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부터 차례로 한자 이름, 한글 이름, 닉네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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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0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놀라울정도로 일관된 모습이라니!
아이구우~ 귀여워라. ㅜ_ㅜ

302moon 2007-12-1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올망졸망한 고양이들이 나와서 놀랐다는(웃음)
 

풀밭 위의 돼지 
김태용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05년 봄 문단에 데뷔한 김태용의 첫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는 '그로테스크한 풍경 속에 흔적 없이 해체 되는 전통 가족 서사'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기괴하다. 뚜렷한 서사를 제시하지 않는 점, 이야기 맥락의 전과 후를 일부러 해치는 동어반복과 뛰어넘기, 단어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무의미화 시키는 작업 등 구성과 형식 상의 특징 또한 낯설다.

죽은 아내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치매에 걸린 노인의 이야기 '풀밭 위의 돼지', 친구의 아내와 욕망관계에 있는 사내가 주인공인 '검은 태양 아래', 죽은 아빠가 들어 있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상한 가족들의 이야기 '오른쪽에서 세번째 집', 절대로 침낭에서밖에는 잠들 수 없는 남자가 등장하는 '잠'을 포함해, 총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

불안과 부끄러움의 나날들이었다.
수도꼭지를 틀면 어김없이 녹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취미가 없어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연민과 공포를 가졌다.

오독의 과정이 곧 글쓰기라고
말한다면 다시 그대들은 오독을 하고 말 것이다.

내가 오독한 글들을 조용히 떠올려본다.
수면 위에 간신히 떠 있는 글들
수면 아래 구태여 가라앉아 있는 글들
그리고 스스로 늪이 되어버린 글
어쨌든 살아 있어주어 고맙다

아내와 두 아이 현울, 현담으로부터
지상의 유일한 양식 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언제나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나의 첫번째 문장은 그들의 것이다.

두 아이 역시 언어를 찾고 나면 나의 글을 오독하겠지.
그 생각이면 또 다시 불안과 부끄러움이다.

보이지 않는 독자로 살아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으나
이제 보이는 작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두려운가요.
묻는다면
그렇지만 흥미롭지요.
세계는 여전히 농구공 같으니까요.
라고 대답하고 싶다.

21세기가 조금만 더 간절히 나를 원했으면 좋겠다. - 김태용

*

: 작가로서 자신의 글을 제대로 읽어내는 독자를 만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식을 제대로 건져낸 것인지 의문의 과정을 거듭하고 있으니까. 진실에 가까운 건 오직 작가만이, 아니 그 자신도 모를 경우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어쭙잖은 글을 쓰면서 간혹 그런 짚어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피아노 - 문학과지성 시인선 339 
최하연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누군가 엿듣기를 바라는 독백, 혹은 누군가와 함께 발견하고 싶은 독백"이라는 평가와 함께, 2003년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최하연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은 언어의 자유와 의미의 질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참신한 화법으로 매혹적인 연주를 한다.

피아노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는 건반을 책상 위에 그려놓고, 가만 귀 기울이고 있어요. 당신의 소원은 검은건반에서 뛰어내리는 것, 그리항 일생일대의 화음으로 나를 부활시키는 것, 당신의 경전마다 엉터리 활자를 찍어놓고, 페이지를 봉인하고 있어요, 나는 나의 다음 페이지가 무조건 될 수 없다는 것, 우주를 한 바퀴 돌아 신발을 벗으며 '그것 참'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당신이 떨어지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나도 당신이 있던 그곳을 향해 뛰어오를 수 있다면, 당신의 멈칫함이 나를 일깨우는 바로 그 주문이길, 두들겨라, 두들겨라, (나의 건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나의, 나를 위한 마침표는, 언제나 나의 시작 전에 찍히고 있어요, 도돌이표 마디마다 당신은 돌아오고 있겠지요, 가로지르는 모든 것들로 하여금, 당신을 향한 나의 좌표를 잃게 만들고 싶어요, 당신은, 또다시 그 높은 절벽, 검은건반에 올라서서 눈을 감고 있네요,

*

시를 배달하러 나간다. 처방전은 태고부터 지금까지 달랑 한 장. 누구의 사인도 들어 있지 않은 처방전을 받아 들고, 그 언니, 시를 지으시네, 배달을 나가시네. - 최하연

*

:시집의 내용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지만, 어디까지나 시집이 계기로 작용하여 오늘, 특별 에피소드가 생겼다. 궁금한 사람은 슬쩍 찔러봐요.(웃음)
중*고등학교 때는 지지리도 싫어했던(;) 피아노, 지금은 기타*베이스*드럼만큼이나 좋아진 악기.

