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얼굴의 아이> 서평단 알림
우울한 얼굴의 아이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우울한 얼굴의 아이.
- 서평단 도서.

리뷰 기한을 넘겨서, 죄송합니다.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2월 5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여 12일 완료했다. 애초에 리뷰 등록 기한을 잘못 알고 있었던 탓이다. (도서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적 사정으로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던 핑계도 있지만.) 10일까지인 것을 12일이라고 멋대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봤다고 틀림없을 거라고. 월요일까지 그랬다가, 화요일 접속했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간에 왜 확인을 안 했나 후회하던 순간을 거치며 어쨌든, 리뷰를 작성한다. 어차피 기한 지난 거 부랴부랴 대충 써서 올리기보다 고심하고 되새기며 쓰자, 결심하고, 오늘 스타트를 끊었다. 결과는 마냥 흡족한 상태로 떠오를지 자신 없지만, 무작정 부딪혀보고 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란 것을 처음에 파악할 수 없었기에, 살짝 혼동의 과정을 거쳤다. 1부 ‘체인지 링’을 접하지 않았던 터라, 더욱 난감했고 어지러웠다.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관계를 짚어내기 위해 시작 부분을 거푸 읽었다. 몇 번 되풀이하고 순간, 아, 하고 이해를 했다. 그 다음부터 주르륵, 때로 곱씹기도 하면서 읽기를 계속했다.

소설을 읽고 쓰는 행위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어느 시점까지 나는 과연, 작가의 의도를 아니 그 일부라도 건지고 있는 걸까 의문을 가지며, 쭉 불안을 거듭해 왔다. 그러다 차츰, 생각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면서 번뜩이는 나만의 해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강박증마냥 굴리지 않아도 단지 내가 읽어낸, 얻은 영상만이 진짜라고 고집만 부리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직 자신의 아이템만을 최고라 여기는 꼴불견 짓거리를 하지 않도록 유념하며, 작가와 공감하고 여러 가지 풍경을 만들며 함께 어울리면 된다고…….

주인공 고기토의 현재 상황, 어릴 적 ‘동자’를 찾아나가는 이야기, 그리고 소설 자체에 관한 이야기. 세 가지 큰 줄기를 토대로 시선 이동이 자유롭고, 뻑뻑하게 걸리는 것 없이 읽기 편했다. 개인적으로 환호하는 상징적 장치를 속속 발견할 수도 있었다. 지형적인 언급과 더불어 방대한 자료 조사의 결과와 그림을 그려내듯 선명한 영상, 여러모로 짚어내기 가능한 대사. 무엇보다도 각 장의 갖가지 흥미로운 사건의 세부 에피소드에 바로 곁에서 경험하듯 관찰하는 기분으로 독서를 지속할 수 있었다.

작가의 인생과 독서의 출발 장소와도 같은 섬의 숲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사적 디테일이 포함되어 있지만, 기발한 장치를 통해 새로운 차원을 개척했다는 의미가 있음을 뒤의 해설에서 참고하여 적는다.

다시 읽는다는 것,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심어주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이나 나 자신의 소설과 끼적거림의 읽기 행위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거듭 파고드는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어 놀랍고, 뿌듯했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면서도 계속 부족함을 느끼기에 틈틈이 보완하는 애착을 담아냈다. 타자의 인식에 어떻게 깊이 새겨질 지 늘 궁금하고, 염려했던 스스로와도 흡사하게.

장르가 모호하다는 것, 그 특징에서 딱히 경계를 설정할 필요 없이, 한계를 느낄 수 없는 장점을 가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디까지든 이어져 있고, 어떤 것이든 건드려보도록 유도하고, 재생시키기 가능하다. 그런 것을 구석구석 각인시키며, 커버를 덮으며 돈키호테 완역본을 소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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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행성 불연속 광채。]

언더그라운드 블랙홀
검은 입구에 걸친 채 허우적거리다
소용돌이 눈알을 파먹고,
흩어진 불빛을 움켜쥐고,
사방에 가루를 흩뿌리며 달린다.

또각또각 발 구령에
행진을 가져다 붙인다.
웅크려 앉아 올려다 본 네모난 창.
꾸물꾸물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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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는 나의 힘 - 창비시선 281  
황규관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시인을 동경하며 시를 쓰기 시작한 때가 20년 전이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 되었는가?
까짓 혼자 끙끙대며 쓴 시가 활자화되었느냐를 따진다면 아니라고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사실 너무 오래 결핍에 괴로웠었다.

