리다. 그리워지고, 아득한. 자연과 생물(풀과 곤충)을 온몸 가득 안고 지칠 때까지 달리던 장면. 풍성한 감각을 불러 모으며, 뒤로 감기 추억을 재생시킨다. 끊이지 않고 깔깔거리는 웃음이 공중에 퍼진다.
*귀여운 등장인물, 동화 캐릭터, (내가 생각하기에)풍부한 상상력.
제일 주목했던 메이는, 시시때때로 언니의 행동을 따라 하고, 호기심 만발 눈망울을 데굴데굴 굴리며, 와하하하 입을 힘껏(;) 벌리고 꼬맹이의 꾸밈없는 시원한 웃음을 뿌린다. 덩달아 폭소를 터뜨리고, 익살스런 말투와 표정 & 통통 튀는 발음과 억양에 맞춰 그대로 따라 반복을 했다. ‘도토리’를 발견하고, 마루에 냉큼 올라서려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신발이 쉬이 벗겨지지 않음, 이를 악물고 힘을 줄 때 그 이미지에 또 깔깔.), 잡았다, 의기양양해져 언니에게 손바닥을 펼쳐 보이려는데, 검댕만 잔뜩 묻어 있기도 하고. 어떻게든 옥수수를 엄마에게 전해주고 싶어 무작정 발길을 옮기는 에피소드.
꼬마 토토로가 자루를 메고 통통거리며 걷고, 씨앗이 톡톡 떨어지고 그게 새싹이 되고 글자가 되고. 아이가 힘찬 전진을 할 때 애벌레가 따라붙는 장면. 밑에 바글바글한 곤충. 내내 들썩거리게 되었던 스타트부터 확 끌어당겼던 세계였다.
바지의 엉덩이 땜빵(;). 절묘한 위치와 모양에 피식 웃고 말았다.
도깨비불을 보는 것 같았던 ‘고양이 버스’의 눈. 히죽히죽 익살맞은 개구쟁이 같은 모습. 거의 ‘비행기’같은 수준의 속도로 찰나에 강렬함을 선사한다.
우산에 물방울이 톡 떨어졌을 때, 그 울림이 신기하고 마냥 좋아서 괴상한 소리를 내며, 펄쩍 뛰어오르던 순간. 그 반동이 내게 전해지는 것 같아, 덩달아 나도 발 굴림, 콩콩 도움닫기를 하고 붕 떠오르는 듯 느껴졌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캔버스 텅 빈 표면에 색색의 물감으로 환상 바탕이 덧입혀지고, 어느새 나는 그들의 세상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빙빙 팔을 돌리며 헤엄치고 있었다. 와글와글 웅성거림이 잡히고 어우러지는 자연의 갖가지 연주와 노닌다. 토토로의 보금자리로 연결된 비밀 통로를 발견하기 위해 번뜩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비가 올 때, 수풀 정류장에 슬쩍 나가 우산을 빙빙 돌려보기도 하고. 마당에 자전거를 타고 몇 바퀴를 셀 수 없이 빙빙 돌고 그러다 지치면 나무 그늘이나 둥그런 바위(뾰족하지 않아, 얼얼함은 남지 않는다.)에 잠시 땀을 식히고 있던, 꼬맹이였던 나를 불러내 더욱 풍성한 감각을 가득 쥔다. 줄줄이 달리기를 하며, 나무 열매를 주워 바닥에 내려놓고 이리저리 재미난 모양이나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토토로의 등장인물과 와락 안고, 안기고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갈 때면, 시계를 멀리멀리 던져버린다. 길은 어디까지고 이어진다. 우리의 발걸음은 멈출 줄 모른다.
오늘도 잠깐 아이템으로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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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김선우 시인’의 칼럼을 모은. 시를 쓰기 이전에 겪어야만 하는 현재의 삶, 그리고 고민들에 대한 사려 깊은 생각들이 담겨 있다.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에 시인의 시를 보고, 타입이라고 마구 좋아했던 기억이 물씬 떠오른다. 최근에 나온 시집을 들추었을 때, 어쩐지 그 당시의 느낌을 되살릴 수 없어 미적거렸다. 이번에는 어떤가. 다시금, 막연한 궁금증으로 이끌림.

8월의 길 위에 버리다 - 제135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 원제 八月の路上に捨てる (2006)


동시대 사회구조나 경제 상황이 동시대 젊은이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깔끔하고 간결한 문체로 그려나간다.

:스토리는 그리 특이하거나 신비할 게 없다. 그 속에 담아낸 저 너머 풍경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어떤 표현을 써서 담아냈는지, 주인공의 대응은 어떠한지, 그들의 마음의 변화 양상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주목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 생신 선물이랑, 아빠 가요 박물관 음반과 같이 주문.