개를 돌봐줘 | 원제 Prenez Soin Du Chien (2006) 
J.M. 에르 (지은이), 이상해 (옮긴이) | 작가정신

마주 보는 두 아파트 주민이 서로를 관음증 환자로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 기기묘묘한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들면서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프랑스 소설가 장 미셸 에르의 데뷔작. 세련된 유머와 송곳 같은 반전이 공존하는 미스터리 장편이다.


*

:일단,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퍽 흥미롭다. 자기 식의 판단이 부르는 결과라던가,
저기 위의 소개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키는 모습을 관찰하며, 막판의 반전이 뭘까 이리저리 더듬어나가는 과정의 재미가 쏠쏠할 듯. &경악하고 말 결말이 뭘까.
적립금도 있겠다, 주문해야지~

:아니, 음반 소개에, 이 사람들을 엄청 띄워주고 있다.
팬이지만, 가끔, 터무니없다 느껴질 때가 있어.
몇몇 최고니 어쩌니, 최초니 어쩌니,(그럴 리가 없잖아-_-)
하는 이야기. -_-
이미 들은 적이 있는 곡이라 그리 새로울 건 없지만,
신보라니까, 그냥 소개해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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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밭 위의 돼지...끌리는군요.^^ (독특하고 괴상한게 좋은 외계인)

302moon 2007-11-2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문했지요. 내일이면, 도착할 것 같은데. 방방 뛰며 기다리고 있답니다. (웃음)
독특하고 괴상한 건 좋은 겁니다. :)
 



비켜간 건드림.
이미,
일은 벌어졌다.

밤&초콜릿색

와인색의 둔갑.

200105,
텅 빈 켄트지의
한쪽 구석을 채운,
들쭉날쭉 파편의 행진.

동작과 일시정지의 반복,
그 자리에 머무르다 고정되고 만
그래픽 펜과 하프톤 패턴
절묘한 조화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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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조경란 (지은이) | 문학동네

: 인상과 문체, 변화가 두드러진 데 대해서, 환호했다.
솔직히, 이전 소설들을 몇 권 소장했지만,
제대로 읽어낸 건 그 중 일부에 불과했다.
내 식이랄까, 나름대로의 감동의 단계에조차 근접하지 못해서;
리뷰도 안 남겼었는데.
이번에는, 미적거리던 문장에서 날개를 달고 날렵한 다람쥐마냥
2배속의 흐름을 타고 꽤 스피디하게 읽혔다.
그리고 속속, 번쩍 뜨이는 맛난 표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극히 내 주관으로의.
11월 12일, 교보문고에서 구입. 그러니까, 상당히 늦은 페이퍼:)

외눈이 마을 그 짐승 
김영석 (지은이) | 문학동네

넋 건지기

침묵의 깊이에 고개를 숙인 이의
가슴속을 들여다보라
까마득한 가슴의 절벽 아래
무량한 슬픔과 눈물이 고인
깊이 모를 소(沼)가 있다
더는 오를 수 없는 그 절벽의 끝에
홀로 섰을 때
흙덩이가 떨어지듯 사람은
제 목숨을 던진다

오늘도 추운 겨울 강가에서
울긋불긋 옷을 입은 무녀 하나와
흰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자 서넛이
넋건지기굿을 하고 있다
열 발 흰 무명베 끝에
흰 쌀을 담은 놋주발을 묶어
몇 번이고 절벽 밑 소에 던져보지만
창백한 쌀에 감긴 머리카락 한 올도
끝내 건져내지 못한다