그것은 내 콤플렉스 때문이었다. 태생과 어린 시절이 그 배경이었다. 그래서 나의 이력서는 지금도 허름하고 심지어 영혼마저 누추하기 그지없다. 혹 내 시에서 ‘선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아마도 나의 남루가 빚어낸 어떤 왜곡 때문이리라. 그러나 지금은 변두리에서 혼자 강물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면, 괜찮은 일 아닌가? 혹은 어스름과 통속적인 주점이라면?

‘나’라는 물건은 숱한 인연의 다른 이름이므로 여기까지 오게 한 인연들께, 그리고 책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준 모든 산파들께 따뜻한 자동판매기 커피 한잔 드린다. 다들 양지바른 곳으로 가시자. - 황규관

: 시인과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한다. ‘허름하고 누추한 영혼’ 에 가려진 ‘선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인의 콤플렉스와 결핍, 감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리스본行 야간열차 - 문학과지성 시인선 341 

언어의 혼동, 목소리의 혼란 속 틈새의 발견이 사물이나 관계의 명징함을 깨우치는 것 이상으로 근사하고 의미 있는 작업임에 주목하게 한다. 물리적 시간의 무게도 가뿐히 압축하고 지나쳐버리기 쉬운 순간의 기억을 올올히 새긴다. 단지 주어와 술어가 자리를 바꿔 앉거나 과감하게 생략되거나 건너뛴 그 자리에서 얄밉도록 짤막한 그러나 긴요한 시구를 뽑아내는 시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실체를 확인하는 찰나다.

: ‘지나쳐버리기 쉬운 순간의 기억’을 헤집어본다. 기록해두지 않은, 사소하다 넘기고 마는 그 찰나의 풍경 속에서 보물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를 동동 띄우며, 연결고리를 만든다.

 
차가운 웃음 - 랜덤시선 032 
유승도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유승도 시인의 주인공은 자연이다. 숲도 나무도 청설모도 흑염소도 바람도 그가 부르면 친구처럼 온다. 그러나 이번 시집 속의 자연은 앞선 시집과는 사뭇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의 자연은 입을 벌려 웃고 있는 채다. 그 웃음은 너무도 차다.

: 차가운 웃음의 너머에 새긴 조각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표면에 차가운 웃음이 서려있다고 해도, 자연을 노래한, 자연을 친구로 둔 시인의 따뜻한 마음씨를 건져낼 수 있을 것 같다.

 


 


작별 - 외로운 너를 위해 쓴다 
정이현 (지은이) | 마음산책

소설 작업 뒷이야기와 소설가로서의 고민, 그리고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내놓은 공감의 언어가 담겼다. 문학하는 자로서의 자의식이 담긴 글과, 책들을 읽은 뒤 느낀 감상들, 때로는 외로움을 지탱하기 위해 책을 읽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맞부딪칠 때, 나는 책을 읽는다. 철저히 외로워지도록. 내 안에 꽁꽁 유폐된 나를 아무도 발견할 수 없도록. 그리하여 어떻게도 훼손하지 못하도록.
여기, 문학하는 자로서의 자의식이 담긴 글 편과, 타인이 쓴 책들을 훔쳐본 뒤 느낀 단상을 모았다. 이것으로 내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덮은 독자가 문득 나직한 '안녕'을 읊조리고 싶어진다면, 당신에게 나도 당신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 정이현

: 내 안의 웅크린 나는, 외로움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는 나는,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실실 웃을 때가 많다. 주위에서 웃음을 터뜨리면 덩달아 웃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반면, 웃을 이유가 없을 때는, 섬뜩할 정도로 무표정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나의 아이템을 손에 쥐고 있을 때는 무언가 탐구하듯 번뜩이는 눈동자를 굴리고 있겠지. 그럴 때, 외로움마저, 아니 외로움을 느낄 여유마저 달아나버린다. 작가는, 더욱 자신을 구석으로 몰면서 외로움을 뭉개는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풍선 - 명랑한 사랑을 위해 쓴다 
정이현 (지은이) | 마음산책

젊음의 날들이 미숙하면서도 아름답고, 암울하면서도 풋풋한 것은 언젠간 반드시 터져버리고 말리라는 예민한 긴장감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구름 위에 달콤한 풍선들을 띄워 멀리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서는 후우, 후우, 풍선 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못 견디게 두렵다면 눈을 꼭 감아도 좋다. 위태로워 더 황홀한 그 설렘의 힘으로 나는 오늘을 살겠다.