 

구형의 계절 | 원제 球形の季節 (1994)

작은 시골 마을에 흘러든 괴담을 매개로, 학창시절의 설레임과 불안, 어지러운 사랑의 감정과 방황을 그린 작품이다.

: 학창시절의 불안, 방황 키워드에 주목했다. 취미로 슬쩍 쓰곤 하는 내 소설의 부분 아이템이기도 한. 배우는 과정, 스스로 더 나은 단계를 위한 과정(취미이긴 하지만, 어설프게나마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 게으름이 담기지 않도록, 자만이 담기지 않도록.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을 위한 독서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모은다. 사실,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서는 그리 높은 순위에 올라있지도 않고, 그 작품을 최근에 번역되어 나온 몇몇 가지만 접한 터라, (그 이전의 번역 작품들은 스타트의 문단을 보고서 실망했다;)한편으로 미적거리고도 있지만. 어제, 흘긋 살폈을 때는, ‘호오’하면서 나름 호기심을 가졌던 것. 허둥지둥 나와야 했기에, 목요일쯤 좀 더 세세하게 확인을 거쳐야 한다.

얼어붙은 송곳니 | 원제 凍える牙 (1996)

 

계산된 문장을 통해 감정의 움직임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고, 흥분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 어떤 식의 계산을 했을까 궁금하다. 책속에서의 문장을 잠깐 살펴보니까, 특별한 표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관찰한 사항을 서술했을 뿐이다. 시선의 방향을 따라가 닿는 사물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싶기는 하다. 일단, 보관함.


밀회의 집 - 대산세계문학총서 064 | 원제 La Maison de rendez-vous (1965) / Dans le labyrinthe (1959)

'누보 로망(nouveau roman)'은 객관적 사실 묘사와 합리주의적 심리 분석을 기본 축으로 하는 전통적인 소설 형식을 부정하며, 일정한 줄거리도 분명한 심리의 설명도 없이 인간의 미분화된 의식을 추구하는 경향의 소설들을 가리킨다.
탐정소설 형식, 사실주의 미학에 대한 비판과 거부로서, '현상학적인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실험적 기법의 정수로서의 환상성이 드러나 있다.

: ‘실험적 기법’이라 하면, 우선 솔깃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 극찬(나는 그렇게 보임)을 하는 데에 불퉁하기도 하고. 심리의 설명이 없다는 건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건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양한 해석을 시도할 수 있겠지 싶다.

 

 심령탐정 야쿠모 2- 혼을 잇는 것 | 원제 心探偵八雲 (2004)


붉은 눈동자를 통해 그는 죽은 자의 영혼을 보며, 영혼과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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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당신의 추천 도서는?

* 1주일하고도 하루 지나서, 서재에 페이퍼를 쓰는 듯. 신간 목록을 살펴보니 꽤 여러 가지, 그 중에 취향이나 배움과 관련한 선별(;)을 거쳐서 몇몇 도서를 담아둔다.

5시 57분

스물네 살의 젊은 비평가에게서 '전통적 비평 담론에 기대지 않은 새로움'과 '우리 문학의 최전선의 상상력을 탐문하는 전위적 비평 감각'을 읽어냈다. 그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 허윤진의 지난 4년간의 비평 활동을 담은 비평집 <5시 57분>이다.

: 매장에서 직접 들춰보고 돌아와서 검색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평을 좋아한다. 리뷰만 해도 그렇다. 특정한 책, 음악, 그림 등 여럿 계열 중, [스토리, 리듬, 분위기, 등등의 작은 집합]에서 개개인이 느끼고 생각한 그 영상의 무수한 영역은 카테고리로 분류해도 그 범위가 어마어마할 것 같다. 풀어내는 글도 상당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고, 끌어오는 아이템의 이미지도 가지각색일 테고. 나랑 친구랑, 비평가 자신만의 특별한 해석을 펼친 듯해 이끌렸다. 바로 주문할 수 있을 만큼 열광 모드.


조대리의 트렁크


문학에 하나, 둘의 목표나 목적이 없다는 것이 때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문학은 그냥 '하는 것', 언제나 '과정중에 있다'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는 것' 진행형의 사랑, 그 자체가 언제나 삶의 목표이고 목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리하여 소설에게 '넌 언제나 내게 신성한 존재'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소설은 언제나 제게 절실함을 요구합니다. 제 마음이 항상 똑같지 아니하니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이 간절해지기 시작하여 몇년의 준비와 등단 후 또 몇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감히 내가 꿈꾸고 열망하여 준비한 것의 두 번째입니다. 이제 계획하고 열망하였던 것이 점점 바닥나는 기분이 들어서 착잡하기만 했습니다. 한 선배는 바닥을 지나 깊이 파고 있는 것이니 괜찮다며 위로해주었지만 여전히 찜찜한 마음은 도망갈 길 없습니다. 언제쯤이면 내 소설에 무한한 신뢰와 믿음을 부여할 수 있을지. 여전히 저는 자신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두 번째 책을 묶는 시간 동안 마음속에서 많은 사람이 오갔습니다. 그 사이에 교만해져 잃어버린 사람에 애달픕니다. 찾는 이도 많아지고 아는 사람도 곱절은 많아졌지만 이미 잃어버린 그녀들과 그들에게 진심으로 그립다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사람은 시간과 함께 가고 오지요. 그냥 그뿐이라고, 그것이 순리라고 다시 변명하고 싶어집니다.