온몸과 넋이 녹고 녹아서
저 깊고 푸른 눈물이 되었음을
그녀들은 아직 모른다
흰 치맛자락이 강바람에 흐느끼고 있을 뿐
물억새가 머리 풀어 흔들며 울고 있을 뿐
열 발의 흰 무명베로도
저 슬픔과 눈물의 바닥에 닿을 수 없음을
그녀들은 아직 모른다

*

: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이러이러할 것 같다는
타인의 선입견에 너무나도 질려버린 나는,
추상적인 것, 차원을 넘은 것을 더욱 선호한다.
(글도, 그림도, 음악도.)
친구가 [네가 좋아할 거 같았다.]라고 말한 시집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이름을 잘 기억 못하는데,
숫자와 관련된 시인의 출생연도랑, [문학동네]에서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고 알려주었다.

비와 꿈 뒤에 | 원제 雨と夢あとに (2005)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옵니다. 자판을 누르고 있는 내내 반주처럼 비가 지붕을 두드리더니, 전원을 끈 순간 비가 그쳤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저는 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입니다. 비와 꿈 속에서... 당신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유미리

: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과 슬픔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감각적인 문체로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분, 그렇게 탁월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기에, 약간 갸우뚱한다. 어쩐지 애틋하고 싸하다는 감각은 한 구석에 조그맣게 웅크렸다
지나갔지만. 자꾸만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이 도대체 뭐야,
구시렁거리며 호기심 발동에 궁금함을 못 참고 주문하고 만다.

깊은 강 - 세계문학전집 160 | 원제 深い河 (1993) 

국내에는 <침묵>의 작가로 잘 알려진, 평생에 걸쳐 신과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 엔도 슈사쿠는, 1993년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완성한 마지막 장편소설 <깊은 강>에 자기 문학의 모든 주제를 집약해 놓았다. 신은 인간 내면에 살아 숨 쉬며, 인간을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존재임을 이 소설을 통해 역설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네 사람은 저마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 인도로 간 것이다. 불가촉천민부터 수상이었던 인디라 간디까지, 신분과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품어 안는 갠지스 강과 그곳에서 진정한 평화를 얻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이들은 강한 인상을 받는다.

:그들이 받은 강한 인상. '강하다'는 단어 하나에
내포된 의미는 나무의 자잘한 뿌리만큼의 의미를 포함할 수 있다.
책 소개에서 더 이상의 언급이 없기에, 과연 피부에 어떻게 훑고
지나간 강함일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소설 흐름의 중요한 열쇠일까 넌지시 추측해본다.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 문학과지성 시인선 338 

조용미 시인이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2004) 이후 3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시집. 담담한 일상에 내재한 불안의 기미로 힘겨워하는 존재의 목소리를 시적 상상력으로 조탁했던 첫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비롯, 그의 전작들을 통해 익숙해진 존재들 ― 꽃, 풀, 나무, 길, 천체, 산, 오름, 사찰ㅡ이 이번 시집에 역시 등장한다. 시적 화자는 외부의 풍경과 관계 맺음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바꾸는 외롭고 지난한 과정에 경주한다.

시인의 발길은 복잡한 대도시를 벗어나 한반도 남쪽의 거의 전 지역에 걸쳐 고단한 몸의 궤적을 그려간다. 그 발자취는 풍경을 훑어나간다기보다 "외부의 풍경과 내적 심리가 조우하는 순간 빚어지는 갈등이나 파문을 성찰"적으로 드러내는 데 가깝다. 그것도 단순한 시각적 차원이 아니라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전면적이고 전신적인 작업"(남진우)으로서의 '풍경 앓기'이다.

*
직관적인 시선의 힘은 사물이나 풍경에 내재되어 있는 생명을 일깨운다.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것에 귀 기울이면 존재가 심화되는 것을 느낀다. 시선을 내부로 파고들수록, 사물들은 몸을 더 쉽게 열어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어느 순간 문득 느껴지는 미열이거나 서글픔 같은 것, 혹은 거품 같은 것은 아닌가. 천지를 나눈 사이에 빈 허공이 있고 그 쪼개어진 시원의 틈에 인간이 겨우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무수한 죽음이 삶을 키우는 것이리라.