명랑한 청춘의 사랑아, 마음껏 풍선을 불자. 날리자. 날려버리자.
저기, 시력으로 가늠할 수 없는 세상의 끝에 살며시 닿도록.

이곳에 실린 글들은 소설을 쓰는 틈틈이 썼다. 소설 쓰기가 고통이었을 때, 산문 쓰기는 고통을 다독여주는 사랑스러운 알약이었다. - 정이현

: 바탕의 긴장감을 바닥에 늘어놓고, 달콤한 풍선을 확보한다. 그 간격의 시간을 손에 가득 쥐는 것이다. 두려움을 멀리 던지기보다 조각조각내서 흡수하기도 하고, 작가의 말처럼 풍선을 불어 날려버리기도 하자. 그렇게 다짐하며 보관함에 넣었다.

 
차가운 밤에 | 원제 つめたいよるに   
에쿠니 가오리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소담출판사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도쿄 타워>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테마 단편집. 총 스물한 편의 소설이, 작품의 성격에 따라 두 파트에 나뉘어 실렸다. 1부 '차가운 밤에'에 수록된 단편들은 독특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식을 소재로 쓴 단편을 모은 2부 '따스한 접시' 역시 흥미롭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과 섬세한 묘사, 삶과 죽음에 대한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소설집이다.

: 원서를 가지고 있는 책, 이제야 번역본이 나오는구나. 예약주문을 하던데, 적립금이 모이는 대로 지를 생각이다. 가오리 작가의 소설은 흥미를 끄는 소재라던가, 파격적인 전개,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당연히, 평소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읽게 되는 건, 그녀가 그리는 풍경에서 어린 시절을 재생시키거나 때마다 각기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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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구매.

이벤트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버려서, 처음 참여를 한다.
입맛 당기는 소재라서, 은근슬쩍.
이벤트 기간 동안, 쓰고 싶은 이야깃거리의 태그가 퐁퐁 솟아났으면 좋겠다.(웃음)

내게 있어 충동구매라 하면, 단연 책과 음반.
(때때로 특이한 디자인 소품이 눈길을 끌기도.)
음반은, 대학 때만 해도, 하루에 2장, 한 달에 30장이 되기도 했다.
매장에서 발견 즉시, 구입하지 않고는 매장을 나간다는 생각을 못했고, 집에 가기 아쉽고 매장을 어슬렁어슬렁 줄기차게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그 당시 통학 중, 혹은 강의 중간 쉬는 시간에 음악이 없으면 뭔가 허전했으므로 친구랑 대화중에도 작은 음량으로 조절해놓고, 둘이서 흥얼거리곤 했다.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던 게 대학 1학년 겨울이었으니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편소설집을 곧잘 구입하고 있다. 무언가 모험을 할 수 있고 진기하고, 화끈한 취향이 녹아 있으면,
장르 불문하고, 한국소설, 일본소설, 외국소설 가리지 않고 모으곤 했다.
지금은 살짝 자제하는 중이다. 시집에 더욱 환호하고 있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 엄청 시를 좋아했던 걸, 다시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 때는 시내에 자주 나가지 못해 서점과 음반매장에도 물론 들르지 못했고, 내 취향의 책과 음악을 고르고 즐길 수 없었다. 대충 읽고 싶다,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엄마께 부탁했다. 컴퓨터, 인터넷 둘 다 도시의 별무리나 반딧불 같은 존재였던 터라 더욱 어려웠으니.)
이제는 그때보다 수월하게 인터넷서점을 둘러볼 수 있고, 주문까지 바로 할 수 있어 배로 충동구매에 시달리게 됐다. 거기에 알라딘도 한 몫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웃음)
그리고 책 관련 상품, 음악 관련 상품도 충동구매 리스트에 속한다.
이를테면, 북엔드랑 책 꺼풀 비닐, 이어폰, 스피커, 등등.
소장한 휴대용 스피커가 있는데, 교보에서 눈에 띄어 구입한 것을 아직까지 유용하게 쓰고 있다. 건전지가 없어도 꼽기만 하면 음악이 술술 흘러나와, 스피커로 틀어놓기 가능하면 어디든 함께. ^^

그리고
올해 중반까지 메고 다녔던 겨자 색깔 가방이 제 구실을 다해서, 간편하게 넣을 수 있는 가방을 새로 장만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찍혀 있어 충동구매로.)
예전 가방에 비해 넣을 수 있는 책과 소품은 한정적이지만, 가볍고, 표면이 깔끔해 보인다는 장점으로 단점을 커버할 수 있었다. 사고 후에 덜컥 생겨버린 미묘한 어깨 통증도 덜해졌고. (임시방편으로 숄더백을 가지고 다녔는데, 한쪽에만 걸치고 다니다 보니까, 어깨 통증이 상당했었던.)