흔쾌히 해설을 써준 차미령 선생님, 애정을 나눠준 윤대녕, 장석남 선배님, 사진을 찍어준 다흠, 책 만들어준 창비 편집부 황혜숙씨께 감사드립니다. 지칠 줄 모르는 부모님의 기도와 오랜 친구 조대리, 용관에게도 더불어.

독서 후에 소설 속 인물들의 운명이 다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영원히 그들과 그녀들 모두 잘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쓸 때마다 언제나 드는 생각이고 다짐입니다. - 백가흠


: ‘언제나 과정 중에 있다.’ 적극 공감하는 작가의 이야기. 어설프게나마, 나 또한 그렇게 이끌어오고 있어서. 끊임없이 몰두하고, 부족한 것을 배우고 채우고, 자신의 단점을 지적한 것에 발끈할 게 아니라, 그것을 교정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되짚어나가기. 그런 태도를 취할 것. 스스로 다짐하고 있었다. 짤막짤막한 문장을 쓱쓱 훑어봤는데, 빠져들고 싶은 라인을 발견해서 보관함에 담았다. 

 

몰타의 매 - Mr. Know 세계문학 | 원제 The Maltese Falcon (1930)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이상의, 철학적이고 실존적인 문제를 깊이 끌어안고 있고 그것은 한 시대의 초상으로도 읽힐 만한 입체감과 설득력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탐정 소설의 장르를 뛰어넘는 영역에서 이루어져 왔다.


: 실존적인 문제, 그 탐구의 영역은 매번 신비로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어떤 특정한 영역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한계를 넘어섰다는 데 중요성이 있는 듯하다. 매장 신간 코너를 둘러봤는데 발견하지 못해서, 다음에 들를 때 꼭 찾아봐야겠다.


하늘 높이, 깁슨 플라잉V | 원제 ぎぶそん (2005)


2006년 아쿠타가와 상 수상 작가 이토오 타카미의 장편소설. 작가가 즐겨 그려온 청소년기 소년소녀들의 성장통을 순정만화처럼 섬세하게 그렸다. 조심스럽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워가는 리리이와 가쿠,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마로와 가케루. '건즈 앤 로지스'의 곡을 연주하는 4인조 밴드 멤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배려심이 많은 소년 가쿠는, 음악과 '건즈 앤 로지즈'를 좋아하는 록 마니아다. 건즈의 곡을 꼭 연주해 보고 싶은 가쿠는 어렵게 친구들을 모아 4인조 밴드를 구성한다. 어릴 때부터의 소꿉동무인 가쿠와 리리이, 우직한 고집쟁이 마로, 그리고 어려운 가정형편에 어딘가 비뚤어져 있는 가케루. 이렇게 넷이 모여 결성된 밴드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되는데...

: 나도 참, 못 말릴지도. ‘밴드’가 나온다는 그 키워드 하나에, 번쩍하다니. 그전에 확인은 하겠지만 말이다.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 - 랜덤시선 028 

이번 시집에서 가장 윗머리에 두어야 할 단어는 무엇보다 응시다. 가만히, 조용히, 그러니까 찬찬히 무언가 바라보는 한 시선. 소녀이거나 여자이거나 엄마일 때 비로소 빛나는 포용. 이는 삶과 죽음이라는 아주 근원적이면서도 태생적인 물음에 대한 시인만의 대답일 것이다.

튀기

미식축구로 2006 슈퍼볼 최우수 선수가 된 하인스 워드
그가 한국계 혼혈이었다고 전국이 떠들썩하다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었다면 지금의 하인스 워드가 있었겠는가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한 프로에서는 혼혈아들이 학교도 못 나가고
집에서 리모컨으로 TV 프로만 꿰차고 살아가는 실태를 방영하고
심지어는 혼혈 1세대의 고통이 혼혈 2세대로 고스란히 대물림된다고도 했다

