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퀴즈쇼]

굳이 말하자면 이 소설은 컴퓨터 네트워크 시대의 성장담이고 연애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십대에 PC통신을 경험했고 거기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어쩌면 나는 익명의 인간과 인간이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친구와 연인으로 발전해갈 수 있음을 알게 된 첫 세대일지도 모른다.
5·18 광주의 해에 태어난 그들은 20세기 말에 성인이 됐고, 2002년 월드컵과 대선을 통해 사회적 집단이 됐습니다. 붉은 악마 열풍의 주역이었던 그들은 집단적 열광과 일체감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서태지 같은 국민적 스타 출현이 불가능한 시대에 홀로 자기 인생의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 김영하(작가)

: 10월 20일, 알라딘 새로 나온 책 코너를 돌다가, 여러 가지 필요한 책과 함께, 영하 씨 소설을 주문했다. 예전에, “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 베르크”, 찍어뒀다가, 서서히 시간이 흐르고 문득 다시 접하니까, [어, 별로잖아.] 그렇게 생각을 해서, 관뒀던 것이다. [오빠가 돌아왔다] 이후로 두근거리는 감정이 실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에, 미묘함까지 따라붙는다. 오늘이 발매일인데, 주문은 일찌감치 예약으로. 선착순 사인본이라던데, 오려나.(-_-;)

[밤의 군대들 - 세계문학전집 158 | 원제 The Armies of the Night (1968)]

<밤의 군대들>은 뉴저널리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품일 뿐 아니라 미국에 관한 많은 사실들을 깊이 있는 작가의 눈으로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단순히 펜타곤 시위 현장을 기술한 픽션일 뿐 아니라 미국인이 누구인가, 어떤 나라인가를 알려 준다. 그리고 미국을 떠나 적군과 아군의 경계가 무너진 현대사회, 신비주의와 기술 문명 속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이것이 작품의 후반부 절정에 이르러 독자가 감동으로 목이 메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권택영 (옮긴이)

: 어제 택배 도착. 몇 장 읽어나갔는데, 개인적으로 번역이 좋았다. 부분 서걱거리는 곳도 있긴 했는데, 그 미묘한 면을 제외하면, 쉬이 영상이 잡히고, 또 훌훌 잘 넘어가고. 좀 두꺼운 책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나열되어 있어서 조금씩 흡수할 계획이다.

[새들의 역사 - 창비시선 280]

끝없는 길
지렁이

꿈틀거리는 의지로
어둠속 터널을 뚫는다
덧난 상처가 다시 가려워지는 쪽이 길이라고 믿으며
흙을 씹는다
눈뜨지 않아도 몸을 거쳐가는 시간
이대로 멈추면 여긴 딱 맞는 관짝인데
조금만 더 가면 끝이 나올까
무너진 길의 처음을 다시 만나기라도 할까
잘린 손목의 신경 같은 본능만 남아
버겁게 어둠을 쥐었다 놓는다, 놓는다
돌아보면 캄캄하게 막장 무너져내리는 소리
앞도 뒤도 없고 후퇴도 전진도 없다
누군가 파묻은 탯줄처럼 삭은
노끈 한 조각이 되어
다 동여매지 못한 어느 끝에 제 몸을 이어보려는 듯
지렁이가 간다, 꿈틀꿈틀
어둠에 血이 돈다

*책속에서.

운명이란 게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목줄을 쥐고 함부로 끌고 다니며
울게 하고, 웃게 하고, 떠들게 하고, 술 취하게 한다.

그러나 꼭 그 길을 걸어갔어야 했는지를 생각한다면
나는 그저 무기력하게 침묵할 수밖엔 없다.

사는 게 내 것이 아닌 양
경이로운 눈으로 감탄하는 것이
늘 뒤늦게 내가 얻는 후회와 탄식의 깨달음이다.

그러나 나는
평생 이러한 경이로움에 이끌려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내 힘과 능력으로는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앞에 두고 있을 때
온몸과 정신의 촉수가 빳빳하게 고통으로 세워져 있을 때
나는 무언가에 복수라도 할 듯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펜을 움켜쥐고 앉는다.

그리고 어두운 창밖으로 비가 내리면
그 보이지 않는 소리를
어딘가에서 스며드는 귀신 울음 같은 소리를
알아듣는 내 핏줄과 신경은
꽃처럼 피어나 황홀하게 운다, 웃는다.

후회는 없다.

살 뿐이다.
살아 있으니 다만 그저 쓸 뿐이다. - 최금진

: ‘살아 있으니 다만 그저 쓸 뿐이다’ 친구랑 주고받았던 문자가 생각났다. 소설에 관한 것이었는데, 내가 손에서 놓지 않는 한, 내가 만드는 나만의 세계랑 라인은 변함없이 쭉쭉 이어갈 거라고. 물음표가 진행이 되고, 간혹 두서없는 길에 발을 들였더라도, 그 꼬임을 나름의 해법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더없이 뿌듯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 위해 오늘도 집중하는 거다.