아름다움은 인간의 세상을 능가한다. 그런 이미지가 살아 펄떡이는 시를 만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새로운 이미지는 한 세계를 창조하는 것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오직 새로운 시적 이미지들만이 순간을 거머쥘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이미지와 새로운 언어를 향한 갈망은 계속 시인의 살과 잠과 영혼을 앗아갈 것이다.

우리에게 자연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자연에서 배우는 것은 ‘변화’일 것이다. 만물이 모두 실체가 없고 상주가 없고 공적하여 손에 잡히는 것이 없이 흘러간다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 이것을 늘 깨닫게 해준다. 변화를 자신의 존재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삶은 진정 자유로울 것이다. - 조용미
*
내면의 어둠, 그 검은 슬픔을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 이 시인의 시 쓰기는 우리 시에서 보기 드문 음울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조형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생을 가르는 검의 서늘한 날카로움을 아는 자만이 일상의 무감각에서 깨어나 상실의 슬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그녀를 사로잡고 있던 어둠은 단지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술적 아름다움으로 빛나게 될 것이다. - 남진우 (시인, 문학평론가)

-
: 아름다움. 반짝반짝 빛난다거나, 이글이글 타고 있다거나,
화려한 색깔과 질감으로 채운 아이템보다 시인이 말했듯,
'미열' '서글픔' '거품'같은 것이겠지. 나 자신이 좋아하는
암호와 비슷한, 자글자글한 알갱이 같은 것,
제자리걸음보다 무언가 유유히 흘러가고 있을 때 찰나의 활기 같은 것.

 
코코스 
박청호 (지은이) | 현대문학

1년 8개월 전부터 소문자 s시에서 눈을 뜬다. 생면부지의 s시.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장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모든 장소는 궁극적으로 폐허라는 생각...... 사람이 여기 살았다는 흔적...... 사람이 사는 것은 어떤 장소에 흔적을 남기는 행위...... 그러나 폐허엔 아무 것도 없는...... 그래서 더 숭고한......

가을이다. 바다까지 몸을 걸치고 있는 갯벌과 갈대밭, 먼 나라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s시를 빛나게 한다. - 박청호

: 11월 19일, 영풍문고에서 구입. 영풍문고 매장에서 즉석 구입한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대개 웹 주문했고, 간혹 알라딘에 없는
일서들과 몇몇 신간을 교보문고에서 충동구매하곤 했으니까.
단편 [종이 집]을 제일 먼저 읽었다. 서걱거림이 없는 문장,
소용돌이 마냥 몰아넣는 흐름, 쉬이 영상이 그려지는
내 취향의 단편이라 실실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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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정말 바보가 되어가는건가.=_=
[1119]....는 11월 19일이란 뜻이죠? 하지만 처음엔, "응? 왠 119?" 라고..
했답니다. 으이궁...

302moon 2007-11-2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날짜:) 하지만, 바보는 아니에요. 1을 못 볼 수도 있잖아요. 저는 이상한 소리 늘어놓는다는 이야기, 자주 듣는단 말이에요. (;)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 시선 16
김경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102)
*언뜻언뜻 가려지는 것의 효과.

-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장면과 장면의 간격이 비교적 멀어서 따라잡기 힘들 때가 간혹 있었다. 그 사이에는 눈물과 물결, 음울함과 우울함의 방이 몇 군데나 있어서, 일일이 들여다봐야 했다. 지나치는 그 틈의 공허를 제대로 받아들였다고 확신할 수 없다. 절규하는 소리가, 때로는 위장술이 되고, 어쩌다 채 꺼내지지 않은 반격이 되었기에. 슬그머니 묻혀버릴 때가 많았다. 술술 넘어가는 영상은 그 스피드의 맹렬함과 그 너머에 가려진 위태로움, 그 사이에서 번번이 갈팡질팡 줄타기를 하고 말았다. 방황은 끝날 수가 없었다. 상처의 벌어진 부분을 메우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근접하기를 시도했다. 조각을 내보고, 자취를 더듬어 보고, 유리병을 흔들어 보고, …….
처음 한 번으로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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