붙인 이미지는, 책장의 일부와 한창 가지고 다니는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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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거 저거 해골 해골 귀엽다~ 으흐흐흣!
아, 배고파...ㅡ.,ㅡ
오랜만에, 책 읽으며 1시간 넘게 런닝 머신을 했더니 굶은 것 같은 허기짐이..ㅜ_ㅜ
 

명랑하라 팜 파탈 - 문학과지성 시인선 340 
김이듬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시인의 감성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체였다. “육체의 감각 밑에서 시를 발굴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내 이름은 ‘이듬’입니다. ‘언제’라고 말하려 해도 규정하기 어려운 ‘그때’이지요. ‘지금’이라고 발음하는 동시에 ‘과거’가 되는, 닿지 못할 미래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불확정적인 것들을 사랑해요. 그러나 ‘사랑’이라는 단어는 언제까지나 ‘오해’를 남기는 것 같아요. 나에 관해 말하는 것도 그렇겠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들은 변해가고 죽어간다는 것이지요.”
자신에게 ‘이듬’이란 이름을 붙인 것처럼, 그녀가 쓰는 시들은 규정하기 어려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불확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녀의 시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고, 그것의 새로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불편함 뒤에는 그녀의 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커다란 울림이 있다.
따로 창작 수업을 받은 적도 없고, 대학 문학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늘 데모 대열에 끼어 대자보와 문건 작성에만 필력을 쏟았던 시인은 그래서 오히려 틀에 박히지 않은, 제멋대로의 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좋은 시, 잘 읽혀지는 시를 따라 가지 않고 자신의 화법대로 쓰다 보니까 나름대로의 시 세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시인은 첫 시집 발표 이후 “어지럽고 난해한 감수성 저변에 현실 인식이 미묘하게 깔려 있다”는 주변의 반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쓸데없이 자의식이 강하고, 무의식적인 자기 방어와 통제에 익숙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사랑을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비틀어버리는 것, 한 편의 시를 쓰다가 갑자기 또 다른 화자가 등장해서 훼방을 놓는 거죠. 믹싱과 스크래치가 일어나요.”
규정되지 않고 불확정적인 것들을 노래한 시인의 시는 다양한 상황의 시적 재현에 공들이는, 철저하게 개별화된 시적 담론을 추구하며 시단의 한 그룹을 형성했다. 그녀의 두 번째 시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팜 파탈은 이 세계의 상징질서에 깊고 날카로운 틈을 파고드는 이상한 나라에서 온 세이렌의 움직이는 초상이다. 우울, 강박, 히스테리, 분열증 너머의 시적 에너지를 암시한다. 자기 몸 깊은 구멍과 얼룩에서부터 고통을 다른 쾌락으로 만드는 시적 체위이다.

: 틈을 좋아한다. 사이사이 여러 가지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을 듯해서, 미묘한 관찰을 시도한다. 한눈을 팔다 보면, 저만치 달아나고 마는 ‘틈’은 때때로 바로 옆자리에서 마냥 바라보고 있기도 한다. 쥐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그 거리가 좋다. 아릿한 통증이 좋다. 나는 이 시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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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객 책속을 거닐다 - 장석주의 느린 책읽기 
장석주 (지은이) | 예담

장석주는 말한다. “책은 밥이자, 참을 수 없는 없는 유혹”이라고. 그래서 먹을 수밖에 없고 유혹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세끼 밥을 꼬박 챙겨먹듯 그는 몸과 마음의 끼니로 책을 먹고, 읽고, 써왔다. 책으로 더욱 풍성해진 삶, 그래서 더없이 행복하다는 그는 이렇게 기막힌 인생의 보물인 ‘책’을 먹지 않고 읽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라고 당당히 말한다. “책의 매혹은 최소경비로 필요한 모든 것을 그 안에서 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책읽기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청정한 취미요, 행복한 삶의 기술이다. 그랬으니 문자를 해독한 이래로 책을 벗 삼아 평온함과 높은 집중 속에서 보낸 날들은 쾌락과 일과 수행의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책읽기는 내게 버릴 수 없는 취향이고,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고, 벗어나기 힘든 중독이다.”