사명과 영혼의 경계

데뷔 때부터 완성도 높은 작품만을 발표해온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새롭게 진화한 이 작품으로 현실적인 인물과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며 또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팬이라면 필독서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무라카미 다카시(미스터리 평론가)

: 팬이긴 한데, [필독서]운운하면서 엄청 띄워주는 거, 이건 아니다 싶거든. 개인적으로 특정 작가의 작품이라면 완벽하다 최고다 식의 평가, 별로 달갑지 않거든. 이렇게 구시렁거리면서도, 읽을 거니까 뭐, 생각하면서 이내 아무렇지 않게 되기도 한다. 나랑 상관없으니까. 단편시리즈 중 유독 ‘괴소소설’만 마음에 들어 살까 하다가, 은근 제쳐두고, 이 책 주문할 거야, 그런 계획을 세우는 거다. (-_-) 원서를 사서 읽을까 싶기도 하다. 게이고 씨 소설 원서는, 은근히 디자인이랑 겉포장이 많이 부풀려있던데. 몇몇 원서랑 비교해 살짝 비싸기도 하고. 그래서 좀 더 간격을 두고 결정해야지,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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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  55%  
돕고 싶어하는 사람  65%  
성취욕이 강한 사람  65% 
낭만적인 사람  70% 
관찰을 좋아하는 사람  70% 
호기심이 많은 사람  75% 
모험심이 많은 사람  70% 
주장이 강한 사람  75% 
평화주의자  50%

이웃 블로그에서 해봤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 생각.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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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2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응? 무슨 테스트에요?

302moon 2007-10-2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이버 이웃 블로그에서 한 건데. 무슨 애니어그램이던가(멍)
출처를 못 보고 그냥 지나친<-

302moon 2007-10-2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스트는 여기예요. http://my-happy.com/enneagram.htm
 

틈새의 눈
갈라진 공허 안에서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짓이겨진 목소리.
부스러기 잔상들이,
허공에 삐죽삐죽, 가시 부유물처럼
마구 노닌다.


허허벌판에 우뚝 서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무언가 쏟아내지 못하고,
우물쭈물 연속이었다.
어느새, 모르는 사이에,
주기의 코드는 물러갔다.
그래서 웃는다.
여러 가지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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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옥편
Nexus 사전편찬위원회 엮음 / 넥서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9월 28일 소장.
(1015)

고등학교 때(수업용), 엄마가 사다주셨던 옥편을 첫 번째, 지금의 옥편을 두 번째 소장한다. 첫 옥편을 거듭 사용했고, 그리하여 때도 많이 탔고, 익숙해졌지만, 그 사이 다른 출판사의 개정판도 여럿 나왔고, 중요한 사항으로 [글씨가 작아 가물거린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을 장만했다.
(새로운 옥편은, 글씨가, 좀 더 큼직큼직하고, 글꼴이 바탕체인가 그래서 읽기가 수월하다.)

한자를 포함한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공부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다.

 
*언어 공부에는 딱히 한계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매번 가지고 있다. 반복 발음 훈련과 학습, 기존의 어휘, 배움으로 얻은 새로운 어휘에 대한 쓰임의 호기심을 풍성하게 불어넣고 싶다. 관심과 들추기, 나만의 해석, 집중을 쭉쭉 이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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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茶의 투영.

- 10월 10일 택배 도착.
- 12일 시작, 14일 완료.

(1014)
마침 적립금이 있어서, 예약주문을 했다. 상자에서 책을 끄집어내고는, 한참 멀거니 표지만 들여다보았다. 단순한 색과 디자인, 흘리듯 쓴 글꼴. 개인적으로, 물과 하늘의 경계를 표현한 걸까 그런 생각을 거쳤다.
13일 토요일에 만났을 때 친구는, 내가 [이 책의 절반을 훌쩍 넘은 분량을 독서 진행 중]이란 말을 듣고, 찡그린 표정에 그야말로 경악하는 수준이었다. 이렇다 할 사건도 없고, 긴장도 없고, 그저 밍밍하기만 했던 졸리는 소설이라고. 초반부를 막 지나치기도 전에, 팍 덮어버렸다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등장인물 X가 나랑 닮은 면이 있는 듯해, 공감했다]라고.
그녀의 따끈따끈한 도시락과도 같은 꾸러미 안에 소박하게 담겨진, 정갈하면서도 갖가지 요소를 듬뿍 담은 요리를 맛본 기분. 달곰씁쓸한 기운이 가득, 데굴데굴 입 안에서 굴러다녔다.
파격적이고, 부수면서 격렬한, 미스터리하고도 짜릿한, 또한 섬뜩한 걸 선호하는 평소의 취향과 한참 거리가 멀었음에도, 뭉게구름 두둥실 흐르는 산뜻한 하늘을 본 감각을 잔뜩 쥐었다.
복작복작한 과제랑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내가 정한 선에서 살짝 비켜나서, 약간이나마 한숨 돌린 느낌이라고 할까.(그런 이유로 선택했고, 평가가 좋아졌다;)
찰랑거리는 술을 홀짝이고, 넘실거리는 차갑고도 상쾌한 물을 끼얹거나 건져 올리는 영상. 평행선을 긋고, 그 공간 주위에 무수한 점이 흩어진다. 간혹 들쭉날쭉하지만, 그 점은 직선과 그리 멀리 떨어진 위치에 찍힌 것은 아니다. 친구, 연인, 집, 직장, 일상의 반복, 홍차, 술, 도시락, 드라이브, 티격태격 사소한 마찰…. 끝은, 은근히 허무함이 안겨들면서 아쉽고, 이어짐이 궁금하기도 하고, 작가가 스르륵 결론지어버린 주인공이 있다는 생각, 여러 가지 교차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풍경을 담은 앨범처럼 간간이 들추어보면, 미묘하게 어긋나기도 하고, 스륵 겹쳐서 이중의 잔상을 남길 것도 같다.
(지극히 개인적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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