혼혈이란 한 종족과 한 종족이 만나고
어떤 피가 또 다른 낯선 피를 만나는 것이 아니던가
더운 피의 어미와 차가운 피의 아비를 둔 나도,
꼬리 없는 개와 다리 없는 개 사이에 온 이웃집 복실이도,
능선이 완만한 앞산과 첨탑을 여럿 거느린 뒷산 사이 저 언덕들과
잔잔한 앞 냇가와 시퍼런 용소를 숨긴 뒷 냇가 사이 흘러나온 서낭당 앞 개울도
엄격히 말하면 다 튀기였던 것

어미 아비가 뒤섞인 몸에서 변형된 어떤 피가 울렁거려 깨는 날이 있다
늑대와 인간 사이 나온 새끼모양
어떤 피로 이 방을 걸어 나갈지 막막해지는 날이 있다
복면을 쓴 밤과 해말간 낯빛의 아침 사이에서
새벽이 먼 강에 얼음 깨지는 소리로 쩡쩡 우는 그 시각,

: 시선이 닿는 소품들과, 풀어내는 생각, 잔잔하고 다소곳한 분위기를 어떤 식의 영상으로 그려냈을지.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방식을 좋아하는데, 혹 그런 쪽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일단 찜해둔다. ‘책 속에서’로 잠깐 소개되는 저 시, [튀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타입이다. 은근 설레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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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대리의 트렁크와 몰타의 매는 저도 관심이 가는군요.^^

302moon 2007-08-29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대리의 트렁크, 구입하셨어요? 스피디하고 깔끔한 문체라, 저는 만족했습니다. :)
 
8월, 당신의 추천 도서는?

무진기행 -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의 소설은 1960년대 서울의 근대성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첨예하게 문제 삼는다. 그래서 '감수성의 혁명'을 보여 주면서 '슬픈 도회의 어법'을 그 누구보다도 '지적인 절제'를 통해 소설화함으로써 '1960년대 문학의 기둥'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김승옥의 소설은 한국 문학의 근대성 논의에서 뚜렷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 김미현

: 다른 출판사에서 펴낸 작가의 단편집을 소장하고 있는데, 왜 이제야 나온 겁니까.(울음)
부글거리는 욕구를 어찌 누르라고. 쳇.

우리말 뉘앙스 사전 -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 사전 계열은 일단, 솔깃해서 혼자 방방거리다가 찬찬히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우리말은 한계가 없는 영역이라는 판단을 하고서, 틈틈이 들춰보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에 꼭 소장하고 싶다. 그 전에 확인 과정은 거쳐야하겠지만, 그리 실망을 시키지 않으리라 싶다. 여유가 되는 대로 차례차례 소장해야지, 그리고 소설에 더욱 몰두해야지. (히히)

미싱 | 원제 Missing 


일본 작가 혼다 다카요시의 첫 단편집으로,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허무와 상실감이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감춰진 어떤 '사건'이 등장하며, 그 사건을 냉정하게 해석하는 주인공이 있다.
작가는 각각의 인물을 통해 인간의 나약하고 이기적인 본성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그들의 절망에 손을 내민다.
무언가를 얻었다면, 그 무언가를 잃게 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은 상실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찾아오며,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따라서 그 크기가 좌우된다. 부모님을 잃고 동생을 잃고, 또 친구를 잃은 경험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상실감이라는 풍선을 최대한으로 부풀어 오르게 하는 공기펌프와도 같다.


: 매장에서 슬쩍 펼쳤을 때, 깔끔한 문장에 잔잔한 영상이 잡혔다. 뉴에이지 음악을 들을 때 그리는 풍경이 눈앞에 나타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특이할 것 없는 스타트였지만, 간혹 등장하는 끄는 표현들과, 인물의 대사, 작가의 ‘손 내밀기’가 궁금해진다. 캡슐 속에 도사리고 있을 어떤 ‘사건’의 진상까지.

 

샹그리라 | 원제 シャングリ·ラ (2005)


거듭되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의 미래를 호쾌하고 필치와 대담한 상상력으로 그려 낸 소설. SF 요소와 만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다.

2005년의 일본 SF 베스트원. - 오오모리 노조무 (번역가, 서평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하는 걸작 엔터테인먼트. - 메구로 고이 (「책의 잡지」 고문)

대단하다대단하다대단하다, 대단하다의 1억 광년 배! - 도요자키 유미 (서평가)

'도쿄'를 느끼고 '현재'를 느끼고, '지구'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 오지마 히데오 (게임 디자이너)

: 추천 글. ‘걸작’이니, ‘베스트’니 하는 단어들을 접하면(얼마나 대단한지 아직 확인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치켜세우기 영역을 좋아하지 않음) 찡그리게 되지만, ‘지구’를 느낀다, ‘현재’를 느끼게 한다는 평에서는 흐뭇해진다. 더욱이 ‘만화적 상상력’이 결합되었다는 데 더 이상의 망설임이 없었다. 보관함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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