: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저씨가 다 하셨다. -_-; 책장 빽빽한 나의 아이템들을 보면서, 하루에도 몇 차례 뿌듯해하고, 거듭 나오는 신간들을 사고 싶어 안달하면서, 매장을 돌아다니기 일쑤. 그러다 몇 번 확인한 결과, 기대 이하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시무룩해 있다가, 번뜩하는 세계를 그린 책들에 다시 환호하고 방방거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나의 일상. 장면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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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울음상점 - 랜덤시선 033 
장이지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시란 ‘지도에도 없는 별로 찾아가는 길’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체험들을 즐겨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체험들을 시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비틀어서 현대문명이 낳은 기형적인 요소나 우울함, 병적 상실 등을 예리하게 노래한다. - 강우식 (시인)

장이지의 내부에는 ‘잊혀진 별 명왕성’의 ‘어린 왕자’가 살고 있다. 모질고 사나운 세상에 상심한 왕자는 화려한 감각과 현학의 소품들로 인공 낙원을 만들고, 짐짓 그에 탐닉하는 듯이 세상과의 대면을 지체시키거나 흐트러뜨린다. - 김사인 (시인)

: 작가가 그린 명왕성의 이미지, 작가가 담은 소품, 작가의 체험과 취향. 알쏭달쏭 수수께끼를 풀 듯, 곱씹고, 더듬고, 여기저기 휘둘러보며 미로를 따라가는 그 과정을 좋아한다. 이 시집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예상하고 주문, 얼른 택배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 (웃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세계문학전집 161 | 원제 A Streetcar Named Desire (1947) 
테네시 윌리암스 (지은이), 김소임 (옮긴이) | 민음사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현실을 현장감 있게 그려 내려는 사실주의에 기초하면서도 풍부한 상징과 시적 이미지가 넘친다. 제목뿐 아니라 소품으로 사용된 ‘종이 등’도 상징성을 지닌다. 종이 등은 알전구 앞에서 자신의 초라한 실체를 보이고 싶지 않은 블랑시의 마음을 상징한다. 하지만 극의 마지막으로 가면서 종이 등은 찢겨 나가 알전구가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블랑시의 환상이 깨지고 자신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극의 상징은 곧 테네시 윌리엄스의 삶이다.

: 리스트에 옮기는 건 늦었지만, 알라딘에서 즉각 발견하여 일찌감치 주문했던. 보관함에 미리 담아두었던 책이랑 12월 2일에 주문해서 5일 택배 도착. 선호하는 카테고리에 [풍부한 상징과 시적 이미지]가 높은 순위로 자리하고 있기에, 더 이상의 망설임도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던 것이다.  

도끼와 바이올린 - 텍스트의 한계를 초월하여 무한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음악 소설 | 원제 La Hach et le violon 
알랭 플레셰르 (지은이), 임호경 (옮긴이) | 열린책들

총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생명력을 잃고 종말로 치달아 가는 서구 세계의 운명과 그 속에서 부침하는 개인의 삶을 현실과 악몽, 희망을 교차시켜 그려 낸다. 각기 <소설>과 <역사>, <헛소리>라고 이름 붙인 3부는 모두 <우연히도 세계의 종말은 나의 창문 아래에서 시작되었다>라는 동일한 문장으로 시작되며, 이 소설의 중요한 소재인 음악이 그러하듯이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비추고 변주시키며 그 의미를 확장시킨다.
생명의 잉태와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도끼와 바이올린이 하나로 통합되는 진정한 연주를 그리고 있다.
모든 기호의 의미는 중의적이고 복합적이며, 항상 다른 곳에 충격적인 비밀로서 감추어져 있다. 그리고 그 내밀한 의미를 찾아내어, 아름다운 멜로디로 솟아나게 하는 것은 텍스트의 여러 지점들을 연결시키는 독자의 고된 해석 작업, 즉 연주를 통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끼와 바이올린』은 음악의 힘을 텍스트로 실현해 낸 진정한 음악 소설이라 할 것이다.

: 단순히 쓰인 경치만이 아니라, 파노라마 풍경으로 그려졌기를. 그리하여 시시각각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갖가지 진기한 영상으로 연주될 소설이기를 바란다. 아직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터라, 문장이나 묘사에 관해서는 이렇다하게 적을 수가 없다. 다만, 소개 글귀를 통해 굉장히 기대 중이다. (예전에 풀 파워 기대했다가, 번번이 실망을 감춘 경험이 여럿이지만, 이번에는 과연? 이란 생각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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